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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51화 (51/250)

51화

51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즉각 전투 준비. 최대한 녀석에게 저항하면서 위로 올라가야만 했다.

젠장, 찾을 수고를 줄인 건 좋은데…….

대신 몰살당하게 생겼다.

쌍두하피는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오른쪽으로 날아왔다.

녀석이 노리는 것은 가장 오른쪽에 있는 유정.

유정은 즉시 소총을 들어 노리쇠를 뒤로 당겼다.

유정의 소총은 긴 형태의 나무 몸통을 지닌 반자동소총. 생긴 건 예비군 훈련 때 본 그 모델이지만, 조금 짧다. 아마 저건 카빈일 것이다.

나도 싸우고 싶지만, 앞뒤로 멘 배낭 때문에 무기를 꺼내기가 힘들다.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유정은 H력을 뿜어 양손으로 보냈다. 반동으로 조준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키 2m쯤 되는 쌍두하피와의 거리는 약 10m. 당황하지만 않으면 맞출 수 있다.

첫 번째 사격.

유정이 당긴 방아쇠에 의해 총구가 불을 뿜는다.

당연히 명중……이 아니다?

총알은 빗나가고 우리는 모두 충격에 빠졌다.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사실이었음에도 쌍두하피의 비행은 가히 비정상,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비행의 범위가 아니었다.

쌍두하피는 유정이 쏜 총알을 옆으로 피했다.

그것은 선행하거나 회전한 것이 아닌 완벽한 직각. 총알이 날아든 직후, 전면으로 향하던 움직임이 한순간에 옆으로 빠진 것이다. 부자연스러운 그 움직임을 굳이 비유하자면 드론이나 헬기의 그것과 비슷하다.

“후우…….”

유정은 심호흡을 하며 한 번 더 방아쇠를 당겼다.

쌍두하피는 첫 번째 사격을 피한 후 함부로 유정에게 다가가지 않고 있었다.

일단 거리 유지는 성공.

놈의 접근만 막는다면 여전히 우리에게 유리하다.

두 번째 사격.

이번에도 쌍두하피는 유정이 쏜 총알을 옆으로 피했다.

유정은 약이 올랐는지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쌍두하피는 유유히 피하면서 두 개의 부리를 쫙 벌려 울부짖었다. 그것은 비웃음. 자신을 공격한 유정에 대한 위협이었다.

이 정도면 당황할 법도 한데, 유정은 냉정히 다음 총알을 발사했다.

역시 경험의 차이인 건가?

여섯 번째 총알도 어김없이 빗나갔다. 그러나 유정의 공격은 이 여섯 번째 발사를 기준으로 더욱 과감해졌다.

“받아라!”

유정은 총구 끝을 좌우로 흔들며 최대한 쌍두하피를 쫓았다. 쌍두하피의 수평비행은 종횡무진, 총알 사이로 추는 한 사위의 춤이었다.

일곱, 여덟, 아홉, 열.

유정의 총알은 계속 빗나갔다.

쌍두하피는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조롱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녀석은 유정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유유히 떠다니고 있다.

“일단 저와 호규 씨가 발을 묶어 놓을 테니, 다른 분들은 먼저 올라가세요!”

유정도 쌍두하피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사냥꾼과 사냥감의 눈싸움. 그 사이에 끼어든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일단 우리는 유정의 의견에 따랐다. 각자 날붙이를 꺼내 연결한 로프를 절단, 재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일단 정상까지만 올라가면 위에서 지원해 주는 것도 가능하다.

“호규 씨?”

유정의 기대와는 달리 호규는 움직이지 않았다. 유정을 도와 총을 잡지도 않았고, 나머지를 따라 위로 올라가지도 않았다.

그냥 계단 난간을 붙잡고 다리를 떨고 있다.

혹시…….

겁을 먹은 거야?

호규는 내가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있다.

“호규 씨!”

호규는 벌벌 떨면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내 목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떨다니…….

앞에 멘 배낭에서 손을 넣어 새로운 무기를 꺼냈다. 저번 사냥 때 번 돈이 제법 두둑했기에 오늘은 무기도 빵빵하게 준비했다.

“야! 호규!”

새로 준비한 무기는 접이식 강철봉.

5단으로 펴지며 총 길이는 2m.

강철봉을 휘둘러 호규의 뒤통수를 때렸다. 그제야 호규는 고개를 돌려 날 바라봤다.

이 와중에 유정이 열한 번째, 그리고 열두 번째 총알을 쏘는 소리가 들린다.

“위로 올라가! 올라가서 지원해!”

지금은 1분 1초가 생사를 결정한다. 이런 긴박한 때,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최악이다. 자기뿐만 아니라 동료들까지 죽이는 짓이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남아야겠다.

호규는 벌벌 떨면서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여태까지 잘만 올라온 것으로 봐선 고소공포증은 아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멀쩡한 애가 저렇게 됐지? 괴물과 싸우는 걸 무서워하는 애도 아닌데…….

“젠장!”

봉을 다시 접어서 주머니에 집어넣고, 배낭에서 또 새로운 무기를 꺼냈다.

유정과 호규가 가진 소총급은 아니지만 나름 큰돈 들여서 장만한 총이다. 둥그런 실린더, 잘빠진 은빛 몸체, 끝이 뾰족한 공이.

싱글 액션 45구경 리볼버.

사냥 시작 전에 아저씨와 루호에게서 H력을 받아 놔 다행이다.

유정처럼 손에 H력을 공급, 조준을 단단히 하고 엄지로 공이를 당겼다.

“제가 엄호할 때니까, 그때 장전해요!”

내 외침에 유정은 연달아 다섯 발을 쐈다. 이번엔 한 발이 쌍두하피의 다리에 명중, 놈의 왼쪽 다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것은 관통상이 아닌 찰과상, 스친 것에 불과했다.

그것으로 유정의 소총은 전 탄을 소모.

유정은 빈 탄창을 뽑아서 배낭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새 탄창을 꺼내 장전했다.

“조심해요!”

그동안 쌍두하피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녀석은 유정의 빈틈을 즉각 눈치채고는 바로 전진. 내가 쏜 총알은 유유히 피하며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젠장, 역시 싱글 액션은 너무 느려! ‘평야의 무법자’에서 보면 주인공이 잘만 6연발로 쏘던데……. 역시 초보자에게 패닝은 힘든가 보다.

패닝이란 방아쇠와 공이를 번갈아 당기는 기술. 이것에 숙련된 능력자들은 6발 모두 쏘는 데 1초도 안 걸린다.

빵야, 빵야 불을 뿜는 리볼버의 소리가 무색하게 쌍두하피는 유정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접근을 허용하면 그 즉시 사망 확정. 녀석의 다리 끝에 달린 갈고리발톱들이 맹수의 주둥이처럼 쫙 벌어졌다.

리볼버를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배낭에서 또 하나의 무기를 꺼냈다.

바로 저번 사냥에 썼던 조명탄 발사기.

쌍두하피의 발이 유정을 낚아채기 직전, 내 동작이 한발 더 빨랐다.

“숙여요!”

유정이 내 말에 따라 계단에 매달리듯 허리를 숙였고, 조명탄 발사기가 화염을 토해 냈다.

허공을 태우며 날아간 조명탄은 쌍두하피에게 명중.

쌍두하피의 왼쪽 날개 두 개가 환하게 타올랐다. 덕분에 쌍두하피는 추락하면서 우리 밑으로 떨어졌다.

“이 틈에 올라가죠.”

“네!”

유정과 난 서둘러 계단을 올랐다.

젠장, 정상에 도착한 사람들은 뭘 하고 있는 거야?

쌍두하피는 강하다.

고작 조명탄의 불길 정도로는 녀석에게 치명상을 줄 수 없다. 불꽃만 꺼지면 금방 다시 날아오를 것이다. 5급이란 위험도는 고스톱 쳐서 딴 게 아니다!

남은 거리 약 20m.

고지가 눈에 보인다. 하지만 발아래에서 들려오는 날갯짓 소리에 다리가 떨린다.

놈이 날아오르고 있다.

유정은 나보다 빠르다.

유정은 나와 거리를 벌려 정상까지 10m 부근에 있다. 아무래도 유정을 먼저 보내는 게 나을 것 같다.

체념한 채 실린더의 빈 탄피를 하나하나씩 꺼내 제거, 다시 총알을 한 발씩 장전했다.

최신형 리볼버는 6발을 한 번에 장전하던데, 이건 좀 많이 불편하다.

청각에 H력을 집중하며 쌍두하피의 위치를 추측했다.

지금은 고개를 돌리는 시간조차 아깝다.

3m, 2m…….

유정이 정상에 도달하는 시간, 그리고 나와 쌍두하피와의 거리.

양쪽이 엇비슷하다.

패닝 연습은 한 적 없지만……. 근거리에서라면 해 봐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유정이 정상에 발을 딛는 것과 동시에 나도 뒤로 돌아서 패닝 사격을 했다. 오른손으로는 리볼버 손잡이를 움켜쥔 채 검지로 방아쇠를 당겼고, 왼손은 손바닥을 공이에 살짝 얹은 채 앞뒤로 휘둘렀다. 비록 6연발에 1초는 아니었지만, 기습적인 연사로 쌍두하피의 몸에 4발이나 명중했다.

치명상은 아니어도 저지력은 확보!

녀석은 날 공격하려던 발톱을 비틀어 계단을 움켜쥐고는 와락 구부렸다. 강철로 만들어진 철판과 난간이 마치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제기랄…….”

내 바로 앞에 무려 5급 괴물이 서 있다.

쌍두하피는 두 개의 부리를 벌리며 금방이라도 날 공격하려는 자세를 취했고, 난 재장전을 할 새도 없이 주머니에서 강철봉을 꺼내 펼쳤다.

“살살 좀 하지? 아직 서로 전반전이잖아?”

녀석은 조금도 충격을 받지 못했다.

명중한 총알은 모두 살가죽에 막혀 튕겨 나갔고, 왼쪽 날개에 붙었던 불은 그슬린 정도.

왼쪽 다리에 스친 상처는 정말 운이 좋아서 생긴 것 같다.

쌍두하피는 4개의 날개를 쫙 펼치며 날 위협했다.

키는 2m지만, 날개폭은 약 7m.

날 죽이려는 괴물만 아니라면 정말 넋을 잃고 감상할 장관이다. 솔직히 저렇게 날개 4개를 펼치고 있으니까…….

멋지다.

“상팔 씨!”

위에서 내려온 고함이 내 귀를 때렸다. 덕분에 정신이 확 들었다.

유정이다.

“앗?”

쌍두하피의 쪼기 공격.

두 개의 부리가 동시에 내 복부를 향해 날아왔다. 날개에 한눈을 판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피하기엔 늦었다.

“쳇!”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난간 밖으로 몸을 던져 아래로 떨어졌다.

인간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11m보다 더 높은 위치.

나도 모르게 몸이 웅크려졌다. 하지만 이내 몸에 중력의 저항과 함께 그물망의 탄성이 느껴지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하하…….”

계단 바로 아래 펼쳐 놓은 그물망.

그 위에 떨어져 목숨을 건졌다. 사실 뛰어내리는 순간만 해도 그물망 생각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협회 덕에 산 것이다.

“이럴 때가 아니지!”

앞뒤로 멘 배낭은 얼마나 꽉 조였는지 몸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일단 나이프로 배낭의 끈을 잘라 몸을 가볍게 해야겠다.

그물망 위에서 몸을 겨누려면 움직이기 편해야 한다. 배낭이야 나중에 회수하면 되겠지.

응?

주머니에 나이프가 없다. 떨어질 때 흘렸나?

쌍두하피가 바로 위 계단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모습이 날 구경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물망에 걸린 사람 꼴이 우스운 거냐?

이 망할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녀석이 날개를 펼치며 그물망으로 몸을 던지려 했다. 그러나 계단에서 낙하하려던 순간, 위에서 총성 두 개가 울리며 쌍두하피를 때렸다.

“너무 늦었잖아!”

구원의 엄호.

드래건 사냥 때 버림받을 뻔했던 일이 떠오른다.

그때도 지금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가 없었지.

정상 위에서 총을 쏜 사람은 소총을 가진 유정과…… 루호?

호규 총일 텐데? 호규는 뭐하고? 설마 아직도 경직돼 있나?

아이고!

쌍두하피는 나에게서 눈을 떼고는 날개를 펼쳐서 위로 날아올랐다.

녀석의 모습이 정상으로 사라진 후 홀로 남은 상태. 일단 엎드린 채 엉금엉금 기어서 그물망 가장자리로 향했다.

일단 가장자리에 맞닿은 계단 난간을 붙잡으면 몸을 일으키는 것이 한결 쉬울 것이다.

“조심,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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