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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246화 (246/250)

246.

246.

평소 진행과 심판을 맡던 이서현 대신 필드로 올라온 사람은 바로 박혁수.

그는 나에게 악수를 권하며 말했다.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마치 예전의 이서현처럼 보였다. 물론 나이는 많이 차이가 나겠지만, 적어도 그때 그녀에게서 느꼈던 성실과 성의가 보였다.

“이서현 지부장님은 오늘도 안 보이시네요. 어디 계시죠?”

“지부장님께선 바쁜 일이 있으셔서 좀…….”

박혁수는 말끝을 흐리며 대답을 피했다. 그리고 짧은 미소와 함께 휙 돌아섰다.

“그럼 지금부터 랭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지정하는 건 호규.

그는 날 가리켰다.

“랭킹 20위, 김상팔 씨와 싸우겠습니다.”

나와 호규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대기실로 퇴장했다.

난 호규와 겸연쩍게 마주 보면서 말했다.

“혹시 오늘 참가한 전원이 저하고만 싸우는 건 아니겠죠?”

“저, 저도 그건 잘…….”

호규는 잔뜩 긴장했는지 말을 제대로 하질 못했다. 그러나 그의 두 눈에서 뿜어지는 자신감이 역으로 날 불안하게 만들었다.

“살살 부탁드려요.”

“그건 안 될 것 같아요, 팀장님.”

박혁수도 심판석으로 퇴장.

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시작!

정말 치밀하게 싸운다면, 시작하자마자 달려들어서 육탄전으로 가면 된다.

하지만 지금 이 싸움은 일종의 작별 인사.

그렇다면, 호규의 전력을 끌어내 주고 싶었다.

“하아아아!”

호규는 입을 벌리며 성대를 울렸다. 그러자 그의 주변에 점점 소리탄이 형성되었다.

열, 스물, 서른, 마흔…….

그 정도에서 세는 걸 그만뒀다.

“날 죽일 셈인가.”

난 즐겁게 중얼거리며 호규의 공격을 기다리는 동안 H력을 끌어올렸다.

H력은 시작 직전에 손평화에게서 충분히 받아 뒀다.

“일단 가볍게……!”

무광탄.

소리탄이 늘어나는 동안 왼손에 H력을 압축했다.

“하아아앗!”

하나하나가 초음파를 내뿜을 수 있는 구슬.

호규의 외침에 수십 개의 소리탄이 일제히 나에게로 날아들었다.

난 소리탄들이 도달하기 전에 무광탄을 그것들 한가운데로 던졌다.

펑.

무광탄이 터지면서 소리탄들도 연달아 폭발. 무수한 초음파가 연달아 뿜어져 나와 주변을 덮쳤다.

“어이쿠!”

난 뒷걸음질로 멀찍이 거리를 벌렸다.

물론 소리탄의 범위로 볼 때 능력발동을 하지 않은 속도로는 미처 도망칠 수 없다.

“크윽!”

찌이이잉.

미약하게나마 도달한 초음파들로 인해 귀가 아팠다.

무광탄을 던져서 미리 터뜨리지 않았다면, 이 한 방에 기절했을 것이다.

“이게 전부는 아니겠죠?”

호규의 기술은 목으로 직접 지르는 초음파 외 소리탄이 전부. 하지만 그는 H력을 끌어올리며 대답했다.

“새로운 기술을 보여 드릴게요.”

난 H력을 살짝 끌어올리며 능력발동을 했다. 호규가 새로운 기술이라고 속임수를 걸다가 갑자기 초음파를 쏠 가능성도 있었다.

“하아아압!”

호규는 숨을 들이마시며 냅다 나에게 달려왔다.

설마 근거리 초음파?

난 빠르게 뒤로 물러서면서 거리를 유지하려 했지만, 갑자기 호규가 폭발적으로 빠르게 움직여 거리를 확 줄여 왔다.

“뭐야?”

“하아아아!”

예상대로 근거리 초음파.

난 귀를 막으며 위로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호규의 앞을 피해 그의 뒤로 착지했다.

“크으으윽!”

초음파에 잠깐 노출되었음에도 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청각은 완전 손실. 더구나 몸속의 장기에서도 통증이 느껴졌다.

방금 전의 그 속도는 뭐였지?

호규는 또 입을 벌리며 숨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난 무광탄을 양손에 준비하면서 호규의 돌진에 대비했다.

호규는 또 급발진.

고속으로 내게 접근하려 했다.

난 무광탄 하나를 그의 앞으로 던졌다. 바로 앞에서 무광탄이 터지자, 호규는 급하게 방향을 꺾었다.

“잡았어!”

난 그 방향으로 남은 무광탄을 던졌다.

빠르게 날아간 무광탄은 한 발 앞서서 호규가 도착할 곳에 도달. 호규가 올 타이밍에 맞춰 폭발했다.

호규가 폭발에 휘말리고, 난 살짝 걱정스런 마음으로 그를 살폈다.

“응?”

호규는 멀쩡했다.

“뭐지?”

눈에 H력을 집중하며 호규의 몸을 살폈다. 그러자 그의 몸 전체를 능력발동과는 별개의 무언가가 둘러싸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은은한 파동은 아지랑이와는 달랐다.

“쳇!”

난 호규에게 달려들어서 주먹을 질렀다. 그리고 내 손으로 직접 그것의 질감을 느꼈다.

호규는 주먹을 피하지 않고, 그냥 근거리에서 초음파를 쏘는 것을 택했다.

“하아아아!”

굵은 짧은 초음파가 내 머릿속을 헤집었다. 얼굴에 있는 눈, 코, 귀,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뇌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가까이 주먹을 뻗은 덕에 호규의 비밀을 알 수 있었다.

초음파와 비슷한 힘.

바로 ‘소리’였다.

“소리를 갑옷처럼 두를 줄이야.”

“하아아앗!”

호규는 호기롭게 주먹을 내지르며 덤벼 왔다. 우리는 치열한 난투전을 벌였다.

“하앗!”

내가 지른 주먹은 호규가 두른 소리 갑옷으로 인해 살짝 궤도가 틀어지면서 빗나간다.

반면에 호규가 내지른 주먹은 겉에 두른 소리로 인해 내 몸 어디에 닿든 그 충격이 내부까지 확 파고들었다.

“켁!”

입에서 또 각혈.

난 피를 입 안에 머금었다. 그런 후 양손에 광탄을 모아서 그 중 하나만 호규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그리고 빠르게 날아간 광탄이 소리 갑옷에 휘어서 빗나가기 전, 나머지 광탄을 던져서 두 개를 동시에 폭발시켰다.

폭발로 인해 소리 갑옷의 파동이 흐트러지고, 그 틈을 타 호규의 얼굴을 향해 피를 뱉었다.

“으악!”

호규는 순간 혼란에 빠졌고, 집중력이 저하되면서 그의 소리 갑옷도 옅어졌다.

“하앗!”

난 광탄을 마구잡이로 만들면서 그에게 쐈다. 물론 죽일 생각은 없었기에 주로 몸통을 노렸다.

“으아아악!”

광탄의 폭발이 멈추면서 호규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겨우 정신만 붙든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멋진 기술이었어요.”

난 호규가 일어설 때까지 기다렸다. 그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다가 도중 다시 주저앉았다.

“안 되겠네요.”

호규는 한숨을 쉬었다.

기권?

아니면 속행?

난 내심 그가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럼 이제 정말 마지막이에요.”

호규는 한 번 더 H력을 짜냈다. 난 그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며 웃었다.

호규가 만든 것은 자신만 한 크기의 구체.

그걸 본 순간, 킹메라가 떠올랐다.

“갑니다!”

호규의 외침과 함께 구체가 빠르게 날아왔다. 난 가볍게 뛰면서 구체를 살폈다.

구체는 상당히 빠르게 날 따라잡으며 초음파를 뿜어냈다.

“원격? 이런 미친……!”

초음파가 내 몸을 강타하며 연약한 부분을 사정없이 찢었다.

“커억!”

난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구체는 더욱 거세게 초음파를 뿜어내며 날 압박했다.

너무나 강력한 소리에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렇게 된 이상…….”

난 호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광탄을 난사했다.

“으아아악!”

호규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초음파의 세기가 더 세졌다.

슈트나 거구화를 할 틈이 없으니, 먼저 뻗는 쪽이 패배.

코에서 나오던 피가 점점 걸쭉해지는 게 느껴져 이를 악물었다.

몇 분 뒤.

[승자, 김상팔]

내 랭킹이 더 높기에 랭킹 변경은 일어나지 않았다.

난 실려 가는 호규의 손을 악수하듯 잡으며 그 옆에서 걸었다.

우리가 필드에서 퇴장하고, 다음으로 노건이 필드로 나왔다. 그는 마이크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김상팔 씨와 싸우겠습니다.”

또 나야?

선언 후 30분의 휴식에 들어갔다.

난 치료를 받은 뒤, 필드에서 노건과 마주 봤다.

“잘 부탁드려요.”

우리는 서로 짧은 인사를 나눴다. 처음 노건을 스카우트했을 때가 생각났다.

―시작!

“으아아아!”

노건과 난 동시에 거구화로 몸집을 키웠다. 그리고 서로에게 돌격해 몸을 부딪쳤다.

“하앗!”

쿵.

우리는 필드 한가운데서 서로를 밀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벽을 밀듯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니까, 그 힘에 땅이 파였다.

“크으으윽!”

땅이 파이다가 지면 속에 깔린 콘크리트 구조물이 드러났고, 그것까지 발로 밀자 필드 전체가 갈라지면서 휘었다.

“하아아앗!”

난 노건에게 다리 사이로 내 다리를 쑥 넣었다. 그리고 그의 다리 안쪽으로 다리를 걸어서 그를 넘어뜨렸다.

“아자!”

노건은 쓰러지자마자 다시 벌떡 일어서려 했다. 그러나 난 그럴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

“하압!”

난 노건의 어깨를 잡은 채 그를 바닥에 질질 끌면서 달렸다. 노건은 괴성을 지르며 어떻게든 일어서려 했지만, 등이 쓸리는 와중이라 균형을 잡을 수 없었다.

“하아아앗!”

마지막은 노건을 잡고 빙빙 회전하다가 멀리 투척. 노건은 휙 날아가 투괴장 벽에 부딪쳤다.

“후우.”

이 정도로 끝날 리 없겠지?

“으아아악!”

노건은 무너진 잔해를 밀어내며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함성을 지르며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하앗!”

난 주먹을 내밀어서 그의 안면에 꽂았다. 그런 다음 그의 뒤로 돌아가서 팔꿈치로 그의 뒤통수를 찍었다.

“커억!”

무릎치기, 주먹으로 찍기, 관절 꺾기, 손바닥 치기.

갖은 공격을 퍼부으며 노건이 회복할 틈을 주지 않았다.

노건은 무력하다고 할 정도로 거의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

“더 날뛰어 봐. 광전사가 아니라 그냥 약골인 거야?”

“크아아악!”

극한의 분노.

노건의 눈이 번쩍이더니, 그의 움직임이 한 층 더 빨라졌다.

“엥?”

노건은 내 주먹을 잡더니, 휙 옆으로 던졌다. 난 거기에 중심이 무너지며 비틀거렸고, 그 틈을 노린 그의 주먹이 내 뺨에 적중했다.

“으악!”

난 바닥에 쓰러져 나뒹굴었다.

이번 건 타격이 아주 제대로 들어갔다.

“역시 그냥 날뛸 때보다 훨씬 세잖아.”

난 몸을 일으키며 노건을 쳐다봤다. 그는 더 이상 마구잡이로 날뛰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노건은 처음으로 거구화된 채로 나에게 인사를 했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고생했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달려들어 난타전을 벌였다.

무차별적인 난투가 아닌 격투. 때리고, 막고, 잡고, 빼는 싸움.

노건은 내 허리 아래로 돌진하더니, 몸무게를 실어 날 넘어뜨렸다. 그리고 내 위에 올라탄 채 주먹으로 내 머리를 두들겼다.

“크으으윽!”

난 양팔을 들어서 노건의 양 옆구리를 동시에 때렸다. 그러자 노건이 움찔거리며 움직임이 멈췄다.

“하아아앗!”

다음으로 옆으로 돌기.

노건은 맥없이 옆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이번엔 내가 그의 위에 올라타 그를 구타했다.

“으아아아!”

이성을 잃기 일보 직전.

그 정도로 때리지 않으면 노건을 쓰러뜨릴 수 없었다.

한참을 때리던 중, 노건의 몸에서 힘이 빠진 게 느껴졌다.

노건의 가슴을 때리려다가 중지. 주먹이 그의 가슴에 닿으면서 멈췄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거기에 그의 몸은 거구화가 풀려서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승자, 김상팔]

세 번째로 최향자가 올라왔고, 그녀 역시 날 지목했다.

“젠장.”

30분 뒤.

난 필드에서 그녀와 마주했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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