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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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캥거루는 스텝을 밟으려고 발을 움직였지만, 그 순간 발바닥이 모래에 찰싹 달라붙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거기에 모래가 발을 타고 다리를 올라 강강캥거루의 전신을 뒤덮으면서 순식간에 괴물을 옴짝달싹 못하게 죄었다.
“끝이다!”
말하는 모래가 꽉 괴물을 움켜쥐자, 뼈와 뼈가 갈리는 소리가 나면서 모래가 피로 축축하게 젖었다.
실로 허무한 결착이었다.
“사냥 종료!”
유리 돔이 올라가고, 이서현이 후다닥 달려와 완전히 뭉개진 강강캥거루를 가리켰다.
“정말 대단합니다! 혼자서 5급의 괴물을 10분도 아닌 2분 만에 격파! 적지형, 그야말로 완전 부활입니다!”
적지형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당당하게 외쳤다.
“헌한발은 내가 쳐부순다!”
좋다고 떠드네.
“와아아아!”
관객은 적지형의 도발적인 발언에 함성으로 답했다. 몰락 전에는 한 인기 하던 녀석이었다.
이렇게 점수는 1대1 동점.
이서현은 세 번째 시합 방식을 정하기 위해 룰렛을 돌렸다.
“하나, 둘, 셋!”
[4대4 배틀로얄]
우리로선 가장 껄끄러운 방식이 나왔다.
“세 번째 시합은 4대4 배틀로얄로 정해졌습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제한 시간 60분 동안 양 팀 4명씩 총 8명의 선수가 유리 돔 안에서 싸웁니다. 시간 초과 후 가장 많은 숫자가 남은 팀이 승리합니다.”
난 고민에 빠졌다.
4라는 숫자를 볼 때 당연히 불타는 고구마가 제격이지만, 이미 한 번 전력이 노출된 녀석들에게 중요한 세 번째 경기를 맡겨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차라리 나눌까?
“형님! 한 번 더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4대4는 저희를 위한 숫자입니다!”
오박은 두 번째 시합의 승리로 자신감을 얻었는지 말투에 잔뜩 자신감이 붙어 있었다.
“글쎄……?”
애매하다.
특히 오박 때문에……!
“팀장님, 한 번 믿고 기회를 주세요. 제 생각엔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유정도 오박을 거들며 말했다. 그녀까지 그렇게 말하니, 솔깃하게 느껴졌다.
“그럼, 그럴까요?”
“걱정 마십시오.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불타는 고구마 넷은 H력을 뿜어내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럼 좋아. 너무 무리하진 마. 죽으면 안 돼. 알았지?”
유정과 노건을 내보내고 싶었지만, 다시 한 번 이 넷을 내보내기로 했다.
이서현은 그들이 다시 나오자, 이번엔 한 사람씩 관객에게 소개해 줬다.
“신예, 불타는 고구마! 오른쪽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소개는 간단 명료.
“리더인 대머리 오박, 팀 최강의 공격력을 지닌 김미수, 강렬한 화력을 지닌 아미니와 아미리 자매!”
오박만 그냥 대머리로 소개한 게 참 서글프다. 대머리를 차별하는 나쁜 지부장이다.
불타는 고구마에 맞서서 헌한발이 내보낸 선수는 아는 얼굴 반, 모르는 얼굴 반이었다.
“헌터 랭킹 24위, 최일봉! 27위, 진하민! 그리고 이씨 형제인 이십과 이팔!”
아이고, 상대가……엄청나잖아!
이십과 이팔도 물론 강하지만, 최일봉과 진하민의 랭킹은 2군 바로 아래.
이서현은 필드 한가운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양쪽 선수 모두 필드에 서 주십시오.”
네 명씩 여덟이 각각 한쪽에 서고, 정사각형 필드보다 더 큰 유리 돔이 그 위에 씌워졌다.
이서현은 유리 돔 바깥에서 힘차게 외쳤다.
“그럼 시작!”
불타는 고구마는 아까와 같은 전략. 오박이 거대한 양팔로 필드 가운데에 장벽을 쳤다.
“가즈아!”
오박의 외침을 따라 세 사람이 그의 거대한 팔 위에 섰다.
“흥! 팔로 필드 공간을 줄인 뒤, 우릴 가둬 놓고 처리하겠다?”
최일봉은 콧방귀를 뀌면서 양손바닥을 딱 마주하면서 합장 자세를 취했다.
“합!”
그가 기합을 한 번 지르자, 양손바닥 사이에 H력이 모이면서 환한 빛을 뿜어냈다.
“H검!”
최일봉의 손바닥이 서로 떨어지자, 그 사이에서 검의 형상이 생성됐다.
그는 완성된 검을 손에 쥐고, 가볍게 휘둘러 오박의 팔을 벴다.
튼튼한 장벽처럼 보였던 팔의 피부가 써걱 베이며 피가 흘러내렸다.
“으아아악!”
오박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팔을 원래 크기로 줄였다.
“오빠!”
불타는 고구마의 다른 셋이 각자의 능력을 발동하며 복수심에 최일봉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에게 도달하려는 그들을 다른 선수들이 가로막았다.
“하앗!”
이십의 분신. 수십 개의 미끼가 장벽처럼 불타는 고구마를 둘러쌌다.
“비켜!”
아미니와 아미리는 손을 맞잡고 능력을 발현했다.
두 사람의 손에서 나온 번개와 화염이 미친 듯이 필드를 가로지르며 이십의 분신을 빠르게 전멸시켰다.
이십은 뭔가를 해 보기도 전에 자신의 분신들과 함께 검게 타 버렸다.
“크아아악!”
무기력하게 재가 된 분신들과 달리 본체는 그래도 화상을 입은 정도에서 기절.
“쓸모없는 녀석!”
진하민은 쓰러진 이십을 들어서 냅다 필드 장외로 던졌다.
“입 닥쳐!”
이팔이 발끈해서 그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진하민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이팔에게 말했다.
“쓸모가 없어서 쓸모없다고 한 거야! 너도 마찬가지고!”
진하민의 말에 이팔은 어금니를 씹으며 양손에 부메랑을 만들어 던졌다.
“하앗!”
이팔이 던진 부메랑이 필드를 가로질러 무방비가 된 오박에게 명중했다.
고통에 신음하던 오박은 부메랑에 맞아 허무하게 필드에서 떨어졌다.
“감히 오박 오빠를?”
세 사람은 분노로 가득 차 이팔을 향해 달려들려 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진하민이 가로막았다.
“어딜 가시나?”
같은 얼굴이 셋.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세 사람 앞에 똑같은 얼굴로 똑같이 웃고 있는 세 명의 진하민이 있었다.
“방해하지 마!”
쌍둥이는 손에서 화염과 번개를 내뿜어 단숨에 진하민 둘을 태워 버렸다.
그러나 둘이 사라지기 무섭게 하나 남은 진하민의 몸에서 새로운 개체 둘이 튀어나왔다.
“무슨 플라나리아야?”
분신이 아닌가?
김미수는 어이가 없었는지 진하민의 멱살을 잡고, 손으로 그의 머리를 힘껏 움켜쥐었다.
“크아아악!”
그녀에게 잡힌 진하민의 머리는 재가 되더니, 몸 전체가 스르르 사라졌다.
그러자 또 둘 남은 진하민의 개체에서 새로운 개체가 튀어나왔다.
분신이 아니라 셋 다 진짜.
즉, 분열 능력.
아무래도 분열할 수 있는 숫자는 셋까지인가 보다.
진하민들은 씩 웃으며 불타는 고구마 셋에게 덤벼들었다.
“쳇!”
김미수, 아미니, 아미리는 빠르게 공격해 오는 진하민을 상대로 바쁘게 움직였다.
셋으로 불어났음에도 그의 움직임은 상당히 민첩했다.
“꺼져!”
김미수는 자신 앞의 지하민을 그냥 지나쳐서 최일봉을 노렸다.
“핑거!”
최일봉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면서 H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검도 진하민처럼 그녀의 손에 스르르 재가 되어 휘날렸다.
“이럴 수가!”
최일봉은 반 토막이 난 검을 보면서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정신을 잃을 틈 따윈 없기에 잘린 면에 손바닥을 대고 다시 검을 만들었다.
“죽어라!”
최일봉은 김미수의 손바닥을 피해 자세를 낮춰 검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찔렀다.
“하앗!”
김미수는 자신의 허벅지가 찔린 와중에 기어이 H검을 손바닥으로 잡아서 재로 만들었다. 그리고 최일봉이 다시 검을 만들 틈을 주지 않고 그에게 돌진했다.
“에잇!”
최일봉은 뒷걸음질로 피하고, 김미수는 계속해서 그를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 그러나 계속 움직이던 두 사람의 발걸음은 필드 가장자리에서 멈추고 말았다.
“이제 장외야!”
김미수는 확인 사살을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이 최일봉에게 닿으려는 순간, 이팔의 부메랑이 날아왔다.
“쳇!”
김미수는 아쉽게 물러나면서 이팔의 부메랑을 피했다.
한편, 아미니와 아미리는 자신들을 막아선 지하민의 개체를 처리하고, 남은 하나가 또 분열하려는 것을 막는 중이었다.
“분열하지 마!”
두 사람의 손에서 나온 불꽃과 전격이 빠르게 지하민을 휘감았다.
그는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면서도 기어이 분열을 계속했다. 그러나 계속 셋을 유지하던 것과 달리 겨우겨우 하나를 만들었다.
혼자가 된 지하민은 완전히 불에 탄 자신의 개체들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아주 둘이서 작살을 냈는데? 너희 능력은 아주 귀중해. 왜 그런 능력을 이런 쓰레기 같은 팀에서 썩히지? 헌한발로 와. 어때?”
쌍둥이는 손에서 능력을 발사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하하!”
지하민은 뒤로 펄쩍 뛰면서 양손으로 광탄을 만들어 던졌다.
광탄은 화염과 전격을 스치듯 피하며 날아가 각각 쌍둥이의 얼굴에 명중했다.
“멍청이들.”
지하민은 필드 가장자리에 서서 여유롭게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그가 또 광탄을 만들려는 그때, 김미수가 옆에서 달려와 그의 복부를 걷어찼다.
“뭐, 뭐야?”
기습 성공.
지하민은 뒤로 엎어지면서 장외로 떨어졌다.
“좋았어.”
김미수는 쌍둥이 옆으로 갔다. 그리고 함께 힘을 합쳐 최일봉, 이팔에 맞섰다.
최일봉은 다급한 목소리로 이팔에게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겠지? 우리 헌한발의 명예에 먹칠하면 너희 형제들은 퇴출이야!”
우리, 헌한발……?
이팔은 비굴한 표정으로 양손에 부메랑을 만들었다. 그리고 불타는 고구마에 마구잡이로 던졌다.
“와다다다!”
만들어 내고, 던지고, 또 만들어 내고, 던지고.
부메랑들은 어지럽게 날아다니며 팀원들을 노렸다.
엄청난 물량 앞에서 김미수와 쌍둥이는 부메랑을 없애는 데 급급했다.
“지금이다!”
최일봉은 세 사람이 부메랑에 정신이 팔린 사이, 필드 가장자리를 빙 둘러서 쌍둥이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검으로 아미니의 옆구리를 찔렀다.
“꺄악!”
아미니는 옆구리를 잡으며 옆으로 쓰러졌다. 그녀의 옆구리에서 피가 콸콸 쏟아졌다.
“미니야!”
아미리는 쓰러진 아미니를 끌어안으며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
김미수는 최일봉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는 이미 멀찍이 물러선 뒤였다.
“하하하!”
최일봉은 부메랑 사이사이를 뛰어다니며 자신의 모습을 완벽하게 숨기고 있었다.
내 눈엔 그 모습이 보이지만, 웬만한 동체 시력으로는 그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다.
이건 최일봉의 실력보다는 이팔의 현란한 부메랑 실력 덕이 더 컸다.
“하아아앗!”
쌍둥이는 서로 손을 맞잡을 때만 능력이 발현된다.
즉, 한 명이 부상을 입게 된 순간 둘 다 싸울 수 없게 된 것과 같다.
“미리야, 미니 데리고 필드에서 나가.”
김미수는 양손에서 H력을 뿜어내며 두 사람 앞에서 날아드는 부메랑을 막았다.
“크윽!”
그녀의 손이 아무리 부메랑을 재로 만들어도 손바닥, 피부에 닿을 때 전해지는 충격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소모전으로 갈수록 김미수의 손바닥은 점점 파이며 피와 살이 짓이겨졌다.
“빈틈이다!”
최일봉은 펄쩍 뛰어서 정면 위쪽에서 김미수를 덮쳤다.
그의 검 끝이 김미수의 어깨를 찌르고, 그로 인해 김미수가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이제 끝……!”
최일봉이 김미수의 어깨에서 검을 뽑기 직전, 김미수의 손이 먼저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케엑!”
“처음부터……이럴 생각이었거든? 목 잘리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
김미수의 능력을 그대로 봐 온 최일봉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순순히 항복하며 그녀의 손아귀에 의해 필드 바깥으로 던져졌다.
남은 사람은 김미수와 이팔.
지금까지의 싸움으로 볼 때 상성상 김미수가 불리하다.
“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