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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118화 (118/250)

118화

118화

“1차 시도에 몇 장이지?”

조짹짹은 심판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글쎄요?”

심판은 팍 인상을 썼다.

“장난하지 마십시오!”

존댓말이지만, 말투는 단호했다.

“그럼……일단 40장……이요?”

40장이라……. 역시 능력 총합에 따른 수준이 다른 건가.

곧 40장의 합금판이 쌓였고 조짹짹은 이를 간단하게 격파했다.

2차 시도는 50장, 역시 격파 성공! 3차 시도는…….

“뭐, 이 정도면 적당하겠지……? 키……키……66장!”

조짹짹의 말에 관중은 박수로 화답했다.

“모두 깨 버려! 그러면 네가 1등이야!”

“장만사 녀석, 주제도 모르고 100장 하다가 꼴좋다!”

“신인이 이기는 것도 재미있지! 하하하!”

보는 사람 입장에선 누가 이기든 그만.

조짹짹은 모두의 기대에 응하여 기어코 66장을 깨 부쉈다.

옆에서 그걸 보고 있는 장만사. 전광판에 비춰진 장만사의 얼굴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그 뒤론 이렇다 할 이변이 없었다.

무시무시한 기세의 최향자도 최고 기록은 55장. 다만, 최향자의 경우 3차 시도에서 70장에 도전했다가 69장을 깨고 실패했기에 아슬아슬한 3등이었다.

가장 수치가 낮은 아란의 기록은 45장이었다.

사실상 수상 실패. 사람 수가 적은 만큼 그 벽은 너무 높고 견고했다.

“잘 했어요, 아란 양!”

모두 다함께 격려의 박수를 쳤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다.

미래성장성만 본다면, 주아란이야말로 우리 팀의 가장 큰 재산이다.

격파 선수들이 퇴장.

안타까운 상황은 유정의 양궁 종목에서도 이어졌다.

양궁은 모든 선수가 일렬로 서서 동시에 한 발, 한 발 화살을 쐈다.

모두 10발. 현재 8발까지 쏜 상황이었다.

조준이란 변수 때문인지, 현재 1등은 놀랍게도 구지태. 8발 모두 정중앙을 맞췄다.

유정은 4등. 1등부터 3등의 실력이 공고해서 순위 변동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았다.

9번째 시도, 그때 객석이 들썩였다. 관중은 모두 한마음이 되어 구지태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집어치워! 너 같은 놈이 1등이라니, 난 인정 못해!”

“애초에 너 같은 놈은 여기 참가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미친 자식! 저 자식이 폭탄을 터뜨려서 내 동생이 다쳤었다고!”

그동안 해 온 일의 대가랄까. 도를 넘은 말들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결국 9번째 시도에서 구지태의 화살이 정중앙에서 빗나갔다. 그리고 1등은 곽영욱에게로 넘어갔다.

구지태는 안경을 고쳐 쓰며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객석을 향해 우렁찬 외침을 토했다.

“닥쳐라, 쓰레기들!”

사실상 훌리건 사태가 나기 일보직전. 흥분한 관객 몇몇이 필드와 가장 가까운 자리로 내려와 목을 내밀었다.

“너 이 새끼! 다시 말해 봐!”

“능력자라고 뵈는 게 없는 거냐?”

“안경잡이 자식아! 말이면 다인 줄 알아?”

마지막 말에 곽영욱이 홀연 안경을 만지작거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구지태는 활시위에 화살을 걸쳐서 객석을 조준했다!

“끌끌끌! 결국 또 사고 치는 군.”

아저씨는 남 일이라고, 박수까지 치면서 좋아했다.

다행히 직원들이 빠르게 다가와 구지태를 구속했다. 그러나 구지태는 직원들에게 잡히자, H력을 써서 떨쳐냈다. 그리고 또 활시위를 당겼다.

“미친놈!”

난 축적해놓은 H력을 모두 발동, 자리에서 냅다 뛰어올라 구지태가 노리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날았다.

정확히는 점프!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다음 두 다리에 H력을 집중해서 착지, 그와 동시에 구지태의 활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망했다.

정면에서 바라본 화살은 정말 빨랐다. 다리로 보냈던 H력을 눈으로 끌어 모으기도 전에 화살이 허벅지에 박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H력이 지나가던 중이라 강화된 상태란 점. 화살이 박혔지만, 살짝 끝부분만 걸친 정도였다.

확실히 위력 면에선 총보다 약하다. 총이었다면, 능력발동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내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사람 살려! 미친놈이 사람 죽였다!”

안 죽었거든요?

“내가 안 죽였어! 그냥 자기 혼자 죽은 거야!”

안 물어봤거든요? 그리고 안 죽었다니까! 그게 은인한테 할 말입니까요?

“휴, 난 살았다! 역시 인생은 운빨이야!”

와! 이 인간들, 괜히 구해 줬나……? 직원들은 한 번 더 구지태를 제압, 이번엔 진압용 총을 들이밀며 구속했다.

구지태는 끌려가면서도 이를 갈며 소리를 질렀다.

“난 피해자야! 나야말로 피해자라고! 이 빌어먹을 것들아! 반드시 후회하게 해 주겠어! 두고 보자!”

두고 보자는 놈 중에 무서운 놈 없지만……. 구지태의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져서 주름 수준이 아니라 격변이었다. 완전히 인상이 바뀌어서 다른 사람이 된 인상이었다.

직원들은 고개를 저으며 구지태를 어딘가로 끌고 갔고, 난 아저씨에게 치료를 받는 것으로 사태가 일단락됐다.

양궁 종목의 결과는 구지태의 실격으로 1등 곽영욱, 2등 남돌진, 그리고 3등 유정이 되었다.

아저씨는 내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크게 웃었다.

“팀장보다 팀원들이 더 훌륭한데? 끌끌끌!”

이거 헌팅 페스티벌 내내 말씀하실 것 같은데……. 돈으로 입을 틀어막을까? 아니야. 그럼 더 좋다고 떠드시겠지……? 썅!

오늘은 다른 날보다 일찍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현재 시각 오후 3시.

단상 위로 수상자들이, 단상 아래에 수상하지 못한 선수들이 섰다.

유정은 아란을 지나 당당히 단상에 올랐다.

오늘도 지부장인 천민일이 김익조, 박장과 함께 나타났다.

격파

1등 조짹짹

2등 장만사

3등 최향자

양궁

1등 곽영욱

2등 남돌진

3등 유정

천민일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조짹짹에게 상장을 내밀었다.

“축하하네.”

조짹짹은 밝게 웃으며 상장을 받았다. 그리고 상장을 옆구리에 낀 채 손을 내밀었다.

“악수 한번 할 수 있을까요?”

“뭐……?”

천민일은 너그럽게 웃었다.

“난 사내를 좋아하지 않는다네.”

이런 미친……. 저게 지금 지부장이란 사람 입에서 나올 말인가?

“이 나라 헌터들의 정점에 계신 분의 손을 꼭 잡아 보고 싶은데요?”

조짹짹은 실눈을 뜨면서 천민일과 눈을 마주쳤다. 천민일은 살짝 불쾌하단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 요즘 젊은 것들은 안된단 말이지…….”

지금 이 상황이 하나하나 생생히 중계되고 있단 건 알고 있을까? 오죽하면 김익조가 나서기까지 했다.

“지부장님. 그래도 한번 잡아 주시죠?”

“그렇습니다. 여기서 한번 지부장님의 너그러움을 보여 주시는 겁니다.”

심지어 박장까지 나서서 말했다.

“하는 수 없지. 두 사람이 이리도 건방지게 부탁한다면…….”

천민일은 조짹짹이 내민 손을 잡았다. 그리고 1초도 안 돼서 손을 빼려고 했다.

“천민일 씨.”

조짹짹은 천민일의 손을 와락 움켜쥐면서 강하게 끌었다. 나약한 천민일의 육체는 그대로 끌려서 조짹짹의 품 안에 안겼다.

“이, 이게 뭐하는 짓이냐? 이 천한 것……!”

“키키키!”

조짹짹의 비명과 같은 웃음소리와 함께…….

“꺄아아악!”

“으에에엑!”

“저, 저게 뭐야?”

헌터 협회 한국지부장 천민일의 등에서 뭔가가 뚫고 나왔다.

“저건……?”

소용돌이게!

천민일의 등에 뚫린 구멍으로 무수한 소용돌이게들이 기어 나왔다. 그리고 살육이 시작되었다.

객석은 혼돈 그 자체. 서로 먼저 빠져나가기 위해 완전 개판이 되었다.

직원들도 속수무책. 소용돌이게의 수는 어림잡아도 수십 마리였다.

필드와 객석에 있던 헌터들이 나서서 소용돌이게와 맞섰고, 우리 역시 필드로 뛰어내려 H력을 발동했다.

일단 다함께 모여서 뭉쳤다.

“이게 뭔……?”

조짹짹과 곽영욱의 모습은 어느새 내가 아는 사람들로 바뀌어 있었다.

“미스터 버드랑 미스터 터틀?”

변장이 아닌 변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서 알아볼 수가 없었다.

너희 변신도 하냐? 진짜 가지가지 하네.

“너, 너는……?”

최향자는 미스터 버드를 보고 이성을 잃었다. 비록 대검이 없었지만, 두 주먹만으로 미스터 버드를 박살내겠단 의지가 가득해 보였다.

“키키키! 와라, 최향자!”

미스터 버드는 천민일을 밀어내고는 직접 최향자와 대적했다. 미스터 버드에게서 떨어진 천민일은 몸통 한가운데 뻥 구멍이 뚫린 채 단상 위에 쓰러졌다.

김익조와 박장은 쓰러진 천민일을 들어서 단상을 내려갔다. 그리고 근처의 직원들을 모아 단호히 명령했다.

“지부장님을 위해 죽어라! 너희가 받은 월급 값을 해!”

직원들은 김익조의 말에 울상을 지으며 소용돌이게를 상대했다. 그러나 사실상 그것은 고기방패나 다름없었다.

“무기만 있었어도……!”

맨손인 상태로는 3급 괴물을 상대하기 벅찼다. 그나마 몇몇이 양궁 때 쓰던 활과 화살을 들고 맞섰지만, 너무 수가 부족했다.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것이 고작. 그것조차 녀석들에게 제대로 된 충격을 주지 못했다.

“팀장님, 큰일 났어요!”

호규가 내 옆구리를 잡아당기며 발을 굴렀다.

“왜요?”

날 향해 돌진해 온 소용돌이게를 발로 차내고 바로 고개를 돌렸다.

“다른 헌터들이 다 도망갔어요! 저희만 남았다고요!”

“뭐……이런……!”

정말이었다. 싸우려고 달려왔던 헌터들은 어느새 사라졌고, 우리 헌한발과 검은 과부들만 필드에 남은 상태였다.

와, 치사하게 슬금슬금 도망친 거야? 눈앞에는 소용돌이게와 죽은 직원들뿐이었다.

“우, 우리도 도망가죠? 이건 승산이 없어요!”

호규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싸워야 할 이유도 없는데, 굳이 저런 위험한 놈들과 싸우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더구나 다른 랭킹 헌터들이 있다면 모를까, 지금은 누가 봐도 우리가 불리하다.

“향자 누님! 도망쳐요.”

힘껏 소리쳤지만, 최향자는 홀로 미스터 버드와 싸우고 있었다.

사실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최향자 혼자 화가 나서 날뛰는 중이고, 미스터 버드는 그런 최향자의 공격을 피하며 조롱하고 있었다.

“키키키! 열심히 좀 해 봐. 그래 갖고 날 죽이겠어?”

“죽어! 죽어! 죽어……!”

최향자는 능력발현을 통해 단상을 통째로 들어 올려서 집어던졌다. 도저히 말릴 분위기가 아닌데……?

“언니! 그냥 가자!”

카리, 최향기가 버럭 언니 최향자를 불렀다. 그러자 최향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미스터 버드에게서 돌아서서 우리 쪽으로 왔다.

“와……!”

최향기를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미스터버드는 굳이 최향자를 뒤쫓지 않았다. 대신 우리를 대신해 필드에 진입한 협회의 요원들을 상대했다.

“요원들이 왔으니, 우리는 빠지죠.”

다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요원들 덕에 우리는 무사히 필드를 빠져나왔다. 통로는 아직도 사람으로 꽉 차 있었지만, 적어도 우리 중에 부상자는 없었다.

통로 맨 뒤에서 우리는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응? 가만있어 봐!

“이거…….”

불현듯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플레잉의 목적은 지부장 암살. 그렇기에 지부장이 몸소 등장하여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시상식을 기회로 삼은 것이다.

전국 헌터 체전 첫째 날과 둘째 날, 지부장은 중간에 단상을 내려갔다. 특히 블루스 김과 한백년의 표정은 분명 뭔가 있는 얼굴이었다.

“설마…….”

모든 종목에 다 참가한 건가?

“잠시 들를 곳이 있어요!”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 하지만 지금은 이의를 수용할 틈이 없다.

나 홀로 뒤로 빠져서 옆으로 돌아갔다. 그곳은 출구와는 정반대였기에 날 가로막는 사람은 없었다.

“같이 가요!”

뒤에서 팀원들이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도착한 곳은 바로 배팅기 앞. 배팅기를 눌러서 전국 헌터 체전의 모든 참가 선수 목록을 확인했다.

분명 미스터 버드의 가명은 조짹짹. 비슷한 뉘앙스인 블루스 김과 한백년이 플레잉인 것은 확실하다.

첫째 날, 수상에 들지 못한 김호랑.

둘째 날, 한백년과 블루스 김.

오늘이자 셋째 날, 조짹짹.

넷째 날, 사격에 참가한 김칼칼과 권투에 참가한 박폭파.

다섯째 날, 역도에 참가한 이줄줄과 보디빌딩에 참가한 최거대.

누가 봐도 대충 짓고, 가명 같은 이름들이다. 만약 실제 위와 같은 이름을 지닌 분들이 계신다면, 사과드린다.

“이 사람들이 만약 모두 플레잉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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