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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79화 (79/250)

79화

79화

설마 나만 세 달 동안 개고생한 건 아니겠지? 나 진짜로 ‘개’고생했거든? 최단 기간 동안 개한테 물린 횟수로는 대한민국에서 최고일걸?

너희들, 내가 고생한 만큼 성과를 보여 줘야 돼. 안 그러면 나 삐칠 거야.

“많은 일이 있었죠.”

루호는 커피를 들이키며 무심하게 말했다. 루호의 말에 호규는 크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호규 표정으로 봐선 뭔가가 있긴 있었던 것 같다.

반면에 유정과 아란은 서로 마주 보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저쪽은 저쪽 나름대로 알찬 시간을 보낸 모양이다. 하긴, 더럽게 잘생긴 유정과 함께 있었으니 좋을 만하지.

“그럼…… 사냥은 2주 후로 결정하고요. 각자 사냥감에 대한 정보 기록, 그리고 필요한 물건을 준비하세요. 비용은 전부 제가 부담할게요.”

빚을 내서라도 성공한다!

미스터 버드가 마음에 걸리지만, 녀석이 미스터 타이거와 미스터 터틀 수준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스터 블레이드도 상황이 안 좋았을 뿐, 대처하지 못할 상대는 아니었고…….

물론 모두 쪽수로 밀어붙인 거지만…….

“그럼 이제 밥 먹으러 가는 거야? 밥도 네가 쏘는 거냐?”

아저씨가 옆구리를 쿡 찌르면서 말했다.

하하, 그래.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다 같이 밥이나 먹자.

“중국 요리 드시죠.”

간만에 짜장면이 먹고 싶다.

아저씨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이렇게 소리쳤다.

“난 메뉴에 있는 것 하나씩 다 먹을 거다! 끌끌끌!”

그렇게 먹으면 죽어요! 하긴, 아저씨라면 배가 터져도……. 치료하고 나서 마저 드시겠지.

적의 이름은 미스터 버드.

세계 최악의 조직, 플레잉의 한국 간부다. 미스터 타이거와는 전에 한 번 싸워 봤지만…….

그땐 운이 좋아서 승리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적, 6급 괴물의 정체는 바로 ‘나이트윙’이다.

이름만 들어선 무슨 B급 슈퍼히어로 같지만…….

사실 드래건 못지않게 악명이 높은 녀석이다. 그나마 나이트윙의 경우, 협회에서 정보를 줬기에 형편이 나은 편이다.

크기는 대략 8~10m 사이. 겉보기엔 중세 유럽풍의 갑옷을 입은 박쥐처럼 생겼다.

녀석이 나이트윙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야행성과 기사, 두 가지를 포함한 중의적 표현인 것이다.

얼굴 부분은 기사의 투구에 달린 눈가리개 같은 피부로 덮여 있고, 그 아래로 가슴과 배에 금속판처럼 생긴 피부가 보호복처럼 둘러져 있다.

일명 갑옷피부.

갑옷처럼 보이는 피부의 경우 실제 강철 이상의 방어력을 자랑한다. 그야말로 천연 갑옷을 입은 어둠의 기사, 가히 나이트윙이라 불릴 만하다.

참가 인원은 협회 측 10명을 제외하고 40명.

우리는 6급 사냥 구역 주차장에서 집합. 서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오랜만입니다. 헤헤헤.”

검은 과부들.

최향자에게 조금 과장된 미소로 인사했다. 붕대남, 미스터 버드의 일 때문인지 최향자의 얼굴이 상당히 사납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래.”

최향자치곤 점잖게 인사를 받아 줬다.

아마 지금 저게 최향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장마리와 박유화는 인사 없이 팔짱을 낀 채 서 있다.

두 사람도 사정을 알고 있는 것일까?

검은 과부들 뒤로 최향자가 부른 하이퍼맨 10명과 최고의 최고 4명이 보였다.

14명 중엔 드래건 사냥 땐 없던 얼굴들도 있다.

우리 팀도 언젠가는 저렇게 멤버가 바뀌게 될까?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든다.

“노구 씨. 모배구 씨.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대머리 노구는 하이퍼맨의 팀장,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의 모배구는 최고의 최고를 이끌고 있다.

하이퍼맨은 전원 동일한 미식축구 복장, 보고 있자면 참 파워풀하다.

반면에 최고의 최고는 치료와 지원 전문인 팀답게 다들 흰색 계통의 움직이기 편한 차림.

두 팀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하하하! 그때 그 애송이가 우릴 연합시키다니……. 역시 세상일은 모르는 거야!”

노구는 주먹으로 가슴을 퉁퉁 치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런 것 같아요. 그나저나 빙신연맹이 함께하지 못해 아쉽네요.”

모배구는 도착한 팀들을 둘러보며 살짝 미소를 찡그렸다.

“걱정 마시라!”

우리들 옆으로 세 사람이 위풍당당하게 걸어왔다.

바로 사이코패스 주아라가 이끄는 세손가락이었다.

“오랜만이야, 상팔아! 이 형이 보고 싶진 않았냐?”

그놈의 형 타령.

갑옷 차림에 대형방패를 든 허세 가득한 형님, 다움.

“형! 정식헌터 된 거 축하해요.”

뒤늦은 축하를 날리며 안경을 고쳐 쓰는 치료술사, 문일.

세 사람과는 그래도 제법 인연이 있어서인지 얼굴을 보니까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 세 사람은 오로지 3명이서만 사냥을 하는 참 독특한 팀이다. 좀 더 팀원을 받았더라면 진작 헌터 랭킹 100인에 올라갔을지 모른다.

헌터 랭킹 100인은 단순 개인의 실력뿐만 아니라 실적, 즉 사냥의 성패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주아라랑 최향자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당장은 처음 만난 사이라 그런지 두 팀은 서로 거리를 벌리고 있다.

일단 천천히 두고 보자.

“오랜만이야, 언니!”

아란이 언니 주아라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친자매인 것은 외모로 충분히 식별 가능, 두 사람은 주아라의 독립으로 인해 서로 떨어져 살고 있었다.

흐뭇하게 자매의 상봉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아저씨가 내 허리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너무 많이 부른 거 아니야? 이러다가 몫이 준다고!”

흠흠,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린데?

“죽는 것보단 낫잖아요? 이번 상대는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르다고요.”

“쳇! 그럼 난 저 자식들이나 괴롭히러 간다!”

아저씨는 우리 뒤에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불타는 고구마를 향해 뛰어갔다.

유일한 성인인 대머리 오박과 미성년자 3명으로 구성된 전 스캐빈저이자, 현 보조 헌터 팀이다.

중국집에서 녀석들에게 연락했을 때 오박 녀석이 울먹이면서 ‘이건 약속이 다르잖아요!’라고 말하던 것이 아직도 귀에 선하다.

참고로 녀석을 설득한 사람은 내가 아닌 한돈 아저씨였다. 통화 중이던 내 전화를 뺏어 든 아저씨가 녀석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세요? 여기 네오서울 파출소인데요? 너님 새끼가 스캐빈저라면서요?’

와. 네오서울 ‘파출소’가 뭐야? 이왕 할 거면 좀 제대로 하시지. 그런데 이게 먹혔다!

물론 그 뒤에 내가 따로 전화해서 녀석들에게 짐꾼 역할과 그에 대한 보수, 그리고 위험성에 대해 아주 길고 상세히 알려 주면서 달래야 했다.

솔직히 나도 녀석들과 또 보기 불편하다. 아직 감정도 좀 남아 있고……. 그러나 일손이 부족한 것도 사실, 일손을 구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날로 부려먹겠다는 것도 아니고, 죄도 덮어 줬는데……. 이 정도는 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렇게 스스로 변명했다.

“어머나! 상팔이가 많이도 크셨네?”

역겨운 목소리. 사극에 나오는 내시 같은 음성이 뒤통수를 때린다. 내가 마지막에 보낸 문자에 유일하게 답한 팀.

예전에 딱 한 번 같이 일한 ‘반도의 자식들’이다.

반도의 자식들 팀장은 외모만 보면 싸구려 느낌이 나는 아이돌처럼 생겼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저거 사실은 다 성형으로 만들어진 얼굴이라는 사실을……. 사냥해서 번 돈을 미용과 성형에 쏟아붓고 있는 미남이자, 내 인생 첫 사냥을 함께한 망할 놈.

그게 바로 ‘반도의 자식들’ 팀장, 한광일이었다.

“하하…… 하……. 아, 안녕하셨어요?”

일단 공손히 고개를 숙인다.

“그래, 그래. 형이 상팔이가 하도 귀여워서 기억하고 있었지! 대단하다, 평생 보조나 하다가 말 줄 알았는데……. 정말 굉장해!”

여성스러운 말투. 저 속엔 야비한 독사가 숨어 있다. 반도의 자식들과 함께 한 사냥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짐꾼이면서 동시에…….

‘미끼’였다.

“가, 감사합니다.”

여전히 말은 재수 없게 하네. 응?

“팀원이 좀 바뀌셨네요?”

팀장은 좀 구리지만, 나머지 팀원들은 제법 준수한 편인 것이 반도의 자식들이 가진 강점이다. 그런데 핵심 멤버가 없잖아!

한광일 뒤에 선 사람들 중 절반이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응. 걔네들 팀을 나갔어.”

“예?”

그럼 내가 널 부를 이유가 없는데? 한광일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걱정하지 마. 이 형이 다 해치워 줄 테니까! 넌 그냥 약속한 돈만 입금하면 돼. 형이 바쁜데, 특별히 와준 거 알지?”

바쁘긴 개뿔! 핵심 멤버가 팀을 나간 이유가 왠지 짐작되긴 하는데……. 일단 두고 보자.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겠지.

“하하…… 하…….”

웃음으로 얼버무린 후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좀 벌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협회에서 파견된 팀을 만났다.

우리 팀에게야 미스터 버드에 대해 말해 줬지만, 다른 팀들에게는 비밀이었다. 우리 팀 외에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최향자뿐이었다.

“앗!”

이 사람은? 9명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한 명은 낯이 익었다.

아마…… 호칭이…….

“무슨…… 비서셨죠?”

내 말에 박장은 이를 갈면서 안경을 고쳐 썼다.

“그냥 비서가 아니야! ‘지부장직속총괄팀장 전속비서’네.”

하하하. 그놈의 직함.

“죄송합니다. 꼭 기억해 둘게요.”

“잊지 말게!”

박장. 겉보기엔 머리숱 적고, 안경 낀 중년 아저씨. 하지만 그 정체는 한국에 있는 모든 헌터를 총괄하는 협회의 ‘높으신 분’이다.

이런 사람이 직접 팀을 끌고 왔단 것은 한국 지부에서도 이 일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있단 뜻으로 추측된다.

같이 온 9명은 모두 전략수습부 소속의 요원들. 즉, 저번에 지부에서 본 이서현의 부하들이다.

“우리는 용의자 체포에 전력을 다할 테니, 당신들은 괴물에 전념하십시오. 저들에겐 우릴 뭐라고 소개할 겁니까?”

9명 중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남자가 박장을 제치며 앞으로 섰다.

박장은 자신을 제친 것에 대해 이를 갈았지만, 딱히 남자에게 무어라 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지휘권은 내 앞에 선 이 남자에게 있고, 박장은 그냥 감시역 정도인 것 같다.

“다른 팀이라고 할 거예요.”

“그러면 안 됩니다! 여차하면 우리는 당신들을 버리고 따로 행동할 겁니다. 차라리 그냥 서로 모르는 사이라 하십시오. 우리는 당신들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뒤에서 따라가겠습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네.

남자는 자신을 ‘홍길동’이라고 소개하며 주머니에서 소형 통신기를 꺼냈다.

“이걸 귀에 끼십시오. 밖으로 돌출된 버튼을 누르면서 말하면 곧장 제가 들을 수 있습니다.”

홍길동에게 받은 통신기는 아주 작아 귀에 쏙 들어갔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홍길동은 팀을 모은 후 우리들과 멀찍이 떨어졌다.

“무슨 이야기 했어?”

깜짝이야! 갑작스러운 최향자의 질문에 등골이 싸늘해졌다.

“예?”

아이고, 맙소사! 너무 당황스러워서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무슨 이야기 했냐고?”

최향자의 눈은 ‘다 알고 있어!’란 빛을 띠고 있었다.

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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