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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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공중에 뜬 장덕은 황급히 양손에 광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위로 돌고 있는 부메랑이 다가오기 전에 광탄을 완성해서 던졌다.
두 개의 광탄과 부메랑은 공중에서 부딪치며 함께 폭발했다.
“후후후.”
장덕은 깔끔하게 착지해서 양팔을 벌렸다.
“좋은 작전이지만 그런 어린애 장난은 안 통해. 랭킹은 거저 딴 줄 알아?”
이팔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새끼가……!”
장덕은 이를 갈면서 달려들었다. 그러자 이팔도 순순히 그의 돌진에 맞서서 육탄전에 돌입했다.
두 사람은 서로 주먹과 다리를 주고받았다.
“하아아앗!”
근소하게 장덕이 우세했다. 그의 말마따나 장덕의 움직임은 굼뜬 것처럼 보여도 상당히 효율적이었다.
반면에 이팔은 화려해 보여도 장덕을 따라가기 급급했다. 차라리 루호를 내보냈다면, 훨씬 수월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받아라!”
장덕의 발끝이 이팔의 턱을 찔렀다. 이팔은 뒤로 밀리면서 비틀거렸다.
“후후후.”
이어지는 공격은 발을 높이 들어 뒤꿈치로 이마 치기. 장덕의 발에 맞은 이팔의 머리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하아아앗!”
이팔은 양손으로 부메랑을 만들어서 즉시 터뜨렸다. 근거리 폭발에 이팔과 장덕 모두 쓰러져서 바닥을 굴렀다.
“으아아악!”
이팔의 양팔은 피와 화상으로 얼룩졌다. 특히 양손은 살갗이 다 벗겨진 채 뼈에 살만 붙어서 형태만 겨우 유지하는 상태였다.
“크으으윽!”
이팔은 다리만으로 겨우 몸을 일으켰다.
“망할……자식!”
장덕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일어섰다. 그는 자신보다 더 끔찍한 부상을 입은 이팔을 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 미친놈아! 이건 게임이라고! 죽을 셈이냐?”
“형제들을 위해!”
이팔은 버럭 고함을 치면서 피투성이의 손으로 부메랑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어깨가 아니라 허리를 움직여서 팔을 휘둘렀다.
마치 돌팔매. 힘겹게 휘두른 최후의 부메랑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뻔히 보이는 궤도에 당할 것 같아?”
장덕은 펄쩍 점프해서 부메랑을 피했다. 그러나 그것은 함정이었다.
“으아아아!”
이팔은 그나마 멀쩡한 두 다리를 움직여 빠르게 달렸다. 그리고 점프 중이라 움직일 수 없는 장덕을 향해 뛰어올랐다.
“이 새끼가……!”
두 사람은 공중에서 만났다. 이팔은 울부짖으며 장덕에게 박치기.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둘 다 초라하게 바닥으로 추락했다.
결과는?
[폭발대제 : 4 VS 헌한발 : 2]
“남자는 근성!”
장덕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에 비해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이팔은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유리 돔이 열리고 직원들이 서둘러 이팔을 치료실로 데려갔다.
“다음은 절 보내 주십시오!”
또다시 이어지는 이씨 형제들의 소란. 이젠 슬슬 적응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다음은…….”
저쪽이 근성이라면 이쪽은 압도적인 파워! 난 노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노건 씨, 나가서 마음껏 날뛰세요!”
노건이라면 4대2라는 스코어를 충분히 뒤집어 줄 것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노건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필드로 나갔다. 이씨 형제들은 자신들 대신 그를 선택한 날 노려봤다.
“드디어 그가 돌아왔다! 광전사, 그는 아직도 피가 고프다! 노, 건!”
짧지만 임팩트 있는 소개. 장덕은 노건을 보더니 혀를 내둘렀다.
“설마, 그 광전사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도대체 김상팔은 무슨 생각인 거지?”
“잘 부탁드립니다.”
노건은 벌벌 떨면서 자신을 둘러싼 유리 돔과 그 유리 벽 밖에서 구경하는 관객들을 바라봤다.
더구나 전국 생중계! 보통 상태의 그에게는 좀 강한 자극이었다.
“뭐야? 혹시 지금 쫀 거야?”
장덕의 헛웃음과 함께 시작 구호가 울렸다. 장덕은 빠르게 달려가 노건에게 주먹을 날렸다.
“하하하!”
장덕에게 맞은 노건은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게 뒤바뀌었다.
“크아아악!”
노건은 고함을 지르며 폭발하듯 H력을 뿜어냈다. 그리고 내가 아는 괴물의 모습으로 육체를 부풀렸다.
이번엔 하체까지 찢어졌지만 내가 사준 특제 팬티를 입은 덕에 나체가 되는 것을 모면할 수 있었다.
“이, 이게 바로……!”
장덕은 노건의 모습에 질려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노건이 지른 주먹 한 방에 유리 돔으로 날아갔다.
[폭발대제 : 4 VS 헌한발 : 3]
노건은 전처럼 함부로 날뛰진 않았지만 아직도 흥분 상태였는지, 유리 돔이 열리고 직원들이 들어오자 거리를 벌리며 으르렁거렸다.
“서둘러!”
직원들이 장덕을 데리고 나가고, 곧장 새로운 선수가 들어왔다.
노건의 상태를 고려해 유리 돔을 열고 닫는 것은 상당히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그래서 이서현의 소개는 선수가 필드에 들어오고 나서 한 발 늦게 시작됐다.
“광전사의 독주를 막는다! 폭발대제의 강철 병기! 진정한 철권! 이, 용, 도!”
멸치 새끼!
소개가 끝나고 여덟 번째 시합이 시작됐다. 이용도는 배시시 웃으며 자신의 육체를 강철로 만들었다.
“으아아아!”
노건은 맹수처럼 덤벼들어 이용도를 마구 때렸다.
육중한 몸집에서 나오는 펀치는 자비 없이 이용도의 육체를 찍었다. 하지만 강철로 된 이용도의 육체는 아무런 타격 없이 멀쩡했다.
“약해! 너도 약골이었냐?”
노건이 허리를 돌리며 힘껏 체중을 실어서 주먹을 날리자, 이용도는 그것을 두 손으로 잡아서 막아 냈다. 그리고 노건이 반응하기 전에 재빨리 움직여 노건에게 올라탔다.
“받아라!”
이용도는 노건의 어깨 뒤로 돌아가 노건의 목에 다리를 감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연속으로 노건의 머리를 때렸다.
“죽어라, 괴물아!”
노건은 팔을 뒤로 뻗어 이용도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과도하게 팽창된 근육은 유연성의 적. 노건의 관절은 접히지 않았다.
반면에 이용도는 강철로 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잽싸게 노건의 손길을 피했다.
“하하하! 어때? 내 철권 맛이……!”
이용도는 크게 웃으며 집요하게 노건의 머리를 노렸다. 그의 주먹은 강철 그 자체. 그 공격은 쇠파이프로 내려친 것 이상의 파괴력이 있었다.
아무리 노건이라도 그런 공격을 계속해서 머리에 받으면 멀쩡할 리가 없었다.
“머리통을 부숴 주마!”
이용도는 깍지를 껴서 노건의 정수리에 내리쳤다.
뼈가 깎이는 것 같은 소리가 나며 노건의 몸이 비틀거렸다.
“하하하! 다음으로 끝이다!”
이용도는 깍지 낀 손을 높게 들어올렸다. 그러나 그가 내려치기 전 노건은 괴성을 지르며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으아아악!”
순간적인 힘과 속도. 노건은 흡사 발사된 로켓처럼 뛰어올라 스스로 천장에 머리를 부딪쳤다. 그리고 겸사겸사 노건의 뒷목에 매달려 있던 이용도까지 유리 돔에 머리를 찧고 말았다.
“이, 이 자식!”
노건의 점프력은 아직 위력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잠시 동안 공중에 뜬 것같이 보였다.
유리 돔의 천장은 처음 충격으로 금이 갔고, 노건이 공중에 머무는 동안 그 금이 점차적으로 커졌다.
“으아아아!”
노건은 고함을 지르며 바닥에 착지. 그 진동으로 유리 돔의 천장이 무너졌다.
뻥 뚫린 구멍 아래로 유리 조각들이 두 사람에게 떨어졌다.
“히, 히이이익!”
이용도는 유리 조각을 피해 노건에게서 떨어졌다. 그러자 위에서 떨어진 유리 조각이 그대로 노건에게 꽂혔다.
“하하하! 미친 새끼! 꼴좋다!”
이용도는 배를 잡고 웃었다. 어찌나 정신없이 웃는지 완전히 땅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하하하! 이번 시합은 완전히 거저 먹……?”
노건의 머리와 어깨는 유리 조각이 꽂혀 보기 흉한 바늘집이 되었다.
노건은 짐승처럼 몸을 털면서 몸에 꽂힌 유리 조각을 떼어 냈다. 그리고 피와 상처가 가득한 얼굴로 괴성을 질렀다.
“으아아아!”
노건의 괴성에 유리 돔의 구멍 주변 금이 커졌다. 이용도는 얼굴을 찌푸리며 자세를 낮췄다.
“말도 안 돼! 그런 상태에서 움직인다고?”
노건은 손으로 유리 조각을 억지로 뽑아냈다. 그 덕에 상처가 더 벌어졌고, 피가 홍수처럼 넘쳐흘렀다.
“미, 미친……!”
노건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범벅. 누가 봐도 압도될 모습이었다.
이용도는 양손에 광탄을 모으며 천천히 노건의 옆으로 걸어갔다.
“그만 쓰러져!”
이용도는 광탄을 던졌다. 노건의 머리를 노린 광탄은 제대로 명중해 폭발을 일으켰다.
“쓰러져, 쓰러져, 쓰러져! 제발……!”
이용도는 계속해서 광탄을 만들어 노건에게 던졌다.
처음엔 정확하게 머리에 명중하던 광탄은 점차 노건의 전신으로 퍼지더니, 나중에는 주변을 맞추기도 했다.
“으으…….”
노건은 광탄을 맞으면서 거의 본능적으로 걸었다. 상체는 광탄의 폭발에 따라 사방으로 흔들렸고, 쩍 벌어진 입에선 침이 질질 흘렀다.
“왜 안 쓰러지는 거야!”
이용도는 겁에 질려서 소리쳤다. 그러나 그가 광탄 던지는 것에 정신이 팔린 사이, 노건은 어느덧 그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제, 젠장!”
이용도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노건의 양손이 날아들었다.
조금 전 이용도가 했듯이 노건은 양손에 깍지를 껴서 힘껏 내리쳤다.
“끄아아악!”
노건의 양손은 이용도와 함께 필드 바닥까지 짓이겼다. 굉음과 함께 구덩이가 움푹 파이며 먼지구름이 휘날렸다.
“크으으윽!”
이용도는 노건의 손에 깔린 채 구덩이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아직 의식이 있었다. 그는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노건에게서 빠져나오려 했다.
“하아아앗!”
이번엔 노건의 내려치기 공격이 연속으로 이용도를 두들겼다. 그의 주먹이 이용도를 때릴 때마다 바닥의 구덩이는 점점 커졌다.
노건은 이용도를 죽일 기세로 계속 공격했다.
“하아아앗!”
강철이 구겨졌다. 이용도의 몸은 반은 지면 아래 묻히고 반은 노건에게 맞아 납작해졌다.
“그만!”
이서현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그러나 이미 최고조로 흥분한 노건이 그 말에 따를 리 없었다.
결국 2위 쟁탈전에서 하상구에게 했듯이 노건에게 마취총을 쐈다. 다만 하상구의 경우 유리돔 천장에 설치된 장비를 통해 발사됐다면, 노건의 경우에는 유리돔이 열고 직원이 그 틈으로 직접 마취총을 쐈다.
“크으으윽!”
놀랍게도 마취총에 맞았음에도 노건은 잠들지 않았다. 정확히는 잠들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치켜들면서 눈을 부릅떴다. 아마 저 행동도 자신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함일 것이다.
“어, 어서 옮겨!”
직원들은 잔뜩 겁을 먹은 채 울상이 되어 유리 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심조심 노건을 피해 이용도를 옮겼다.
[폭발대제 : 4 VS 헌한발 : 4]
동점. 승부는 원점으로 왔다.
작은 욕심이 있다면 여기서 노건이 한 번 더 이겨서 점수를 앞서는 것뿐이다.
노건과 같은 타입에게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적지형. 내 경험상 적지형을 상대하려면 능력보단 H력 응용 기술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성을 상실하고 날뛰는 노건에게 그것은 불가능. 즉, 그에게는 적지형에게 맞설 수단이 전무했다.
“다음은 적지형이 나오는 건가?”
나라면 그렇게 할 것이다. 적지형의 실력이라면 노건은 물론이고 그 뒤로도 가볍게 2연승. 우리를 몰아넣기엔 충분한 전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