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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182화 (182/250)

182.

182.

“으아아아!”

―김상팔, 위를 조심해!

최향자의 외침.

난 사격을 중지하고 바로 위를 쳐다봤다.

아까 광탄이 폭발했던 버섯이 천천히 절벽에서 뜯겨 나가고 있었다.

“뛰어요!”

난 함께 있던 빙신연맹의 헌터에게 소리쳤다.

우리는 함께 근처의 버섯으로 뛰었다.

“으아아악!”

버섯들이 무너지며 아래로 쏟아졌다. 그리고 그 버섯에 있던 헌터들도 함께 균형을 잃고 우리 옆으로 떨어졌다.

“젠장!”

난 나이프를 꺼내 내 몸에 묶은 로프를 잘랐다. 그리고 아래로 뛰어내려 떨어진 헌터들에게 접근했다.

“젠……장……!”

전신을 훑는 바람이 차가웠다.

어둠,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광경에 정신이 빨려 가는 것 같았다.

“크윽!”

만약 나 혼자 떨어졌다면, 정말 절망감에 움츠러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 눈앞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하압!”

능력발동 최대! 난 갖고 있던 로프에 고리를 만들어서 내 아래 헌터들에게 던졌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 감았다.

한 명, 두 명, 세 명.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은 모두 잡았다.

난 로프를 당겨서 모두를 모았다.

“모두 능력발동해요! 충격에 버텨야 해요!”

다들 내 말대로 능력발동을 하며 자신들과 날 더 단단히 묶었다.

난 능력발현으로 슈트 착용을 한 뒤, 로프를 던져 절벽의 버섯에 감았다.

“으윽!”

추락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버섯에 로프가 감겨 팽팽해지자마자 1차적으로 로프를 잡은 내 손과 팔, 2차적으로 로프를 연결한 허리에 충격이 왔다.

여기까지는 슈트 덕에 버틸 수 있었지만, 문제는 버섯이 박살 나면서 그냥 통째로 뜯겨 나갔다는 점이다.

“젠장!”

로프를 회수해 또 다른 버섯에 던졌다.

“으악!”

또 충격. 전신이 찌릿하면서 피가 거꾸로 솟는 감각이었다.

이번에도 버섯이 박살 나면서 뜯겨졌다.

그 와중에 로프가 멀쩡하단 점이 참 대단했다.

“그렇다면……!”

로프를 하나 더 꺼내 하나는 길게 뽑아서 던지고, 뒤에 던진 하나는 짧게 조절해서 던졌다.

두 개의 버섯에 걸린 로프는 거의 동시에 제동을 걸어 줬다.

“끄으으윽……!”

몸이 너무 아팠다.

나까지 합해서 무려 네 사람 분의 체중이 내 몸을 때렸다.

“겨우……멈췄……다!”

우리는 두 개의 로프 사이에 매달려 공중에 떠 있었다.

―김상팔! 대답해! 김상팔!

무전기에서 여러 개의 목소리가 날 불렀다.

일단 가까운 버섯에 안착한 후 로프를 걷었다. 그러고 나서 무전기에 대답했다.

“여기는 김상팔. 무사합니다.”

―형! 지금 위치가 어디세요?

루호의 목소리.

난 일부러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잠깐만…….”

배낭에서 야광봉을 꺼내 꺾었다. 그리고 밝게 빛나는 야광봉을 흔들며 물었다.

“빛이 보여?”

―아니요.

뭐, 예상한 일이다.

난 반대로 이번엔 야광봉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빛과 함께 떨어진 야광봉은 꽤 오래 떨어지다가 멈췄다.

바닥에 닿은 것이다.

“떨어진 시간으로 보면…….”

난 떨리는 목소리로 루호에게 대답했다.

“우린 지하 3층에 가까운 것 같아. 그냥 바닥으로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알았어요. 조심하세요.

난 무전을 마치고 일행을 살폈다.

날 포함해 나존귀와 그 팀원 둘이 있었다.

“다들 괜찮으세요?”

“후후후, 당연하지! 이 천하의 나존귀가 그런 걸로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아!”

나존귀는 기세 좋게 외쳤지만, 그러기엔 그의 바지가 너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난 그래도 그가 똥을 지리지 않은 점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내려가요.”

난 남은 로프를 최대한으로 늘려서 우리 넷을 연결했다.

그때 가슴에 뜨끔하면서 불에 지진 것처럼 쓰라린 통증이 느껴졌다.

“젠장.”

갈비뼈에 금이 갔나?

슈트로 보호했어도 충격이 심했나 보다.

하긴, 사흘 갈 높이를 한 번에 내려왔는데……보통 속도가 아니었다.

“그냥 여기서 기다리면 안 돼?”

나존귀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난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답했다.

“각 구역의 경계가 가장 안전해요. 그러니까 2층과 3층의 경계인 바닥으로 가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에요.”

우리는 한 시간 뒤 바닥에 도착했다.

“와!”

손전등으로 주변을 비추자 시커먼 어둠 속에 떨어진 배낭 하나가 보였다.

“식량이다!”

우리는 허겁지겁 배낭을 열어 확인했다. 거기에는 칼로리바가 가득 들어 있었다.

“각자 물은 갖고 있으세요?”

위에 있는 원정대가 내려오기까지 앞으로 빨라야 이틀. 갖고 있는 물로 버텨야 했다.

“예. 수통에 있습니다.”

“전, 없습니다.”

“내가 있을 것 같아?”

넷 중 물 가진 사람이 둘.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일단 낮은 곳에 있는 버섯을 따서 지낼 곳을 만들어요. 가만히 있으면 체온이 떨어질 거예요.”

우리는 절벽에서 버섯을 따내 절벽에 기대어 차곡차곡 쌓았다.

버섯이 크고 판판한 덕에 금세 은신처와 같은 구조물이 완성됐다.

“흥! 이런 구질구질한 곳에서 씻지도 못하다니…….”

나존귀를 투덜대면서도 의외로 순순히 내 지시대로 움직였다.

한 번 죽을 뻔했던 경험 덕인가?

그날 밤, 다들 버섯더미 속에서 밤을 보냈다.

솔직히 지하이기에 딱히 낮과 밤의 차이가 없었다. 그저 지금의 고립감이 공기를 더 무겁게 만들 뿐이었다.

난 몸을 일으켜 버섯더미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빠르게 제자리 달리기를 하면서 몸을 데웠다.

“김상팔!”

응?

자고 있을 줄 알았던 나존귀가 내 뒤에 서 있었다.

“왜 그러세요?”

“흥! 일단 고맙단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나존귀는 팔짱을 끼면서 얼굴을 붉혔다.

쑥스러운 건가.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뭐, 뭐야? 지금 날 비웃는 거야?”

나존귀는 흠칫 놀라다가 버럭 화를 냈다.

“그럴 리가요.”

새침데기 같은 새끼.

갑자기 나존귀는 날 따라 제자리 뛰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러면 강해질 수 있는 건가?”

“아니요. 이건 그냥 추워서 하는 건데요?”

우리는 서로 말 없이 계속 뛰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몸이 달아오르며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김상팔.”

나존귀가 또 날 불렀다.

“예?”

“넌 왜 강해지려는 거지?”

나존귀는 다른 때와 달리 사뭇 진지한 얼굴이었다.

난 제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제 꿈은 헌터 랭킹 1위가 되는 거거든요.”

“왜 1위를 노리는데? 돈 때문에? 아님 유명세?”

난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예전에 제가 어렸을 때 TV에 나온 헌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거든요. 사람들을 무상으로 치료해 주는 헌터의 이야기였는데, 거기에 크게 감명을 받았어요.”

“감명?”

나존귀도 날 따라 바닥에 앉았다.

“예. 그러니까 동경 같은 거죠. 영웅이랄까요?”

“영웅?”

나존귀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데 커 가면서 점점 변질된 것 같아요. 중학교 땐 헌터의 강한 힘을 동경했고, 고등학교 땐 헌터의 명성과 부를 동경했고, 나중엔…….”

헌터가 될 수 없단 진실을 알게 됐다.

줄곧 헌터가 되기 위해 노력해 오던 난 완전히 사면초가에 빠졌다.

헌터 지망생을 그만두지도, 계속하지도 못하는 상태.

그래서 차선책으로 보조 헌터가 되는 길을 택했다.

뭐, 결국엔 그 일에서 장래성을 보지 못해서 방송을 하려 했지만…….

“동경이라…….”

나존귀는 입술을 씹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날 노려봤다.

“그렇군. 그럼 난 널 동경하겠어.”

엥?

난 내 귀를 의심했다.

“동경해서 강해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해 주겠어!”

나존귀는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난 잠시 멍하게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이상하다.

벌써 사흘째. 위에선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거기에 이어폰과 무전기도 고장!

겨우 하루가 지났지만, 우리의 정신은 크게 흔들렸다.

무엇보다 물! 물이 떨어졌다.

“어떻게 되는 거야! 네가 하루만 버티면 된다고 했잖아!”

나존귀……가 아니라 그의 팀원 중 하나가 내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조금만 기다려 봐요. 분명 설명할 수 없는 사정이…….”

“사정은 개뿔……!”

한편, 다른 한 명은 바닥에 엎드려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죽기 싫어! 아직 결혼도 못 했단 말이야! 망할 도련님 꽁무니나 쫓다가 이런 최후라니……!”

오히려 나존귀는 혼자 절벽에 기대어 앉아 평온함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다.

“다들 하루만 더 기다려요.”

겨우겨우 사람들을 달래서 하루를 넘겼다. 그런데 다음 날도 오지 않았다!

추락한 지 엿새째.

물을 못 마시니 다들 기운이 없었다.

우리는 버섯더미 안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응?”

‘쿵’소리. 버섯더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니 시신 세 구가 추락해 있었다.

추락의 충격으로 사체가 손상됐지만, 옷과 가방을 통해 그들이 ‘KK마스터즈’의 팀원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웩!”

다른 두 사람은 시신을 보자마자 구토를 했다. 나존귀도 아연실색을 하며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다들 가만히 계세요. 제가 수습할게요.”

솔직히 나도 이렇게까지 끔찍하게 손상된 경우는 처음 봤다.

속이 울렁거렸지만 나까지 동요하면 안 될 것 같아 필사적으로 참았다.

겨우겨우 시신을 한곳에 모은 다음, 배낭에 들어있던 커다란 비닐팩을 펴서 그 위에 덮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떨어진 배낭에는 우리가 그렇게 바라던 식수가 있었다.

“다들 마시세요.”

물이 떨어진 지 사흘째. 다들 한계 상황에서 급히 물을 마셨다.

모두가 마시고 나도 한 모금 목을 축였다.

“조금만 더 버티면 돼요. 그러니까…….”

“닥쳐!”

두 사람은 엎드린 채 흐느꼈다. 그러자 나존귀는 그런 둘을 다독이면서 입을 열었다.

“우린 죽지 않아.”

“왜죠?”

“이 천하의 나존귀가 이런 곳에서 허접하게 죽을 리가 없으니까……!”

“예?”

나까지 어이가 없어지는 대답이었지만, 확실히 고작 엿새 만에 나존귀는 강해져 있었다.

이틀 후. 원정대가 내려왔다.

“형! 괜찮으세요?”

루호의 목소리. 버섯더미가 해체되며 루호의 얼굴이 보였다.

“왔니?”

“죄송해요! 괴물들 때문에 위급한 부상자가 많이 생겨서 그대로 올 수 없었어요.”

루호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추락한 직후, 원정대는 ‘핸드버드’와 ‘흡혈산호초’란 괴물의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로 인해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 치료와 재정비로 시간이 지체된 것이었다.

“얼마나 잃었어?”

내 질문에 루호는 절벽 위를 가리켰다.

“하이퍼맨 두 명과 KK마스터즈 다섯이요. 다른 팀들은 대부분 치료가 됐어요.”

“그래?”

염려했던 것에 비하면 양호한 피해다.

“사망자는?”

“위에 두고 왔어요. 돌아갈 때 수습하려고요.”

아이스캡슐이 있긴 하지만 그것들은 시신을 담기 위한 물건이 아니었다.

난 비통한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동안의 집중 치료로 우리 넷은 빠르게 회복했다.

확실히 이럴 땐 치료술이 좋긴 좋다.

원정 14일 째.

우리는 이제 3층 수정지옥에 발을 디뎠다.

어둠 속으로 손전등의 빛을 쏘자 뭔가에 반사되면서 갑자기 공간이 확 밝아졌다.

“우와!”

온통 수정천지. 사방이 온통 번쩍번쩍 거리며 너무 아름다웠다.

왜 이름이 지옥인지 잘 모르겠다.

“이 수정들이 괴물 부산물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이것들은 그냥 보통 물질. 값어치는 거의 없었다.

“엄청 습한데요?”

유정이 수정들을 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마따나 지하 3층은 엄청나게 습기가 강했다.

마치 한여름의 장마 같았다.

―약간 유황 냄새 같은 것도 나.

노구의 무전. 일단 최향자에게 말해서 각 조장들에게 조원들이 화기를 함부로 다루지 않도록 주의했다.

당연히 거기엔 담배와 라이터도 포함이었다.

“저게 뭐지?”

우리의 앞으로 거대한 수정 기둥들이 보였다. 그러나 그것들의 방향은 엉망진창. 수정과 수정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수정 사이의 틈이 너무 좁아요. 도로시로는 통과하기 힘들 것 같은데요?

호규의 무전. 난 최향자에게 가서 물었다.

“도로시가 지나갈 수 있게 수정을 좀 제거할까요?”

“글쎄…….”

최향자는 고개를 들어서 천장을 살폈다.

“괜찮지 않을까?”

난 만약을 위해 최향자가 가진 무전기로 다른 조장들의 의견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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