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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248화 (248/250)

248.

248.

아란은 주먹으로 필드를 때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때 주먹 안에서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오기로라도 버텨 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주먹을 펴기로 했다.

“하아아앗!”

아란은 높이 뛰어서 내 주먹에서 빠져나왔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그녀의 다리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더, 더, 더……!”

“쳇!”

난 무광권을 준비하며 아란의 공격에 대비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육탄전으로 공격해 왔다.

“더 강하게!”

아란의 다리가 수직으로 떨어져 날 노렸다. 난 막기보단 피하는 것을 선택해 뒤로 물러섰다.

쾅.

폭발하듯 필드가 터지면서 아란이 지면 아래로 훅 뚫고 들어갔다.

만약 저게 몸에 닿았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공격은 최상이지만…….”

난 무광권 하나를 지면에 뚫린 구멍에 대고 터뜨렸다. 그러자 구덩이가 확 넓어지면서 필드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훕!”

난 추락하는 와중에도 주변을 살폈다. 분명 아란의 작전은 다른 곳으로 땅굴을 파서 날 공격하려는 속셈이었다.

“빠르게!”

등 뒤에서 아란이 덤벼들었다.

그녀의 발차기가 내 등에 적중. 난 앞으로 날아가 무너지는 잔해 속을 파고들었다.

“크으으윽!”

“더, 더, 더…….”

등 뒤에서 들려오는 섬뜩한 주문.

난 얼굴이 시멘트 가루로 범벅이 되는 와중에도 아란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아아압!”

손을 뒤로 뻗어서 광탄 난사.

아란의 비명 소리가 들리며 그녀의 기척이 사라졌다.

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힘껏 뛰어서 지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무너져 내린 잔해 위에 서서 H력을 끌어올렸다.

“어디 있지?”

아란의 기척을 찾으려고 했지만, 필드에 나 혼자 남은 듯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 있지?”

“더 가볍게!”

펑.

잔해가 폭발하듯 솟아오르며, 그 사이에서 아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자신이 차올린 잔해를 밟으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더, 더, 더……!”

아란의 다리로 H력이 모이며 흰색으로 번쩍였다. 아란은 공중제비를 한 바퀴 돈 후에 오른발을 쭉 뻗어서 날 조준했다.

“제길……!”

이판사판이다!

난 H력을 양손에 모아 광포를 준비했다.

“더 강하게!”

아란은 공중에서 빠르게 날 향해 날아왔다.

“하아아앗!”

난 전력을 다해 아란에게 광포를 쐈다. 아란의 발과 내 광포가 공중에서 부딪치며 힘을 겨뤘다. 그러나 아란은 조금씩 광포를 뚫으며 전진해 왔다.

“젠장!”

난 한손으로 계속 광포를 쏘면서 다른 손을 빼서 광권을 만들었다.

당연히 한손으로 쏘는 광포는 그 위력이 약해 순식간에 돌파 당했다.

“하아아앗!”

‘강하게!’는 그다지 빠르지 않다. 위력이라면 역대 최고일지도 모르지만, 명중하지 못한다면 크게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난 몸을 옆으로 빼서 아란의 발차기를 피했다. 그리고 그녀가 내 바로 옆에 위치한 순간, 그녀의 복부에 광권을 꽂았다.

“받아라!”

광권이 폭발.

아란의 몸이 균형을 잃고 떨어졌다. 난 아란에게 뛰어들어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그녀를 때렸다.

아마 이게 내가 그녀를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것이다.

H력이 빠르게 떨어져 가고 있었다.

난 정말 전력으로 아란을 공격했다. 그녀의 육체는 내 생각 이상으로 잘 버텼다.

“이게 약해진 거라고?”

신체 능력만 보면 루호보다 셀지도 모르겠는데?

“하아아앗!”

난 좀 가혹하게 아란의 왼쪽 무릎을 팔꿈치로 찍어서 부러뜨렸다.

비명 소리가 울리고, 아란은 다신의 다리를 잡은 채 얼굴을 찌푸렸다.

“마무리다!”

끝낼 생각으로 지른 주먹.

그러나 그것은 아란의 손에 붙잡혀 멈추고 말았다.

“후웁!”

아란은 H력을 양손에 집중시키고 있었다.

다리가 아니라 팔?

아란은 한 발로 지르기 자세를 취하며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내게 힘껏 주먹을 지르며 외쳤다.

“강하게!”

“크아아악!”

아란의 주먹이 내 복부에 적중.

난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그 와중에 변신이 풀리며 몸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젠장.”

위력으로 봤을 땐 발차기에 비해선 견딜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아란의 공격 수단이 늘어났단 사실이다.

“팀장님!”

아란은 한 발로 폴짝 뛰어서 순식간에 나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한 발로 서서 날 향해 손깍지를 꼈다.

“이게 제 전력이에요.”

아란은 기합을 넣으며 깍지에 H력을 집중했다.

발차기가 아닌 주먹.

그것이 그녀의 해답이었다.

“거구화는 더 이상 못 써.”

대신 광포는 한 번 더 쓸 수 있다.

“하아아압!”

난 양손에 광포를 준비하면서 다리로 조금 H력을 빼냈다.

미약하지만, 이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갑니다!”

아란은 한 발로 뛰어서 나에게 돌진했다. 그리고 깍지를 쭉 뻗으며 외쳤다.

“뜨겁게!”

“하아아앗!”

한 번 더 광포로 대결. 이번엔 내 광포가 아란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완전히 몰아붙이기 직전, 그녀가 깍지를 풀면서 손바닥을 드러냈다.

“더 차갑게!”

엥?

그녀의 손바닥에서 나온 냉기에 광포가 얼어붙었다. 아란은 손으로 얼어붙은 광포를 짚더니, 몸을 공중으로 띄워서 휘리릭 돌았다.

“뜨겁게!”

아란은 다시 깍지.

광포가 잠시 끊긴 틈을 타 내 코앞까지 날아왔다. 펄펄 끓는 그녀의 손이 날 건드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후우.”

난 광포를 중단.

몸을 뒤로 젖히며 아란의 손을 피했다. 그리고 다리를 올려서 그녀의 복부에 발바닥을 댔다.

“하아아앗!”

아린의 복부를 강타한 것은 발차기가 아닌 무광탄.

난 발바닥을 살짝 오므려, 신발바닥과 발바닥 사이에 무광탄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신발 바닥이 폭발하며 그 충격이 고스란히 아란에게 전해졌다.

아란의 몸은 수직으로 상승.

하늘 높이 떴다가 무력하게 떨어졌다.

“아란 양?”

난 떨어진 아란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그녀를 살폈다.

아직 심판석에서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

그렇다면 설마……?

“훕!”

아란은 몸을 일으켜 내 앞에 섰다. 그러나 한쪽 다리의 부상과 누적된 충격으로 인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기권하는 게 어때요?”

난 조용히 아란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녀의 두 눈이 번뜩이며 날 노려봤다.

“전 끝까지 싸울 거예요.”

미약한 H력.

아란은 한계였다. 그런 상태에서도 극한으로 몸을 쥐어짜면서 싸우려는 것이었다.

지금 더 싸워 봤자, 그녀의 부상만 늘어날 뿐이었다.

난 부드럽게 아란을 끌어안았다. 내가 갑자기 이럴 줄 몰랐는지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이게 무슨……?”

“하아아압!”

난 무너진 지면의 틈으로 아란과 함께 몸을 던졌다.

“아앗……!”

아란은 발버둥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우리는 지하의 밑바닥을 향해 떨어졌고, 떨어지기 직전 서로 남은 H력을 쥐어짜 능력발동을 해 충격을 최소화했다.

“크으으윽.”

우리는 바닥에 부딪친 충격에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저 바닥에 쓰러진 채 거친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팀장님, 전……더 강해지고 싶어요. 언젠가는…….”

아란은 말을 마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그녀는 자신이 보여 줄 수 있는 전부를 보여 준 채 만족스런 얼굴로 코를 골기 시작했다.

난 겨우 몸을 일으켜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한손에 아란을 든 채 잔해 사이를 기어올랐다.

[승자 김상팔]

전광판에 심판 결과가 나오고, 난 그녀를 손수 들것에 실어 줬다.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와! 그러고도 안 죽냐?”

“역시 최고야! 완전 쩔어!”

“김상팔! 네가 최고다!”

이것으로 내 랭킹은 1위.

난 대기실로 들어가면서, 반대로 대기실에서 나온 루호와 마주쳤다.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서로를 바라봤다.

“덤벼.”

난 굵고 짧게 한 마디 했다.

루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날 지나 필드에 섰다. 그리고 마이크로 힘차게 외쳤다.

“김상팔 씨에게 도전하겠습니다!”

마지막 싸움.

랭킹 1위 VS 랭킹 2위.

마지막 시합인 만큼 특별히 휴식시간이 1시간, 그리고 지부 직속 치료술사들의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컨디션과 몸 상태, H력은 최고조로 올라갔다.

“후우.”

난 혼자 대기실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아저씨를 만나고,

루호를 만나고,

셋이서 팀을 꾸리고,

동료들을 모았다.

작은 조각들이 모이고 모인 덕에 난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앞으로 마지막 한 번.”

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뻗으며 몸을 움직였다.

내가 만난 상대 중 당연 최고.

루호는 언제나 내게 든든한 아군인 만큼, 절대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은 친구였다.

“하지만 꼭 한번 붙어 보고 싶었어.”

예전이라면 당연히 내가 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봤을 때 승률은 반반이었다.

루호는 여전히 강적이지만, 나도 그에 못지않게 강해졌다. 그리고 서로의 강함을 떠나 이기고 싶었다.

[김상팔 VS 조루호]

전광판에 우리 이름이 대문짝만 하게 쓰여 있었다.

나와 루호는 필드 가운데에 섰다. 우리는 서로를 응시한 채 미소 지었다.

“형이랑 이런 식으로 싸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루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준비운동부터 해 볼까요?”

루호는 호주머니에서 유성추를 꺼냈다. 특수 고무로 만든 줄과 그 끝에 달린 철구가 오랜만이었다.

“그럼 난 총을 써야 하는데?”

난 필드 한쪽에 위치한 무기 진열대로 가서 긴 철봉을 골라 왔다.

“후우.”

―시작!

시작 신호가 울렸음에도 우리는 가만히 서 있었다. 진정한 시작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정하는 게 아니었다.

“형한텐 정말 감사드려요.”

“정말 고맙다면, 전력을 보여 줘.”

루호는 천천히 유성추를 돌리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도는 철구를 보고 있으니, 어디선가 한돈 아저씨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후웁!”

루호는 가볍게 손목을 튕겨서 날 향해 철구를 날렸다.

난 철봉을 휘둘러 철구를 쳐냈다. 튕겨 나간 철구는 고무 재질의 줄에 의해 다시 루호에게로 돌아갔다.

루호는 줄을 힘껏 당기며 몸을 한 바퀴 회전했다. 그러자 돌아오던 철구의 방향이 반대로 된 것은 물론이고, 더욱 강한 힘이 실렸다.

“하아아앗!”

이번에 노린 곳은 내 다리.

난 철봉을 앞으로 비스듬히 뻗었다. 그리고 철구가 지나치는 순간, 옆으로 살짝 움직여 고무줄을 건드렸다.

계획대로라면 철구의 궤도가 틀어져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야 했다. 그러나 고무가 가진 탄성과 너무 빨라진 철구의 속도로 인해 내 계산이 틀어지고 말았다.

“크윽!”

무서운 속도로 날아온 철구가 왼쪽 다리를 정통으로 강타했다. 부러지는 일은 면했지만, 통증이 상당했다.

“하아아압!”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철봉을 휙 돌려서 유성추를 봉에 감았다.

“좋았어.”

철구는 빙그르르 철봉을 돌며 착착 감겼다.

나와 루호는 유성추의 줄에 연결된 채 서로를 당겼다.

처음엔 순수한 체력, 그 다음엔 H력을 뿜으며 능력발동.

우리는 발로 지면을 파면서 필사적으로 줄을 당겼다. 팽팽하던 줄은 결국 우리 힘을 버티지 못하고 툭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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