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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242화 (242/250)

242.

242.

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녀석의 등 위에 착지해 광포를 준비했다.

“하아아압!”

“흑흑흑!”

민머리용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등에 탄 날 내려다봤다.

단 한 입이면 끝날 상황.

녀석은 예상대로 입을 쩍 벌리며 날 집어삼키려 했다.

“지금이다!”

광포 발사!

물론 H력을 얼마 모으지 못했기에 위력은 약하다. 그러나 그것이면 충분했다.

“하아아앗!”

광포가 민머리용의 입 안으로 들어가 뒷목을 관통했다. 녀석은 눈을 움찔거리면서 크게 울부짖었다.

“흑흑흑!”

민머리용은 브레스를 쏘려고 했지만, 입안에 모인 빛이 뒷목에 난 구멍으로 새면서 브레스가 발사되지 않았다.

“좋았어!”

죽이는 건 실패. 하지만 브레스 봉인!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녀석은 브레스가 나오지 않게 된 것을 알게 되자 육탄전으로 나왔다.

“흑흑흑!”

민머리용은 날 무시한 채 그대로 크리스티나에게 돌진했다.

쿵! 강한 충돌과 함께 녀석의 등에 탄 내 몸이 위로 붕 떴다. 그리고 민머리용과 크리스티나가 서로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크리스티나 위에 타고 있던 조원들은 우르르 떨어질 뻔했지만, 등을 뚫고 나온 구더기 인간들이 잡아 준 덕에 무사할 수 있었다.

“가즈아!”

변해라의 호령을 따라 크리스티나의 등에서 엄청난 수의 구더기 인간들이 튀어나왔다. 녀석들은 꿈틀거리며 민머리용에게 뛰어들어 달라붙었다.

“하아아압!”

난 다시 광탄 준비.

“흑흑흑!”

민머리용은 앞발을 들어 크리스티나의 등을 할퀴려 했다. 그러나 크리스티나의 덩치가 더 커서 녀석의 앞발은 자꾸 허공만 긁어댔다.

“고고고!”

크리스티나는 힘으로 민머리용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민머리용은 힘에서 밀리자, 재빠르게 뒤로 물러서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유연하게 몸을 움직여 크리스티나를 옆으로 지나쳐서 뒤로 갔다.

“멈춰!”

다른 조의 헌터들이 펄쩍 뛰어올라 크리스티나 위로 착지했다. 그리고 거기서 크리스티나가 뒤로 도는 사이, 민머리용을 공격했다.

민머리용은 헌터들의 공격에 잠시 주춤했지만, 금방 몸을 움직여 크리스티나의 뒤를 잡았다.

“흑흑흑!”

구더기 인간들은 민머리용의 머리를 뒤덮으며 시야를 방해했다. 민머리용은 고개를 흔들면서 녀석들을 떼어 내려 했다.

“하아아앗!”

헌터들 중 일부가 구더기 인간들을 따라 민머리용에게 뛰어들었다.

“형!”

루호도 착지. 루호의 조원들도 다 함께 등으로 점프했다. 그들은 다 함께 내 몸에 손을 대서 H력을 몰아줬다.

“좋았어!”

광포는 점점 강하게 응축됐다.

그 사이 주아란의 1조는 우태훈의 광기옥을 던진 직후, 민머리용의 머리로 뛰어들어 육탄전을 벌였다.

남주나도 블러드 포스를 쓰면서 5조를 이끌고 아란의 뒤를 따랐다.

신진부의 3조는 부상자들을 크리스티나의 등으로 데려와 회복을 시켰다.

강자기의 4조는 1조를 따라 민머리용에게 덤벼들어 목 근처에서 녀석의 시선을 끄는 데 집중.

나머지 조는 크리스티나 위에서 장거리 공격을 퍼부었다.

“흑흑흑!”

민머리용은 날개를 활짝 폈다.

거대한 날개. 민머리용은 몸통보다 날개가 더 컸다. 날개의 형태는 점차 뭉개지더니, 마치 점토처럼 변했다.

―조심해!

무전기에서 신진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머리용의 거대한 날개는 거대한 팔처럼 변한 다음, 거기서 무수한 촉수가 길게 뻗어 나왔다.

“받아라!”

난 조금 이르게 광포를 쐈다. 굵고 길게 뻗어 나간 빛줄기는 날개와 몸통이 맞닿은 부분을 깔끔하게 뚫고 나갔다.

“흑흑흑!”

날개 하나가 몸통에서 절단되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민머리용의 얼굴이 험악하게 구겨지면서 남은 날개의 촉수들에서 가시가 돋아났다.

―김상팔! 그거 한 번 더 쏠 수 있나?

무전기에서 들려온 강자기의 목소리.

호규가 무전기를 들어서 내 입가에 가져다주었다.

“지금 다시 충전 중입니다요!”

―알았어. 그럼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지.

통신이 끝나고, 강렬한 전격이 민머리용의 날개를 휘감았다. 강자기가 신진부의 전격을 카피한 것이었다.

그것을 따라 수많은 광탄과 총탄이 괴물에게 날아갔다.

“죽어라! 이 괴물아!”

민머리용은 괴롭게 울부짖으며 몸부림쳤다.

“흑흑흑!”

녀석의 전신에서 약한 빛이 나더니, 날개처럼 몸 전체가 뭉그러지기 시작했다.

“뛰어!”

육탄전을 벌이던 조와 광포를 준비하던 우리 조는 재빨리 탈출!

다시 크리스티나 등 위로 돌아왔다.

민머리용은 거대한 점토로 변해 꿈틀거렸다. 그리고 수십, 수백의 촉수를 뻗어서 헌터들을 찔렀다.

“으아아악!”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촉수는 우리 조에게도 쏟아졌다. 하지만 우리는 하상룡, 아미니, 아미리가 뿜어낸 화염과 전기로 무사할 수 있었다.

“크으으윽!”

용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완전히 다른 형태로 변한 민머리용.

우리 조는 다시 광포를 준비하면서 H력을 끌어모았다.

“으악, 악! 으아아악!”

수없이 많은 목소리가 촉수들을 공격하면서 비명을 질렀다.

촉수들은 아무리 공격을 받아도 금방 새로 자라나 헌터들을 향해 뻗어 왔다.

촉수를 없애는 헌터들과 끊임없이 자라나는 촉수들 사이에 경쟁이 벌어졌다.

촉수들은 무한한 생명력으로 쉬지 않고 재생했다.

―다들 크리스티나 중심으로 모여! 흩어져선 우리가 불리해!

강자기의 외침.

그것을 따라 살아남은 헌터들이 크리스티나 등 위로 돌아왔다.

원정대가 한쪽으로 모이자, 촉수들은 넓게 쫙 펴져서 크리스티나를 통째로 감싸려 했다.

“받아라!”

난 광포를 발사!

이번엔 광포를 최대한으로 넓게 분사했다. 그렇게 쏜 빛은 예리함을 잃은 대신 둔기처럼 민머리용을 때리며 휙 뒤로 날렸다.

“다들 공격해!”

원정대는 일제히 촉수들을 공격해 소멸시켰다.

광탄에 짓이겨진 민머리용은 촉수들을 거두며 원형의 구체로 변했다.

“뭐지?”

불길한데…….

킹메라와 킹리저드가 생각났다.

구체는 제자리에서 빠르게 회전했다. 그리고 총알처럼 앞으로 튀어나와 크리스티나에게 부딪쳤다.

“으아아악!”

크리스티나가 기울면서 원정대의 전열이 흐트러졌다. 그 사이, 구체는 데굴데굴 구르며 어딘가로 사라졌다.

“도망친다!”

신진부는 총 같은 것을 꺼내 구체를 향해 쐈다. 총에서 날아간 탄환은 반짝반짝 빛을 내며 구체에 박혔다.

“으아아악!”

크리스티나는 완전히 전복.

원정대는 완전히 개판이 되었다. 도망친 구체를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우리는 일단 거기서 야영을 하며 치료를 했다.

“몇이나 잃었죠?”

난 신진부에게 물었다. 그는 목록 같은 것에 체크를 하며 대답했다.

“사망자 10명, 부상자 30여 명. 그래도 피해가 미비한 편이야. 부상자의 대부분은 내일까지 완치할 수 있어.”

“그럼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날이 밝자마자 민머리용을 추적해요.”

우리는 크리스티나 위에 야영지를 세웠다. 마음 같아선 크리스티나 위에 탄 채 추적을 개시하고 싶었지만, 부상자의 안전을 위해 참기로 했다.

“괜찮으세요?”

루호가 컵라면을 들고 옆으로 왔다. 난 그것을 받아서 국물을 홀짝였다.

“그럭저럭. 생각보다 일이 꼬인 것 같아.”

“그래도 1차 원정에 비하면, 훨씬 양호한 거래요.”

“이번 사냥이 끝나면, 난 은퇴할 거야.”

“예?”

난 루호에게 깜짝 고백을 했다.

“왜요?”

“다른 일을 좀 해 보려고. 1위를 하는 게 전부가 아니란 걸 깨달았거든.”

“아쉽네요.”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적어도 헌한발이었던 팀원들은 대부분 자기 자리를 잘 잡았으니까, 이젠 내가 없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난 나무젓가락으로 라면 한 젓가락 집어서 입에 넣었다.

“그냥 백수로 지내시려고요?”

“글쎄……?”

“헌터 육성이나 스카웃은 어떠세요? 의외로 잘하실 것 같은데요?”

“헤드헌팅 같은 거?”

“네.”

“흐음.”

그것도 나쁘지 않네.

난 복잡한 심정으로 컵라면을 뒤적거렸다.

“손평화 씨하고는 잘 돼 가세요?”

“요즘엔 잘 안 만나. 그럴 여유가 없었어.”

뭔가 어색한 분위기.

루호는 헛기침을 하더니, 열심히 라면을 먹었다.

“후루룩, 후루룩.”

크리스티나 위에선 라면 먹는 소리만 들렸다.

다음날.

원정대는 크리스티나를 타고 구체가 도망친 흔적을 따라 전진했다.

구체의 거대한 덩치와 무게 때문에 바닥에는 긴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힘들이지 않고 구체를 쫓을 수 있었다.

“고고고!”

응?

크리스티나가 천천히 속도를 낮췄다.

원정대 앞에는 구체 대신 다른 괴물이 버티고 있었다.

두껍지만 짧은 두 다리.

기다란 몸통.

몸통과 거의 일체화된 머리.

머리 옆에 달린 어깨로부터 다리까지 내려오는 두 팔.

무슨 기묘한 석상 같이 생긴 외형이었다. 다만 색깔은 구체와 같은 흰색이었다.

“해라야, 일단 정지.”

“알았어.”

괴물은 가만히 서 있었다.

녀석의 두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저게 우리를 보는 것인지, 아님 그냥 앞을 보는 것인지, 아니면 눈만 뜨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누구 저 괴물에 대해 아시는 분 있나요?”

―없어.

신진부가 단호히 대답했다. 그 외엔 대답조차 없었다.

“어떻게 하지? 돌아서 갈까?”

변해라가 다급하게 물었다.

난 일단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쿵쿵.

크리스티나는 조심하면서 괴물의 옆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그 순간, 괴물이 짧은 다리로 후다닥 움직여 다시 크리스티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뭐지?”

변해라는 크리스티나를 움직여 계속 괴물을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괴물은 크리스티나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아무래도 쓰러뜨려야 할 것 같은데요?

크리스티나의 등 맨 앞에 타고 있는 루호가 말을 걸어왔다.

다른 조장들도 저마다 한 마디씩 말했다.

―색깔도 그렇고, 너무 인위적인 움직임이야.

―구체와 관련이 되어 있는 거겠지?

―흥미로워. 정보 수집을 위해서라도 싸우는 게 좋겠어.

―손실된 수는 구더기 인간들로 보충할 수 있어.

결국 싸우기로 결정.

난 변해라에게 외쳤다.

“돌진시켜!”

“알았어!”

“다들 사격 준비!”

난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그리고 핸드캐논에 탄환을 장전한 후 괴물에게 겨눴다.

쿵!

두 괴물이 충돌.

난 무전기에 대고 호령했다.

“발사!”

수많은 탄환과 광탄이 괴물에게로 날아갔다.

괴물은 크리스티나에게 치여 뒤로 쓰러지는 와중에 무수한 공격을 받자, 입을 쩍 벌리며 고함을 질렀다.

“가가가!”

괴물은 긴 양팔로 지면을 디디며 중심을 잡았다. 그러고 나서 몸을 일으켜 왼쪽 팔로 크리스티나 위 원정대를 내리쳤다.

“고고고!”

크리스티나는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변해라는 H력을 좀 더 뿜어내어 구더기 인간들을 불러냈다.

“가즈아!”

원정대는 구더기 인간들을 앞세우며 괴물에게 뛰어들었다.

구더기 인간들이 먼저 괴물에게 매달리면, 헌터들은 그것을 발판 삼아 더 높이 올라가는 형식이었다.

난 양팔에 검기를 모으며 구더기 인간들을 밟아 괴물의 정수리 위로 뛰어올랐다.

“훕!”

날 포함해 20여 명의 헌터가 괴물의 머리 위에 착지.

다들 H력을 끌어올리며 공격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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