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헤드헌터 김상팔-209화 (209/250)

209.

209.

“히히히! 오늘 무슨 스트레스 해소하는 날인가?”

남주나는 망토를 휘날리며 적들의 머리 위를 유유히 뛰어다녔다. 사람 머리를 발판 삼아 공중 부양 수준으로 움직이는 그녀의 동작은 고고한 발레리나의 그것과 같았다.

“주나야, 조심해!”

악마 타이즈의 마다랑은 남주나의 뒤만 졸졸 쫓아다니며, 그녀가 빈틈을 보일 때마다 그것을 채워 줬다.

“섹, 시!”

흰 천을 뒤집어쓴 우태훈은 하반신을 흔들며 그 탄력을 무기 삼아 적들을 날려 보냈다.

김두와 갈리는 서로 등을 맞댄 채 격투.

손평화는 로봇으로 그냥 불도저마냥 밀어 버리고 있었다.

“이 정도 속도면 순식간에 정리되겠는데요?”

노건이 신이 나서 물었다. 그러자 유정이 흥겹게 맞장구쳤다.

“그러게요. 이번 일만 잘 마무리되면 팀장님 소원이시던 랭킹 1위도 꿈이…….”

우리 셋은 동시에 사격을 멈췄다.

플레잉 조직원, 뉴 월드 신도들은 대부분 처리가 됐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들이 쓰러지고 나서 지부 건물에서 걸어 나왔다.

“잊고 있었네요.”

난 손바닥으로 이마를 치면서 한숨을 쉬었다.

“김상팔의 수완이 아주 대단하군. 인상적이야.”

어금니.

김용과 그 팀원들이 등장했다. 다만 랭킹 헌터인 핵심 팀원들의 수는 고작 셋뿐이었다.

“그래도 어금니 팀원 중에 양심적인 사람도 있네요.”

난 중얼거리며 세 랭킹 헌터를 확인했다.

랭킹 17위 최강지.

랭킹 32위 호맹우.

랭킹 46위 토마스 박.

세 사람은 김용을 따라 능력을 발현했다. 그리고 그런 셋 뒤로 플레잉의 능력자와 어금니의 일반 헌터 팀원들이 뒤따랐다.

“잡아라!”

어금니의 숫자는 약 50여 명. 그러나 조금 전 우리가 싸웠던 상대에 비하면 훨씬 강했다.

“전력으로 싸우세요!”

어금니의 강함을 알기에 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 말을 듣고는 모두들 능력을 발현했다.

“전부터 꼭 한번 제대로 싸워 보고 싶었어!”

남주나는 즉시 전신을 붉게 물들이며 블러드 포스를 발휘했다. 그리고 전광석화로 김용에게 달려들었다.

김용은 거기에 용인의 형상으로 변하며 맞섰다.

둘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하늘을 찢을 기세로 난투를 벌였다.

“내 능력은 쓰면 살인이 되는데?”

마다랑은 곤란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확실히 그의 능력인 ‘다크마이트 드릴 빔’은 사람에게 쓰기엔 관통력이 너무 뛰어났다.

마다랑은 대신 최강지를 맡았다.

우태훈은 토마스 박.

김두와 갈리는 일반 헌터들.

손평화는 호맹우.

우리 셋은 전신타이즈 차림인 플레잉 능력자 넷을 맡았다.

“잘 부탁해.”

미즈 포인트.

금발 아래로 왼쪽 눈물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뒤로 미즈 와이어, 미즈 붐, 그리고 새로운 맴버이자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김광년.”

역시 플레잉이었구나.

“미즈 플래시라고 불러줘.”

미즈 플래시는 윙크를 날렸다.

“내가 한 방에 끝내 주지!”

건장한 체격의 미즈 붐이 앞으로 나섰다.

“10급 사냥 구역을 붕괴시킨 내 폭발이면 너희 같은 조무래기는 끝장이다!”

“웃기시네. 그거 분신으로 머릿수 늘려서 그런 거잖아? 너 혼자서는 그 정도의 위력 안 나오잖아?”

난 씩 웃으며 미즈 붐의 말을 받아쳤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

미즈 붐은 우렁차게 외쳤다.

난 그 말에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그게 지금 이 상황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닥쳐! 내 지옥폭 맛이나 봐라!”

미즈 붐은 양손을 맞잡으며 지옥폭을 준비했다.

맞잡은 그녀의 손바닥 안에선 끝없이 폭발이 이어지며 폭발의 위력이 누적되어 압축됐다.

“후후후!”

미즈 붐은 잇몸을 드러내면서 우렁차게 외쳤다.

“받아라! 지, 옥, 폭……!”

미즈 붐이 손을 떼서 폭발의 위력을 밖으로 내보내려는 순간.

난 능력을 발현해 슈트를 만든 후 그녀의 손을 내 손으로 덮었다.

“크으으윽!”

어마어마한 위력이 양 손바닥에서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손이 너덜너덜해질 것 같은 감각이었다.

눌리는 감각, 찌르는 통증, 그 다음에 느껴진 건 뜨거운 열기였다.

“으아아악!”

뜨거움이 정도를 넘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아무래도 슈트가 뚫려서 화상을 입은 것 같았다.

“아, 아니?”

미즈 붐은 자신의 폭발을 내가 막아 낸 것에 얼이 빠져 있었다.

난 고통에 몸을 맡기며 미즈 붐에게 박치기를 했다.

헬멧의 바이저가 흔들릴 만큼 강력한 충격에 미즈 붐의 눈동자가 뒤로 돌아갔다.

“팀장님!”

노건이 후다닥 달려와 날 끌고 갔다.

“크으으윽!”

난 고통에 신음하며 손바닥을 확인했다.

역시!

슈트의 손바닥이 완전 불타서 없어져 있었다. 훤히 드러난 손바닥도 극심한 화상에 물집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익은 상태였다.

“으으으윽!”

최악의 상황.

내가 왜 한국지부 팀엔 치료술사를 배정 안 했지?

“제가 치료해 드릴게요.”

노건이 주머니에서 응급치료 키트를 꺼냈다.

아, 맞다. 노건 때문이었지.

노건이 날 치료하는 동안 유정은 홀로 넷을 상대했다.

“뭐, 뭐야? 이 능력은……?”

넷은 유정의 능력을 보고 경악했다.

유정이 넷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자, 총구에서 날아간 총알이 마치 유도탄처럼 휘면서 그들의 바로 앞에 떨어졌다.

그 위력은 고무탄이 아닌 실탄의 그것. 그러니 다들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물론 미즈 포인트는 두 눈을 게슴츠레 뜨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재미있는 능력이네. 하지만 너희는 정의의 편이잖아? 살인을 해도 되겠어?”

미즈 포인트의 말에 유정은 총구를 그녀에게 겨눴다.

“내가 못 맞출 것 같아?”

“재밌겠는데? 내 레이저와 너의 총. 결투에 아주 딱이야.”

미즈 포인트는 검지와 엄지를 쫙 펴고, 다른 손가락을 접어서 총처럼 만들었다.

그녀가 검지로 유정을 가리키는 그 즉시, 손가락 끝에서 레이저가 날아갈 것이었다.

“네 능력으로 탄환을 조종해도 그 전에 내 레이저가 네 심장을 꿰뚫을 걸?”

“해 보시든지……!”

양쪽 모두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방이 싸움 중이라 바쁜데, 참 고요한 순간이었다.

“하압!”

유정은 방아쇠를 당기고, 미즈 포인트는 팔을 뻗었다. 그리고 그 직후 총구는 불을 뿜고, 손가락은 붉은 빛을 뿜었다.

“으아아앗!”

둘 사이에 변신한 노건이 끼어들었다. 그는 아슬아슬하게 내 치료를 마치고, 능력발현을 하며 뛰어든 것이었다.

“아니?”

고무탄과 레이저가 노건의 몸을 앞뒤로 관통했다. 그러나 노건의 돌진은 멈추지 않았다.

“으아아악!”

노건은 그대로 미즈 포인트에게 충돌. 거구로 그녀를 날려 버렸다.

“미즈 포인트가 이렇게 허무하게?”

미즈 와이어는 입을 쩍 벌리며 날아가는 미즈 포인트를 쳐다봤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미즈 와이어와 미즈 플래시는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플래시!”

갑작스런 미즈 플래시의 발광.

우린 모두 빛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이다!”

곧이어 미즈 와이어의 목소리.

우리는 빛이 번쩍이는 짧은 시간 동안 그녀의 실에 묶이고 말았다.

“와!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미즈 와이어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난 대수롭지 않게 유정을 불렀다.

“유정 씨!”

“네! 노건 씨!”

유정은 얼른 노건을 불렀다.

“우와아아!”

노건은 스르륵 능력을 해제, 원래의 작은 체구가 되어 와이어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능력을 발현해 거구로 변했다.

“와……이건 정말……!”

미즈 와이어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녀는 미즈 포인트가 당한 시점에서 반쯤 포기한 표정이었다.

“크아아아!”

노건의 돌진 한 방에 미즈 와이어와 미즈 플래시가 날아갔다.

“노건이 세긴 세구나.”

난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마다랑은 최강지의 털침 공격에 고전하고 있었다.

“쳇! 도저히 틈을 안 주는군.”

마다랑의 불평에 최강지는 씩 웃었다.

“그래? 그럼 틈을 줄게.”

마다랑의 다크마이트 드릴 빔.

최상지는 그 기술의 속도를 아는지 여유 만만했다.

“그래? 그럼 나야 고맙지!”

최강지의 털침 공격이 잠시 멈춘 사이, 마다랑인 양손을 뻗어 그녀를 겨눴다. 그리고…….

“광탄!”

“으악!”

엄청나게 빠른 광탄을 쏴서 최강지를 맞췄다.

완전 방심하고 있던 최강지는 허무하게 쓰러졌다.

“비, 비겁……!”

“난 다크마이트 드릴 빔 쓴다고 한 적 없는데?”

그런 거 없다!

마다랑은 여유롭게 웃으며 최강지를 밧줄로 꽁꽁 묶었다. 그리고 다른 쓰러진 적들과 함께 지부에서 떨어진 벌판으로 옮겼다.

“섹, 시!”

우태훈의 경우도 비슷했다. 그는 포즈를 취하며 천으로 가려진 자신의 육체미를 뽐냈다.

자랑할 걸, 왜 굳이 가렸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지만…….

“하아아앗!”

그에 맞서 토마스 박은 거대 광탄을 만드는 중이었다. 공격이 다 완성되자, 그는 자신 있게 우태훈에게 던졌다.

“받아라!”

“섹, 시!”

우태훈은 발레리노처럼 휘리릭 몸을 돌려 광탄의 표면을 종이 한 장 차이로 돌아서 피했다.

“뭐, 뭐야?”

토마스 박은 그의 완벽한 동작에 얼이 빠져 버렸다.

“섹!”

우태훈은 토마스 박에게 접근. 주먹을 그의 안면에 꽂았다.

“시!”

토마스 박은 단 한 방에 멀리 날아갔다.

“으랏차차!”

손평화의 로봇도 코끼리로 변신한 호맹우를 상대로 선전하고 있었다.

로봇은 코끼리를 수직으로 들은 다음 냅다 지면에 내리꽂았다.

코끼리는 비명도 못 지른 채 기절했다.

“낄낄낄!”

갈리와 김두도 일반 헌터를 전멸시키고, 남은 것은 김용뿐!

“으악!”

남주나가 추락. 모두가 보는 가운데 지면에 떨어져 일어서지 못했다.

“주나야!”

마다랑이 다가가 남주나를 끌어안았다. 블러드 포스가 풀린 그녀는 전신이 상처투성이였다.

“흥!”

김용이 콧방귀를 뀌며 지면으로 내려왔다. 그가 날개를 한 번 퍼덕이자 질풍 같은 바람이 불면서 모두를 밀어냈다.

“크윽!”

우리는 자세를 낮추며 풍압에 버텼다.

“감히……!”

마다랑은 검지 끝에 H력을 모았다. 그리고 광선을 쏘기 위해 준비를 했다.

김용은 그것을 보더니, 날개를 한 번 더 퍼덕여서 순식간에 마다랑의 앞까지 이동했다.

“네 기술의 약점은 느리다는 거야. 이런 촌각을 다투는 싸움에서는 참 쓰레기 같은 기술이지.”

김용은 거대한 팔을 휘둘러 마다랑을 멀리 쳐냈다.

“으아아악!”

노건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마다랑을 치료하기 위해 달려갔다.

“후후후.”

김용은 거대한 팔을 다리 삼아 빠르게 움직였다. 거기에 용의 날개를 방패처럼 사용해 주변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방어했다.

“어설프군. 그런 공격으로는 나에게 상처는커녕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어.”

“쳇!”

유정은 계속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아무리 탄환의 궤도를 조종해도 계속 날개에 막힐 뿐이었다.

“섹, 시!”

이번엔 우태훈이 김용의 앞을 가로막았다.

“널 쓰러뜨리면 단숨에 인기 스타! 랭킹도 넘버 원! 그야말로 내가 원하던 이상적인……!”

김용은 귀찮다는 듯이 팔로 우태훈을 쳤다. 너무나 빠른 속도에 어느 누구도 공격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너무 말이 많아.”

김용은 히죽 웃었다. 그러나 곧 자신의 손에 걸린 우태훈의 천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본체는 어디 있지?”

“섹, 시!”

우태훈은 통과능력을 써서 천 옷을 벗은 후 김용의 앞까지 와 있었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금발에 보디빌더 수준의 완벽한 근육질 몸매, 그리고 검은색 삼각팬티.

“받아라!”

우태훈은 자신 있게 펀치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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