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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205화 (205/250)

205.

205.

옆에서 보면 다섯이서 작은 소녀 하나를 일방적으로 구타하는 장면이었다.

“후웁!”

미즈 드래곤은 최마군에게 잡힌 채로 다리를 움직여서 힘껏 바닥을 찼다.

“앗!”

모두 정지.

바닥이 흔들리면서 지면에 구덩이가 파였다.

미즈 드래곤은 최마군을 단 채로 펄쩍 위로 뛰어서 천장과 충돌했다.

물론 직접적으로 부딪힌 것은 작은 체구의 그녀를 감싼 최마군이었다.

“크윽!”

천장도 바닥만큼이나 크게 파이며 잔해가 아래로 쏟아졌다.

아래에 있던 넷은 잔해를 피해 뿔뿔이 흩어졌다.

“간다!”

미즈 드래곤은 최마군이 충격에 움찔거리는 틈을 타 그의 품에서 쏙 빠져나왔다.

“젠장!”

최마군은 품 안이 비자, 재빨리 미즈 드래곤을 찾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그의 뒤에 있었다.

“난 중력을 조종할 수 있거든?”

최마군이 점프력으로 아주 잠깐 떠 있는 것이라면, 미즈 드래곤은 그야말로 공중을 부양하고 있었다.

미즈 드래곤은 유유히 다리를 올려 차서 최마군의 사타구니 사이를 때렸다.

“으아아악!”

강렬한 충격과 함께 최마군은 추락. 미즈 드래곤은 그를 따라 바닥에 착지해 표범에게 달려들었다.

“아가리!”

미즈 드래곤은 눈 깜짝할 새에 표범의 입을 잡고서 위아래로 쫙 벌렸다.

표범은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몸부림쳤다.

“그만둬!”

아란과 고릴라가 후다닥 미즈 드래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둘 다 그녀의 발길질에 맞아 현찰더미에 떨어졌다.

“돈이다!”

아란은 자신의 위로 쏟아지는 돈을 보면서 입을 쩍 벌렸다.

“후후후.”

미즈 드래곤은 표범의 입을 찢으려고 계속 팔을 벌렸다. 그러자 이번엔 조기홍과 최마군이 함께 덤볐다.

“받아라!”

조기홍은 말뚝을 길게 이어서 창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최마군에게 넘겼다.

“으랏차차!”

최마군은 쇠말뚝을 투창으로 들어서 던졌다. 쏜살같이 날아간 말뚝은 미즈 드래곤의 머리칼을 휘감아 벽에 꽂혔다.

“응?”

미즈 드래곤은 머리를 까딱이며 머리칼이 엉킨 것을 깨달았다.

“지금이다!”

조기홍의 외침에 아란, 고릴라, 표범이 위로 펄쩍 뛰어서 동시에 미즈 드래곤을 덮쳤다.

“하아아앗!”

미즈 드래곤은 일단 팔을 뻗어 가장 먼저 떨어진 고릴라의 목을 찔렀다.

“컥!”

그런 다음 표범의 눈 사이를 주먹으로 강타.

“캭!”

마지막으로 아란의 복부에 발끝을 깊게 찔렀다.

“윽!”

표범과 고릴라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아란은 멀리 날아갔다.

“이런……!”

조기홍과 최마군은 짧게 탄식하면서 H력을 뿜어내 신체 능력을 강화했다. 그리고 동시에 미즈 드래곤에게 달려들었다.

“하압!”

최마군은 한 번 더 미즈 드래곤을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한 번 당한 수법에 또 당할 그녀가 아니었다.

“잡았다!”

미즈 드래곤은 최마군의 한쪽 팔을 잡고 엎어치기를 했다. 그리고 거기서 곧바로 그의 뒷목을 양손으로 잡고 꽉 졸랐다.

“크으으윽!”

최마군은 벽에 몸을 찧었다. 당연히 그의 뒤에 매달린 미즈 드래곤도 함께 벽에 부딪쳤다.

최마군의 몸짓에 벽에 내장된 개인 금고들이 찌그러지면서 움푹 들어갔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몸을 움직여도 미즈 드래곤은 떨어지지 않았다.

“후후후.”

미즈 드래곤은 주먹으로 가볍게 최마군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러자 종소리가 나면서 최마군의 움직임이 멈췄다.

“끄어어어…….”

최마군은 선 채로 기절했다.

“이제 너만 남았네?”

미즈 드래곤은 최마군에게서 내려와 조기홍을 가리켰다.

“후우.”

조기홍은 양손 가득 말뚝들을 만들어서 주변에 뿌렸다.

“네 마음대로는 안 될 거다!”

조기홍이 양손으로 공중을 휘젓자, 바닥에 떨어진 말뚝들이 둥둥 떠올랐다.

“하앗!”

조기홍의 손짓, 팔짓에 말뚝들이 일제히 날아다니며 공중을 맴돌았다.

“와!”

미즈 드래곤은 말뚝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에 감탄했다.

그러나 곧 그것이 자신을 향해 날아온단 사실을 깨닫자 그녀의 표정이 바뀌었다.

단순한 투척과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 말뚝들은 바다를 헤엄치는 생선 무리처럼 질서 정연하게 미즈 드래곤을 에워쌌다.

“날 원망하지 마!”

조기홍은 주먹을 꽉 주어서 앞으로 내밀었다.

그 순간, 말뚝의 날카로운 끝이 미즈 드래곤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수백 개의 말뚝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모여들었다.

“아악!”

아란은 눈을 가리며 그 광경을 피했다.

말뚝들은 사람의 형상으로 한 데 뭉쳐서 덩어리가 되었다.

“으윽.”

아란은 눈을 뜨고 얼굴을 찡그렸다.

“이럴 수밖에 없었어.”

조기홍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남궁만과 추보영을 번쩍 들어서 출입구 쪽으로 옮겼다.

그런 다음 이씨 형제들을 차례차례 들어서 그들 옆에 눕혔다.

“이봐, 강자기. 이제 그만해도 돼. 플레잉의 보스는 내가 해치웠잖아?”

조기홍의 말에도 강자기는 그 자세 그대로 꿈쩍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조기홍은 강자기에게 가까이 가서 한 번 더 말했다.

“왜 그래? 이제 그만 능력을 해제해도 된다니까?”

조기홍이 강자기의 몸에 손을 대려고 하자, 그제야 강자기의 입에서 소리가 났다.

“아직이야.”

“뭐?”

그때 살인적인 중력이 지하 금고 안 모두를 짓눌렀다. 다들 바닥에 바짝 붙어서 힘겹게 신음했다.

“서, 설마……?”

말뚝이 뭉친 덩어리가 반으로 갈라지면서 그 안에 있던 미즈 드래곤이 걸어 나왔다.

“후우!”

미즈 드래곤은 털끝만큼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은 너덜너덜해져서 겨우 형태만 유지하고 있었다.

“재미있었어. 이제 끝을 내야겠지?”

미즈 드래곤이 손을 아래로 뻗자, 헌터들을 짓누르는 힘의 크기가 더욱 강해졌다.

심지어 이번엔 강자기조차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실력만 보면 로얄 이상…….’

강자기는 속으로 탄식했다.

‘너무 얕봤어. 설마 질 줄이야.’

중력의 압박으로 기절했던 최마군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몸을 치료하며 체력을 비축했다.

“아직이에요!”

헌터들 중 유일하게 아란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든 움직이려 발버둥 쳤다.

“으아아아!”

미즈 드래곤은 아란이 기어가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것은 죽어 가는 벌레를 지켜보는 어린아이의 그것이었다.

아란은 천천히 기어서 강자기 옆까지 도착했다. 그러나 바로 그 강자기 앞에 선 미즈 드래곤에게는 도달하지 못했다.

“끄으으윽!”

아란은 이를 악 물면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려고 콘크리트 바닥에 손을 뻗었다.

그러나 중력에 의해 콘크리트가 바스라지면서 그녀의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젠……장…….”

‘흥미롭군.’

강자기는 바닥에 엎드린 채로 아란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마음속에서 지금까지 꿈틀거리던 두려움 대신 작은 희망이 번쩍였다.

‘대단한 체력이군.’

난 다급히 강자기에게 물었다.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세요?’

네오한국은행, 청와대, 국회의사당, 그리고 한국지부.

네 곳으로 나뉘어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이기에 지원을 보낼 순 없었다.

한국지부로 가는 우리 팀만 하더라도 들키지 않게 일부러 빙 돌아서 가느라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네가 모두에게 중계해 줘.’

강자기의 계획. 그것의 성공 가능성은 나조차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난 그저 그의 부탁대로 그의 계획을 조기홍, 최마군, 주아란에게 전달했다.

‘그게 가능하다고?’

최마군은 의심.

‘차라리 나보고 죽으라고 하지 그래?’

조기홍은 원망.

‘언제 팀장님 능력을 카피한 거예요?’

아란은 호기심.

‘살고 싶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해!’

강자기의 말을 전달하자, 세 사람의 정신이 조용해졌다.

뭐, 누가 봐도 이 상황에선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간다!”

강자기는 젖 먹던 힘을 짜내서 자신의 신체에 가해지는 중력을 상쇄시켰다. 그리고 재빨리 몸을 움직여 최마군에게 향했다.

“뭐야?”

미즈 드래곤은 강자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강자기가 최마군에게 도착함과 동시에 더욱 강력해진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러나 이미 강자기의 손은 최마군의 몸에 닿아 있었다.

“하아아앗!”

최마군은 자신의 남은 H력을 강자기에게 주입했다.

순식간에 강자기의 육체가 회복되면서 그의 H력도 크게 늘어났다.

“후웁!”

강자기는 한 번 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중력의 방향을 반대로 하면서 미즈 드래곤의 능력을 상쇄시켰다.

“지금이다!”

“하앗!”

조기홍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말뚝을 만들어 냈다. 그의 몸에서 마치 고슴도치처럼 수백, 수천의 말뚝이 돋아났다.

“받아라!”

말뚝들은 조기홍의 몸에서 빠져나와 사방으로 날아갔다가 유도미사일처럼 일제히 방향을 틀어서 미즈 드래곤에게 날아갔다.

“안 통하는 거 몰라?”

미즈 드래곤은 제자리에서 몸을 회전시키더니, 소용돌이처럼 빠른 속도를 이용해 말뚝들을 죄다 튕겨 냈다.

“후후후.”

미즈 드래곤은 회전을 멈추고 여유롭게 조기홍을 쳐다봤다.

조기홍은 땀을 뻘뻘 흘리며 소리쳤다.

“젠장!”

조기홍은 남은 H력을 모두 발동하면서 미즈 드래곤에게 달려들었다.

“으아아아!”

마구잡이식 공격. 주먹과 다리가 무자비하게 미즈 드래곤을 노렸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게 그녀의 몸에 닿지 않았다.

“후후후.”

미즈 드래곤은 공격을 피하면서 배시시 웃었다. 그녀는 완전히 놀고 있었다.

“받아라!”

미즈 드래곤의 주먹이 조기홍을 강타. 그는 장렬히 날아가며 개인 금고에 부딪쳤다.

충격을 받은 개인 금고들이 활짝 열리며 그 안의 내용물이 조기홍에게 쏟아졌다.

‘성공했어!’

미즈 드래곤이 너무 방심했다.

그녀가 조기홍을 갖고 노는 사이, 강자기는 주아란에게 모든 H력을 주입하고 있었다.

“김상팔의 능력이 꽤 좋군.”

강자기는 내 능력을 흉내 내서 최마군, 남궁만, 추보영, 이육, 이팔, 이십, 이칠의 H력을 흡수한 상태였다.

“모, 몸이 뜨거워요!”

무려 로얄 1명과 2군 2명, 그리고 상위 헌터들의 힘. 그것들이 아란의 재능과 만나며 활짝 만개했다.

아란의 몸이 노란 빛으로 번쩍였다. 그녀에게 H력을 전부 주입한 강자기는 최마군과 함께 바닥에 주저앉았다.

“후오오오!”

아란은 환하게 빛나며 미즈 드래곤에게 걸어갔다.

그녀를 본 미즈 드래곤의 얼굴빛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하압!”

미즈 드래곤이 아란을 향해 손을 뻗자, 그녀의 주변 지면과 물건들이 사정없이 눌렸다.

“오오?”

강력한 중력에도 아란은 꼿꼿이 서 있었다. 그녀는 분명 위에서 눌리는 힘을 느끼고 있었다.

“와!”

아란은 강자기의 능력 덕에 미즈 드래곤의 힘에 면역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최마군의 능력에 의해 실시간으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간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아란의 투지는 최고조에 달했다.

“더, 더, 더……더! 무겁게!”

아란은 몸을 띄워 날아 차기로 미즈 드래곤을 노렸다.

그 속도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빨랐다.

“크윽!”

미즈 드래곤은 몸을 날려 아란의 발끝을 피했다. 빗나간 발차기는 애꿎은 바닥을 때렸다.

굉음. 단 한 방의 발차기에 금속 바닥이 파괴되고, 콘크리트가 파여서 지하의 흙이 드러났다.

미사일 급 이상의 파괴력. 지금의 아란은 로얄 이상이었다.

“히, 힘이 넘쳐요!”

강자기는 신나는 아란을 보며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나도 남들만큼만 체력이 좋았다면…….”

아란은 마음껏 날뛰었다.

“더, 더, 더……더! 뜨겁게!”

지하 금고 내부의 금속들이 녹아서 펄펄 끓는 쇳물이 되었다.

“더, 더, 더……더! 가볍게!”

발차기로 일으킨 바람에 쇳물들이 움푹 파인 곳으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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