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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41화 (41/250)

41화

41화

불합격자는 2명뿐이었다. 직원은 합격자가 많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며 지원자와 동행자들로 하여금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도록 휴식 시간을 알렸다. 그리고 휴식 시간 후 정식으로 합격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휴우, 역시 오줌은 참았다가 싸야 제 맛이야.”

아저씨는 화장실에서 나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본인 말로는 격파 시험이 시작될 때부터 요도의 압박을 느끼셨는데, 내가 걱정되어서 참으셨단다.

뭐라고 감사의 말을 드리지?

바지에 싸지 않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한결같으시군요.”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아저씨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누구지?

나도 아저씨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복도 저편에 김익조와 박장이 서 있었다.

“한결은 개뿔! 익조, 너 많이 컸다?”

응?

아저씨가 대뜸 김익조에게 말, 그것도 반말을 한다.

“이젠 말씀을 가리시죠. 이분은 김 팀장님이라고요!”

박장이 한걸음에 다가와 아저씨 앞에 섰다.

아저씨는 크게 웃으며 배를 두드렸다.

“팀장? 뭔 놈의 팀장이 ‘님’ 자까지 붙여서 존대받는 거야? 팀장은 그냥 허명에 불과하잖아? 그냥 저놈 좋으라고 만들어서 붙여 준 이름일 뿐이라고! 박장이, 넌 아직도 남들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냐?”

박장은 지지 않고 아저씨에게 맞섰다.

“이분은 그냥 팀장이 아니십니다! ‘헌터협회대한민국지부장직속총괄팀장’이시라고요! 이분은 대한민국 전체를 총괄하시는 지부장님, 그 밑에 부지부장님 다음 되시는 한국 지부의 3인자이십니다!”

우, 우와. 엄청난 사람이었잖아? 하지만 그것보단 직함 길이가 더 놀랍다! 쓸데없이 기네?

아저씨는 과도하게 허리를 굽히며 빠르게 양 손바닥을 비볐다.

“아이고! 얄리얄리얄랑셩얄라리얄라. 높으신 분이셨어요? 대단하십니다요, 김익조 팀장님이시여! 참 놀라우십디다. 그래서 어쩔까요? 배라도 까서 보여 드릴깝쇼? 아니면 종이라고 울려 드릴까? 딸랑딸랑?”

박장은 아저씨의 말에 움츠러들며 옆으로 물러났고, 김익조는 뒷짐을 지면서 느긋하게 우리에게 걸어왔다.

“하하하. 너무 그렇게 비꼬진 마시지요. 나이는 제가 더 많지 않습니까?”

“끌끌끌! 나잇값도 못하는 주제에…….”

김익조와 아저씨는 서로 마주 보면서 소리 없이 웃었다. 그것은 미소가 아닌 호통, 은밀한 기 싸움이었다.

소리 없는 아우성,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박장은 두 사람의 미소를 견디지 못해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둘의 웃음 신경전은 이서현이 화장실을 나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김익조는 막 여자 화장실에서 나온 이서현에게 손짓을 해 아저씨에게 소개했다.

“인사드리시죠. 이번에 간부로 승진한 이서현 부장입니다.”

부, 부장?

“이서현이라고 합니다.”

이서현은 가볍게 고갯짓으로 인사했다.

응?

얼굴이 심히 불쾌해 보인다. 꼭 ‘왜 내가 이런 땅딸보에게 허리를 숙여야 하는 거지’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분은 누구시죠?”

“아, 이분은…….”

박장이 아저씨를 소개하려 했지만, 김익조가 뻗은 팔이 박장과 이서현을 가르며 제지했다.

“그건 나중에. 그럼 또 뵙겠습니다.”

“그래, 간만에 만나니 좋구나! 오랜만에 사이다나 하나 사 마셔야겠다. 속이 더부룩하네? 끌끌끌!”

김익조는 박장을 데리고 사라지면서, 이서현에게 아저씨를 따라다니며 편의를 봐 드리라고 지시했다. 이서현은 당연 반발했지만, 감익조는 팀장의 권력으로 모든 불만을 한 방에 잠재웠다.

“이건 명령입니다.”

김익조와 박장이 사라지고, 이서현은 울상이 된 얼굴로 나와 아저씨를 카페가 있는 층으로 안내했다.

“끌끌끌! 이거 오늘은 운수가 아주 좋구먼? 돈도 벌고, 공짜로 밥도 얻어먹고, 거기다 좀 나이 들었지만 예쁜 언니가 놀아 주기까지 하고?”

이런 걸 보고 진짜 더럽고 치사한 ‘접대’라고 하는 건가 보다.

“호호호! 제가 화장을 좀 성숙하게 해서 그렇지 아직 젊답니다.”

“그래? 몇 살인데?”

거리낌 없이 여성의 나이를 묻는 한돈 아저씨!

이서현은 한쪽 입술 꼬리를 아래로 늘리며 이를 갈았지만, 최대한 성의 있는 태도로 대답했다.

“올해 꽃 같은 3학년 7반이지요. 보기보다 나이가 많아서 놀라셨죠?”

음, 보기보다 관리를 잘하셨네? 외모로만 보면 3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아저씨는 정색을 하면서 딱 잘라 말했다.

“아니. 딱 그만큼 생겼어.”

이게 욕이야, 칭찬이야?

나와 이서현은 동시에 당황했다. 그러나 아저씨는 그런 것에 상관없이 불룩 나온 배를 두드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5층에 위치한 휴식 구역 카페.

우리는 각자 음료를 주문해 마시는 중이다.

맞은편에 앉은 이서현이 한숨으로 아메리카노를 식히는 동안 아저씨는 사이다 한잔을 다 비우며 만족스럽게 트림을 했다.

“꺼억! 역시 답답할 땐 탄산음료가 최고야. 이게 다른 걸 마시면 이 느낌이 안 든다니까! 탄산 들어간 설탕물 최고!”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이제 슬슬 발표장으로 돌아갈까요?”

이서현은 김익조의 지시에 따라 아저씨가 협회에 계시는 동안 계속해서 따라다녀야만 한다.

무려 지부 간부인 사람이 왜 이런 아저씨를 따라다녀야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일단 잠자코 있는 편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여기 온 건 우리 애송이를 지원하기 위해서거든. 이제 시험도 끝났으니, 때가 되면 가지 말라고 붙잡아도 나갈 걸세.”

“그, 그렇군요.

이서현은 식은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들이키면서 혼란스런 속을 진정시켰다.

“그런데 언니는 직책이 어떻게 되시나? 간부면 꽤 높을 거 같은데?”

간만에 좋은 발언.

아니지, 그냥 정상적인 거잖아? 아저씨가 하니까, ‘정상적임’이 ‘매우 훌륭함’으로 격상된다.

“전 한국 지부 전략수습부장을 맞고 있습니다. 제 입으로 이런 말 드리기 좀 그렇지만, 지부에선 김 팀장님 다음가는 자리라 할 수 있죠.”

“내가 알기론 박장이 녀석이 익조 비서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박장이랑은 누가 더 높은 건가?”

이서현은 한쪽 눈썹을 찡그리면서 팔짱을 꼈다.

“그런 사람과 절 비교하는 건 좀 기분이 언짢네요. 저흰 비교가 불가능하거든요. 그냥 비서 따위와 전략수습부의 부장은 차원이 다르니까요.”

아저씨는 코를 후비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끌끌끌! 라이벌이라는 건가? 너무 피곤하게 사는군.”

“신경 끄시죠. 그런데 도대체 김 팀장님하고는 어떤 사이시죠? 팀장님이 외부인한테 그렇게 존칭을 하시는 건 처음 봤는데요.”

“그렇겠지. 익조 놈 친구는 다 죽었으니까, 지금은 친구가 하나도 없단 말이 맞을 거야.”

아저씨는 콧구멍에서 손가락을 빼며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두 분 사이는……?”

이서현의 질문에 아저씨는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친구는 아니라네. 그저 과거에 조금 접촉이 있었을 뿐……. 나이 먹으면서 살다 보면 별별 사람 다 만나 보지 않나?”

“실례지만, 나이가……?”

아저씨는 양손으로 볼을 감싸며 수줍게 대답했다.

뺨이 발그스름한 것이 보통 진상이 아니다.

“뭐야, 그새 나한테 반한 거야? 흥칫뿡!”

“아니에요.”

이서현은 미지근해진 아메리카노를 원 샷하면서 답답한 속을 풀었다.

분명 김익조와의 대화에서 유추하면 아저씨의 나이는 김익조보다 연하. 직위로도, 나이로도 김익조가 아저씨를 존대할 이유는 없다.

도대체 아저씨 정체는 뭘까? 협회 쪽 자료실을 이용하면 혹시 알 수 있을까?

아저씨는 누가 봐도 화가 난 이서현에게 너스레 말을 건넸다.

“난 올해 39이라네. 요즘 내 나이에 관심 많은 사람이 많구먼. 그렇게 내가 동안인가?”

“노안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대박!

이서현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뱉은 후 후회, 그 말을 들은 난 손으로 입을 막으며 웃음을 겨우 참았다.

그래, 저거야! 난 저게 듣고 싶었어!

첫인상 때부터 아저씨는 미남과 거리가 먼 외모였다.

당장 머리만 봐도 더벅머리인 상태에 그마저도 머리숱이 적어서 참 볼품없다.

전체적으로 통통한 얼굴에 볼이 불룩하면서 코는 납작, 그나마 눈동자가 참 초롱초롱하다는 게 위안이다.

몸은 당장 숏 다리에 170인 나보다도 한참 작은 키, 눈대중으로 보면 160cm쯤에 가깝다.

거기에 몸매는 전형적인 D형. 만약 누가 자신의 여성 지인에게 이런 남성을 소개시켜 준다고 한다면 당장 그 사람과 인연이 끊길 것이다.

반면에 이서현은? 키 170cm 이상에, 철저히 관리된 미모, 게다가 몸매는 탄탄하다. 연봉은 최소 억대일 것이고, 직위와 앞날도 창창하다.

그런 사람이 아저씨에게 놀잇감으로 전락하다니…….

“노안……이라고?”

아저씨는 시무룩한 얼굴로 탁자에 턱을 괴었다.

아무리 그래도 ‘노안’이란 말을 직접 들려주는 건 충격이 컸나 보다

물론 냉정히 봤을 때 아저씨는 어리지 않았고, 잘생긴 외모는 더욱 아니었지만, 그래도 늙었단 소리를 듣기엔 좀 억울한 면도 있었다.

누가 좋겠는가, ‘너 늙어 보여!’란 말이……!

아저씨는 푸념이란 이름의 절망을 토해 내며 그 어두운 기운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

어렸을 때 자주 부르던 구전동요?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나도 어릴 때 참 많이 불렀던 노래다.

그런 순수한 노래가…….

더럽혀졌다.

“시바시바 아이, 시바. 얼마나 울었을까. 시바시바 아이, 시바. 천 구백 십칠 년도.”

끝에 년도가 심히 거슬린다.

그때 바닥이 약하게 흔들리면서 아래에서 위로 먼지와 부스러기가 일었다. 이곳은 5층, 그렇다면 4층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저기,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4층에 면접실 말고 다른 시설도 있나요?”

이서현은 무심하게 눈도 마주치지 않고 대답했다.

“아마…… 교보재 준비실이 있을 걸요?”

교보재라…….

순간 뭔가 불길한 생각이 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저씨에게도 물었다.

“아저씨, 방금 바닥이 떨리는 거 느끼셨어요?”

“아니? 뭘 느꼈다고 그러는 거냐?”

그럼 나만 느낀 건가? 분위기상 이서현도 눈치 못 챈 거 같은데…….

이런 번듯한 건물 바닥이 대뜸 흔들리는 건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다.

“혹시 교보재 준비실에 뭐가 있는지 아세요?”

이서현은 살짝 까칠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몰라요.”

네네. 하긴, 그러시겠죠. 높으신 분이 어떻게 그런 것까지 다 아시겠습니까요.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자.

“혹시 그 교보재 준비실에 위험한 게 있을 수도 있나요?”

“가능하죠. 지금이야 필기와 면접을 주로 보지만, 과거에는 지원자가 괴물하고 싸움을 하기도 했거든요. 그 뒤로도 종종 그 방에 괴물이나 위험물을 보관하고 있죠.”

쿵.

한 번 더 바닥이 울린다. 이번엔 나만 느낀 게 아니다.

이서현과 아저씨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변했다.

“뭐지?”

“이게 무슨…….”

응?

두 사람의 시선이 어딘가 한곳에 머문다. 바닥이 흔들린 것 때문이 아닌가?

무심결에 두 사람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하자마자 입을 쩍 벌리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게…… 뭐죠?”

“글쎄올시다?”

“어머나!”

탁자에서 불과 5m. 거기에는 절대 있어선 안 될 것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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