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헤드헌터 김상팔-228화 (228/250)

228.

228.

“제기랄!”

퀸은 사격을 중지. 즉각 보안실의 다른 문을 열고 나갔다.

덕분에 우리도 다친 디마를 데리고 보안실을 떠날 수 있었다.

그를 업고 달리는 와중에 사방에서 총성과 폭발음이 들렸다.

기지는 제대로 지진이 일어난 것 같이 계속해서 흔들렸다.

“다들 정신 바짝 차려!”

A는 맨 앞에 서서 우리를 이끌었다. 그의 안내 덕에 지하 1층까지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아군이다! 사격 중지!”

병사들이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디마를 넘겼다. 그렇게 디마는 들것에 실려서 기지 바깥으로 옮겨졌다.

한편 케이스는 우리에게 다음 지시 사항을 내렸다.

“여러분 중 아직 전투가 가능하신 분들은 병사들과 함께 플레잉을 토벌하고, 킹 생포에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역시나.

처음 출발했던 아홉 중 전투 지속이 가능한 사람은 나, A, R, D뿐이었다.

우리 넷은 병사들을 따라 다시 지하를 내려갔다.

“으아아악! 총에 맞았어!”

“어서 부상자를 옮겨! 어서!”

“의무병! 의무병 어디 있어?”

플레잉과 군대는 지하 기지를 무너뜨릴 기세로 맹렬하게 싸웠다.

기지의 내구도를 믿는 것인지, 아니면 내 지식이 잘못된 것인지, 양쪽은 온갖 무기를 이용해 상대를 공격했다.

“이, 이러다가 무너져서 다 함몰되면 어쩌려고 그래요?”

내 질문에 병사는 수류탄을 던지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이곳은 핵 벙커 수준의 견고함을 지니고 있어서 이 안에서 미사일을 쏴대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나도……!

난 슈트를 생성하며 돌격했다. 그리고 가장 앞에 있는 조직원을 주먹 한 방으로 때려눕힌 후 다른 녀석들이 모여 있는 곳에 뛰어들었다.

조직원들은 갑자기 자기들 사이에 내가 끼자, 당황해서 서로 총구를 겨눴다.

“쏘, 쏘지 마! 같은 편이야!”

“젠장! 이 간사한 새끼!”

세계 각국의 욕설이 이어폰을 통해 번역되어 내 귀로 들어왔다.

“공격!”

조직원들이 머뭇거리자, 그 틈을 타 병사들이 돌진했다.

“백병전이다!”

병사들은 소총을 둔기처럼 휘두르며 조직원들과 육탄전을 벌였다. A, R, D 세 사람도 그들과 함께 조직원들과 싸웠다.

“히이이익!”

조직원 하나가 권총을 뽑아 그냥 근거리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녀석은 완전히 이성을 상실했는지 적, 아군 할 것 없이 쏴댔다.

“이 자식!”

R은 능력을 발현해 권총의 사격을 몸으로 받아 냈다. 그리고 빠르게 달려들어 조직원의 손목을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끄아아악!”

완력에 의한 손목 탈골.

조직원은 눈물, 콧물을 흘리며 바닥을 뒹굴었다.

D는 하반신을 말로 바꾼 상태로 마구 날뛰었다. 그냥 말한테 채여도 치명적인데, 거기에 H력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탱크 수준이었다.

A는 아직까지도 혼자 능력을 발현하지 않으며, 그냥 능력발동으로 싸우고 있었다.

“하아아앗!”

A의 주먹에 조직원 예닐곱이 한꺼번에 날아갔다.

로얄급 세 사람이 함께 싸우니, 조직원들은 순식간에 쓰러졌다.

그나마 멀쩡한 이들도 같은 편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을 보자,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후퇴! 창고로 도망가자!”

조직원들은 완전히 밀려서 더 낮은 층으로 후퇴했다.

지하 4층.

병사들의 진격은 그곳의 거대한 출입문 앞에서 멈췄다.

―모두 대기! 지하 4층은 거대한 하나의 공간으로 되어 있다. 잠시 멈춰서 전열을 재정비한다!

케이스의 목소리가 이어폰으로 들려왔다. 우리는 모두 지하 4층의 출입문 앞에 모였다.

케이스는 우리 넷을 불러서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해 줬다.

“지하 4층은 전체가 하나의 드넓은 창고로 되어 있습니다. 유일한 출입구는 바로 앞에 있는 이 문이고요. 아마 지금 이 문 뒤엔 적들이 포진하고 있을 겁니다. 문을 여는 순간, 집중사격이 쏟아지겠죠. 그냥 밀고 들어가면 아군의 희생이 클 겁니다.”

그렇다면……?

케이스의 말에 난 R을 쳐다봤다. 그는 내가 자신을 본 이유를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와 R이 먼저 들어가서 적의 시선을 끌게요. 그 사이 D와 A가 추가로 돌격해서 싸우고, 적들이 출입구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하게 되면 그때 들어오세요.”

“그렇게 하죠! 잘 부탁드립니다.”

나와 R은 능력을 발현. 심호흡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럼 열겠습니다!”

케이스의 지시에 병사들은 살짝만 출입문을 열었다.

“와!”

한 뼘.

딱 그만큼만 열렸는데, 어마어마한 총탄이 쏟아져 나왔다.

“준비!”

케이스의 호령에 우리는 침을 한 번 크게 삼키며 달릴 준비를 했다.

출입문은 조금 더 열렸고, 우리는 그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쏟아지는 집중포화를 받으며 달렸다.

“으아아아!”

화약 냄새와 먼지, 비처럼 쏟아지는 탄환. 헬멧이 계속해서 두드려 맞으면서 시야가 흔들렸다.

마치 지독한 악몽을 꾸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플레잉은 나무 상자나 철재 같은 것으로 바리케이드를 쌓아 출입문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확실히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돌입하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물론 나와 R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우리는 총알 세례를 받으며 쭉 전진했다. 그리고 높이 점프해서 바리케이드를 뛰어넘었다.

“앗!”

부상당한 퀸 뒤로 한 남자가 서있는 게 보였다. 그는 무슨 휴양지에 온 것 같은 차림새였다.

“설마 저 사람이……?”

플레잉은 필사적으로 그 남자를 감싸며 우리의 전진을 막았다.

“멈춰라!”

붉은 옷을 입은 조직원들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전신에서 강력한 H력을 뿜어내며 자신들의 힘을 과시했다.

“그래 봐야 어차피 잭이나 퀸보단 약할 거잖아?”

왜 자랑하고 난리지?

우리 뒤로 작전대로 D와 그의 뒤에 올라탄 A가 들어왔다.

“지원군 등장이다!”

D는 A를 태운 채 힘차게 질주했다. A는 그런 그의 뒤에 탄 채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설마 지금 몸 사리는 건가?

―나 지금 몸 사리는 거 아니야!

뜨끔.

이어폰을 통해 A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능력을 쓰기 위해 집중해야 해. 그러니까 시간을 좀 벌어 줘.

오케이!

우리는 마음껏 날뛰며 플레잉을 휘저었다.

“하아아압!”

붉은 옷의 조직원들이 우리에게 덤벼들었다.

난 조직원이 던진 광탄을 손으로 쳐내고는 그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가볍게 뛰어서 그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합!”

조직원은 내 발을 잡아서 그대로 날 바닥에 패대기치려 했다. 그러나 난 녀석이 날 휘두르기 전에 광탄을 쐈다.

“크악!”

광탄이 조직원에게 날아가 폭발. 녀석은 내 발을 놓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난 몸을 회전시키며 안전하게 착지했다. 그런 다음 단숨에 녀석의 명치에 주먹을 질렀다.

“억!”

조직원 하나가 쓰러지고, 이번엔 녀석들이 사방에서 덤벼들었다.

난 시야 밖에서 날아오는 공격은 그냥 슈트의 방어력으로 버티며, 차근차근 한 명씩 두들겨 팼다.

“크아아악!”

난 광탄과 주먹을 교대로 쓰면서 마음껏 날뛰었다.

조직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차례차례 쓰러졌다.

난 이어폰으로 케이스에게 말했다.

“돌격하세요!”

―알겠습니다.

출입문이 활짝 열리며, 병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플레잉은 우리에게 정신이 팔려 병사들의 진입을 전혀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다 죽여 버려!”

양측이 또 한 바탕 얽히기 직전, 퀸이 높이 뛰어서 병사들 사이에 착지했다.

“으아아악!”

퀸의 바람에 병사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이러면 작전이……!”

우리 넷은 재빨리 퀸에게 달려갔다.

“가소로운 녀석들!”

퀸은 바람을 휘몰아치며 우리의 접근을 방해했다. 나와 R은 그것으로 발이 묶여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흥! 같은 수법에 또 당할 것 같으냐!”

D. 그는 말의 몸통인 하반신의 네 다리로 무릎을 꿇더니, 기어서 전진하기 시작했다.

“쳇!”

퀸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순순히 D의 접근을 허용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동시에 여러 바람을 다룰 순 없는 모양이었다.

D는 퀸의 바로 앞까지 도착. 그리고 뒷다리를 펴면서 하체를 꼿꼿이 세웠다.

“받아라!”

앞다리로 찍기 공격.

퀸은 모든 바람을 거두고, D에게 손을 뻗었다.

“하아아앗!”

“으아아악!”

D는 강풍에 휩쓸려 천장까지 솟구쳤다. 당연히 그의 하반신에 타고 있던 A도 함께 날아갔다.

“A! 아직 멀었냐?”

D는 날아가면서 큰소리로 A에게 물었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A는 D에서 뛰어내려 홀로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담담히 H력을 모으며 뒤로 물러났다.

“퀸, 물러서라.”

무거운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창고 안에 있는 모두에게 전해졌다.

그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중압감에 다들 행동을 멈추고 퀸을 바라봤다.

“킹!”

퀸은 얼어붙은 듯 멈추며, 안쪽을 쳐다봤다.

킹.

하와이 셔츠와 흰색 반바지를 입은 중년 남성이 사뿐사뿐 걸어서 그녀의 옆에 섰다.

“다들 멈춰. 이건 명령이다.”

킹의 선언에 조직원들이 일제히 무기를 내려놓고 전투를 중단했다.

“날 잡으러 온 거지? 어서 잡아 봐. 도망치지 않을 테니…….”

사실상 투항 행위. 그러나 킹에겐 그만 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날 쳐다보며 말했다.

“본부에서 선발된 너희의 활약은 감시 카메라로 전부 보고 있었다. 아주 흥미로웠어. 너희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인재들, 아마 이게 현 인류의 정점이겠지?”

현……인류?

“보통 기술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하기 마련이지.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의 본질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결국 제자리걸음인 모양이다.”

킹은 H력을 뿜어내지 않았다. 그의 몸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아지랑이조차 피어오르지 않았다.

“후후.”

킹이 한 걸음 떼자,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뭐지?”

다들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으악!”

첫 번째 비명 소리.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잘린 퀸의 목이 있었다.

“뭐, 뭐지?”

꿀꺽 침을 삼키며 퀸의 머리를 쳐다봤다.

그녀의 표정에서 목과 머리가 분리될 때의 심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으악!”

두 번째 비명 소리.

이번엔 우리 편이 낸 것이었다.

“서, 설마……!”

고개를 돌리니, 이번엔 케이스가 목이 잘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군 지휘관의 죽음. 그것은 곧 혼란으로 이어졌다.

“으아아악! 다 죽이겠어!”

“정지! 정지! 진정해!”

“공격! 다 죽여라! 하하하!”

병사들은 항복한 플레잉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가만히 있던 조직원들도 마구 날뛰며 양측은 한데 뒤엉켰다.

“초고속 이동?”

장마리나 주아란 수준이 아니다. 음속 그 이상, 킹은 사람들 사이를 이동하면서 계속 목을 베고 있었다.

마치 축제의 폭죽처럼 잘린 머리와 목에서 뿜어진 피가 위로 솟구쳤다.

“너, 너무 빨라.”

난 킹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았지만, 눈으로 따라잡을 수조차 없었다.

그 와중에 A가 힘차게 외쳤다.

“엎드려!”

나와 R, D는 그 소리에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리고 곧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으아아아!”

폭발과 함께 귀에 낀 이어폰에서 엄청난 고주파 음이 들렸다.

난 신경질적으로 이어폰을 뺐다.

“엥?”

이어폰은 스파크를 일으키며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고장 난 것 같았다.

난 이어폰을 바닥에 버리고, 주변을 살폈다.

“와!”

깨끗이 정리.

군대고, 플레잉이고 할 것 없이 모두 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대단한데?”

심지어 킹도 내 앞에 기절해 있었다.

그의 손에 칼이 들린 것으로 봐선 아마 A가 조금만 늦었어도 다음으로 목이 잘린 사람은 내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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