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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215화 (215/250)

215.

215.

난 다시 슈트를 착용. 너무 거센 바람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다들 조심해요!”

이어폰에 대고 외쳤지만 ‘지지직’거리는 소음뿐, 되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연결된 감각을 통해 정신에 직접 말을 걸려고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너무 강한 풍압에 전신이 짓눌렸다.

폭발, 폭발, 폭발.

난 연달아 떨어진 미사일의 폭발에 정신을 잃었다. 정신력만으로 버티기엔 너무나 가혹한 충격이었다.

***

정신을 차렸을 때 병원 침대……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현실은 우리의 기대를 배신하고 잔인한 광경을 보여 준다.

쓰러진 팀원들.

화염과 강풍으로 인해 황무지로 변한 늪지대.

강렬한 열풍에 지면은 바짝 말라 사막처럼 변해 있었다.

난 몸을 일으켰다. 그냥 누워만 있을 땐 몰랐는데, 내 위로 완전히 흙이 덮여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난 풀풀 풍기는 흙먼지를 헤치며 팀원들에게 다가갔다. 그러다가 우리들 뒤에 쓰러진 무지개히드라를 발견했다.

“헉!”

언제 여기까지 왔지? 분명 한참 멀리 도망쳤는데?

히드라는 까맣게 탄 채로 조금씩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포격에다가 미사일까지 맞았는데, 아직도 살아서 쫓아왔어?”

왠지 이 녀석을 보고 있으니, 플레잉이 하이브리드를 제대로 낭비했단 생각이 든다.

“10급이면 역시 다르구나.”

가만히 보고 있으니, 히드라의 꿈틀거림이 점점 커지는 게 보였다.

“설마 살아나는 거야?”

난 남은 H력을 오른팔과 왼손에 모았다. 그리고 오른팔로는 검기, 왼손으로는 시한 무광탄을 만들었다.

“하아아압!”

히드라의 머리 하나가 다시 똑바로 서서 날 내려다봤다.

비록 두 눈은 까맣게 타 버렸지만, 잿빛 혀를 날름거리며 내 위치를 찾는 것 같았다.

“오냐, 잘하고 있어. 계속 그렇게만 해!”

히드라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입을 쩍 하고 크게 벌렸다. 그리고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조금만, 조금만 더……!”

엥?

검기와 시한 무광탄이 완성되어 가는 와중에 하늘 저편에서 뭔가 또 날아오는 게 보였다.

“뭐야, 저건 설마……?”

미, 사, 일?

미사일이 또 날아오고 있었다.

히드라가 우릴 따라 원래 위치에서 벗어났음에도 여기에 정확히 미사일을 쐈다는 것은 쏘기 전에 정찰기를 또 띄워서 확인했단 뜻.

“우리가 있는 걸 알면서도……?”

살짝 톰의 진의가 의심스러웠다.

“에잇!”

난 미완성된 검기를 미사일을 향해 날렸다.

날카롭게 날아간 검기는 미사일을 두 동강 내면서 공중에서 큰 폭발을 일으켰다.

“하아아앗!”

공중에서 풍압이 내려와 지면을 휩쓸기 직전, 난 시한 무광탄을 히드라의 입안으로 쏙 던졌다.

“으아아악!”

또 후폭풍. 전신이 종잇장처럼 바람에 휘날렸다.

난 시한 무광탄의 이중 폭발에 히드라의 머리가 터지는 것을 보면서 하늘로 떠올랐다.

“다른 팀원들은……?”

한 번 더 정신을 통해 직접 팀원들을 살폈다. 그러나 전원 정신을 잃었단 사실을 확인할 뿐이었다.

“젠장!”

“피니이이익스!”

그때 피닉스가 쏜살같이 날아와 날 채갔다. 어찌나 빠른지 발에 잡히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녀석의 발톱에 잡힌 것을 깨달을 정도였다.

“엥?”

난 축 늘어진 채 하늘을 날았다.

“어, 어떻게 된 거지?”

변해라가 조종하고 있는 건가?

“해라야? 해라야! 변해라!”

아무리 불러도 변해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난 영문을 모른 채 피닉스에게 잡혀서 사냥 구역의 출입구 쪽으로 옮겨졌다.

거기엔 톰이 기갑 부대와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톰! 여기에요!”

난 손을 흔들며 군인들을 불렀다. 그러자 장갑차, 자주포, 미사일 차량이 이쪽으로 조준하기 시작했다.

“쏘, 쏘지 마! 아군이야! 쏘지 마!”

난 있는 힘껏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러나 저들 입장에선 10급 괴물이 다짜고짜 다가오니, 당황스러울 것이었다.

“와……!”

결국 모든 화력이 피닉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 중엔 무지개히드라를 태웠던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도 있었다.

“피이이이닉스!”

피닉스는 입에서 불덩이를 내뿜었다. 그것은 대포알처럼 빠르게 날아가 미사일을 맞췄다.

미사일이 공중에서 터지며 또 한 번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덕분에 다른 자잘한 포격과 포탄은 그 위력에 휘말려 그냥 소멸하고 말았다.

피닉스는 불덩이를 쏘면서 전진했다.

“젠장, 후퇴!”

톰과 군인들은 피닉스가 점점 가까워지자, 도망치려고 했다.

“톰! 저예요! 김상팔!”

내 외침에 톰은 걸음을 멈추고 날 발견했다.

“정지! 아군이다!”

피닉스는 그들 앞에 내려앉자 날 놓아줬다. 그리고 몸을 옆으로 기울여 기절한 팀원들을 떨어뜨렸다.

“아니!”

난 팀원들에게 달려가 그들을 흔들어 깨웠다.

다들 만신창이. 그러나 다행히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으으으윽!”

한두 사람씩 깨어나고, 난 톰에게 다가갔다.

“작전은 성공한 거죠?”

“그런 모양이군.”

톰은 주머니에서 권총을 뽑아서 날 겨눴다.

“엥?”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 당기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난 허리를 돌렸다.

“으악!”

총알이 옆구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난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이, 이게 무슨 짓이지?”

“흥!”

톰은 내 코앞까지 걸어와 내 이마에 총구를 가져다 댔다.

팀원들은 톰을 보며 경악했다.

“꼼짝 마!”

톰의 호령에 군인들이 돌격소총을 빼들어 우리를 겨눴다.

“움직이면 벌집으로 만들어 주마.”

“너희는 정체가 뭐야?”

난 이를 갈면서 톰에게 물었다.

“후후후. 김상팔, 아주 잘해 줬다. 덕분에 무지개히드라도 해치우고, 피닉스까지 손에 넣게 생겼군.”

“설마 우리 때문에 이 모든 일을 벌인 거야?”

“그럴 리가……!”

톰은 권총 손잡이로 내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너 따위 때문에 우리가 10급씩이나 되는 괴물들을 건드릴 것 같아? 이건 원래 임무였어. 넌 그냥 예측 못한 덤이고…….”

“무지개히드라를 노린 이유는?”

“그야 녀석 보금자리 밑에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거든. 그걸 아는 건 우리뿐이고 말이야. 아는 녀석은 전부 땅속에 묻어 줬지.”

“우리도 그럴 건가?”

“아니. 너희는 뼛조각도 못 찾도록 해 줄 생각이야. 이봐!”

톰의 부하들이 우리를 한곳에 모았다. 그러나 그것을 본 피닉스가 날개를 퍼덕이며 날뛰었다.

“피닉, 피니이익스!”

“젠장!”

톰은 겁을 먹고 후다닥 장갑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스피커를 통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냥 죽여! 피닉스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포구와 총구가 피닉스를 조준. 일제사격으로 피닉스가 먼지구름에 휩싸였다.

“피닉스, 날아!”

변해라의 명령에도 피닉스는 가만히 서서 공격을 맞기만 했다.

녀석은 고통에 울부짖으며 땅 위에 쓰러졌다. 그리고 조금씩 불꽃이 꺼져 가면서 식어 갔다.

“피닉스!”

호규는 피닉스에게 다가가려는 변해라를 필사적으로 말렸다.

“우리도 몸을 피하자.”

우리는 플레잉이 피닉스에게 정신이 팔린 틈을 타 도망쳤다.

“튀어!”

곧 피닉스의 숨통이 끊어졌고, 녀석들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쏠렸다.

“저기 헌한발이 도망친다! 쏴라!”

톰과 부하들은 갖가지 병기들로 우리를 노렸다.

“숙여!”

우리는 몸을 낮춘 채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쳤다. 당연히 얼마 가지 못해 플레잉에게 따라잡혔고, 금방이라도 폭격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우리는 망연자실해서 플레잉을 바라봤다.

―참 끈질기게도 버텼다. 하지만 이젠 끝이다. 잘 가라, 헌한발!

톰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졌다.

“어휴, 분해!”

변해라는 이를 갈면서 날뛰었다. 그녀는 분한 마음에 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야, 이 애미 애비……!”

갑작스런 변해라의 패드립에 우리는 모두 죽음의 위기란 사실도 잊은 채 충격에 빠졌다.

“해, 해라야. 지금 욕이나 할 때가 아니야.”

호규가 변해라를 말리려 하자, 그녀는 오히려 더 큰소리로 반박했다.

“어차피 죽을 건데 뭐 어때?”

변해라는 홀로 투지를 불태우며 맨 앞에 섰다. 그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싸우자! 덤벼!”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

다들 H력을 뿜어내며 최후의 발악을 준비했다.

―좋다. 소원대로 해 주마. 발사!

톰의 외침. 그와 동시에 기갑부대는 화염 속에 휩싸였다.

“엥?”

거대한 불길은 순식간에 장갑차와 자주포 등을 감싸며 연속으로 폭발을 일으켰다.

“뭐지?”

난 플레잉 뒤에 뭔가 형체 같은 게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날개를 활짝 펼친 새였다.

“피니이이익스!”

“피닉스?”

피닉스는 순식간에 기갑 부대를 정리한 후 하늘로 훨훨 날아올랐다.

“부활한 건가?”

죽어도 다시 되살아나는 피닉스의 전설. 우리는 그 사실을 눈으로 직접 보고 있었다.

피닉스는 훨훨 날아오르더니, 아예 이 일대를 다 태워 버릴 기세로 불을 내뿜었다.

죽었다가 살아나서 그런지 우리 쪽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내려와! 다시 조련해 줄 테니까……! 이 새 대가리야!”

변해라는 바로 코앞까지 거센 불길이 몰아치는데도 당장 피닉스를 조련하기 위해 혈안이었다.

군인으로 잠입하기 위해서인지 톰과 그 부하들은 모두 비능력자, 일반인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피닉스의 불길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단 한순간 전멸하고 말았다.

“형, 일단 후퇴해요! 플레잉도 죄다 불에 타 버렸고, 이러다가 저희까지 죽겠어요!”

루호의 말에 우리는 또다시 전의를 상실하고 죽어라 달렸다.

“왠지 이번 사냥은 완전 동네북 신세네. 에휴!”

피닉스는 도망치는 우리를 무시하고, 아직 덜 탄 기갑차량을 파괴하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우리는 사냥 구역 정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헉, 헉. 겨우 살았네.”

다들 전신이 땀으로 젖은 채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동안 수 없이 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이번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다들 정말 고생 많았어요.”

설마 끝난 줄 알았던 플레잉을 또 만날 줄이야!

난 휴대전화를 꺼내 이서현에게 전화를 했다.

내게서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우리 이상으로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어쨌든 우리의 기념비적인 첫 원정 사냥은 개판이 되며 마무리됐다.

놀랍게도 협회 본부는 우리가 보고한 다이아몬드 광산에 대한 소식을 듣고 매우 흡족해하며 보수에다가 보너스까지 얹어 주었다.

어쨌든 이 일로 인해 플레잉이 아예 전격적으로 우릴 노리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됐다.

설마하니, 협회 본부의 특수 부대까지 건드릴 줄이야……꿈에도 몰랐다.

“앞으로는 더욱 조심해야겠어.”

그나마 이번 사냥을 통해 변해라의 조련 능력 향상이라는 큰 수확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그녀의 아버지인 변태신 아저씨에게 듣기론 능력이 소폭 향상된 것은 맞으나, 피닉스를 조련한 것은 우연이었다고 한다.

그 뒤 변해라는 다시 한 번 피닉스를 조련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난 안전을 위해 다시 해외에 나가는 것을 결사반대했다.

헌한발은 공식적으로 휴업. 우리는 뿔뿔이 흩어진 채 조용한 나날을 보냈다.

덕분에 내 랭킹 1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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