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헤드헌터 김상팔-196화 (196/250)

196.

196.

***

반대파.

호규는 지도를 펼쳐서 맨 앞에서 차분하게 걸어갔다.

“이상하네? 꽤 들어왔는데, 왜 대왕쥐가 코빼기도 안 보이지?”

호규, 유정, 아란, 초조선, 이칠, 이팔, 이구, 이십.

여덟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이러다가 지는 거 아니야?”

그때 반대파 앞으로 대왕쥐가 한 마리 나타났다.

“나왔다!”

대왕쥐는 마치 약 올리듯 꼬리를 흔들며 모퉁이를 돌아서 사라졌다.

“쫓아!”

다들 우르르 뛰어서 모퉁이를 돌았다. 그러자 대왕쥐는 뒤를 돌아보고 있다가 다시 도망쳤다.

‘저거 딱 봐도 유인하는 거잖아!’

답답하다.

“잡아!”

여덟은 광탄을 쏘면서 대왕쥐를 계속 쫓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생각도 안 하면서 계속 움직였다.

“거의 따라잡았어!”

초조선은 가장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누구보다 먼저 좁은 통로로 들어갔다.

“잡았…….”

초조선은 통로 안쪽을 보더니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황급히 통로 입구로 빠져나왔다.

“무슨 일이에요?”

호규의 질문에 초조선은 통로를 가리켰다.

“저, 저기 안에……!”

초조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통로에서 대왕쥐떼가 와르르 몰려나왔다. 그 엄청난 수에 반대파는 깜짝 놀라며 도망쳤다.

“튀어!”

환장할 노릇이다. 왜 도망쳐?

여덟은 허겁지겁 도망쳤다. 그러나 이미 대왕쥐들은 그것도 예상했는지 어디선가 몰려나와 반대파의 앞뒤를 완전히 포위했다.

“젠장! 이것들 정말 1급 맞아요?”

아란의 질문에 나도 백 번 동의한다. 대왕쥐란 것들은 1급이라기엔 머리가 너무 좋다.

“싸울 수밖에 없어요.”

유정이 가장 먼저 광탄을 만들며 싸울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나머지 일곱도 서로 등을 맞댄 채 능력발동과 발현을 했다.

앞은 호규, 유정, 아란, 초조선.

뒤는 이칠, 이팔, 이구, 이십.

“하앗!”

호규는 있는 힘껏 목청을 질렀다. 그리고 그 초음파로 앞에 있는 대왕쥐들을 날려 버렸다.

“좋았어!”

아란은 대왕쥐가 흩어진 틈을 파고들면서 능력발현을 했다.

“가볍게!”

엄청나게 빨라진 아란의 발차기는 한 번에 여러 마리의 대왕쥐를 걷어찼다.

초조선과 유정은 아란을 엄호하기 위해 광탄을 쏴서 대왕쥐가 아란을 공격하는 것을 견제했다.

“아뵤!”

이십은 즉각 분신을 생성했다.

이십의 분신이 뒤쪽 대왕쥐떼 사이사이에 솟아났다. 그러자 대왕쥐들은 이십의 분신을 공격하면서 다른 이씨 형제들을 무시했다.

“잘했어!”

이칠은 H력으로 만든 펀치!

이팔은 H력으로 만든 부메랑!

이구는 대형 광탄!

대왕쥐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하하하! 우리 형제들의 합동 공격은 최고라고……!”

그러나 아무리 줄어들어도 폐수 속에서 순식간에 대량의 대왕쥐가 튀어나왔다.

“하하……하……?”

반대파도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이게 뭐야?”

“수, 수가 안 줄어드는데?”

절대불변의 진리.

다굴 앞에 장사 없다.

반대파는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점점 공격이 소극적으로 변해 갔다.

“벌써 한 천 마리는 해치운 것 같은데?”

아란은 역겨워하면서 자신의 다리에 붙은 대왕쥐의 살점을 떼어 냈다.

그러고 보니,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어마어마한 수를 죽였는데 쌓인 시체 수는 그보다 훨씬 적었다.

어떻게 된 거지?

대왕쥐들은 주로 물에서 튀어나와 물속으로 사라졌다.

혹시 그것과 관계가 있는 걸까?

한편, 찬성파.

세 팀은 간신히 통로를 빠져나와 하나로 뭉쳐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전부 기진맥진한 것은 당연했다. 거기에는 흥분한 노건을 진정시킨 일도 한 몫 거들었다.

“도, 도망쳐요!”

지도를 보면서 찬성파는 달렸다. 능력발동으로 인해 거의 도핑 수준으로 체력을 끌어올렸지만, 소모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대왕쥐들은 폐수를 따라 달리며 찬성파를 추적해 왔다.

“원래 이렇게 수가 많았어?”

변해라는 이를 갈면서 소리쳤다. 그녀의 말마따나 숫자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반대파랑 합쳐야 되지 않을까?”

루호의 말에 변해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순 없어요! 이건 경쟁이라고요! 저쪽에서 트집 잡을 행동은 할 수 없어요.”

죽어도 말이야?

변해라는 눈에 불을 켜면서 찬성파를 지휘했다.

“아무래도 폐수와 관련된 것 같아요. 두 갈래 길에서부턴 폐수가 없었죠? 거기로 가요!”

변해라의 말에 다들 재빨리 움직였다. 지도 덕분에 한 바퀴 돌아서 두 갈래 길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어! 정말이네?”

노건은 활짝 웃으며 뒤를 돌아봤다.

찬성파가 처음 흩어진 두 갈래 길로 나오고, 폐수가 거기까지만 닿아 있자 대왕쥐들은 더 이상 추격해 오지 않았다.

“후후후!”

예상 적중!

변해라는 대왕쥐들과 거리를 유지하더니, 그대로 능력을 사용했다.

“내게로 와라!”

변해라의 눈에서 H력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H력은 마치 뱀이 기는 것처럼 움직이며 가까이에 있는 대왕쥐들에게 들러붙었다.

“1급 정도면 다수도 조종할 수 있다고!”

변해라는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그 말에 찬성파의 얼굴이 한 결 밝아졌다.

“오오! 난 그냥 성격 나쁜 애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대단해!”

노건이 진심으로 감탄하면서 속내를 완전히 털어놔 버렸다. 그 바람에 변해라는 이를 갈면서 그를 쏘아붙였다.

“제가 성격 나쁘면, 오빤 뭔데요? 아까 우릴 죽이려고 한 게 어디 사는 누구시더라?”

“그, 그건…….”

노건은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다.

“응?”

변해라는 지배하려는 도중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다.

“뭐지?”

변해라의 H력과 접촉한 대왕쥐 중 상당수가 허상이었던 것이다!

변해라는 대왕쥐들에게서 서로 다른 두 가지의 H력을 느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

“서, 설마……!”

변해라의 머릿속으로 예전 나이트윙 사냥 때 자신을 배신했던 뿔개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나 또한 그녀의 기억을 함께 보면서 기분 나쁜 녀석이 떠올랐다.

‘미스터 버드?’

녀석의 능력은 괴물과 한 몸이 되는 것. 녀석이 괴물 안으로 들어가거나, 괴물을 몸 안에 들이는 것으로 그 괴물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었다.

변해라의 상위 호환 능력.

그렇기에 변해라는 다른 때보다 훨씬 예민하게 굴었다.

“어쩌면 여기에 플레잉이 있을지도 몰라요. 반대파에 무전을 넣으세요. 합쳐야 해요!”

“어? 하지만 아까 네가…….”

노건의 물음에 변해라는 크게 소리쳤다.

“빨, 리!”

“아, 알았어.”

노건은 허겁지겁 무전기를 꺼내 반대파를 불렀다.

“여보세요? 호규 씨? 유정 씨? 아란 양? 초조선 씨? 칠, 팔, 구, 십 씨?”

무전기에선 응답이 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반대파도 한참 대왕쥐들과 싸우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지금 반대파도……?”

루호의 중얼거림에 찬성파 전원 무전기를 꺼내서 반대파를 불렀다. 그러나 아무리 불러도 대답은 오지 않았다.

“젠장! 구하러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노건이 다급하게 루호에게 물었다.

루호도 상황이 심각해지자 얼굴이 굳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는 것 같군요.”

루호는 빠르게 지도를 확인한 후 오른쪽 갈림길부터는 쭉 일직선 통로라는 점을 깨달았다.

“서둘러요!”

루호의 말에 찬성파는 반대파가 갔던 길로 들어갔다. 그러자 바로 벽 너머에서 첨벙첨벙 물장구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기분 나쁜데?”

변해라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계속 무전기로 호규를 불렀다.

“호규 오빠?”

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

“으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호규의 위로 수십 마리의 대왕쥐가 올라탔다. 호규는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호규 오빠!”

아란이 빠르게 뛰어서 호규의 위에 있는 대왕쥐를 걷어찼다.

“뜨겁게!”

대왕쥐들이 불길에 휩싸이며 폐수 속으로 나가떨어졌다.

“으아아악! 뜨거워!”

호규는 아란의 다리에 스치자, 바닥에 몸을 뒹굴었다.

“지금 장난칠 시간 없어요. 얼른 일어나요!”

아란은 그렇게 말하면서 쉬지 않고 대왕쥐들과 싸웠다.

“차갑게!”

아란의 발차기에 맞은 대왕쥐들이 얼어붙어서 폐수 속에 둥실둥실 떠다녔다. 그러나 그 중 대부분은 ‘펑’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이 자식들, 분신 같은 거라서 계속 생성되는 모양인데?”

“그럼 어딘가에 이 녀석들을 조종하는 놈이 있겠군?”

“그 자식을 찾아서 제거하지 않으면 끝이 없어!”

“어디 사는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군!”

이칠, 이팔, 이구, 이십은 한 마디씩 내뱉으며 아란과 함께 싸웠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체력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이대로는 전멸할 거예요.”

유정이 광탄을 쏘며 말했다.

초조선은 무전기를 꺼내서 찬성파를 불렀다.

“이이? 이이!”

―초조선?

드디어 양 팀의 무전이 연결되었다.

“우리 좀 와서 도와줄래? 지금 구석에 갇혀서 완전히 포위됐어.”

―호규 오빠, 우리 오빠는 어때요?

이번엔 무전기에서 변해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조선은 다급한 목소리로 답했다.

“하마터면 당할 뻔했어. 서둘러서 빨리 와 줘.”

초조선은 자신들의 위치를 잘 설명한 후 무전기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유정의 옆에서 함께 광탄을 쐈다.

“이대론 못 버텨요. 아무리 생각해도 돌파해야겠어요.”

유정의 말에 반대파는 한곳으로 모였다.

“어떻게요?”

이십의 질문에 유정은 호규를 보며 말했다.

“호규 씨, 지난번에 2위 쟁탈전에서 쓰셨던 그 기술 쓰실 수 있겠어요?”

“소리산탄 말씀이세요?”

작명센스하고는……!

“네. 바로 그거요.”

“할 수 있어요.”

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칠, 이팔, 이구, 이십을 보며 전방에 있는 대왕쥐떼의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제가 신호하면 지금 가리킨 방향을 집중 공격해 주세요. 그러면 틈이 생길 거고, 호규 씨는 그 소리산탄을 준비하시다가 제가 신호할 때 쏘시면 돼요.”

“네!”

“좋았어!”

작전이 생기가, 다들 조금은 기운을 되찾았다.

“준비!”

유정, 아란, 초조선이 시간을 끄는 사이 다섯은 H력을 끌어 모아 발사 준비를 했다.

“지금이에요!”

유정의 신호에 로켓펀치, 부메랑, 광탄이 날아갔다. 그리고 그것들의 위력으로 인해 대왕쥐들이 산산이 박살 나면서 통로에 빈 공간이 생겼다.

“뛰어요!”

반대파는 일제히 앞을 향해 뛰었다. 사실상 대왕쥐떼 한복판으로 가는 자살 행위. 그러나 유정의 지시는 계속됐다.

“호규 씨, 지금이에요!”

“하아아아!”

호규의 주변에 떠 있는 다섯 구체 중 첫 번째 구체가 호규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구체는 폭발하면서 전방으로 굵고 짧은 충격파를 내뿜었다. 덕분에 대왕쥐떼에 얇고 깊은 틈이 생겼다.

반대파는 그 틈으로 계속 달렸다.

“또 지금!”

“하아아아!”

“지금이에요!”

“하아아아!”

“바로 지금!”

“하아아아!”

……

다섯 개의 구체를 다 쏘자, 반대파는 어느덧 대왕쥐떼를 돌파해 있었다.

“성공이야!”

이씨 형제들은 기쁨의 환호를 질렀다.

“계속 뛰어요.”

반대파은 대왕쥐떼의 추격을 받으며 온 길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자신들에게 오던 찬성파와 합류했다.

“오빠!”

“해라야!”

“유정 씨!”

“노건 씨!”

“이이!”

“초조선!”

망할 커플들은 재결합을 하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루호는 헛기침을 하면서, 그들의 감동을 깨고 현실을 직시시켰다.

“대왕쥐떼가 오고 있어요! 다들 전투 준비해 주세요.”

“넵!”

헌한발은 그렇게 다시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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