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142화
“다랑아!”
언제 피를 빨았는지 남주나가 또 블러드 포스를 발동하며 달려왔다. 그녀는 단숨에 마다랑에 붙은 킹메라를 쳐내며 둘 사이를 벌렸다.
“용서 못 해!”
남주나는 다친 마다랑을 즉시 후방으로 옮겼다. 그리고 쓰러진 최마군과 태한도 같은 곳에 피신시켰다. 정신을 차린 최마군은 서둘러 마다랑의 치료를 시작했다.
“그냥 다 같이 싸우면 안 되나요?”
정말 답답하다. 실력은 다들 탑급인데,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한심하다.
“싫어!”
남주나는 몸을 꼬다가 피면서 킹메라의 면상에 주먹을 날렸다. 킹메라는 주먹에 맞아 바닥에 쓰러졌다.
“혼자서 쓰러뜨릴 거야! 받아라, 크림슨 플래시!”
남주나의 손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가 쏜 크림슨 플래시는 킹메라가 피할 틈도 없이 바닥에 적중했다.
“으아아아!”
덕분에 근처에 있던 나까지 공격에 휘말렸다.
“크림슨 플래시, 크림슨 플래시, 크림슨 플래시!”
붉은 광선이 연달아 고원바위를 강타했다. 바위 윗면은 쩍쩍 갈라져 거대한 틈을 만들었다.
“헉헉!”
연속 공격으로 지친 남주나는 바닥으로 내려와 숨을 헐떡였다. 그리고 쓰러진 킹메라를 바라봤다.
“맛이 어때? 이 망할…….”
킹메라는 벌떡 일어서서 단번에 남주나에게로 근접했다. 너무 빨리, 단 한순간에 접근을 허용한 그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괴물 자식아!”
남주나는 기합을 내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킹메라는 블러드 포스 상태인 그녀의 주먹을 간단히 피했다.
“이럴 수가?”
남주나는 한 번 더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번에도 킹메라는 가볍게 피했다.
“에잇, 에잇, 에잇!”
남주나는 이성을 잃고 마구잡이로 킹메라를 공격했다. 주먹과 발차기,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동작의 공격이 나갔다.
“흐흐흐!”
킹메라가 웃었다! 그것도 울음소리가 아닌 인간의 소리와 흡사한 것이었다.
“흐흐흐!”
킹메라는 웃으며 남주나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그 한 방에 남주나의 몸이 하늘로 떠올랐다.
“캬오오오!”
킹메라는 짧은 걸음으로 단숨에 남주나의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녀가 날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주먹을 휘둘렀다.
남주나는 비명도 못 지른 채 고원바위 아래로 추락했다.
“남주나 씨!”
가장 먼저 소리를 지른 나였지만,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우태훈이었다.
“섹, 시!”
우태훈은 흰 천을 휘날리며 남주나를 향해 달렸다.
“또 내 차례인가? 킥킥킥.”
갈리는 바바리코트에 손을 넣은 채 천천히 걸어갔다. 그런 그녀를 보자 킹메라는 바로 덤벼들지 않고 주변을 빙빙 돌았다.
갈리를 중심으로 도는 녀석의 움직임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낄낄낄!”
갈리는 미친 듯이 웃으며 전신에서 H력을 뿜어냈다. 그리고 그녀의 H력이 육체를 빠져나온 순간, 돌진하려던 킹메라의 움직임이 멈췄다. 얼마나 빠른 속도였는지 녀석이 멈추면서 생긴 돌풍에 갈리의 코트가 휘날리며 소매를 제외한 전체가 찢겨 나갔다.
“후후후!”
갈리의 몸에서 뿜어진 H력의 불길함은 당사자를 제외한 모두가 감지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바바리코트 안은 의외로 티셔츠와 청바지의 소탈한 차림이었다.
“킥킥킥!”
갈리는 킹메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녀석은 쩔쩔매며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지금이다!”
양손을 모아 커다란 광탄을 쐈다. 내손을 떠난 광탄은 움직이지 못하는 킹메라에게 가볍게 명중했다.
“으아아아!”
광탄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계속된 광탄의 폭발에 먼지구름이 일었다.
“상팔 씨!”
팔에 붕대를 감은 김대팔이 내 옆에 섰다. 그는 다친 팔을 뻗어 나와 함께 광탄을 연사했다.
“으아아아!”
직격하는 더블 광탄 세례! 먼지에 가려진 킹메라가 비명을 질렀다. 덩치가 작아져서 빨라진 대신 맷집은 약해진 모양이다.
“헉, 헉…….”
약 10분 뒤. 우리는 공격을 멈췄다. 먼지구름은 엄청나게 커져 도저히 킹메라를 조준하지 못할 정도였다.
“갈리 씨. 계속 붙잡아 주세요.”
“큭큭큭!”
갈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먼지가 조금씩 걷히며 킹메라의 모습이 드러났다. 녀석은 광탄의 충격으로 다소 힘겨워 보였다.
“크윽!”
킹메라는 이를 갈면서 몸을 비틀었다. 아직 갈리의 힘에 묶여 있는 것 같지만, 조금씩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갈리를 포함해 우리 모두 깜짝 놀랐다. 킹메라의 동작은 점점 빨라졌다. 녀석은 조금씩 갈리의 능력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이 자식!”
무광탄을 모아서 킹메라에게 달려들었다.
“받아라!”
한손으로 킹메라를 잡은 채 다른 손으로 무광탄을 모아 발사했다. 내 광권과 녀석의 옆구리 사이에서 큰 진동이 터지며 울렸다. 하지만 녀석은 날 쳐다보지도 않으며 여전히 갈리에게만 집중했다.
“제길!”
계속해서 영거리 무광탄을 쐈다. 그러자 킹메라는 오히려 그 충격을 이용해 더 빠르게 움직였다.
“앗!”
킹메라가 갈리의 능력에서 벗어나 다시 자유롭게 움직였다. 젠장, 너무 급한 나머지 내가 실수를 한 것이었다.
“갈리 씨, 어서 도망…….”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킹메라는 갈리에게 접근해 주먹으로 그녀의 복부를 깊숙이 찔렀다. 갈리는 자신이 당했단 사실도 인식하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젠장!”
갈리가 당하고 남은 사람은 나와 김대팔, 그리고 우태훈뿐이었다. 부상자를 옮기고 온 우태훈은 쓰러진 갈리를 보더니 고함을 쳤다.
“감히 우리 팀을? 용서하지 않겠다! 나의 숨겨진 힘을 보여 주마.”
우태훈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H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남주나의 블러드 포스처럼 거칠게 주변을 휘감았다.
“우오오오!”
우태훈의 H력에 킹메라도 잠시 멍하니 서서 구경했다. 분수처럼 끊임없이 솟구치던 H력은 한순간 우태훈의 손에 모여 찬란하게 빛났다.
“광, 기, 옥!”
“피해!”
나와 김대팔은 킹메라에게서 도망쳤다. 그러나 미처 안전한 거리에 다다르기 전, 등 뒤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덮쳤다.
“으아아아! 망할 관종, 팀플레이를 하라고!”
앞구르기, 다음엔 옆구르기, 마지막으로 뒷구르기.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듯 폭발 여파에 마구 휘둘렸다.
“크으으으.”
반쯤 감긴 눈앞엔 온통 먼지투성이였다. 콜록거리며 손으로 바닥을 짚어 몸을 일으켰다.
“엥?”
바로 옆을 손으로 짚었는데, 휑하다? 먼지를 날리며 부릅뜬 눈으로 바닥을 살폈다.
“썅!”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바로 고원바위의 가장자리였다. 30cm만 더 갔어도 그대로 추락했을 것이다.
“빌어먹을! 다른 사람들은?”
내가 이 정도로 날려졌다면, 누군가는 떨어졌을 수 있다. 황급히 먼지 속을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을 찾았다.
“대팔 씨! 평화 씨! 태한아!”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무슨 전쟁터 한가운데 떨어진 것 같다.
“젠장, 앗!”
발끝에 무언가가 걸렸다.
“남주나?”
기절했지만 위독한 상태는 아니었다. 조금 뒤 먼지가 걷히며 기절한 모두의 모습이 드러났다.
“썅!”
날 제외한 전원이 기절해 있었다. 이 정도면 그냥 나 혼자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다. 한편 킹메라의 모습도 나타났다.
“개자식!”
킹메라는 또 모습이 바뀌어 있었다. 이번엔 축구공 크기의 투명한 구 형태였다. 투명한 구 중심에는 작고 검은 구체가 있었다. 녀석은 얌전히 허공에 떠 있었다.
“저게 본체야.”
응? 태한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마지막이란 거지?”
“그래. 하지만 내 목적은 저걸 생포하는 거야.”
“미쳤니?”
욕이 나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마음대로 생각해. 녀석을 생포해 주면 현금으로 2억을 주겠어.”
“2억?”
목숨이냐, 2억이냐. 빌어먹을!
“더 줘. 2억에 목숨을 걸…….”
태한이 내 말을 자르며 단호히 외쳤다.
“4억!”
“좋아, 망할 자식! 네 개가 돼 주마.”
통 큰 놈. 몸을 풀면서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리볼버를 꺼내 그 안을 특수탄으로 채웠다. 조명탄, 연막탄, 소이탄, 유탄, 산탄, 고속탄이 한 발씩 실린더에 들어갔다.
그 다음 몸속의 H력을 순환시키며 준비운동을 했다.
“아직 H력은 넉넉해.”
전신에 H력을 뿜으며 양손에 광권을 발동했다. 그리고 상상했다. 남주나의 블러드 포스. 내 몸엔 그 H력이 흐르고 있다. 당장 그런 능력을 흉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걸 내 기술에 응용할 수 있다.
“후우우우!”
장갑처럼 손을 덮은 광권이 손목을 시작으로 전신으로 퍼졌다. 얇고 튼튼하게 내가 물질화시킨 H력이 날 덮었다. 눈을 덮은 부분은 반투명해지면서 시야에는 별 이상 없었다.
“이거 써먹을 수 있을까?”
시험이라도 해 봐야 하는데, 너무 불안하다. 일단 착용감은 나쁘지 않다. 근데 이거 남들이 보기엔 ‘파워풀레인저’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내 딴엔 남주나의 블러드 포스, 미스터 타이거의 호랑이 껍질, 루호의 사슴 변신을 응용한 것이다.
“유치하군.”
태한이 누운 채로 고개를 저었다.
“닥쳐! 누구 땜에 이러고 있는데!”
돈은 돈이고, 싸가지는 싸가지다. 내 고함에 태한은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그건 그렇고 킹메라를 생포할 때 절대 핵을 다치게 하면 안 돼.”
“핵?”
“저기 투명한 부분 속 검은 부분 말이야. 저게 핵이야. 부탁해.”
“알았어.”
천천히 킹메라에게 걸어갔다. 녀석은 가만히 있다가 내가 2m 안으로 접근하자 갑자기 떨기 시작했다.
“간다!”
이판사판. 킹메라를 향해 뛰었다. 그리고 주먹을 쥐어 힘껏 녀석에게 질렀다. 하지만 내 지르기가 닿기 전 녀석의 모습이 사라졌다.
“크윽!”
빠르다. 움직이는 소리조차 없었다. 사라진 킹메라의 기척이 대뜸 내 뒤에서 나타났다. 내가 뒤로 돌았을 땐 이미 녀석이 내 코앞까지 와 있었다.
“으앗!”
허겁지겁 킹메라를 걷어찼다. 그러나 녀석은 내 발차기를 피해 날아와 내 옆구리에 부딪쳤다.
“크……아?”
안 아프다? 성공이다! H력의 물질화로 아주 훌륭한 방어력을 얻게 되었다.
“받아라!”
리볼버의 실린더를 돌려 산탄에 세팅. 방아쇠를 당겼다. 녀석은 내가 쏜 총알이 도달하기 전 또 모습을 감췄다. 그러나 이동 중 내가 쏜 산탄에 맞아 경직되고 말았다.
“이얍!”
녀석이 멈춘 틈을 놓치지 않고 주먹으로 때렸다. 처음으로 묵직한 지르기가 적중. 킹메라가 멀리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한 발 더!”
이번엔 고속탄. 핵을 피해 발사했다. 그러나 킹메라는 총알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 간단히 피했다. 또 모습을 감춘 녀석은 쉬지 않고 움직이며 내 주위를 맴돌았다.
“쳇!”
구체라서 그런지 사각 같은 건 없어 보였다. 만약 저 핵 같은 부분이 모든 감각을 감지하는 거라면…….
“이건 어떠냐?”
한손으로 빠르게 광탄을 준비. 리볼버를 아래로 내려 바닥에 연막탄을 쐈다. 연막탄은 작은 크기와 달리 엄청난 연기를 뿜어내 나와 킹메라를 덮었다.
“쳇!”
킹메라는 완전히 시야가 차단되었음에도 회전을 멈추지 않았다. 일정한 각도, 일정한 속도라 감각이 필요 없는 걸까?
“그럼 이건 어때?”
이번엔 머리 위로 조명탄을 쐈다. 붉은 빛을 내며 타들어 가는 탄환이 빠르게 날아올랐다.
“가라!”
조명탄을 향해 광탄을 발사해 두 개의 빛이 한 지점에서 만났다. 그러자 제법 큰 폭발과 함께 눈부신 섬광이 지면을 비췄다.
“크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