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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236화 (236/250)

236.

236.

킹리자드. 녀석의 전신은 성한 곳이 없었다. 부상 정도가 아니라 훼손 수준. 전신이 부러지고, 깎이고, 뒤틀려 있었다.

“쿠……오오……오…….”

킹리자드는 밖으로 나오기 위해 자신의 몸이 망가지든 말든 신경 안 쓰고 그저 부딪쳤던 것이다.

몸을 사리지 않고 날린 공격은 평소보다 훨씬 강력한 법. 모두 녀석이 그렇게까지 할 줄 몰랐고, 녀석에게 그 정도 힘이 있을 줄은 더욱 몰랐다.

킹리자드의 근육과 뼈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 형체가 뭉개졌다. 녀석은 마치 슬라임처럼 액체와 고체 중간 상태가 되더니, 다시 형체가 바뀌었다.

“막아! 재생하고 있어!”

다들 무광탄을 쏘면서 킹리자드를 저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녀석은 무광탄이 폭발하는 와중에도 몸을 재생성하면서 착실히 새로운 형태를 갖춰 나갔다.

“젠장!”

킹리자드의 비늘, 근육, 내장, 그 밖의 조직들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뼈에 들러붙었다.

마치 도마뱀의 뼈다귀가 스켈레톤이 된 것 같은 형상이었다. 마지막으로 눈알이 녹으며 그 자리에 푸른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쿠오오오!”

해골이 입을 쩍 벌리고 울부짖었다. 그러자 우리가 던진 무광탄들이 녀석의 입에서 나온 초음파에 부딪쳐 모두 터지고 말았다.

“크악!”

뼈만 남은 킹리자드는 덩치가 1m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러나 괴기스럽게 변한 외형에서 뿜어져 나오는 박력은 줄어든 덩치를 만회하고도 남았다.

“쿠오오오!”

킹리자드는 천천히 우리에게 걸어왔다. 우리는 쉴 새 없이 광탄과 무광탄을 쐈지만, 녀석의 몸에 닿기 전에 전부 폭발했다.

“그렇다면……!”

제갈신과 갈리가 앞으로 나섰다. 두 사람은 능력발현을 동시에 써서 킹리자드의 움직임을 묶으려 했다.

“제갈검법 일장!”

“킥킥킥!”

두 사람의 속박이 킹리자드를 덮쳤다. 천천히 걷던 녀석의 발이 순간, 움찔거리며 멈췄다.

“오오!”

다들 감탄사를 내뱉으며, 존경을 담아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짧았다.

“쿠오오오…….”

딱 10초.

킹리자드가 멈춰 섰던 것은 겨우 10초뿐이었다.

킹리자드는 다시 발걸음을 떼면서 걸어왔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다시 속박을 걸기 전에 스르르 사라졌다.

“사라졌어?”

모습은 사라졌지만, 기척은 느낄 수 있었다. 녀석은 아직 그 자리에 있는 게 분명했다.

슉슉. 바람 소리 같은 게 들렸다. 그리고 제갈신과 갈리의 복부가 터지면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제갈신!”

“갈리!”

김두와 이준이 두 사람을 부르며 달려갔다.

두 사람이 쓰러지고, 두 사람 옆에서 킹리자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식!”

김두와 이준은 H력을 뿜어내며 능력발현을 통해 신체를 강화시켰다. 그리고 무투파답게 주먹을 지르며 킹리자드에게 덤벼들었다.

“쿠오오오…….”

킹리자드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두 사람의 접근을 기다렸다. 그리고 두 개의 주먹이 날아드는 찰나,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양손을 움직였다.

“크아아악!”

김두의 주먹이 손목에서 절단되어 출혈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이준의 주먹은 멀쩡했지만, 위로 꺾여서 손목 관절이 탈골되고 말았다.

“크윽!”

두 사람은 팔을 뒤로 빼고, 이번엔 동시에 발차기를 날렸다. 그러자 또 모두의 시야에서 킹리자드의 모습이 사라졌다.

“뭐, 뭐지?”

불길한 예감.

“으악!”

역시나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뒤로 멀리 날아갔다.

얼마나 세게 날아가는지 발전소의 철벽을 찢고, 아예 바깥으로 사라졌다.

“젠장!”

최마군은 김두의 주먹을 주워 바깥으로 나갔다.

스르륵. 킹리자드가 다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아직도 우리와 꽤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섹, 시!”

이번엔 우태훈이 앞으로 나섰다. 그가 입고 있는 흰 천이 나풀거리며 그 안에 숨겨진 그의 근육들이 슬쩍슬쩍 보였다.

“드디어 이 몸이 주목받을 기회야! 히어로 등장!”

“우태훈, 나도 도와줄게.”

마다랑도 참전. 거기에 신진부도 거들었다. 신진부는 고개를 돌려 남주나에게 물었다.

“나도 끼지. 자넨?”

“흥! 변태가 끼어서 난 사양할게. 어차피 머릿수가 많다고 능력이 더 강해지는 것도 아니잖아? 괜히 서로 걸리적거려.”

“그렇긴 하지.”

신진부는 고개를 끄덕인 후 우태훈에게 말했다.

“내가 녀석을 잡고 있을 테니, 자네는 최대한 강력한 걸 준비해줘.”

“오케이!”

우태훈은 양팔을 위로 뻗은 채 손바닥 위로 H력을 모았다.

“후오오옷!”

“그럼 저희도 시작할까요?”

마다랑은 검지와 중지를 붙인 채 일자로 펴서 그 끝을 킹리자드에게 겨눴다.

신진부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자네 기술만 명중해도 꽤 희망이 있을 텐데……. 파괴력만큼은 전 세계에서 최고니까.”

“신진부 교수님께서 잘 잡아 주시면 되죠.”

신진부는 마다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해 보지.”

신진부, 마다랑, 우태훈 세 사람은 H력을 끌어올렸다. 셋의 주변이 강렬한 힘의 이동에 출렁이면서 땅바닥이 갈라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킹리자드는 여전히 느린 속도로 걸어오고 있었다.

“하아아앗!”

신진부는 양손에서 전기를 방출해 킹리자드를 감전시켰다. 푸른색 전격이 녀석을 휘감으며 안 그래도 느린 걸음을 더 느리게 만들었다.

“좋았어! 더 강하게!”

“저도 돕겠습니다!”

신진부의 바로 뒤로 강자기가 붙으며, 녀석의 손에서도 전기가 뿜어져 나왔다.

전격이 최고조로 거세지면서 킹리자드가 점점 새까맣게 변해 갔다.

“녀석이 타고 있어!”

“다크마이트 드릴 빔!”

마다랑의 손에서 느릿느릿 광선이 뻗어 나갔다.

다크마이트 드릴 빔은 킹리자드의 걸음보단 빠르게, 그러나 누가 봐도 환장할 정도로 느리게 나아가고 있었다.

“세에에엑, 시이이이!”

한편, 우태훈의 광탄은 빠르게 커져 가며 주변의 지형을 집어삼켰다. 2층 난간과 기둥, 천장의 일부가 거대 광탄에 닿아서 사라졌다.

한쪽은 초거대 광탄.

다른 한쪽은 다크마이트 드릴 빔.

어느 쪽이든 제대로 명중만 하면 제아무리 킹리자드라도 무사할 리 없었다.

“하아아앗!”

신진부와 강자기의 전격은 광포처럼 거대한 줄기를 이루고 있었다.

킹리자드의 주변에 철제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쿠오오오!”

킹리자드의 몸이 까맣게 타다가 갑자기 안광의 불꽃처럼 파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아니?”

신진부와 강자기는 깜짝 놀라며 전격을 멈췄다. 두 사람은 심각한 얼굴로 동시에 중얼거렸다.

“적응한 건가?”

전격이 멈추자, 킹리자드의 발걸음은 한결 빨라졌다.

녀석은 자신을 향해 곧게 뻗어 오는 다크마이트 드릴 빔을 굳이 피하지 않았다.

“오오!”

다크마이트 드릴 빔이 꼬챙이처럼 킹리자드의 이마를 꿰뚫었다. 그러나 녀석은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움직여 마다랑에게 향했다.

“어떻게 된 몸뚱이지?”

광선이 적중했음에도 킹리자드는 이마에서 머리 뒤까지 구멍이 뚫린 것 외 다른 피해는 없었다.

“우태훈 아직 멀었어?”

마다랑은 다급한 마음에 우태훈을 재촉했다. 난 만약을 대비해 양손을 모아 광포를 준비했다.

“아직, 조금만 더……!”

우태훈의 초거대 광탄은 발전소 건물의 천장 전체를 집어삼키며 끝없이 커졌다.

“쳇!”

신진부와 강자기는 전기 대신 손에서 광탄을 만들어서 1초라도 킹리자드를 저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쐈다.

“저희도 가세하죠.”

디마를 선두로 아란과 루호가 그에게 호응하며 다 함께 광탄을 쐈다.

“크윽!”

마다랑은 다크마이트 드릴 빔을 중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광탄을 쐈다.

“다들 비켜!”

우태훈이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초거대 광탄은 주변에 미세하게 뿜어내는 힘만으로 우태훈의 흰 천을 태우며 그의 알몸을 드러나게 했다.

“다들 피해!”

우태훈은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날 제외하고, 모두 그의 말에 따라 발전소 건물에서 나갔다.

“하아아앗!”

“쿠오오오!”

우태훈의 초거대 광탄이 공중에서 지상으로 가라앉듯 느릿하게 떨어졌다.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만큼 그것이 움직이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쿠오오오!”

킹리자드의 모습이 또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직후 떨어지던 초거대 광탄이 덜컹거리며 공중에서 멈췄다.

“뭐야?”

난 눈에 H력을 집중해서 광탄 아래를 자세히 살폈다.

“헉!”

보이지 않는 무언가. 뭔가가 광탄 바로 아래에서 광탄을 두들기고 있었다.

물론 그 무언가는 킹리자드일 것이다.

“하아아앗!”

난 그 무언가를 향해 광포를 발사했다. 쭉 날아간 광선에 뭔가가 치이면서 광탄이 다시 낙하했다.

“섹, 시!”

대폭발. 발전소 건물과 함께 나, 우태훈, 킹리자드가 폭발에 휩쓸렸다.

“으아아악!”

환한 빛이 강렬한 태양처럼 작렬하며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크윽!”

난 눈을 감으며 강화된 육체로 겨우 버텼다. 내 발밑은 폭발 후 바스러졌고, 우주유영처럼 몸이 붕 뜨는 게 느껴졌다.

***

“크으으윽.”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물론 지금 내 덩치가 평소보다 훨씬 불어난 상태긴 해도 너무나 힘들었다.

난 바닥에 달라붙은 것 같이 쓰러져 있었다.

주변이 초토화. 예상보다 우태훈의 광탄은 훨씬 강력했다.

“섹, 시!”

난 거슬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봤다.

구릿빛 피부에 균형 잡은 근육들, 유일하게 몸에 걸치고 있는 옷은 고무 재질의 삼각팬티.

거기에 긴 금발을 휘날리는 우태훈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꽤나 짜증이 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발전소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밖으로 피신했던 이들 중 멀쩡히 서 있는 사람도 소수였다.

“베이비, 괜찮아?”

우태훈은 뒷걸음질로 다가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난 그 손을 잡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엄청난 위력이네요.”

“후후후, 하지만 저 녀석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터프한 모양이야.”

우태훈은 고갯짓으로 앞에 있는 킹리자드를 가리켰다. 녀석은 커다란 구덩이에 몸을 웅크린 채 꿈틀대고 있었다.

“끝장을 내죠!”

난 다시 광포를 준비하고, 우태훈은 양손을 모아 무광탄을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가 끝장을 내기 전, 녀석의 머리가 움직였다.

뚝. 머리가 목과 분리되어 귀신처럼 공중으로 붕 떴다. 그리고 눈구멍에 푸른 불꽃이 번쩍이더니, 그것이 활활 타오르며 머리 전체를 집어삼켰다.

“젠장!”

우리는 한 발 늦게 광포와 무광탄을 날렸다. 그러나 우리가 날린 공격은 푸른 화염에 닿자, 소용돌이처럼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뭐야!”

나와 우태훈은 서로 쳐다보며 입을 쩍 벌렸다.

화염은 점점 불어나더니, 인간의 형상으로 변했다.

“흐흐흐.”

화염은 허리를 굽혀 우리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이게 내 마지막 생명력이야. 특별히 너희를 위해 심플하게 준비했지.”

화염은 점점 광채를 띄면서 고체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푸른 유리상처럼 변해선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이제 H력 장난은 통하지 않아.”

킹의 목소리!

우태훈은 그의 말에 더 큰 목소리로 맞받아쳤다.

“그럼 내 주먹을 받아라!”

우태훈은 펄쩍 뛰어서 주먹을 뻗었다. 그러나 킹은 그의 손을 간단히 잡고는 딱딱한 머리로 냅다 박치기를 날렸다.

“커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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