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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49화 (49/250)

49화

49화

특별히 고민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모두들 고심하고 있던 차, 갑자기 지른 내 대답에 같은 테이블에 있던 전원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다.

날 뚫어지게 쳐다보는 루호.

“상팔 형, 침착하게 생각하신 건가요?”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호규.

“이건 그렇게 쉽게 대답할 일이 아닌데요, 팀장님?”

검은 과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대신 맥주를 홀짝이며 우리를 관찰했다.

일단 팀원들을 자리에 앉히며 달랬다.

“괜찮아. 내가 잘 조율하면 돼. 게다가 아저씨의 가치는 단순 치료술만 있는 게 아니야. 저번에 보니까 아는 것도 많으시고, 어느 정도…… 협동심도 있으셔. 결정적으로…… 받는 돈 이상의 가치를 하신다고 생각해. 물론 그런 생각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한 사람, 한 사람 꼭 필요해서 모은 거니까, 그 부분에 있어선 날 믿어 줬으면 좋겠어.”

루호는 아저씨를 째려보면서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우물거렸다. 하지만 결국 우려하던 큰소리는 나지 않았다.

호규는 순순히 내 뜻을 존중하며 그냥 고기나 구웠다.

“끌끌끌! 역시 시원시원해! 암, 그래야 우리 상팔이지! 남자는 속이 좁으면 큰일을 할 수 없어.”

그렇게 따지면 아저씨는 진작 탈락이신데요?

하여간 돈에 있어선 참 진절머리 날 정도로 철두철미하신 분이다. 그 덕에 지금 내가 팀을 꾸릴 수 있게 된 것이지만……. 어쩔 땐 참 몸서리칠 정도로 두렵다. 아저씨의 저 고집스러운 탐욕이 우릴 망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찌 됐든 아저씨는 내 은인이다.

무거운 이야기가 지나가고 다시 고기 파티가 이어졌다. 아무도 아저씨완 잔을 부딪치지 않았지만, 아저씨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누군가가 가게 안으로 들어와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아저씨는 손을 번쩍 들면서 그 누군가를 불렀다.

“여기!”

누군가는 머리에 비니, 입가에 마스크, 그리고 펑퍼짐한 옷을 입고 있었다.

대충 보면 몸집 좀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키는 평균보다 큰 편. 그러나 움직일 때마다 드러나는 관절과 근육의 움직임으로 볼 때 사실은 매우 마른 체형임을 알 수 있다.

“여자?”

가슴을 보면 좀 헷갈린다. 하지만 몸에서 여성 특유의 곡선이 보인다.

내심 미인이기를 기대하며 아저씨의 소개를 기다렸다.

“누구예요?”

아저씨는 누군가를 옆에 앉히고 모두에게 소개했다.

“소개하지, 내가 우리 팀에 들어오라고 스카웃한 친구야. 아마 아는 사람도 있을걸?”

누군가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부드러운 눈매와 중성적인 느낌의 목소리. 누군가는 비니와 마스크를 벗어 얼굴을 밝혔다. 얼굴을 본 나, 루호, 호규는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앗! 설마……?”

“어디서…… 많이…….”

“하하…….”

깊고 맑은 눈동자, 날렵한 이목구비. 뒤통수에서 목으로 내려오는 곡선은 흡사 도자기의 그것과 같았고, 마른 몸은 넓은 셔츠 위로 윤곽을 내 더욱 말라 보이는 느낌을 주었다.

아저씨가 말하길 ‘기생오라비’, 다른 사람들이 말하길 ‘순정만화를 찢고 튀어나온 꽃미남’이라고.

헌터 자격시험에서 플레잉에 맞서 함께 싸운 유정이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리는 외모는 분명 남녀 모두에게 호감, 특히 검은 과부들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라 했다.

“대박! 잘생겼어, 언니!”

박유화가 최향자에게 속삭인답시고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장마리가 박유화의 옆구리를 찔렀다.

표정으로 볼 때 장마리와 박유화는 유정이 마음에 든 것 같고, 최향자는 아닌 듯하다.

“별일이군요. 아저씨가 새로운 팀원을 데려오실 줄이야…….”

루호의 말에 아저씨는 씩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이건 다 루호 네놈을 저지하기 위한 내 책략이다!”

이게 또 뭔 개소리?

“책……략?”

나와 루호는 동시에 중얼거렸다. 아저씨는 혼자 낄낄거리며 유정을 가리켰다.

“봐라. 잘생겼지? 루호가 가진 존재 의의가 뭐였냐? 저 조루 녀석이 우리 팀에서 갖던 정체성이 뭐냐고?”

아저씨가 루호 데려오라고 한 거잖아요. 진짜 어이가 없네.

나도, 루호도 입을 벌린 채 잠자코 듣기만 했다.

아저씨는 루호의 얼굴을 가리켰다. 그리고 곧장 그 삿대질을 유정에게로 옮겼다.

“봐라. 루호는 잘생겼지? 그건 나도 인정해. 하지만 루호가 ‘그냥 미남’이라면, 여기 있는 유정은 ‘DHA미네랄비타민C알리신오메가3EPA제아잔틴카로틴칼륨콜린 미남’이란 거야! 즉, 루호의 완벽한 상위 호환이지.”

정도껏 해야지. 저 정도면 개성이 아니라 그냥 지랄……하아, 심지어 유정한테 붙인 칭호는 전부 영양소랑 성분 이름이다.

루호는 실소를 터뜨리더니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냥 무시하겠단 건가?

루호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상추에 고기를 가득 쌈을 싸 나에게 건넸다.

“좀 드세요. 이제부턴 제가 구울게요.”

“그럴래?”

루호 앞에 고기 집게를 내려놓고, 루호가 내민 쌈을 받아먹었다. 턱이 빠져라 벌린 입. 그러나 다음 순간, 내가 씹은 것은 고기가 가득 든 상추쌈이 아니라 그냥 공기였다. ‘딱’ 소리와 함께 이끼리 부딪치면서 잇몸이 시린 게 느껴졌다.

“뭐, 뭐야?”

내가 받아먹으려고 했던 쌈을 가로챈 사람은 박유화!

박유화는 루호의 손을 통째로 입에 넣어 쪽쪽 빨면서 손을 뱉어 냈다. 입 밖으로 나온 루호의 손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어어…….”

루호는 끈적끈적하고 고기 냄새가 풀풀 나는 손을 보며 충격에 빠졌다.

“와! 잘생긴 오빠가 싸 줘서 그런지 고기가 더 맛있네?”

박유화는 우리가 충격에 빠진 틈을 노려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며 자기 테이블로 돌아갔다.

우리는 박유화의 충격을 잊고자 소맥을 꼴깍꼴깍 들이켰다.

화학약품 소주와 오줌 맥주가 합쳐진 한국의 전통 칵테일 소맥. 둘 다 따로 먹을 땐 별 볼일 없지만, 이상하게도 합쳐 먹으면 참 좋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나온 바에 따르면 두 술의 화학 성분이 뒤섞이면서 감칠맛을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로 마시면 밥맛이지만, 함께하면 꿀맛이군. 끌끌끌!”

이 말만은 아저씨와 동감이다.

무릇 술뿐만이 아니다. 아직 무명의 팀인 우리도 마찬가지. 함께 해야만 비로소 가치가 있다.

보조 헌터 전문인 팀장 김상팔.

자기밖에 모르는 치료술사 한돈.

3분이 한계인 해결사 조루호.

소심한 호규.

정식 헌터 자격을 두 번이나 딴 유정.

아직은 고작 5인이지만, 계속해서 동료를 모을 것이다.

다음은 각자가 공개한 능력 수치다. 물론 개인의 기억에 의존한 것이기에 다소 오차가 있을 수 있다.

우선 나.

[이름 : 김상팔 / 성별 : 남 / 나이 : 29세]

[힘 : 32 / 속도 : 32 / 지구력 : 32 / 기술 : 32 / H력 : 0 / 기타 : 32]

한돈 아저씨는 거부.

다음은 루호.

[이름 : 조루호 / 성별 : 남 / 나이 : 23세]

[힘 : 30 / 속도 : 45 / 지구력 : 20 / 기술 : 72 / H력 : 70 / 기타 : 80]

호규.

[이름 : 호규 / 성별 : 남 / 나이 : 23세]

[힘 : 30 / 속도 : 30 / 지구력 : 30 / 기술 : 30 / H력 : 20 / 기타 : 50]

마지막 유정.

[이름 : 유정 / 성별 : 남 / 나이 : 28세]

[힘 : 40 / 속도 : 40 / 지구력 : 40 / 기술 : 40 / H력 : 40 / 기타 : 10]

흠……. 일단 우리 팀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시작하자.

‘내일’부터!

아직 멀쩡히 해가 뜬 낮이었음에도 고기 뷔페는 점점 손님들로 가득 찼다. 점심시간은 훨씬 넘겼지만, 가게는 계속해서 붐볐다.

장사가 엄청 잘 되네?

그렇게 시끌벅적해진 가게는 맛있는 연기와 함께 인생을 풍겼다.

“저기…….”

응?

어!

엥?

최향자가 먼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말도 안 돼! 이 여자가 왜 이러지? 취했나?

“왜, 왜요?”

여전히 최향자는 무섭다. 와, 술이 확 깨네.

“할 말이 있어. 잠깐 따라와.”

“저요?”

왜, 왜 이러세요? 저 돈 없어요. 왜 삥을 뜯으려고 하세요? 당신 양아치야?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몸은 순종적이다.

어느새 우린 가게에서 나가 단둘이 길 위에 서 있었다.

“하세요.”

설마 고백? 하하하. 이런 미친……. 아직 술이 덜 깼나 보네. 최향자가 나한테 고백을 하면 내 전재산을 아저씨한테……. 왜 또 여기서 아저씨가 튀어나오지?

최향자는 내 어깨를 잡아 거칠게 밀었다. 무방비 상태인 난 최향자의 손길에 의해 그대로 벽에 뒤통수를 찧었다.

“이, 이러지 마세요! 저 진짜로 돈…….”

최향자의 눈빛에 말문이 막혔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뭔가…… 각오를 굳힌 눈이다. 뭐지? 날 때리려는 건가? 내 지갑에 지금 현금이 얼마가 있더라? 그냥 줘야겠다. 이건 바쳐야 되는 각이다! 돈을 바치고 살아남아야 한다! 안 되면 아저씨라도 바치자. ‘저 대신 아저씨를 때리세요!’라고.

다음 순간, 최향자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거친 줄만 알았던 그 입에서 나온 말에 나는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

도로 위를 달리는 미니 밴 2대.

앞쪽 차량은 우리 팀이 타고 있고, 뒤쪽 차량엔 검은 과부들이 타고 있다.

우리 팀과 검은 과부들 전원 참가. 합쳐서 8명의 헌터가 사냥터로 향하고 있다.

오늘 우리가 노릴 목표는 국내에서 서식 중인 조류형 괴물 중 가장 최악이라 불리는 녀석.

바로 ‘쌍두하피’다.

“오늘 사냥 괜찮겠냐? 내가 볼 땐 성공 가능성이 낮은데…….”

아저씨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하긴, 당연한 반응이다. 고기 파티 이후 며칠 동안 훈련을 했음에도 아직 사냥 성공에 대한 자신이 없다.

“할 수 있을 데까진 해 봐야죠.”

아저씨는 볼을 실룩거리며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어차피 내가 따로 수고비를 챙겨 드리기로 해서 더 이상 불만을 토로하진 않았다.

아저씨한텐 세상만사가 돈 하나로 해결되는가 보다.

운전을 하던 루호도 아저씨의 말에 한마디 거들었다.

“괴물이 원래 등급의 서식지를 벗어나 다른 등급의 서식지로 갔단 소리는 처음 들어 봤어요. 정말일까요?”

오늘 사냥은 최향자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고기 파티를 한 그 날, 최향자와 나눈 이야기에 거짓이 있을 리가 없다.

“난 믿어.”

내 말에 밴 안에 정적이 흐른다.

다들 뭔가 할 말이 있지만, 내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역시 믿을 수 없단 건가? 하긴, 5급 괴물이 3급 사냥 구역에서 놀고 있다고 하는 소릴 누가 믿을까. 나도 처음 듣는데…….

핸드폰을 켜서 ‘트튜리팟’ 앱에 접속. 그동안 올린 동영상에 대한 반응을 확인했다.

영상은 여전히 드래건 사냥 하나뿐이지만, 그 하나의 조회 수가…….

“2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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