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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45화 (45/250)

45화

45화

미스터 타이거는 호탕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원하는 대로 해 봐라! 너희에게 맛보여 주마.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것을!”

자신 있단 건가.

저 말이 조금도 우습게 들리지 않는다. 죄수고릴라를 풀어놓은 것도 놈들 짓이라면…… 적어도 녀석들은 죄수고릴라보다 훨씬 강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무기를 들어서 녀석들과 대치하는 동안 난 재빨리 다친 직원들을 파편에서 빼냈다. 다행히 무너진 파편의 두께가 얇았기에 혼자의 힘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다. 덤으로 기절한 직원들 중 H력이 있는 사람에게선 조금 힘을 나눠 받았다.

짧은 흡수를 끝내고, 합격자 사이로 돌아왔다.

“이 정도라면…… 해볼 만하겠어!”

소량의 H력, 그리고 손에 든 목도. 제대로 된 무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까보단 마음이 훨씬 든든하다.

“타타타! 당할 준비는 끝난 거냐?”

미스터 타이거는 몸을 풀면서 미스터 터틀에게 물었다.

“이제 해치워도 되겠지?”

미스터 터틀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야겠군. 실망이야. 조금은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싫다면 하는 수 없지. 살아남는 사람만 데려가는 걸로 변경이다.”

지독한 녀석들. 우릴 쓰러뜨리고 강해 보이는 사람만 데려가겠단 건가? 진짜 악질적인 납치잖아?

“그렇다면, 선방필승!”

장혁이 대뜸 체중을 실어 주먹을 휘둘렀다. 죄수고릴라에게도 충격을 준 장혁의 주먹이 미스터 타이거의 안면에 작렬, 거구의 미스터 타이거가 뒤로 주춤거렸다.

“오호. 제법이군.”

미스터 터틀은 놀라는 척하며 씩 웃었다. 미스터 터틀의 비웃음을 눈치챈 장혁은 재빨리 주먹을 거두고는 미스터 타이거의 상태를 살폈다.

“간지럽군.”

미스터 타이거는 세게 콧김을 한 번 내뿜더니, 곧바로 장혁에게 받은 것을 되돌려주었다. 장혁의 주먹이 평범한 노력의 성과라면, 미스터 타이거의 주먹은 파괴의 영역에 있었다.

“크악!”

시원하게 지른 주먹은 손쉽게 장혁의 몸을 무너뜨렸다. 비슷한 덩치였지만, 능력은 천지 차이. 물리법칙을 진작 벗어난 위력에 장혁은 멀리 날아갔다.

마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한 것 같다.

“말도 안 돼.”

장혁은 피를 토하며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무능력자가 저 정도의 공격을 맞고 다시 일어섰다는 것만 해도 충분히 엄청난 일. 그러나 더 이상의 전투는 불가했다.

장혁은 멀찍이 떨어져 선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역시 H력 없는 녀석들에겐 이 정도가 한계인가 보군. 쓰레기 주제에, 감히 나대다니!”

미스터 타이거는 툭툭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그리고 장혁의 주먹으로 뻐근해진 목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겨우 이 정도론 가렵지도 않아. 살고 싶으면 좀 더 분발해!”

미스터 타이거는 성큼성큼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다들 손에 무기를 들었음에도 장혁의 선례를 봤기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게 된다.

다른 합격자들도 마찬가지.

“어딜 가? 친구가 당했으니 이젠 너희가 나랑 놀아 줘야겠지? 타타타!”

“미스터 타이거. 우리의 목표는 살인이 아니다. 너무 즐기는 데 열중해서 잊으면 곤란해.”

미스터 터틀이 미스터 타이거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그러자 미스터 타이거는 드렁거리며 대답했다.

“조직에 약골은 필요 없어!”

미스터 타이거는 허리를 굽혀 주먹으로 바닥을 때렸다. 주먹과 닿은 바닥을 중심으로 넓게 원형의 금이 갔고, 발표장 전체가 지진이 난 것처럼 떨렸다.

아까 5층에서 느낀 진동의 정체가 이거였나?

“난 지금부터 전력으로 싸우겠다. 그러니 알아서 살아남아라!”

미스터 타이거는 다시 우리에게 걸어왔고, 미스터 터틀은 우리에게서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이대로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

우리는 죄수고릴라와 싸울 때처럼 투지를 불태우며 미스터 타이거를 포위했다.

미스터 타이거는 자신을 둘러싼 우리를 보면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발걸음은 멈췄지만,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은 또 그것대로 위세가 넘쳤다.

“어설프군.”

미스터 타이거의 몸에서는 그 어떤 아지랑이도 보이지 않았다.

H력을 쓰지 않는 건가? 아무리 우리와 수준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여기 모인 사람들은 엄연히 정식 헌터가 된 실력자들인데?

“안 덤비나?”

미스터 타이거는 우리를 비웃으며 양팔을 옆으로 쫙 펼쳤다.

“자, 어서 덤벼! 안 그러면 내가 책임지고 죽여 주마!”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네? 완전 양아치잖아?

아! 양아치보다 훨씬 악질이었지?

“간다!”

유정이 먼저 호기롭게 덤벼들었다. 유정은 쇠지레에 H력을 담아 미스터 타이거의 얼굴을 쳤다. 두개골째로 박살 날 수 있는 일격. 그러나 미스터 타이거는 씩 웃으며 그냥 얼굴로 버텼다.

“아니?”

유정의 쇠지레는 미스터 타이거의 얼굴에 막혔다.

말 그대로 미스터 타이거의 얼굴 피부가 유정의 쇠지레보다 강한 것이다.

물론 양쪽 모두 H력으로 강화시킨 상태. 미스터 타이거의 몸은 보통이 아니었다.

“더 센 건 없나?”

미스터 타이거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파리가 앉았다는 반응, 강자의 절대적인 자신감이었다. 오히려 공격한 유정이 겁을 먹고는 재빨리 미스터 타이거에게서 떨어졌다.

“재미없군.”

미스터 타이거는 하품을 하고는 우리를 쭉 둘러봤다. 그리고 그러다가 대뜸 날 지목했다.

“너!”

이런, 제기랄! 내가 뭔가 거슬리는 행동을 했나?

“저요?”

꼭 고등학생 때 제일 싫어하던 과목 선생님에게 지목당해 자리에서 일어난 기분이다. 특히 그 선생님이 날 망신 줄 의도로 불렀다는 걸 알았으니, 더 안 좋다.

“다른 녀석들은 됐어! 네가 한번 덤벼 봐라.”

“예? 왜 제가……?”

비슷한 또래로 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존댓말이 튀어나온다. 이럴 땐 몸 사리는 게 최고다.

“네 녀석의 실력이 궁금하다. 링에서 안경 쓴 놈을 제압할 때랑 히말라야거북의 등껍데기를 격파할 때, 아주 인상적이었어. 네 녀석을 내 손으로 박살 내 주고 싶었다. 타타타!”

너희 우릴 잡아가서 신입 조직원으로 삼는 게 목적 아니었냐? 어이가 없네. 아니, 그것보다 언제부터 날 훔쳐보고 있던 거야?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나에 대해서 어디까지 눈치챈 거지?

“죄송하지만, 지금 제가 힘이 다 떨어졌거든요. 싸워도 만족하시지 않을 걸요?”

둘러대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만, 일단 살고 보자! 그나저나 아저씨는 어떻게 되셨을까?

미스터 타이거는 내 말에 고개를 치켜들며 웃었다.

“타타타! 힘이 다 떨어져? 그럼 나눠 주지!”

뭐라고?

“어이!”

미스터 타이거의 부름에 미스터 터틀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내 주변이 나를 빼고 모두 뒤로 물러났고, 미스터 터틀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걱정하지 마라. 적당히 만족하면 죽이진 않을 거다. 우리 임무는 너희를 살려서 데려가는 거니까.”

하하하. 이런 개자식들.

미스터 터틀의 손에서 내 어깨로 H력이 전해진다.

이건…… 처음 H력을 받았을 때랑 비슷하다. 그때 3급 사냥 구역에서 네팔구미호를 사냥한 후 문일에게 H력을 받을 때도 이런 감각이었다. 그땐 그냥 문일이의 능력발현 정도로 생각했는데…….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건가?

“신기한가? 다른 사람의 H력을 받는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지.”

아닌가 보네.

미스터 터틀은 자신만만하게 내 가슴을 손바닥으로 쳤다.

“넌 아주 운이 좋아. 이런 건 평생 한 번 경험해 볼까 말까 한 것이니까. 그럼 잘 살아남아라. 김, 상, 팔.”

크윽.

내 이름 세 글자가 가슴을 무겁게 누른다.

그래, 난 김상팔이다.

“쳇, 줄 거면 많이 좀 주지.”

미스터 터틀은 조용히 물러났고, 무대 옆 공간엔 나와 미스터 타이거뿐이었다.

역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건가. 하긴, 이놈들의 힘을 봤으니 당연한 거겠지. 루호가 있었다면 날 위해 싸워 줬을 텐데! 아저씨는 무사하실까?

미스터 타이거는 느긋한 목소리로 팔짱을 꼈다.

“너만큼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군.”

미안해서 어쩌나? 아주 크게 실망시킬 예정인데…….

“젠장. 그냥 죄수고릴라만 해치우고 나서 얼른 튀는 거였는데…….”

미스터 타이거는 야구 모자를 벗어 던지고는 몸을 풀었다.

“보여 주마. 내가 왜 미스터 타이거라 불리는지……!”

미스터 타이거에게서 투명한 기운이 물안개처럼 스멀스멀 흘러나오며 전신을 감쌌다.

“앗?”

H력이 점점 짙어지더니, 시야에서 거구의 미스터 타이거가 사라졌다.

도대체 양이 얼마나 많은 거야? 부럽다. 그리고…….

망했다.

불길한 소리.

뭔가가 생살을 찢는 것 같았다.

나비가 번데기를 벗고 밖으로 나오는 소리, 뱀의 신체가 허물을 찢으며 부풀어 오르는 소리. 예감이 좋지 않다. 지금 내겐 몸속에 흐르는 소량의 H력과 손에 든 목도뿐이다.

“만약 네가 도망친다면, 여기 남은 사람들의 골통을 모두 으깨겠다! 타타타!”

우와. 양아치네.

자기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고, 자기가 나보다 실력도 더 좋고, 자기가 나보다 H력도 더 많고, 심지어 난 전의도 없는데……. 정말 치사하다.

H력의 안개를 가르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세 개의 갈퀴발톱. 그것은 H력으로 이루어진 인공의 칼날이었다. 미스터 타이거의 손가락 사이에 있는 틈에서 나온 세 개의 갈퀴 모양 칼날이 조명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빛났다.

“H력이라는 건 어차피 에너지. 그 힘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이렇게 물질화시킬 수도 있다!”

길쭉하고 가늘게 빠진 갈퀴칼날 3개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다.

“울버린?”

울버린.

족제빗과 포유류. 족제빗과치곤 대형종인 편이다. 몸길이 60~85cm 정도, 꼬리 길이는 17~26cm. 몸무게의 경우 암컷은 평균 8~10kg, 수컷은 10~12kg. 크기에 비해 대단히 깡이 좋고 비범한 생물. 하지만 그래 봤자 늑대, 곰 같은 맹수들에게는 좋은 단백질…….

“울버린이 아니라 호랑이 발톱이다!”

미스터 타이거는 포효와 함께 말 그대로 짐승처럼 기어서 돌진해 왔다.

거구의 미스터 타이거가 두 팔, 두 다리로 기어오는 모습은 가히 위협적이다.

일단 뒤로 돌아 무조건 달렸다.

그냥 이대로 도망칠까? 하지만 아직 문밖엔 죄수고릴라가 득실댄다. 이놈에게 죽을 것인지, 저놈에게 죽을 것인지의 기로다.

“으아아아!”

“타타타!”

발표장 안은 제법 넓지만, 전력 질주로 달리는 두 남성에게는 한없이 좁은 공간이다.

조금 달리니 곧 벽.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쫓아오는 미스터 타이거와의 거리를 계산했다.

녀석은 지금 네 발로 기는 상태, 이족보행인 인간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자세다. 실제로 한번 기어 봐라!

그렇다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란 생각으로 뒤돌아서서 미스터 타이거를 바라봤다. 녀석은 나로부터 불과 2m 거리에 있었다.

와, 괜히 멈춰서 똥 폼 잡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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