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헤드헌터 김상팔-166화 (166/250)

166.

166.

“피해라!”

코끼리로 변한 호맹우가 헌터들을 치면서 마구 날뛰었다. 그러자 거기에 지지 않고 7팀의 추보영도 모습을 표범으로 바꾸면서 코끼리에게 덤벼들었다.

다른 헌터들은 각자의 능력을 사용해 두 맹수의 싸움을 보조했다.

“하앗!”

이신지가 쇠사슬을 만들어 표범을 구속하자 남궁만이 모습을 고릴라로 변신해서 손으로 쇠사슬을 길게 잡고, 그 사이를 김목록이 뿔로 비틀어 끊었다.

“하앗!”

이경신과 조력자 한 명은 코끼리 위에 올라가서 코끼리의 머리에 광탄을 쐈다. 그러나 코끼리는 움직임이 무뎌지기는커녕 더욱 거칠게 날뛰며 두 사람을 떨어뜨렸다.

“받아라!”

로얄가드맨 8팀은 철저하게 협동해서 싸웠다.

대표인 제갈신이 지휘를 하면 이장군과 장만사가 그대로 공격과 수비를 병행했다.

“이번엔 주아란을 노려! 그녀가 헌한발의 약점이야!”

제갈신은 능력발동만 쓰는 아란을 가리켰다. 그러자 이장군과 장만사가 빠르게 아란에게 달려들었다.

루호는 다른 헌터들을 상대하느라 바빴기에 내가 아란 뒤에 붙어서 그녀를 지켜봤다.

“팀장님!”

아란이 날 돌아보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바람을 허락했다.

“쓰세요.”

내 말에 아란은 활짝 웃으며 전방을 노려봤다. 그녀의 시선에 8팀의 세 사람이 잠시 멈칫하면서 H력을 내뿜었다.

“하아아앗!”

아란은 능력발현을 해서 H력을 양다리에 모았다.

“가볍게!”

아란은 바닥을 한 번 차더니 가볍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단숨에 이장군에게 도달해 그의 턱을 빠르게 걷어찼다.

“무겁게!”

다음으로 이장군 옆에 선 장만사.

아란은 처음보다 느려진 속도로 뒤를 돌면서 뒷발로 장만사의 뺨을 찍었다. 그러자 그녀의 발에 채인 장만사가 저 멀리 날아갔다.

“젠장!”

제갈신이 이를 갈면서 능력발현을 했다. 그는 아란에게 손을 뻗더니 장풍과 같은 풍압을 내뿜었다.

“크으으윽!”

아란은 다리의 H력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며 버텼다.

난 광탄을 만들어 제갈신에게 던졌다.

“에잇!”

내가 던진 광탄은 포물선을 그리며 제갈신의 머리로 날아갔다. 그러나 그의 머리에 닿기 전 제갈신의 손 하나가 아란에게서 내 광탄으로 옮겨 갔다.

“하하하! 이런 유치한 수법엔 안 속는다!”

“그래? 하지만 우린 셋이거든?”

“뭐!”

제갈신의 뒤로 루호가 다가가 근거리에서 광탄을 쐈다.

그것에 맞은 제갈신은 능력을 중단하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다구리다!”

우리는 동시에 달려들어 제갈신을 팼다.

[11팀. 조루호(75), 김상팔(100) 외 1인] 3점

“아자!”

제갈신은 회생 불가. 다른 둘은 겨우 몸을 일으켜 우리를 상대했다.

“가즈아!”

두 사람은 광탄을 쏴 대며 돌격했다. 그러자 아란은 혼자 나서서 그 둘을 상대했다.

나와 루호는 그것을 지켜보다가 우리에게 다가온 또 다른 상대에게 집중했다.

“히히히!”

랭킹 35위의 이용도.

그는 폭발대제의 팀원이자 저번 스페셜 매치 때 태한에게 시비를 걸었던 놈이다.

“선빵 필승!”

이용도는 강철 인간인 상태로 루호에게 달려들었다.

루호는 이용도의 주먹을 피해 몸을 숙였다. 그러자 그가 조롱하듯 외쳤다.

“네 까짓 게 무슨 천재라는 거야!”

이용도는 특별한 기교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물론 그런 아마추어 같은 공격에 루호가 맞을 리 없었다.

다만 그의 H력과 강철 주먹이란 특성상 한 대만 맞아도 바로 치명상으로 이어질 것이었다.

“김상팔!”

나한테는 적지형이 다가왔다. 그러나 그런 그의 앞을 마바일이 가로막았다.

“넌 빠져서 슈퍼타이거를 사냥해. 김상팔은 내가 맡겠다.”

“하, 하지만……!”

“어, 서!”

마바일의 엄령에 적지형은 이를 갈면서 물러났다.

인간 형태의 마바일은 몸을 풀면서 나에게 걸어왔다.

“전부터 너와 한번 붙어 보고 싶었다. 듣자하니 지부에 밉보여서 랭킹 승격이 안 된다지? 만약 여기서 너보다 상위권의 헌터를 쓰러뜨리면…….”

마바일은 말을 멈추고 쓰러진 제갈신을 쳐다봤다.

난 고개를 까딱이며 ‘이미 쓰러뜨렸는뎁쇼?’란 표정을 지었다.

“더, 더 높은 랭킹의 헌터를 쓰러뜨리면 지부에서도 인정해 주겠지? 안 그런가?”

당황하지 않은 척하긴…….

난 슈트를 해제했다.

“뭐지? 나한텐 전력을 다하지 않을 거란 뜻인가?”

“아니요. 당신 상대는 제가 아니라…….”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용도, 이장군, 장만사가 내 앞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세 사람을 쓰러뜨린 루호와 아란이 내 양옆에 섰다.

“우리 셋이 해 줄 거예요.”

미쳤다고 당신 같은 실력자랑 일대일로 싸우겠습니까?

루호와 아란에게 맞은 세 사람은 몸을 벌떡 일으키며 다른 헌터들에게로 도망쳤다.

마바일은 같은 팀인 이용도의 뒷모습을 보면서 혀를 찼다.

“한심한 놈.”

마바일은 우리를 보며 씩 웃었다.

“너희야말로 진짜배기지. 너희에 비하면 여기에 있는 랭킹 헌터 중 절반은 쓰레기야.”

“칭찬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마바일의 랭킹은 18위.

그 실력은 스페셜 매치 때 충분히 봤다. 상대가 미친 방어력을 지닌 이준이어서 진 것이지, 결코 그의 실력이 모자라서 진 것이 아니다.

“루호야. 넌 능력을 쓰지 마.”

“네.”

어차피 싸워야 할 상대니, 이렇게 한판 붙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다른 헌터들도 서로 싸우느라 전력을 소비 중이니, 루호만큼은 최후의 최후까지 아끼고 싶다.

“아란 양, 가요!”

“넵!”

난 다시 능력발현으로 슈트를 착용하고 양팔에 H력을 모았다.

“가볍게!”

아란은 빠르게 뛰어가서 마바일이 아직 능력발현하기 전에 공격했다. 그러나 그녀의 발차기가 마바일의 목에 닿기 전 그의 몸이 더 빠르게 움직여 공격을 피했다.

“좋은 움직임이군. 아직 어린 것 같은데?”

“더 가볍게!”

아란은 더 빠르게 속도를 높여 기어코 마바일의 안면을 걷어찼다. 그러나 가벼워진 만큼 위력이 줄어서 정통으로 차인 것치곤 마바일의 코가 빨갛게 부을 뿐이었다.

“스피드와 파워를 오가면서 몰빵하는 건가?”

마바일은 뒤로 물러서서 코를 만졌다. 그리고 이내 모습을 바위 인간으로 바꾸었다.

“역시 너희는 방심할 수 없군.”

크기는 변하지 않았지만 몸의 성질 자체가 달라진 상태.

아란은 H력을 잔뜩 뿜어내며 외쳤다.

“무겁게!”

아란은 다리를 높게 든 다음 발뒤꿈치로 마바일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마바일은 별다른 방어 자세 없이 순순히 아란의 공격을 받았다.

아란의 발꿈치가 마바일의 이마에 닿자 엄청난 충격과 함께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그런 공격이 무색하게 마바일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멋진 공격이야.”

“더, 더 무겁게!”

아란은 H력을 다리에 응축했다. 그리고 이번엔 깔끔한 돌려차기로 마바일의 목을 때렸다.

아까보다 더 큰 울림이 내 몸까지 전해졌지만 이번에도 마바일은 멀쩡히 서 있었다.

“좋은 발차기야. 하지만 아직 미성숙해.”

“이, 이럴 수가……!”

마바일은 빠르게 몸을 틀어서 아란의 복부를 때렸다. 그의 묵직한 주먹에 아란이 높이 뜨면서 천장까지 날아갔다.

“아란 양!”

“무겁게!”

아란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직전 허공에서 발차기를 해서 떨어지는 궤도를 바꿨다. 그리고 왼쪽으로 휘면서 한참 싸우고 있는 코끼리 위로 떨어졌다.

“꾸에에엑!”

코끼리 호맹우가 비명을 지르며 떨어진 아란과 부딪친 충격으로 쓰러졌다.

마바일은 손을 까딱이며 나와 루호에게 말했다.

“어서 덤벼라.”

“하아아앗!”

나와 루호는 신체 능력을 강화시키며 마바일에게 돌격했다.

우리는 양옆에서 동시에 주먹과 다리를 휘둘렀고, 마바일은 무거워 보이는 몸으로 잘도 우리의 공격을 피했다.

“아다다닷!”

공격을 퍼붓는 사이사이에 난 오른손에 무광권을 만들었다.

마바일의 방어력이라면 분명 죽지 않는 선에서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받아라!”

루호의 공격으로 빈틈이 생긴 찰나를 노려 무광권을 질렀다. 그러나 놀랍게도 마바일은 몸을 활대처럼 휘면서 내 무광권을 피했다.

“그 공격은 불길하군.”

이걸 느낀 거야?

마바일은 바위 상태에서 광탄을 만들어 내 얼굴로 쐈다. 헬멧으로 보호돼 있었지만 강력한 충격에 몸이 뒤로 젖혀졌다.

“젠장!”

그냥 그대로 무광권을 터뜨렸다. 그러자 그 충격으로 마바일은 아예 바닥으로 철퍼덕 쓰러졌다.

“지금이야!”

나와 루호는 발을 높게 들어서 마바일을 밟았다. 그리고 밟고, 밟고, 또 밟았다.

“크윽!”

발이 저렸다. 이렇게 열심히 밟고 있는데도 도저히 이겼단 느낌이 들지 않았다.

“으아아악!”

그때 매우 높고 거친 비명소리가 우리의 귓가를 때렸다.

그것은 이용도의 목소리였다.

“용도!”

마바일은 나와 루호를 밀치며 그냥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비명소리가 난 방향으로 가 버렸다.

“상대도 안 되네요.”

루호는 몸을 털면서 허탈하게 말했다.

난 능력을 해제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게.”

우리는 함께 전광판을 봤다.

[01팀. 이신지(14) 외 1인]

[02팀. 최강지(16), 토마스 박(44), 김대팔(80)] 5점

[04팀. 호맹우(31)]

[05팀. 조기홍(11), 남궁만(21), 김목록(22)] 3점

[07팀. 추보영(23)]

[10팀. 마바일(18), 적지형(40)] 4점

[11팀. 조루호(75), 김상팔(100) 외 1인] 3점

“잘하면 우승할 수도 있겠는데?”

어금니와 슈퍼타이거는 서로 싸우는 중, 우리와 폭발대제는 그 사이에 껴 있는 상태다.

“으아아악!”

고릴라가 코끼리의 상아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그러자 즉시 안내방송이 나오며 싸움이 중단됐다.

“지금부터 부상자들을 이송하겠습니다. 잠시 싸움을 멈춰 주시기 바랍니다.”

이서현의 목소리와 함께 유리 돔이 열리며 직원들이 우르르 들어와 부상자들을 한꺼번에 옮겼다.

“깨끗해졌어.”

남은 시간 20분.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변신해서 몸으로 싸우던 코끼리 호맹우와 표범 추보영은 완전히 녹초가 된 모습이었다.

나와 루호는 아란을 부축해서 구석으로 이동했다.

“우린 무조건 호맹우와 추보영을 노려야 해. 두 사람은 대표니까 한 사람만 쓰러뜨려도 3점이야.”

“그럼 둘 중에 누굴 노릴까요?”

아란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난 팔을 뻗어서 거대한 몸집을 가리켰다.

“당연히 호맹우지.”

거대한 만큼 모두의 집중 공격을 받은 탓에 호맹우는 겨우겨우 코끼리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의 몸을 감싼 H력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이 흐릿하게 뿜어지고 있었다.

“가자!”

“넵!”

우리는 동시에 뛰어올랐다. 그리고 각자의 최대 공격을 준비했다.

난 무광권, 루호는 광탄, 아란은 무겁게!

“받아라!”

우리의 공격이 적중하면서 호맹우의 변신이 풀렸다.

[11팀. 조루호(75), 김상팔(100) 외 1인] 6점

좋았어, 1위!

“이 녀석들!”

이신지가 H력을 뿜어내며 손바닥으로 바닥을 쳤다. 그러자 우리 주변으로 수십 개의 쇠사슬이 솟아나며 에워쌌다.

“아란 양!”

내 외침에 아란은 다리에 H력을 모았다.

“뜨겁게!”

아란의 다리가 빨갛게 불타올랐다.

이신지는 이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저, 저거 디아블 잠…….”

“아니야!”

아란이 이신지의 말을 끊으며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우리를 감싸려는 쇠사슬들을 걷어찼다.

쇠사슬은 아란의 발길질에 뜨겁게 달궈지면서 불꽃까지 붙었다.

아란은 모든 쇠사슬을 걷어찬 후 공중제비를 돌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