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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48화 (48/250)

48화

48화

화창한 아침.

기지개를 켜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플레잉과의 싸움 이후 사흘간 입원해서 요양하는 중이다. 오늘은 바로 퇴원하는 날! 참고로 이 병원은 예전에 아저씨의 소개로 와서 내 몸을 검사한 ‘조물주 의원’ 건물이다.

수습 간호사 노건이 가져다준 평상복으로 갈아입으며 환자복을 침대 한쪽에 잘 개어 놨다.

“이야! 김솽퐈리! 쏴라 있네?”

아저씨와 루호가 병실로 들어왔다.

“덕분에요.”

어깨를 으쓱이며 아저씨에게 맞장구쳤다. 아저씨와 난 서로 마주 보면서 씩 웃었다.

루호는 조심스레 물었다.

“여긴 좀 특이한 병원 같던데요? 뭐랄까, 수상하달까요?”

“하하하…….”

루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세상에는 말이야.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게 있어. 무슨 말인지 알지?”

아저씨는 나머지 한쪽 어깨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아빠 외장하드의 숨겨진 야동이라든가, 좋아하는 여자의 폭풍 설사라든가, 애인이 사실은 문어다리 연애를 즐기고 있다든가, 알고 보니 증조할아버지가 매국노였다든가……!”

루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 것 때문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나도 루호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앞장서서 병실 문을 활짝 열었다.

“모르면 됐어! 그냥 얼른 여기서 나가자. 퇴원 기념 고기 파티다!”

아직 점심인뎁쇼?

하긴, 점심부터 고기 먹어도 상관없긴 하지.

소지품을 챙긴 후 아저씨에게 외쳤다.

“아저씨가 쏘는 거예요?”

“아니!”

아저씨는 도망치듯 병실을 나갔다. 루호도 아저씨를 따라 나갔고, 병실에는 나와 노건만이 남아 있었다.

“저기…….”

용기를 내어 노건을 불렀다. 조용히 침대를 정리하던 노건은 퉁명스럽게 날 바라봤다.

“왜 그러시죠?”

사흘간 노건을 만나며 느낀 것이 있다. 지금 당장 이 말을 하는 것이 옳은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야기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혹시…… 괜찮으면 우리 팀에 들어올래요?”

“예?”

무뚝뚝하던 노건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노건은 날 이상한 놈 보듯 쳐다보다가 대답 없이 병실을 나갔다.

역시 너무 성급했나?

그래도 사흘간 접촉으로 감지한 H력, 그리고 방금 전 반응으로 봐선 내 예감이 맞는 모양이다.

무슨 사연인지는 천천히 알아보자.

앞서간 두 사람을 따라 졸래졸래 병실을 나섰다.

“루호야! 기다려!”

루호는 뒤돌아보며 날 향해 손을 내밀었다. 헐레벌떡 달려가 그 손을 덥석 붙잡았다.

“하하. 조심하세요.”

우리는 손을 잡고 함께 병원을 나갔다. 아저씨는 우릴 보며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둘이 사귀냐? 모텔 방 잡아 주랴?”

아저씨는 못마땅해하면서 야유를 보냈다. 그리고 나와 루호를 이끌며 거리를 걸었다.

“가자! 오늘은 배 터지게 마시고 먹는 거야!”

우리는 근처 고기 뷔페로 향했다.

몸이 건강하니 다리가 가볍다. 병원에 입원한 동안 능력수치를 봤는데, 제법 수치가 올랐다!

[이름 : 김상팔 / 성별 : 남 / 나이 : 29세]

[힘 : 30 / 속도 : 30 / 지구력 : 30 / 기술 : 30 / H력 : 0 / 기타 : 30]

루호에 비하면 거의 절반이지만, 루호는 천재 소리를 들었던 녀석이다.

신인이 루호 정도의 능력 수치가 나오기란 거의 불가능. 루호의 것은 타고난 재능, 내 것은 노력의 산물이다.

어쨌든 겨우 다른 신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흐뭇한 마음에 괜히 오지랖을 부렸다.

“다른 사람들도 부를까요?”

“다른 사람? 끌끌끌! 팀장 마음대로!”

팀장 마음대로……라……. 하하.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저장된 전화번호 몇 개를 눌렀다.

1시간 뒤 고기 뷔페.

우리는 함께 둘러앉아 맥주잔을 들었다.

불판에서 익어 가는 고기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구수한 연기를 뿜어냈다.

마성의 연기에 난리가 난 위장은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며 고기를 요구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등등. 약간은 잡스러운 구성이 불판을 수놓았다.

다들 고기의 유혹에 빠져 불판만 바라봤다.

참석 인원은 나, 아저씨, 루호, 호규, 그리고…….

검은 과부들 삼인방!

검은 과부들은 자기들끼리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설마 저 세 사람이 올 줄이야…….

군침을 삼키며 최대한 말을 빨리했다.

“오늘은 마음껏 먹고 마시세요. 계산은 제가 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가볍게 박수를 친 후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술잔과 젓가락이 흥겹게 가락을 연주했다.

잘 익은 고기 2점을 상추에 올려놓고 그 위에 대파 무침과 쌈장에 찍은 마늘 하나. 그런 다음 상추를 잘 싸서 입에 넣었다.

구수한 고기 향과 아삭한 채소의 식감, 그리고 쌈장과 대파 무침의 감칠맛이 입안을 휘젓는다. 여기에 맥주 한 모금, 혹은 소주 한 잔. 이것으로 완벽해진다.

크윽, 맛있어!

이렇게 돈 걱정 없이 고기를 먹을 날이 오다니…….

눈물이 글썽거린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함께 싸먹다니……. 이건 완전히 신성 모독 수준의 사치다. 입안이 터져라 고기를 쑤셔 넣는다.

맛있다! 부위별로, 종류별로 고기를 섞어 먹어도 좋다. 고기는 그냥 맛있다! 이유는 필요 없다. 사람의 DNA는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괴물의 고기도 먹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특수한 목적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 그것은 값이 무지하게 비싸기 때문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이다. 먹는 쪽도, 공급하는 쪽도 손해인 장사. 그래서 괴물의 부산물 요리는 최고가가 붙는다.

오늘만큼은 루호와 아저씨도 화기애애하다. 하긴, 이런 자리에서까지 싸우면 팀 유지 자체가 위태롭겠지.

호규는 이제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부턴 공식적으로 우리 팀원이다.

전에 있던 팀에 대해선 말을 아껴 자세히 묻진 못했다.

뭐, 어때? 이제부턴 확실하게 우리 팀인데?

최향자, 장마리, 박유화는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조용히 고기를 먹고 있다.

뭔가 안부를 묻고 싶은데…… 역시 분위기가 무겁다. 게다가 최향자는 저번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얼굴이 어두워 보인다. 괜히 먼저 말 걸었다간 두들겨 맞을 것 같다.

고기를 연속으로 집어 먹던 중 아저씨가 나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팀 운영에 대해선 어떻게 할 생각이지? 수익이라든가, 규율이라든가……. 뭐, 그런 자잘한 거 말이야. 내가 볼 땐 검은 과부들하고도 나중에 연합할 일이 있을 것 같은데?”

저번에 협회에서 치료한 것으로 꽤 짭짤하게 버셨으면서 또 돈타령이시네.

역시 아저씨는 대단하다.

“아저씨한테 가장 중요한 거네요?”

“그럼!”

아저씨는 찡긋 눈웃음 지었다.

하하. 못 말려. 하긴, 여기서 아저씨를 누가 당하겠어? 협회도 두 손, 두 발 다 든 모양이던데…….

히말라야거북의 등껍데기는 정말로 챙기신 모양이다.

“당장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자면 수익에 대해선 모두가 공평하게 나눴으면 좋겠어요. 신분이나…… 뭐 그런 거에 상관없이요. 다만 그 날, 그 날의 기여도에 따라 추가로 포상금을 지급할 생각이에요.”

내 말에 루호가 손을 들어 물었다.

“사냥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죠?”

“사냥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한테도 소액을 지급할 생각이야.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수준으로…….”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웅성거렸다. 아저씨도 지금만큼은 농담을 삼가며 조용히 맥주를 홀짝였다.

우와, 난 굉장히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진지한 분위기잖아?

느낌이 좋다. 좀 더 탄력을 받아 적극적으로 나서 보자.

“좀 더 알기 쉽게 예를 들어서 설명할게요. 만약 우리 팀원 10명 중에서 5명이 사냥에 참여하고, 5명이 참가하지 않았어요. 그날 사냥을 성공해서 보수 중 순이익이 100만 원이라고 쳐 봐요.”

구체적인 액수가 나오자 다들 눈이 반짝인다.

“그럼 거기서 우선 10분의 1. 즉, 10만 원을 포상금으로 떼어 놓습니다. 그리고 남은 90만 원은 절반으로 나눠서 45만 원으로 만들어요. 우선 앞의 45만 원은 사냥에 참여한 인원 5명이서 나눠 갖습니다. 그리고 남은 45만 원은 모든 팀원이 나누는 거죠. 그리고 따로 떼어 놨던 10만 원은 가장 우수했던 팀원에게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거예요.”

호규는 스마트폰을 켜서 내가 이야기한 내용을 계산하고 있었고, 루호는 고기를 씹으며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저씨는 날 응시하며 심오한 표정으로 고기를 굽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사냥 참가자 중 가장 우수한 사람이 받는 금액이 23만 5천 원, 참가자가 받는 금액이 13만 5천 원, 참가하지 않은 인원에게 가는 금액이 각각 4만 5천 원이 돼요. 이렇게 되면 기여도에 따른 보상도 해결되고, 사정이 있어 참가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 생활비가 마련되죠. 어때요?”

루호와 호규는 박수를 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아저씨는 고기를 우물거리며 두 사람을 따라 형식적인 박수를 쳤다. 검은 과부들은 그냥 반쯤 흘려듣고 있는 것 같았다.

“호, 혹시 뭔가 마음에 안 드시는 점이라도 있으신가요?”

“흠…….”

아저씨는 맥주잔을 깨끗이 비운 후 잔을 쾅하며 내려놓았다.

“하나만 분명히 하자고! 이건 내 ‘신념’의 문제거든.”

모두가 아저씨를 바라보며 잠시 행동을 멈췄다. 아저씨는 자못 진지한 얼굴로 맥주병을 집어 잔에 맥주를 따랐다. 투명한 유리잔에 누리끼리한 액체가 가득 차면서 희멀건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왔다.

“지금 여기 있는 인원 중에서 내가 가장 치료술에 능하지? 그건 다들 인정할 거야. 또, 내 성격이 좀 지랄 맞은 것도……. 그런데도 날 팀에 껴 줘서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아저씨는 맥주병을 내려놓고 잔 옆으로 흘러내리는 소량의 거품을 바라봤다. 잔에서 흘러내린 거품은 탁자에 닿자마자 모두 방울을 튀기며 사라졌다.

“난 절대 공짜로 치료해 주지 않아. 설사 그게 따로 보수를 약속받았다고 해도 말이지. 정식으로 정하고 시작할 거라면, 나도 확실하게 해 두고 싶어.”

“쳇!”

최향자가 구석에서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아저씨는 아랑곳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에게 물었다.

“그 부분만큼은 여기 있는 전원에게 보장받아야겠어. 어떻게 하겠나? 싫다면 난 이 팀에서 빠지겠네. 솔직히 여기 말고도 ‘장사’할 곳은 많거든.”

사냥 팀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치료술사.

부상당한 동료를 치료하는 일을 맡으며, 보통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역할이다. 보수를 많이 받는 것이야 보험이라 생각하면 싼 편이지만, 문제는 아저씨가 치료란 행위 그 자체에 따로 보수를 받겠다는 것에 있다.

기본적으로 치료술사가 받는 보수에는 이러한 행위에 대한 금액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아저씨는 그 이상을 요구하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저씨가 팀을 옮겨 다닌 이유가 바로 이것. 왜 별명이 돼지고기인지 알 것 같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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