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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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한의 저택.
나와 루호는 태한의 훈련장에 있었다. 당연히 복장은 운동복!
훈련을 시작하기 전, 태한은 집사를 시켜 거대한 기계를 가져오게 했다.
“그거 설마……?”
깜짝 놀라는 날 보며 태한은 히죽 웃었다.
“맞아. 바로 능력 수치 측정기야. 그것도 최신 버전이지.”
이런 돈지랄!
나와 루호는 각각 능력 수치를 측정했다. 태한에게는 예전에 내 체질에 대해 말해 뒀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이름: 김상팔 / 총합: 380]
[힘:70 / 속도:70 / 지구력:70]
[기술:70 / H력:0 / 기타:100]
다음은 루호.
[이름 : 조루호 / 총합 : 530]
[힘:80 / 속도:90 / 지구력:50]
[기술: 120/ H력:100/ 기타:110]
태한은 주머니에서 코팅된 종이 한 장을 꺼내 우리에게 보여 줬다.
“참고로 이게 내 마지막 능력 수치야.”
드디어 로얄의 능력 수치를 보게 됐다!
[이름 : 이태한 / 총합 : 680]
[힘:130/ 속도:130/ 지구력:130]
[기술:100 / H력:90 / 기타:100]
“두 사람은 대충 이 정도 수준이 되어야만 해. 이게 로얄의 벽이야.”
기술, H력, 기타는 태한보다 루호가 더 높았다. 그러나 그 차이가 크진 않았다.
반면에 루호가 부족한 부분은 태한과 차이가 컸다.
“난 전체적으로 반값이네.”
그나마 기타로 체면치레는 했지만, 솔직히 기타는 말 그대로 ‘기타’다. 그러니 그것을 제외한 다른 수치야말로 진정한 실력에 가깝다.
태한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둘 다 600의 벽을 넘지 못하면 로얄은 꿈도 꾸지 마!”
한 달 안에 총합 600 돌파.
난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루호라면?
“그럼 시작한다!”
“오케이!”
처음엔 팔굽혀펴기 10만 번.
그 다음엔 오래달리기 5000km, 6톤 역기 들기 등등.
H력을 이용한 능력발동을 증진시키는 훈련이 계속됐다.
물론 훈련을 하는 동안 H력이 정말 쪽쪽 빨리듯 소모됐다.
난 H력이 방전, 루호는 제한 시간이 문제였다.
“제가 있으니까 염려 마세요!”
이하란은 우리 몸에 이상이 생길 때마다 손수 마사지를 해 줬다.
“설마 하란 씨가 치료술사였을 줄이야……!”
“전 사냥은 안 해요. 평소엔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이하란은 VIP전문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우리를 빠르게 치료하는 그녀의 실력으로 볼 때 아주 상당한 수준이었다.
덕분에 우리 훈련은 큰 차질 없이 빠르게 진행됐다.
***
한 달 뒤.
“어휴.”
결국 난 지옥 훈련이 끝나고 나서도 능력 수치가 크게 오르지 못했다.
태한의 말에 따르면 아무래도 내가 태생적으로 지닌 재능적 한계라고 한다.
“루호야, 준비 됐어?”
“네, 걱정 마세요.”
또 찾게 된 한국지부 지하.
오늘 랭킹전에 도전하러 온 참가자와 배팅을 하러 온 VIP가 한 자리에 모였다.
거기에 구경꾼과 VIP의 동행자까지 있었다.
배팅룸은 인파로 가득 차서 발 디딜 곳 없이 붐볐다.
“지난 번 스페셜 매치가 랭킹 헌터들 사이에서 꽤나 화제였거든요. 여기 모인 사람의 절반은 헌한발에게 호기심 많은 구경꾼이고, 나머지 절반은 안티죠.”
오이해도 이번엔 배팅에서 물러나 순수한 구경꾼으로 와 있었다.
이번 스페셜 매치는 김익조와 이서현 없이 박장 혼자서 주도하는 경기였다.
난 공식적인 소지 금액이 10억 이하여서 이번 스페셜 매치에서는 참가 자격이 없었다.
“이번엔 네 서포터로 열심히 응원할게.”
“부탁드려요, 형.”
직원들은 쉴 새 없이 룸 안의 손님들에게 음료와 다과를 나눠 줬다.
랭킹전에서 루호가 싸워야 할 상대만 무려 15명. 이건 실력을 겨룬다는 차원이 아니다.
15명의 도전자는 박장이 주도한 추첨을 통해 순서를 정했다.
01
[랭킹4위, 강자기―슈퍼타이거]
02
[랭킹62위, 장만사―로얄가드맨]
03
[랭킹22위, 김목록―슈퍼타이거]
04
[랭킹66위, 남돌진―로얄가드맨]
05
[랭킹72위, 최상길―로얄가드맨]
06
[랭킹79위, 박산―로얄가드맨]
07
[랭킹76위, 왕오릉―로얄가드맨]
08
[랭킹20위, 남궁만―슈퍼타이거]
09
[랭킹54위, 이장군―로얄가드맨]
10
[랭킹17위, 최강지―어금니]
11
[랭킹25위, 제갈신―로얄가드맨]
12
[랭킹77위, 최향자―검은 과부들]
13
[랭킹 외, 김광녀―무소속]
14
[랭킹 외, 김구남―무소속]
15
[랭킹50위, 손평화―공포특급]
“와, 양아치네?”
처음부터 로얄?
이거 조작 아니야?
강자기. 슈퍼타이거의 2인자이자,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천재.
루호가 헌터로서 천재라면 그는 정말 천재였다.
손평화의 로봇도 강자기의 발명품이다.
“잘 부탁해.”
강자기는 루호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심각한 얼굴에 다소 주름진 그의 얼굴은 아직 20대라는 게 믿기지 않는 외모였다. 게다가 입고 있는 옷은 어두운 갈색의 바바리코트!
“네, 저도 잘 부탁드려요.”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 그러자 어디선가 기기래가 나타나 휴대전화로 그 모습을 찍었다.
“루호 씨, 멋져요!”
우리 팀원들은 내가 미리 문자를 보내서 오지 말라고 했다.
왠지 느낌상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였다.
“아저씨가 한 말이 묘하게 마음에 걸리는데…….”
난 매의 눈으로 사람들 속 위험해 보이는 인물을 살폈다. 솔직히 말해서, 여기 모인 인물 전체가 다 잠재적 위험인물들이었다.
“끄응…….”
똥 마려운 개의 심정으로 룸 안을 돌아다녔다.
그 사이 오늘 랭킹전을 펼칠 참가자들은 모두 직원을 따라 대기실로 향했다.
“상팔 씨, 여기요.”
기기래가 작은 무전기를 건넸다.
“루호 씨한테도 하나 줬어요.”
물론 시합 도중에는 쓸 수 없겠지만, 시합 사이사이에는 이걸로 루호와 대화할 수 있게 됐다.
이건 직원을 통해 정식으로 허락을 받았다.
“루호 씨가 이길 수 있을까요?”
기기래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요. 루호잖아요.”
내가 아는 인물 중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료. 그것이 조루호였다.
필드 위에 선 박장은 오늘도 뉴 월드의 문양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랭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랭킹전은 경기 수가 많은 만큼 특별히 한 회에서 거실 수 있는 금액을 1억으로 낮춰 드리겠습니다.”
겨우? 그럼 나도 참가할 수 있었잖아! 왜 사전에 저런 말을 안 한 거지?
전광판에 루호와 강자기의 이름이 띄워졌다.
[조루호 20 VS 강자기 30]
“오늘은 참가자가 많네?”
무려 50명. 아마 대부분은 거액을 걸기보단 박장이 말한 1억씩만 걸면서 구경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물론 그래도 다해서 15억이란 말이지.”
두 번 휴식 규칙이 유효하다면 최소 13억. 그걸 관전료로 내는 격이다.
난 무전기를 켜서 루호를 불렀다.
“들리니?”
―네, 아주 잘 들려요.
“강자기는 사냥에 나선 적이 별로 없어. 그러니까 실전에선 네가 훨씬 유리해.”
실제로 강자기의 전문은 장비 개발과 전략 지휘. 이런 타입일수록 실전엔 쥐약인 경우가 흔하다.
―그럼 처음부터 전력으로 몰아붙일게요.
“그러도록 해.”
이번 랭킹전은 특별히 무기 사용이 허락되었다.
당연히 살인은 금지였다.
“그럼 준비하시고, 시작!”
박장은 즉시 퇴장. 필드엔 루호와 강자기만 남았다.
루호는 항상 쓰던 유성추.
강자기는 기다란 창을 들고 있었다.
“하앗!”
루호는 즉시 움직여 강자기의 품으로 파고들려 했다. 그러나 거리를 좁힌 순간 강자기의 창날이 빠르게 루호의 앞을 가로막았다.
“훌륭한 속도군.”
강자기는 휘파람을 불면서 감탄했다.
루호는 옆으로 빠져서 강자기의 옆으로 돌아갔다.
이번엔 살짝 H력을 뿜어내면서 능력발동을 한 모습이었다.
“빠, 빠르다!”
VIP룸의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루호는 한순간에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져 강자기의 뒤로 이동했다.
“하아아압!”
루호는 유성추를 빙그르르 돌리며 둔기처럼 휘둘렀다. 무겁게 움직이는 철구가 강자기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좋았어!”
강자기의 몸이 옆으로 꺾였다. 다들 그것을 보고 루호가 한 방 먹였다고 생각했다.
“웃차!”
강자기는 쓰러지듯 몸을 옆으로 한 바퀴 돌리며 부드럽게 철구를 흘려보냈다.
그는 루호의 공격이 적중하는 순간 거의 반사적으로 움직인 것이었다.
“멋진 공격이군.”
강자기는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깔끔하게 다시 섰다. 그리고 앞으로 달려서 루호와 거리를 벌렸다.
“그럼 이번엔 내가 보여 주지.”
강자기는 전신에서 강렬한 아지랑이를 뿜어냈다.
분수처럼 뿜어지는 H력의 흐름에 코트가 펄럭이면서 망토처럼 휘날렸다.
“하앗!”
강자기는 봉을 양손으로 잡고 힘을 주더니, 두 개의 곤봉으로 분리시켰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루호에게 달려들었다.
“하닷닷닷!”
두 개의 곤봉이 교차하면서 루호를 노렸다.
마치 빨래 방망이로 빨래를 두드리는 모습. 루호는 뒷걸음질 치면서 곤봉을 피했다.
사뿐사뿐 움직이는 루호의 움직임은 마치 고고히 헤엄치는 백조.
반면에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강자기는 닭둘기가 푸드덕거리는 것 같았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강자기의 움직임은 분명 루호와 비교했을 때 아마추어의 그것.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서 뭔가 불길한 예감이 느껴졌다.
“왜지?”
강자기는 루호를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어진 루호는 유성추의 줄을 돌리며 곤봉을 쳐냈다.
“겨우 이게 다입니까?”
루호는 여유롭게 곤봉을 쳐내며 강자기를 도발했다. 그러자 강자기는 무뚝뚝한 얼굴로 순순히 수긍했다.
“어, 맞아. 이게 다야. 난 몸 쓰는 일은 딱 질색이거든.”
“뭐라고요?”
루호는 어이가 없었는지 유성추를 뒤의 벽으로 튕겨서 대각선 각도로 철구를 날렸다.
벽에 튕긴 철구는 대각선 위로 날아가 루호의 머리를 넘어 강자기의 위까지 갔다.
“하앗!”
루호는 거기서 줄을 힘껏 당겼다. 그러자 철구가 아래로 툭 떨어지면서 곤봉을 잡고 있는 강자기의 양손을 쳤다.
“앗!”
강자기는 너무나 허무하게 곤봉을 모두 떨어뜨렸다.
“오호.”
강자기는 뒤로 텀블링을 하면서 멀찍이 뛰었다. 그러나 금방 루호가 그를 쫓아갔다.
“지루하군요.”
루호는 주먹을 쥐어서 힘껏 강자기를 때렸다. H력이 실린 루호의 주먹이 강자기의 복부에 적중했다.
“후후후.”
강자기는 눈에 띌 정도로 크게 웃었다. 그러나 웃는 것과 달리 루호의 공격에 맞은 그는 멀리 날아갔다.
“강자기가 지는 거야?”
룸 안 사람들은 넋을 잃은 채 두 천재의 싸움을 구경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싸움. 애초에 두 사람의 랭킹은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었다.
“끄응…….”
강자기는 고작 한 방 맞은 것으로 신음 소리를 내면서 몸을 일으켰다.
떨어지면서 꼴사납게 뒹군 탓에 코트는 엉망이었다.
루호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강자기에게 말했다.
“그 정도 실력이면 절 이기실 수 없습니다. 기권하시는 걸 추천 드리죠.”
루호의 의기양양한 선언에 강자기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나도 전력으로 나가 주지.”
강자기는 한 번 더 폭발적인 H력을 뿜어냈다.
“그런 허세는 이제 더 이상……!”
루호의 말이 끝나기 직전, 강자기의 모습이 사라졌다.
마치 조금 전 루호의 그것 같았다.
루호도 당황했는지 유성추를 돌리며 주변을 경계했다.
“후후후.”
강자기의 웃음소리.
루호가 선 쪽과 정반대 방향의 구석에 강자기가 서 있었다.
고작 한순간에 필드를 가로지른 것이었다.
“이렇게 하는 거였군. 멋진 솜씨야.”
강자기는 어느새 자신이 떨어뜨렸던 곤봉까지 쥐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아까보다 밝아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