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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40화 (40/250)

40화

40화

직원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하지만 10번 격파 대상이 멀쩡한 관계로 시험은 계속 유효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상팔 씨는 정상적으로 10번을 격파하시면 됩니다.”

크윽.

제비 종이를 구겨서 뒷주머니에 넣었다. 그러자 아저씨가 내 뒷주머니를 손바닥으로 때리며 비웃었다.

“끌끌끌! 열심히 해 봐라. 거북이한테 안부나 전해 줘!”

“불난 집에 휘발유 부으세요?”

히말라야거북의 등껍데기는 절대 내 힘으로 부술 수 없다. 이건 H력의 양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양보단 질, 농도의 문제다.

일단 아저씨!

고개를 돌려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까 말씀 안 해 주신 세 번째가 뭐죠? 말씀해 주시면 돈 드릴게요!”

까짓 것 시험 떨어지는 것보단 싸겠지.

“떨어져도 그냥 무조건 줄 거냐?”

처, 철저하다. 그냥 받고 볼 심산이야.

역시 아저씨한테 정상적인 양심을 기대하면 안 되는 건가?

굴욕적이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직원이 팔을 흔들며 다급히 날 부른다.

제길, 시간이 없다.

“제발요! 합격하면 기본금에 보너스 얹어 드릴게요!”

“오오! 보, 너, 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냐? 좋아!”

아저씨는 내 한쪽 귀를 잡아 자신의 입가로 당겼다.

오오. 그래, 그거야. 좋은 생각이다! 이 아저씨, 역시 대단한 사람이었어!

“김상팔 씨! 지금 당장 링 위로 안 올라가면 그냥 불합격 처리하겠습니다!”

직원의 호통.

서둘러 링으로 올라갔다.

아저씨는 링 아래에서 손을 흔들었다.

“내가 알려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나머진 네가 알아서 해 봐라. 끌끌끌!”

아저씨는 검지와 중지로 브이를 만들었다.

링 위에 올라간 뒤, 이이 때처럼 나무상자가 등장.

이번에도 상자 안에는 히말라야거북의 등껍데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등껍데기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보기도 하고, 손바닥으로 쓸어 보기도 하며 시간을 끌었다.

지금 필요한 건 작전을 짤 시간이다.

“상팔 씨, 어서 격파 준비를 하세요.”

“아, 네. 앞으로 조금, 아주 조금만 있으면 돼요. 그런데 격파 조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죠?”

뭐라도 던지자. 어쩌면 하나 얻어 걸릴지 모른다.

“파손율 45% 이상입니다. 파손의 측정은 가장 큰 조각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러니 가장자리 파손이나, 깎아 내는 방법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직원의 설명을 듣는 와중에도 등껍데기 아랫면을 만졌다.

확실히 위쪽과 아래쪽의 감촉이 다르다. 위쪽은 청색의 매끄러운 광택이 흐르는 반면, 아래쪽은 흰색에 거친 줄무늬. 아저씨가 알려 준 정보를 토대로 한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직원을 불러 두 가지 물건을 부탁했다. 내 부탁을 들은 직원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거라면 어렵지 않겠지만, 그런 걸로 정말 히말라야거북의 등껍데기를 격파할 생각입니까?”

“네. 준비해 주세요.”

직원은 스마트폰을 꺼내 다른 직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가 부탁한 물건은 바로 쇠몽둥이와 쇠사슬. 둘 다 번쩍번쩍한 새 물건이다.

쇠몽둥이는 몰라도 쇠사슬까지 새 걸로 주다니, 의외네.

“이거면 충분하겠네요. 감사합니다.”

일단 쇠사슬로 등껍데기를 위아래 한 바퀴 감았다. 그런 다음 풀리지 않도록 단단히 맨 쇠사슬 끝은 왼손, 쇠몽둥이는 오른손에 들었다. 내 위치는 링 한가운데, 왼쪽으론 등껍데기, 오른쪽에는 격파대가 놓여 있다.

“그러면 이제 1차 시도를 하시겠습니까?”

“네.”

직원은 내 준비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이제 준비는 완료. 남은 건 운에 맡길 뿐이다.

“다들 링에서 떨어지세요! 그리고 1차, 2차, 3차를 연달아서 할 거니까, 잘 세 주세요. 알았죠?”

가능한 타격은 3번. 이 3번으로 1년이 결정된다.

링 아래에 선 사람들은 뒤로 몇 걸음 옮기며 반짝반짝 빛나는 쇠사슬에 집중했다.

“시작하십시오.”

직원의 선언. 이제 시작이다.

일단은 H력. 남은 힘의 절반을 쇠몽둥이와 쇠사슬에 불어넣었다. 아저씨에게서 반강제로 주입된 H력은 어마어마하게 뿜어져 나가며 쇠몽둥이와 쇠사슬을 진동시켰다.

아지랑이는 시각적인 것을 뛰어넘어 물리적으로도 물체를 떨리게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농도. 가능한 쇠몽둥이와 쇠사슬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집중하는 와중에 여기저기서 나에 대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청난 양이다. 저 정도면 해 볼 만하겠어.”

“김상팔? 분명히 보조 헌터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나?”

더 강하게, 더 많이!

떨림은 더욱 거세져 핸드폰 진동에서 안마의자 수준이 되었다.

“간다!”

쇠몽둥이로 강하게 한 번, 등껍데기를 내려쳤다. 그러나 등껍데기는 금도 가지 않았다. 대신 쇠몽둥이를 휘둘러 발생한 힘이 1차적으로 등껍데기를 통과, 2차적으로 등껍데기를 통해 링 바닥에 전해졌다.

내가 의도한 것은 등껍데기를 직접 타격하는 것이 아니었다. 힘에 눌린 링 바닥은 아래로 꺼졌다가 위로 부풀어 오르며, 더불어 등껍데기를 높이 튕겨 냈다.

“좋았어!”

이번엔 쇠사슬 차례, 등껍데기가 뜬 틈을 놓치지 않고 쇠사슬을 휘둘러 철구처럼 등껍데기로 바닥을 내려쳤다. 등껍데기가 내려쳐진 곳은 격파대, 등껍데기 위쪽이 격파대를 바닥째로 박살 내며 기껏 보수한 바닥에 또 구멍을 뚫었다.

“마지막!”

무너진 바닥으로 뛰어내리며 남은 H력을 모두 쇠몽둥이에 쏟아부었다. 사실상 전력을 실은 셈. 쇠몽둥이를 잡은 오른손이 팽창하면서 피가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벌에 쏘인 것 같다.

피 때문인지 손은 점점 붉게 변하며 딱딱해졌다. 오른손은 쇠몽둥이와 하나가 되며 그 자체로써 무기가 되었다.

링 밑은 모두의 시선이 미치지 않은 고립된 공간, 제법 아늑하다.

오른손이 한계치까지 변하자, 재빨리 떨어진 등껍데기를 확인했다.

“좋았어.”

등껍데기는 위아래가 뒤집힌 상태, 위로 올라간 등껍데기의 배 쪽을 쇠몽둥이로 내려쳤다. 배 쪽은 쇠몽둥이의 타격에 금이 쩍 가더니, 진동으로 빠르게 금 사이가 벌어졌다. 그리고 쇠몽둥이를 떼지 않은 채 그대로 꽉 짓누르니, 마침내 금이 조각으로 변하며 등껍데기가 깨졌다.

사실상 부순 것이 아닌 찌그러뜨려서 뭉개 버린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직원이 고개를 빼고 날 내려다봤다.

직원의 행동은 딱 예상한 정도였다.

“아니? 등껍데기가…… 깨졌잖아?”

직원이 얼이 빠진 사이, 난 혼자서 구멍을 빠져나왔다. 온몸이 나무 톱밥과 먼지로 덮여 있었지만,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상쾌했다.

“깼다고?”

“저런 사람이 9등?”

“도대체 올해 참가자들은…….”

참가자 말고도 구경꾼, 그리고 면접관 3명도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다들 날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얼굴이 꽤 보기 좋다.

“끌끌끌! 어서 와라, 내 보너스.”

링에서 내려온 날 아저씨가 반겨 준다.

일단 씩 웃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순간적으로 이렇게 많은 H력을 쓴 건 처음이에요.”

아저씨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나에게 물수건을 건넸다.

“잘했다. 이건 내가 주는 보너스.”

오오, 배낭에서 꺼내신 건가? 아저씨 배낭엔 없는 게 없네?

일단 기꺼이 물수건을 받아 얼굴을 닦았다.

아, 향긋한 소독제 냄새. 얼굴 전체가 표백되는 것 같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직원의 외침.

링 바닥에 뚫린 구멍에서 등껍데기가 꺼내졌다.

아래쪽이 완전 파괴된 채 돔처럼 위만 남은 모양.

직원들의 반응은 상반됐다. 누군가는 합격을, 다른 누군가는 불합격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 의견은 하나로 합쳐지지 못했다.

“불합격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히말라야거북의 등껍데기가 가진 방어력에 대한 시험이라고요!”

“하지만 규정에 어긋나진 않았잖아? 내가 보기엔 김상팔 씨도 그걸 염두하고 아래쪽을 부순 것 같은데?”

“편법입니다.”

“하지만 불합격 처리할 순 없어.”

직원들이 아웅다웅하자, 보다 못한 면접관들이 나섰다.

세 사람은 링 위에 올라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세 사람의 지시에 직원들은 입을 다물었다.

김익조가 대표로 나에게 선언했다.

“합격입니다. 축하합니다.”

역시.

나와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세 면접관의 시선이 좀 고까워 보인다? 편법을 써서 그런가? 아니면…… 아저씨?

세 사람 중 김익조와 박장의 시선이 묘하게 내가 아닌 아저씨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꼭 아저씨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기분 탓이겠지?

“어?”

기분 탓 아니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아저씨는 면접관들을 향해 중지를 내밀고 있었다.

이런 미친…… 재를 뿌리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대놓고……?

“아저씨!”

황급히 아저씨 손가락을 접어 고이 주먹으로 만들었다.

아저씨는 그러거나, 말거나 면접관들과 묘한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 지원자, 아란의 차례가 되었다.

아란이 뽑은 제비는 3번, 대상은 송판 30장이었다.

“큰일 났네. 30장은 좀 많은데……. 심판 아저씨, 몇 장만 빼면 안 될까요?”

아란의 요구에 직원은 어이없어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딱 한 장만요? 네?”

아란은 눈을 초롱초롱 뜨며 비 맞은 개처럼 애교를 부렸다. 그러나 직원은 단호했다.

“안 됩니다!”

“쳇!”

응?

순간적으로 아란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살짝 불량기가 보인다? 그러나 곧 원래의 얼굴로 복귀.

격파대 위의 나무 송판을 보며 아란은 엄살을 피웠다.

“너무 많은데, 이거 격파하다가 손이라도 삐면 어떻게 해요? 병원비 내 줘요?”

“심사 도중에 입은 부상은 전부 본인 부담입니다. 알아서 하세요.”

아란은 트레이닝복을 손으로 일일이 펴면서 구겨진 곳이 없게 했다.

판판히 펴진 트레이닝복과 단정하게 묶은 삐삐머리.

아란은 손발을 풀면서 고개를 까딱였다.

“남자야, 여자야? 너무 평면TV같잖아?”

아저씨의 한마디.

어딜 보고 한 말인지는 생략한다.

그 소리를 들은 아란은 링 끝으로 걸어와 아저씨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아저씨는 아무 생각 없이 링으로 다가가 머리를 쭉 빼서 링 바닥에 턱을 걸쳤다.

“뭐냐? 아저씨가 젖 줄까?”

아란은 링 끝에 걸린 아저씨의 머리를 아무런 망설임 없이 걷어찼다. 축구의 승부차기처럼 대각선으로 차인 아저씨의 머리는 밑에 달린 몸통을 끌면서 사람들 틈으로 날아갔다.

그러게 왜 나대요?

다급히 아저씨에게로 달려갔다.

“아이고, 아저씨! 괜찮으세요?”

“끌끌끌! 거, 한 방 먹었구먼.”

아저씨는 한 손으로 턱을, 나머지 손으로 뒤통수를 어루만졌다.

“정말 큰일 날 뻔했군. 너도 조심해라.”

“얻어터지는 단계는 어제 경험했어요.”

아주 찐하게 말이죠. 하하.

아란은 우리를 보더니, 대뜸 삿대질을 했다.

“역시 저질끼리 어울릴 줄 알았어! 둘 다 내 눈에 안 띄게 조심해. 안 그러면 차 버릴 테니까!”

내가 저질까진 참겠는데, 아저씨랑 동급으로 보는 건 안 참는다?

아란은 오른발을 위로 쫙 올려서 발뒤꿈치로 송판을 찍었다.

일명, 들어 찍기.

H력이 실린 뒤꿈치가 검처럼 송판을 일도양단했다. 어찌나 위력이 강한지, 송판을 지나 격파대 바닥까지 내려갔다.

그렇게 추가시험, [격파]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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