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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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타격에 김용의 선글라스가 벗겨졌다.
“젠장!”
김용은 이를 갈면서 대응하려고 했다. 그러나 우태훈은 틈을 주지 않았다.
“와다다다!”
그의 주먹에 김용의 몸이 뒤로 밀렸다.
“크으으윽!”
김용은 완전히 무방비로 공격을 맞았다.
난 모두에게 소리쳤다.
“지금이에요! 모두 공격…….”
“오지 마! 이 녀석은 내 꺼다!”
그놈의 똥고집. 공포특급 특유의 개인주의가 여기서 또 튀어나왔다.
우태훈은 계속 주먹으로 두들기면서 김용을 지부 건물에 처박으려 했다.
“크으으윽!”
김용의 큰 팔과 날개가 건물 앞에 주차된 자동차들을 쓸면서 함께 정문에 부딪쳤다. 그리고 굉음과 함께 파편과 먼지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이걸로 끝내 주마!”
우태훈은 양손을 머리 위로 뻗으며 광기옥을 만들었다.
다른 거대 광탄과 달리 그것은 계속 크기를 키우면서도 그 속이 투명할 정도로 순도가 높았다.
무려 9급 괴물을 넉 다운시킨 필살기다.
“광, 기, 옥!”
우태훈은 완성된 광탄을 김용에게 던졌다.
“감히……!”
김용은 양팔을 뻗어 광기옥을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광탄은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있었다.
“크으으윽!”
광기옥에 닿은 김용의 팔이 천천히 구부러졌다. 최강인 그라도 광기옥의 힘은 버거운 것이었다.
“헉, 헉…….”
모든 힘을 소비한 우태훈은 철퍼덕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건 광기옥과 김용의 힘 싸움을 지켜봤다.
“하아아압!”
김용은 팔이 구부러질수록 더욱 크게 기합을 질렀다. 그러자 팔과 날갯죽지에만 돋았던 비늘이 점점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서, 설마……?”
날 비롯해 모두들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가세하기 위해 손에 광탄을 만들며 김용에게 달려갔다.
“하하하!”
김용은 손을 풀면서 순순히 광기옥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 주변을 날려 버렸다.
“으아아악!”
다들 폭발의 여파에 휘말려 뒤로 벌러덩 날아갔다.
“상팔 씨!”
유일하게 손평화의 로봇만 이 난리 통 속에서 멀쩡히 걸어 다녔다. 로봇은 날 낚아채서 조금 뒤로 물러났다.
“저희가 이겼겠죠?”
“글쎄요.”
바람이 멎고, 우태훈과 김용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
나와 손평화는 동시에 탄식했다.
“섹…….”
우태훈은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김용 앞에 쓰러져 있었다.
거대한 덩치, 광활한 날개, 우람한 팔다리, 전신을 덮은 붉은 비늘.
일반적으로 ‘드래곤’이라 부르는 모습에서 길쭉한 목과 꼬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반 용?
“흐흐흐.”
김용은 네 발로 서서 날개를 쫙 펼쳤다. 그 움직임이 일으킨 바람에 먼지가 싹 걷어지며 시야가 깨끗하게 확보됐다.
“설마하니, 성장시켜 줄이야! 정말 고맙다!”
다음으로 나선 사람은 김두. 그를 따라 갈리도 뒤에서 함께 싸웠다.
“낄낄낄!”
갈리는 전신에서 H력을 뿜어내 그것을 김용에게 뻗었다.
“흥!”
김용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그리고 갈리의 불길한 H력을 유유히 피했다.
“어딜……!”
김두는 펄쩍 뛰어올라 김용의 위에 올라탔다. 그는 그 위에서 주먹을 휘둘러 김용을 때렸다.
“하압!”
천둥 같은 소리가 울리며 육중한 김용의 몸이 아래로 추락했다.
“크으으윽!”
김용은 이를 갈면서 네 발로 착지. 지면에 구덩이가 패면서 또 먼지가 피어올랐다.
“캭캭캭!”
갈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H력을 뿜었다.
김두의 펀치 소리와 갈리의 웃음소리. 두 불협화음이 오히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소리가 들리는 한, 두 사람이 선방하고 있단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소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화아아아!”
김용은 입에서 불을 뿜어냈다. 그 강력한 화력에 천하의 김두와 갈리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두 사람은 화염에 둘러싸인 채 지면을 구르며 불을 끄려고 했다. 그러나 김용은 사악하게도 그런 두 사람을 쫓아서 집요하게 불을 뿜었다.
“죽어라!”
“그만둬!”
보다 못한 손평화가 로봇을 조종해 김용에게 돌진했다.
“아, 아니?”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로봇의 중량. 그것을 바탕으로 한 몸통 박치기에 김용은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하압!”
로봇은 김용의 아가리를 잡고 양손으로 꾹 움켜쥐었다. 그리고 전신에서 짧게 증기를 뿜더니, 이내 전격을 내보냈다.
“만 볼트!”
전류가 번쩍이며 김용의 육체를 감전시켰다.
김용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고통에 울부짖으며 하늘을 향해 불을 뿜었다.
그가 내뿜은 불길은 수직으로 올라가 구름을 불태우고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크아아아!”
김용은 발버둥 치듯 날개를 펴서 날아오르려 했다. 그러나 로봇은 김용의 아가리를 끌어당기며 그가 날아오르지 못하게 방해했다.
“저희도 도와요!”
유정의 말에 나와 노건은 그녀를 따라 총을 쐈다.
비록 고무탄이라 변신한 김용에게 피해를 줄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았다.
“으아아아!”
우리의 사격은 로봇이 붙들고 있는 김용의 머리에 집중됐다. 그러자 그는 쓱 변신을 풀더니, 로봇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앗!”
로봇과 거리가 벌어지면서 전격도 무효화.
김용은 높이 뛰어오르며 다시 변신했다.
“하하하!”
자유의 몸이 된 반 용은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우리 머리 위에서 불길을 내뿜었다.
“피, 피해요!”
난 슈트로 변신해 유정과 노건을 끌어안았다. 뜨거운 불길이 내 등을 지지며 지면을 달궜다.
“다른 사람들은……?”
난 서둘러 쓰러진 사람들을 살폈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은 마다랑이 불길의 사정거리 밖으로 옮기고 있었다.
“후우!”
로봇은 김용의 화염에 어느 정도 버텼다. 일단 전격이 가능한 만큼 열에 내성이 있는 모양이었다.
“젠장!”
난 두 사람을 안아 들고 화염의 범위에서 빠져나갔다. 화염이 집요하게 로봇만을 노린 만큼 멀리 떨어지는 게 상책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유정과 노건은 검게 그을린 채 나에게 물었다.
난 씁쓸한 심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제압해야죠.”
지금의 김용은 같은 헌터라기보단 괴물에 가까웠다. 심지어 그 어떤 괴물보다 답이 안 나오는 수준이었다.
‘평화 씨, 괜찮으세요?’
난 정신으로 직접 손평화를 불렀다.
‘네, 아직까진 버틸 만해요.’
난 다른 헌터들에게도 말을 걸었다. 대답한 사람은 마다랑뿐이었다.
‘작전을 말씀드릴게요.’
난 정신을 통해 유정, 노건, 마다랑, 손평화에게 각각 지시를 내렸다.
네 사람은 내 작전을 듣고, 곧바로 수긍했다.
“시작!”
난 양팔에 H력을 모았다. 그리고 H력의 칼날을 날카롭게 벼르고, 또 별렀다.
다른 사람들은 김용이 손평화에게 집중한 사이, 작전대로 움직였다.
“하아아앗!”
노건은 변신, 거구가 되어 마다랑을 양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몸을 회전하여 충분한 추진력을 얻은 후 그를 하늘로 냅다 집어던졌다.
“으아아악!”
마다랑은 악마처럼 날아올라 김용의 위에 착지했다. 그리고 재빨리 양손의 검지를 폈다.
“다크마이트 드릴 빔!”
더럽게 느린 광선이 그의 양쪽 검지에서 찔끔찔끔 기어 나왔다.
손톱만 한 길이의 절대 광선.
“커팅!”
마다랑은 그것을 칼날 삼아 양손을 휘둘렀다. 그리고 과감하게 김용의 날개를 잘라 냈다.
“크아아악!”
김용이 추락. 마다랑도 그 여파에 휘둘러 멀리 튕겨 나갔다.
“지금이에요!”
유정은 노건에게 신호함과 동시에 고무탄으로 김용의 눈을 노렸다.
유정이 쏜 고무탄은 나선을 그리며 날아가 정확하게 김용의 눈에 꽂혔다.
노건은 김용이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틈을 타 변신한 채 돌격했다.
그리고 손평화의 로봇과 함께 김용의 앞발 하나씩을 잡아서 최대한 김용의 몸체를 바닥으로 눌렀다.
“버러지 같은 놈들!”
순수 완력으로 로얄급인 로봇과 노건에게 김용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러자 조금씩, 조금씩 둘이 밀리기 시작했다.
“크악!”
김용을 잡으려던 둘은 반대로 그에게 잡히고 말았다.
김용은 두 발로 몸을 세우면서 앞발로 두 사람을 하나씩 잡아서 들어 올렸다.
“가소로운 것들!”
김용은 양손을 휘둘러 둘을 서로 부딪치게 했다.
“마, 만 볼트!”
손평화는 다급하게 전격을 내보냈다. 그러나 김용을 감전시킨다는 것은 곧 노건도 당한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으아아악!”
튼튼하게 버티던 노건도 물리력과 상관없는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노건의 비명 소리를 들은 손평화는 전격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미, 미안해요.”
“크하하하!”
김용은 둘의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입을 쩍 벌려서 노건에게 향했다.
“당장 로봇에서 나와라! 안 그러면 이 녀석을 불태우겠어!”
김용은 다음으로 유정을 째려봤다.
그의 의도를 깨달은 유정은 사격을 중단했다.
김용의 협박에 손평화는 순순히 로봇에서 나왔다.
“받아라!”
김용은 무자비하게도 손평화와 노건, 양쪽 모두에게 불길을 내뿜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불에 타오르자 휙 유정을 향해 집어던졌다.
“그럼 이제 다음은……?”
김용은 혀를 날름거리며 날 쳐다봤다.
“하하하! 무슨 기술을 준비하는 거지? 네놈 기술 중에 날 쓰러뜨릴 게 있나?”
“잊었나본데, 저도 꽤 강하거든요?”
김용은 날 향해서 불을 뿜었다. 그러나 내가 입고 있는 슈트는 그의 불길에 잘 버티면서 내 몸을 보호했다.
“크아아아!”
김용은 불길을 내뿜으며 앞발로 날 후려쳤다.
난 꼿꼿이 버티며 계속 자세를 유지했다.
“다른 녀석들처럼 죽어라!”
김용은 내 슈트에 흠집을 내는 것에 주력했다. 슈트만 뚫으면 그 다음엔 화염으로 불태울 심산이었다.
“크아, 크아, 크아……!”
김용의 발톱에 점점 슈트가 깎이는 게 느껴졌다.
아무리 슈트로 보호되고 있어도 강력한 압력에 의해 살이 눌리고, 타격 입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조금만……더……!”
H력이 소모됨에 따라 슈트가 자동으로 해제됐다. 이제 능력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야말로 전부를 건 일격이었다.
“김용!”
김용의 뒤로 김두가 달라붙었다. 그는 힘껏 김용의 목을 조르며 나에게서 떼어 내려고 했다.
“흥!”
김용은 귀찮다는 듯 앞발을 뒤로 돌려서 간단히 김두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를 지면에 패대기쳐서 떨어뜨렸다.
“크아아악!”
김두는 흰자위를 보이며 완전히 실신했다.
“섹, 시!”
이번엔 우태훈이 나타나 김용의 다리에 매달렸다. 이미 온몸이 만신창이인 그로선 그것만으로도 이미 한계였다.
“이런 변태 새끼가……!”
김용은 우태훈을 향해 불길을 내뿜었다.
우태훈은 불에 타는 와중에도 김용에게 외쳤다.
“난 변태지만, 넌 돈의 노예야! 난 내 자유를 절대 팔지 않아!”
우태훈은 기합을 지르며 기어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김용의 뒷발을 잡고 빙빙 돌려서 그를 집어던졌다.
“이런……!”
김용은 입을 쩍 벌린 채 지부 건물에 처박혔다.
그의 육중한 몸이 벽을 부수면서 1층 로비에 쏙 들어갔다.
“섹……시……!”
우태훈은 서서 기절했다. 살짝 벌어진 그의 입에서 뿌연 연기가 새어 나왔다.
“우태훈 씨…….”
안타깝게도 그의 의지와는 별개로 김용은 멀쩡하게 도로 일어섰다. 그리고 몸에 묻은 먼지와 잔해를 툭툭 털면서 내게로 걸어왔다.
“정말 쓰레기 같은 놈이군.”
김용은 주먹으로 힘껏 우태훈을 후려쳤다. 그리고 그를 아주 멀리 날려 버렸다.
“각오는 됐나?”
김용은 날 불태우려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날려 버리는 것을 택했다. 그는 우태훈을 때릴 때처럼 힘껏 오른팔을 뒤로 젖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