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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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었어. 다음?”
“젠장!”
조기홍 팀이 김두에게 달려들었다.
조기홍은 수십 개의 말뚝을 만들어 김두에게 날렸다. 살인 금지 규칙 때문인지 말뚝의 끝은 뭉뚝했다.
“받아라!”
“하하하!”
김두는 근육을 부풀림과 동시에 몸 전체를 쉴 새 없이 진동시켰다. 그리고 그 떨림을 이용해 날아온 말뚝들을 모두 쳐냈다.
“이, 이럴 수가!”
“같은 2군이라도 나와 너희 사이엔 커다란 벽이 있단 말씀이다!”
랭킹은 조기홍이 더 높을 텐데?
모두가 경악하며 조기홍 팀과 김두의 근접전을 지켜봤다.
“하앗!”
조기홍은 긴 말뚝을 만들어 봉처럼 휘두르고, 다른 두 사람은 능력발현을 통해 모습을 바꿨다.
21위 남궁만은 온몸에 털이 나고 상체가 부풀면서 고릴라로 변신, 22위 김목록은 양쪽 관자놀이에서 긴 뿔이 돋아났다.
“돌격!”
세 사람은 세 방향으로 찢어져 정면과 좌우에서 김두를 공격했다. 그러나 김두는 또 몸을 고속으로 진동시켜 세 사람을 튕겨 냈다.
“크아아악!”
상위 랭커 셋이 멀찍이 날아가 유리 돔에 부딪쳤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은 반쯤 전의가 꺾인 채 소리를 질렀다.
“젠장!”
다들 그냥 반쯤 포기한 채 달려들었다. 우리도 그 흐름에 맞춰 무리에 끼어들었다.
오직 마바일 팀만 가만히 서서 다른 사람들의 싸움을 구경했다.
“다들 능력발현은 쓰지 마……!”
딴 데 보면서 말하는 사이, 김두가 다가와 날 때렸다.
진동하는 주먹에 옆구리를 맞자 몸이 기억자로 꺾이며 숨이 턱 멎었다.
“형!”
“팀장님!”
아란과 루호는 김두에게 달려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한 대 얻어맞고 튕겨 나갔다.
“쪽수로 밀어붙여!”
이신지의 외침에 어금니 네 팀을 주축으로 임시 연합의 공세가 적극적으로 이어졌다.
특히 4팀의 대표 호맹우는 전신을 거대한 코끼리로 바꿔서 김두에게 돌진했다.
“하? 하하하!”
김두는 입을 쫙 벌리며 호맹우의 변신에 반가워했다.
“강해 보이는데?”
김두는 다가오는 코끼리를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자세를 낮추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상아를 양손으로 잡았다.
그는 발끝으로 버티며 천천히 코끼리의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줘서 기어이 괴물 같은 무게를 버텨 냈다.
“히히히!”
김두는 미친 듯이 웃으며 상아를 잡은 팔에 힘을 줬다. 그의 운동복 상의가 찢어지며 핏줄이 선 양팔이 훤히 드러났다.
“간다!”
김두는 고함을 지르며 상아를 놓음과 동시에 코끼리의 다리를 박찼다. 그러자 그의 몸이 위로 솟아오르며 단번에 코끼리의 이마에 다다랐다.
“하앗!”
김두는 팔을 진동시킨 다음 냅다 코끼리의 이마를 강타했다.
마치 공사 현장의 착암기처럼 연속된 타격. 코끼리의 눈이 돌아가며 입에서 거품을 뿜었다.
“뇌진탕?”
코끼리가 주저앉았지만 전광판에는 점수로 인정되지 않았다. 아직 호맹우의 변신이 유지되는 중이기 때문인 것 같다.
김두는 그대로 코끼리 머리 위에 서서 외쳤다.
“다들 한꺼번에 덤벼! 재미가 없어지잖아!”
랭킹 13위의 위엄.
다들 필사적으로 덤벼들었다. 걸린 돈도 돈이지만 한국 최고 팀들의 명성이 걸려 있었다.
“흐아아앗!”
헌터 한 명이 뒤에서 뛰어올라 김두를 공격했다. 그러나 김두는 뒤돌려 차기로 가볍게 그를 쳐냈다.
그 다음엔 헌터 셋이 정면에서 동시에 뛰어들었다.
“받아라!”
김두는 배시시 웃으며 그들을 피해 뒤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바닥에 서서 손짓했다.
“이리와.”
“하앗!”
세 사람이 뛰어내리자 김두는 코끼리를 밟고 올라 헌터들의 옆으로 향했다. 그리고 비스듬히 옆으로 달리며 떨어지는 그들을 한꺼번에 때렸다.
“으아아악!”
세 명의 헌터는 바닥에 쓰러져 일어서지 못했다.
[12팀. 김두(13)] 4점
“후후후! 겨우 1점짜리 셋인가?”
김두는 다시 코끼리 등 위에 섰다.
“더 덤벼!”
“저 새끼, 잡아!”
김경진의 외침에 10여 명의 헌터들이 뛰어들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시무시한 H력을 뿜어내며 김두를 위협했다.
“하하!”
김두도 최대로 H력을 뿜어내며 맞섰다. 양쪽은 그야말로 한 데 뒤섞이며 코끼리 위에서 난투를 벌였다.
“저 좁은 곳에서 잘도 싸우네요?”
아란이 감탄을 늘어놓았다. 난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우리도 저기에 껴야 해요. 안 그러면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될 거예요.”
임시 연합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눈치. 결국엔 서로가 적이 될 운명이기에 가급적 힘을 보존하면서 상대의 힘을 약화시켜야 향후 유리하게 싸울 수 있다.
“적당히 싸우는 척해요.”
우리 셋은 함께 뛰어서 김두를 공격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김두의 반격에 나가떨어졌다.
“어이쿠! 너무 너무 강력하네?”
연기인 듯 연기 아닌 연기 같은 연기. 내 말에 루호와 아란은 웃으면서 쓰러졌다.
우리는 잠시 누운 채로 싸움을 구경했다.
“으악!”
다들 김두의 주먹에 의해 코끼리 등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계속된 협공에 의해 김두의 H력은 처음보다 줄어든 상태였다.
“이 새끼!”
랭킹 16위의 최강지가 높이 뛰어올라 머리에서 무수한 털침을 발사했다.
“이크!”
김두는 털침을 피해 코끼리에서 뛰어내렸다. 그가 아래로 내려오자 헌터들이 모두 우르르 달려들었다.
“하하하!”
김두는 필드에 서서 무차별적으로 다가오는 헌터들을 후려쳤다. 그러나 그가 점차 지치는 모습을 보이자 다들 더 열을 내서 달려들었다.
“다굴 앞에 장사 없다!”
헌터들은 집념에 미쳐서 김두를 사냥하듯 공격했다.
[12팀. 김두(13)] 6점
김두의 점수는 계속해서 늘었다.
“히아아앗!”
30위 김경진이 기합을 지르며 김두의 뒤를 쳤다. 그러나 김두는 오히려 그 주먹을 잡아서 그를 자신에게로 끌었다. 그리고 뒤를 돌면서 발뒤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찍었다.
“커헉!”
김경진의 몸이 과하게 꺾이며 그의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김경진은 풀썩 쓰러진 후 일어서지 못했다.
[12팀. 김두(13)] 9점
“하하하!”
3팀 전멸.
같은 어금니 소속의 1, 2, 4팀은 이를 갈면서 소리쳤다.
“죽여!”
44위 토마스 박. 그는 김대팔을 밀치며 앞으로 보냈다. 김대팔은 마지못해 양손을 뻗어서 광탄을 연사했다.
“으으으윽!”
김두는 팔을 교차해서 몸통과 머리를 방어했다.
기관총 수준의 광탄은 사정없이 그를 공격하며 위력을 뽐냈다. 김대팔의 광탄 연사에 어금니 헌터들은 환호를 질렀다.
“잘한다! 어금니의 티라노!”
“히히히!”
김두는 공격을 버티면서 즐거워했다. 그는 이를 갈면서 몸에 힘을 줬다. 그리고 광탄의 폭발을 버텨내며 앞으로 전진했다.
“앗!”
김두는 광탄을 맞으며 그냥 달렸다. 그리고 단번에 김대팔에게 도달. 주먹으로 그의 복부를 찔렀다.
주먹 한 방에 김대팔의 인형옷이 터지며 인형탈을 제외한 몸 전체가 드러났다.
“와!”
길쭉하다! 마르고 긴 체형이지만 적당히 근육도 붙어 있어서 모델 같았다.
짜리몽땅한 인형옷 안에 어떻게 몸을 집어넣고 있었지?
팬티와 민소매 러닝셔츠 차림의 김대팔은 번데기를 벗은 나비처럼 펄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천장에까지 날아오른 다음 몸을 반전시켜 거꾸로 선 채로 필드를 내려다봤다.
김대팔의 입장에선 올려다봤다고 해야 맞나?
“멋지군!”
김두는 황홀한 시선으로 김대팔의 움직임을 감상했다.
김대팔은 유리 돔을 차며 빠르게 필드로 내려왔다.
“하하하!”
위에서 떨어지는 김대팔과 필드에 선 김두. 둘은 서로에게 주먹을 뻗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맞닿은 순간 각각의 주먹이 서로의 안면을 때렸다.
“으아아악!”
김두의 주먹은 인형탈을 터뜨렸고, 김대팔의 주먹은 김두를 쓰러뜨렸다.
[02팀. 최강지(16), 토마스 박(44), 김대팔(80)] 3점
“후우.”
완전히 인형옷을 벗은 김대팔. 그러나 필드에 선 그의 머리엔 철가면이 씌워져 있었다.
“진짜 변장 징하다!”
저 정도면 그냥 보여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김대팔은 검지를 펴서 흔들었다.
“후후후. 지난번 실수를 교훈 삼아 보강했습니다.”
“그딴 거 보강할 시간에 수련을 해요!”
내 외침에 김대팔은 살짝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다.
“너무해요. 그래도 김두 씨를 이겼잖아요?”
김두가 쓰러지고 다음 다굴 대상은 우리와 폭발대제 10팀.
젠장! 열심히 꿀 빨려고 했는데……!
김대팔은 헌터들 뒤로 몸을 숨겼다. 우리는 한쪽에 몰린 채 정면의 헌터들을 바라봤다.
“쏴!”
44위 토마스의 외침에 다들 손으로 광탄을 만들어 우리를 공격했다.
난 능력발현으로 슈트를 입으며 루호와 아란에게 외쳤다.
“내 뒤로 숨어!”
두 사람이 내 뒤에 서자마자 무수한 광탄들이 날아왔다.
한 방, 한 방 수준급 위력을 내며 내 몸을 망치처럼 때렸다.
“크으으윽!”
폭발대제 10팀은 각각의 능력발현으로 광탄을 막았다.
마바일은 바위 거인, 이용도는 강철 인간, 적지형은 모래더미로 변해서 공격을 버텼다.
“이건 어떠냐?”
앗!
토마스가 양손으로 모아 머리 위로 거대한 광탄을 만들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광탄의 지름이 순식간에 5미터를 넘어갔다.
“하앗!”
토마스가 힘껏 거대 광탄을 던지자 다른 헌터들의 광탄 사격이 중단됐다.
다행히 거대 광탄의 속도는 느려서 마치 바람 빠진 풍선이 떨어지듯 천천히 우리를 향해 날아왔다.
“젠장!”
난 양팔에 H력을 모아 광권의 형태를 만든 다음 그 상태에서 계속 H력을 압축해 무광권으로 만들었다.
“받아라!”
양팔을 아래에서 위로 휘두르며 손끝을 털 듯이 탄력적으로 튕겼다.
어깨부터 손까지를 하나의 초승달처럼 만들면서 움직이는 동작. 그러자 내 손을 덮고 있던 무광권이 초승달 모양으로 변하며 날아갔다.
태한에게 전수받은 검기. 두 개의 투명한 초승달은 거대 광탄을 단번에 갈랐고, 갈라진 광탄의 조각은 양쪽으로 날아가 우리가 아닌 포위한 헌터들에게 떨어졌다.
“엎드려!”
우리는 바짝 엎드려서 바닥에 몸을 붙였다.
이 기술은 사람에게 쓸 수 없다. 위력이 좋은 만큼 살인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거대한 크기만큼 거대한 폭발이 일면서 유리 돔 안에 먼지 폭풍이 일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인해 헌터들이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02팀. 최강지(16), 토마스 박(44), 김대팔(80)] 5점
“와! 지금 건 내가 한 거 아닌가?”
먼지 폭풍이 가신 뒤 헌터들은 원래 팀끼리 뭉쳐서 다섯 무리로 나뉘었다.
어금니 여섯.
슈퍼타이거 여섯.
로얄가드맨 셋.
폭발대제 셋.
헌한발 셋.
다들 끼리끼리 뭉쳐서 잠시 숨을 골랐다.
지금까지의 전개라면 당연히 다시 세 팀이 연합해 우리와 폭발대제를 공격해야겠지만 방금 전 폭발로 슈퍼타이거 쪽에서 탈락자가 나오면서 상황이 살짝 바뀌었다.
“우리와 연합하자!”
5팀의 조기홍이 날 보며 외쳤다. 그러자 이신지는 마바일에게 연합을 권했다.
우리와 폭발대제 모두 어리둥절해서 즉각 대답하지 못했다.
“싸우자!”
선수를 친 것은 로얄가드맨 8팀이었다.
그들은 대뜸 슈퍼타이거를 공격하면서 스스로 어금니와 연합했다.
“으아아앗!”
순식간에 필드 위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두 세력으로 좁혀진 헌터들은 마음껏 능력발현을 하며 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