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4화 (244/265)

오줌!

살면서 그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젊을 때는 한 말을 저장해도 끄떡없던 방광이었다. 하지만 일장춘몽이었다. 대사관 사건 이후 스트레스에 눌리자 푸른 꿈은 사라졌다. 힘을 줘도 나오는둥 마는 둥, 끊어도 멋대로 흘러나오던 오줌줄기. 급기야 기저귀를 차게 될 때는 차라리 잘라내고 싶은 고추였다.

‘될까?’

우려하는 마음이 어떻게 없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방광에 힘을 주었다.

쏴아!

귀에 물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따라 눈을 뜨는 봉철기...

“......!”

변기 중앙을 강타하는 오줌 줄기를 보고 소스라쳤다. 그 원천은 자신의 고추였다. 오줌이 나오고 있었다. 젊은 날의 그 오줌발이었다. 방광에 남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밀어내고 끊을 수 있는 절정 탄력의 발사장치...

“끙!”

소리가 나도록 요도문을 닫았다. 찡그렸던 미간을 펴며 시선을 내렸다. 고추의 끝을 보는 것이다. 제 아무리 용을 써도 방울방울 누수가 되던 오줌발. 하지만, 오늘은 꼭지가 단단히 잠겨 있었다.

소변은 양기(陽氣)다.

방광 안에서 끓는다. 보글보글 끓는다. 물은 체온처럼 36.5℃가 아니다. 방광에 고이는 소변은 혈관 밖에서 오는 물이다. 이걸 36.5℃로 유지하자면 끓인다는 표현이 알맞다. 36.5℃를 유지하지 못하면 질병이 생긴다. 질병의 예방을 위해서라도 소변을 자주 내보내게 된다.

그러나 소변은 고추 내놓는다고 저절로 나오는 게 아니다. 압축력으로 짜내는 것이다. 이 힘이 약하면 나오다 들어간다. 양기의 통로는 독맥. 그러고 보니 등뼈에도 힘이 콱 들어가 있다. 등이 뒤로 젖혀지는 건 양기가 튼실한 사람의 특징이었다.

‘그럴 리가?’

고추를 털었다. 입구까지 나와 있던 한 방울이 튀어나왔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고장난 수도처럼 잠기지 않던 오줌꼭지가 완벽하게 잠긴 것이다.

“허어!”

탄식이 나왔다.

“여보.”

화장실 밖에서 사모님이 성화를 부렸다. 그녀도 궁금한 까닭이었다. 안에서 문이 열렸다.

“여보.”

“당신 통영 장인어른 묘지 한 번 가고 싶다고 그랬지?”

“예?”

“가자고. 내가 오줌 줄줄 흘리면서 어른들 뵙고 싶지 않았는데 이제는 가도 되겠어.”

“그럼 당신?”

“그래, 확인하시려나? 내 수도꼭지 단단히 잠겼어.”

흥분한 봉철기가 사타구니를 가리켰다. 기저귀를 차지 않은 상황. 지린 흔적도 없이 뽀송뽀송 보기가 좋았다.

“여보!”

사모님이 봉철기 품에 안겼다.

“아유, 우리 대사님, 너무 좋으시겠다.”

지켜보던 파출부도 눈시울을 붉혔다.

“고맙소, 채윤도 선생.”

봉철기가 손을 내밀었다. 엉거주춤 하던 아까와는 달랐다. 배에도 힘이 들어가도 다리도 튼실했다. 가운데가 열린 사람의 부실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당분간 신허를 보해야하니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일주일 후에 제 한의원 나오셔서 침 한 번 더 맞으시고 탕약도 드셔야합니다. 음식도 가능하면 오미자와 산수유, 군마늘, 호두, 잣, 밤 등을 고루 드시고요. 그 또한 요실금에 좋은 것들입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뭐든 지시만 내려주십시오.”

“어이쿠, 대사님. 실은 대통령께서 중히 쓰시려고 부탁한 일인데 자칫하면 채 원장님 지시 따르게 생겼습니다.”

정 비서관이 너스레를 떨었다.

“아예 그럴까요? 늙어보니 건강이 최고인데 채 선생님 옆에 있으면 건강 문제는 없을 일이니.”

봉철기의 농담에 일동이 웃음꽃을 피웠다.

“가만, 채 선생님. 제가 잠깐 외출 좀 하면 안 되겠습니까?”

시계를 본 봉철기가 윤도에게 물었다.

“나가신다고요?”

“저 앞에 요가교실이 있거든요. 내가 꼭 좀 보고 싶은 면상이 있어서...”“어머, 천만호 의원 보러가려고요?”

사모님이 물었다.

“천만호 의원요?”

정 비서관과 양 비서관도 반응을 보였다. 이유는 봉철기가 설명해 주었다.

“야당 중진 아니오? 그 놈이 베이징 대사관 사건도 침소봉대해 나를 욕보이더니 내 요실금도 굉장히 비웃지 뭐요. 어쩌다 내가 요가를 배우는 곳에 수강신청을 하더니 탈의실에서 기저귀찬 내 모습을 보고는...”

“아!”

봉철기의 말에 정 비서관이 고개를 들었다. 요실금 소문의 진원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아까 차 들어오는 걸 봤으니 지금 거기 있을 거라오.”

봉철기는 그 길로 요가교실로 달려갔다. 천만호는 똥배 푸짐한 몸으로 용을 쓰고 있었다. 옆 자리에 앉아 눈인사를 던졌다. 천만호는 냉소로 화답했다.

‘오줌이나 줄줄 흘리는 주제에 재수없게.’

표정 속에 담긴 언어였다.

그 냉소는 오래 가지 못했다. 요가가 끝난 샤워 탈의실이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들어선 봉철기, 천만호 보란 듯이 요가복 하의를 내렸다.

“......?”

외면하던 천만호의 눈이 봉철기에게 향했다. 봉철기의 사타구니, 거기 푸짐하게 둘러있어야 할 기저귀가 없지 않은가? 대신 눈에 들어온 건 탱탱한 봉철기의 고추였다. 무려 30대의 위용이었다.

“천의원.”

봉천기가 다가섰다. 그런 다음 가여운 시선으로 천만호의 사타구니를 바라보았다. 그의 물건은 바람 빠진 풍선과 다르지 않았다.

“전에 뭐라고 중얼거렸소? 차고 다닐 게 없어서 애 기저귀를 차고 다니냐고?”

“......”

“그러는 천 의원은 필요도 없는 물건을 뭣하러 달고 다니오? 그냥 뚝 떼어놓고 편하게 다니지.”

그 말을 남기고 샤워대로 향했다. 물을 틀어 물건부터 닦았다. 그대로 돌아서 한 마디를 더해주었다.

“천 의원은 좋겠소? 닦을 게 없으니 샤워도 금세 끝날 테고...”

“하하핫!”

다시 봉철기의 집, 봉철기의 테러(?) 소식을 들은 윤도와 비서관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다시 한 번 고맙소이다. 내 십 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갔어요.”

봉철기가 거듭 말했다.

고질병의 회복은 바로 행복이다. 윤도는 또 하나 공부를 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 그건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니고 건강이다. 돈과 명예는 회복할 수 있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명심하세요.

건강이 최고!

그 말을 남기고 왕진을 완료했다.

인큐베이터 Emergency-1

인큐베이터 Emergency-1

며칠 후, 정부는 외교부장관 인선을 단행했다. 내정자는 봉철기였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여러 제보를 토대로 인선 철회를 요구했다. 미등기전매부터 업무과실에 대한 딴죽이었다. 당연히 ‘요실금’에 대한 우려와 태클도 나왔다.

<기저귀 차는 장관이 외교 기동력이 있을까?>

<현 정부 인사시스템의 한계.>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런 태클은 오래 가지 못했다. 청문회장이었다. 봉철기는 미확인(?) 건강이상설에 대해 정면승부로 받아쳤다. 바로 채윤도가 발행한 진단서였다.

<요실금을 비롯하여 비뇨기 일체의 건강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함>

봉철기가 건강진단서 원본을 공개하자 꼬투리를 흔들던 야당 의원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진단서 발행자는 채윤도. 국민적 신망이 높은 한의사였으니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때까지 ‘아니면 말고’에 동조하던 일부 언론들이 변심을 했다. 반전을 이룬 여론이 야당의 딴죽걸기를 성토하고 나섰다. 봉철기는 허튼 소문을 퍼트린 야당의원에 대해 정식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직을 걸라는 딜까지 내놓았으니 그의 승부사 기질을 엿볼 수 있는 배팅이었다.

인사청문회가 정회하는 시간, 윤도 전화기가 울렸다. 시침을 마치고 손을 씻던 윤도가 전화를 받았다.

“어? 정 총재님?”

윤도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야당의 전임 총재 정광패였다. 명마 윈디안과 의약품 처방권으로 인연을 맺은...

“바쁘시죠? 채 선생님.”

“예, 그런데 어쩐 일로.”

“여기 국회의사당이에요. 우리 당 의원들이 지금 채 선생님 때문에 곤혹을 치루고 있네요.”“저 때문이라고요?”“봉철기 씨라고 아세요? 이번에 외교부장관에 인선된 사람인데...”“압니다.”“우리 당 의원 말이 이 양반이 수술하지 못하는 요실금인 게 확실하다고 해요. 자기가 가까운 곳에 살아서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고 하거든요. 사실 외교부장관이면 대통령 유고 시에 직무대행 순번도 빠른 사람인데 기동력 문제도 있고 해서 임명 반대를 하고 있는데 채 선생님이 발행한 진단서를 들고 왔어요.”

진단서.

정광패의 용건을 알 것 같았다.

“그 진단서는 이상이 없습니다.”

윤도가 잘라 말했다.

“허어, 채 선생님이 그렇다면 그런 건데... 알겠습니다.”

정광패가 전화를 끊었다.

그 말은 즉시 천만호 의원에게 전달되었다. 꼬리 내린 천만호는 봉철기를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했다. 봉철기는 그 사과를 접수해 주었다. 이어 속개된 청문회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청와대에서 정 비서관의 보고를 받은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잘 진행되고 있다?”

“그렇습니다. 초반에는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채윤도 선생의 진단서 한 장으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고 합니다.”

“하긴 채 명의가 발행한 진단에 이의를 달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제 남북관계진전을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채윤도가 명의는 명의로군. 진짜 명의는 나라를 구한다더니...”

대통령은 비로소 한시름을 놓았다.

그 오후에 봉철기가 일침한의원을 방문했다. 인사에 정기진료를 겸한 것이었다. 윤도는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들고 그를 맞았다.

“청문회 통과 축하합니다.”

윤도가 꽃을 내밀었다.

“어익후, 꽃은 제가 드려야하는데...”

“별 말씀을. 몸은 어떻습니까?”

“날아갈 것 같습니다. 실은 오늘 아침에...”봉철기가 윤도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랜만에 사모님과 사랑을 나누었다는 귀띔이었다.

“뭐예요? 나 흉보는 거 아니죠?”

사모님의 눈흘김에는 애정이 어려 있었다.

“어허, 나 이제 백수 아닙니다. 너무 닦아세우지 마세요.”

봉철기가 힘주어 말했다. 출근하는 남자. 그것만큼 낯이 서는 게 또 있을까? 침구실에서 시침을 했다. 요실금은 잘 조절되고 있었다. 방광과 신장, 폐의 기혈은 나름 조화로웠다. 그 위에 생기를 살짝 보태주었다. 남북의 평화정착을 위해 큰일을 해달라는 바람이었다.

봉철기는 그림 한 점을 선물로 내놓았다.

“중국의 화성(畵聖)으로 불리는 오도자의 작품입니다. 주중대사 짤리고 명산을 여행할 때 중국 지인이 준 것인데 신라 때 솔거의 노송도 이상으로 신통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채 선생의 신통스러운 장침과 합쳐 더 많은 병자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합니다.”

그림은 너무나 고풍스러웠다.

“이렇게 귀한 걸 제가 어찌 받겠습니까? 장관님이 보관하시면서 신통력을 받아 큰 일을 하시기 바랍니다.”

“이미 내놓은 걸 가져갈 수는 없고 채 선생님도 못 받겠다고 하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제 집사람이 보시다시피 등이 좀 굽어 고민이 많습니다. 이제 외교부를 맡으면 각 국 장관들 행사에 부부동반도 많은데 조금이라도 치료가 된다면 그것으로 갈음해주시면...”

봉철기의 아내. 그러고 보니 등이 많이 굽었다. 지난번 자택에서는 긴장해서 그런 줄 알았던 윤도. 봉철기의 말에 일리가 있어 시침에 나섰다.

아내는 3관 기혈의 부조화였다. 3관은 무엇일까? 사람의 등에는 모두 세 개의 관문이 있다.

<뒷머리꼭지의 옥침관>

<등 가운데서 양쪽으로 있는 옥로관>

<꼬리뼈 부위의 미려관>

이 세 관문은 양기와 음기가 위 아래로 순환하도록 돕는다. 그렇기에 등이 곧지 않으면 몸의 기혈순환이 원활치 못한 법. 세 관을 바로 잡으니 아내의 얼굴에도 복숭아빛 혈색이 돌았다.

봉철기와 그 아내.

대한민국 외교를 대표하는데 손색이 없는 자태로 거듭나는 날이었다.

빠라빠라빵!

정 비서관에게 전화가 왔다. 그도 답례인사였다. 통화가 끝나자 또 전화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SS병원의 이창승이었다.

“채 원장, 시간 좀 있어?”

다짜고짜 시간을 물어왔다.

“어, 혹시 우리 돌산도 환자 건입니까?”

윤도가 물었다. SS병원 쪽의 무료성형 이벤트가 끝났나싶었다.

“그 분은 기본검사 마치고 갔고 수술은 3주 후로 잡혔어. 오늘은 그게 아니고 응급환자가 있어서...”

“응급이라고요?”

“아, 이거 내가 중간에 낄 일은 아닌대 이 쪽 과 수련의랑 친하다 보니 내 등을 미네.”

“말씀해보세요.”

“NICU 알지?”

“신생아중환자실요?”

“맞아. 여기서 트러블이 생겼는데... 아, 이거. 아무튼 채 선생이 좀 도와줄 수 있어? 25주 780g으로 나온 아이인데 굉장히 위독해.”

“780g요?”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해줄게. 시간 되는 대로 좀 와줄 수 없을까?”

“알겠습니다.”

윤도가 전화를 끊었다. 스케줄을 보니 예약환자가 둘 남아있었다. 침구실에 누웠으므로 서둘러 장침을 넣었다.

<780g 미숙아>

이때까지만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전에는 미숙아들 사망률이 굉장히 높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뀐 탓이었다. 웬만하면 살린다. 다만 입원비 부담이 여전할 뿐.

부릉!

시침을 마치고 스포츠카에 시동을 걸었다. 다시 창승의 전화가 들어왔다.

“채 선생, 어디야?”

“지금 출발하려고요.”

“아, 어떡하지? 주치의 말로는 곧 사망할 거 같다는데.”

“......!”

곧 사망?

그 말을 들은 윤도, 저도 모르게 가속페달을 밟아버렸다.

“채 선생.”

SS병원 현관 앞에 있던 이창승이 윤도를 맞았다. 옆에 여자수련의 한 사람이 보였다. 미숙아의 주치의를 맡고 있는 닥터 민. 도드라진 가슴에 키가 훤칠하고 마스크까지 시원한 미녀였다.

“어떻게 된 겁니까?”

차에서 내린 윤도가 물었다.

“상황이 급하니 일단 환자부터 보시죠.”닥터 민이 말했다. 윤도가 그 뒤를 따랐다. NICU 앞에는 보호자들이 많았다. 윤도가 가까워지자 30대의 부부가 닥터 민에게 다가왔다.

“잠깐만요.”

닥터 민이 부부를 막았다. 창승 역시 NICU부터 가리켰다. 윤도는 닥터 민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손부터 씻었다. 박박 씻었다. 시선에 인큐베이터가 들어왔다. 많았다. 그중에서도 A셀이었다. A셀은 생사를 다투는 위독한 아기들이 있는 곳이다. 이 곳 환자들은 인큐베이터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일반적이었다.

자박자박!

발소리를 죽이며 걸었다. 처음 보는 풍경은 아니지만 NICU는 왠지 다른 병실보다도 더 조심스러웠다. 스쳐가는 아기들은 주먹 한두 개 크기에 불과했다. 눈은 모두 안대로 가려져있고 몸에는 주렁주렁 많은 줄을 달고 있었다.

아기들은 저마다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24시간 심전도 체크에 인공호흡기는 필수, 한 번에 먹는 음식 섭취량도 0.5에서 1.0cc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여기가 바로 미숙아들 생사의 갈림길이었다. 여기서 호전되면 B셀로 간다. 거기서 또 호전을 이루면 C셀이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다사로운 엄마의 품이다.

“이 아기입니다.”

닥터 민이 인큐베이터 앞에 멈췄다. 환자를 보기도 전부터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많이 연결된 라인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자궁. 그 안에도 많은 생명선이 연결된다. 어쩌면 저 라인보다도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라인은 안락하다. 인공으로 달린 병원의 줄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

처음, 윤도는 눈을 의심했다. 아기 머리가 두 개인 줄 알았다. 머리에 하나, 다리 사이에 하나. 자세히 보니 다리 사이는 머리가 아니었다. 고환이 무지막지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보시다시피 미숙아 중에서도 상황이 나쁜 편입니다. 780g으로 나왔거든요.”

780g.

숫자가 머리 안에서 아련한 울림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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