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1화 (221/265)

세 관료는 무거운 숨을 쉬며 서로를 돌아보았다. 이는 법안이 필요한 일. 게다가 쉬운 일도 아닌 일. 그렇기에 이 자리에서 즉답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차관님...”

윤도가 답을 촉구했다.

“알아보도록 하지.”

침묵하던 차관이 반응을 했다.

“차관님.”

옆 자리 이 국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차관의 무리수라는 걸 아는 까닭이었다.

“쉽지 않다는 건 나도 아네. 하지만 채 선생 말이 틀린 데가 없잖은가? 한방 원리로 만든 약품에 한해서라도 한의사들에게 처방권을 주는 방안을 찾아보시게. 그게 아니면 최소한 생약개발자에게만이라도. 법안에 모순이 있다면 그걸 바로 잡는 게 우리 관료들의 역할이 아닌가?”

노 차관의 목소리는 준엄했다. 이 국장은 마른 침을 넘기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채 선생.”

“예.”

“대신 채 선생도 지원사격을 해야 하네. 법안이라는 건 단 한 줄이나 한 단어를 바꾸는 데도 첨예한 게 많다네. 당장 의사들과 약사들이 반발하고 나설 거야.”

“......”

“결론은 국회 쪽인데 거기서 부드럽게 넘어가려면 야당이 문제네. 여당 쪽 상임위 위원들은 내가 어떻게 이해를 시켜보겠지만 야당은 분명 딴죽을 걸고 나올 걸세.”

“제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다행히 야당 총재와 원내총무도 채 선생에게 호의적인 눈치더군. 그러니 채 선생이 만나서 이해를 시키시게. 최근 채 선생 행적이 굉장하니 결코 무시하지 못할 걸세.”

야당 총재...

내가 만든 약 내가 쓰겠다는데 정치권과 섞이고 말았다. 하지만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선례를 위해서도 짚고 넘어갈 문제이니 윤도가 나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지요.”

윤도가 수긍하면서 논의가 마감되었다. 윤도의 치매신약 ‘그노몬’이 국가 치매사업의 공식 파트너 약으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화마火魔 속의 소방관-1

챙!

조용한 바(Bar)로 옮긴 윤도와 류수완, 차 이사가 싱글 몰트 위스키로 건배를 했다. 화끈하게 넘어간 후에 목 안에서 퍼지는 달달한 향이 좋았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류수완은 몇 번째 윤도에게 인사를 건넸다.

“고맙긴요? 저는 또 배짱 안 튕겼다고 뭐라 하실까 걱정했는데...”

“설마요? 제가 아까 눈치를 줬지 않습니까? OK하세요, 하세요 하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도 바로 OK를 날린 거고요.”

“기존 제약사들 다 뒤집어질 겁니다. 분명 뭔가 꼬투리 잡을 궁리를 하고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약효가 월등한데도 그럴 여지가 있나요?”

“국가사업이라는 게 나눠먹기식이 굉장히 많거든요. 말이라는 건 갖다 붙이면 말이고요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그런 말장난의 달인들입니다. 제약회사의 균형적인 발전을 저해한다. 독점계약의 이면에는 구린 거래가 있을 거다...”

“그렇군요.”

“대개는 공무원들이 먼저 몸을 사리는 법인데 이번 일은 제대로 처리가 되는군요. 다른 제약사들의 기존약은 증상을 완화 시키거나 악화를 늦추는 게 기본이지요.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우리 신약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그래도 개선할 점이 많습니다. 기왕이면 치료율과 안정성을 더 높여야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하죠. 그렇잖아도 제가 연구원들에게 상금을 걸어두었습니다. 우리 신약의 부작용이나 약효 증진 방안을 찾아내면 1억원을 주겠다고요.”

“하여간 사장님 배포도 알아줘야한다니까요.”

“배포도 채 선생님이죠. 그 자리에서 바로 처방권을 거론하실 줄 몰랐습니다.”

“제 실수였나요?”

“아닙니다. 한의사들에게는 어차피 넘어야할 산이죠.”

“한방 원리의 약과 선생님만으로 특정한 거, 신의 한수였다고 봅니다. 만약 약 처방권 전체를 거론했다면 난색을 표했을 가능성이 높았거든요.”

차 이사도 거들고 나섰다.

신의 한 수.

사실 윤도로서는 깊은 생각 끝에 나온 말이었다.

<의약품 처방, 조제권을 다 주시오.>

될까?

법이란 바꿔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걸린다. 의약품에 관한 이해관계는 첨예하다. 의사가 들고 일어서고 약사가 들고 일어선다. 정부는 골치가 아파진다.

그래서 윤도 한 사람이었다. 전 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어버린 윤도였다.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치매신약이었다. 그걸 개발하고 특허까지 받은 한의사가 그 약을 처방할 자격이 없다? 말도 안 되지. 국민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더구나 윤도의 이미지는 대한민국 최고의 품격으로 올라가 있었다.

그것에 대한 예외.

가능성이 있었다.

윤도는 사실 물꼬를 틀 생각이었다. 그래서 한의사가 안 되면 윤도라도 가능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자기 신약, 나라도 사용하려는 이기적인 권리주장이 아니라 예외조항을 만듬으로써 발판을 세우려는 것이다. 선례나 예외가 되면 다음 단계가 쉬워진다. 한의사로서 윤도가 처방하면, 다른 한의사가 처방하더라도 큰 죄를 묻기 어려운 까닭이었다. 윤도도 한의사, 그도 한의사이므로.

“어이쿠, 그런 고난도 전략이었군요?”

윤도 말을 들은 류수완이 무릎을 쳤다. 묘수가 아닐 수 없었다. 류수완은 회사 차원에서의 지원을 약속했다. 국회 보사위에 소속된 의원들에게 공식 후원금도 낼 생각이었다. 소위 말하는 기름칠이었다.

“고맙습니다.”

윤도 마음이 든든해졌다.

“천만에요. 선생님과 저희는 이제 단순한 파트너가 아닙니다. 공동운명체가 되는 것이죠.”

“예...”

“이제 다음 신약은 또 뭡니까? 여기서 스톱할 건 아니죠?”

류수완이 잔을 채워주며 물었다.

“이번에는 미용약이 어떻습니까? 제가 채집한 자료 보니까 선생님이 여자들 얼굴의 피부개선도 탁월하다고 하던데?”

귀를 기울이던 차 이사가 의견을 개진하고 나섰다. 신약 이야기만 나오면 의욕이 불 타는 두 사람이었다.

“그쪽도 고려는 하고 있습니다.”

“이야!”

“하지만 얼굴의 미를 탐색하는 건 그냥 개별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얼굴 피부 고와지지 않는다고 병이 되는 것도 아니니 기왕이면 고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기여가 되는 쪽으로 가보고 싶습니다.”

“저도 공감입니다.”

류수완이 잔을 들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요.”

손깍지를 껸 류수완이 윤도에게 시선을 주었다. 윤도가 귀를 기우렸다.

“두 가지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하나는 선생님 이름으로 장학재단을 설립.”

“장학재단이라고요?”

위스키를 홀짝이던 윤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북미시장 진출기념으로 말입니다. 신약 이익금의 일정부분을 떼어 적립하고 그 돈으로 한의대에 가고 싶지만 돈이 없는 학생을 엄정 선발해서 지원하는 겁니다. 선생님의 인술을 이어갈 동량(棟樑)들을 더 많이 발굴해야 우리나라의 한의학 의술이 더 발전할 거 아닙니까?”

“사장님.”

“지금 추세라면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선생님, 침술 집중교육의 한의대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장학재단으로 뿌리부터 튼튼하게 만들어야죠. 그게 한의학의 정신하고도 통하는 거 아닙니까? 부분 치료가 아니라 원리치료를 중시하는 우리 한의학.”

“또 하나는요?”

“채윤도 한의학상.”

‘채윤도 한의학상?’

“조금 쑥스러우실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은 버리십시오. 선생님은 지금까지의 업적만 해도 국가대표 의료입니다. 해서 선생님 이름으로 거액의 한의학상을 수여하면 한의학 진작에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사장님...”

“채윤도 장학재단, 일침 장학재단, 둘 중에 이름이나 선택하세요. 저 이 달 안으로 법인 신청하고 출범 시킬 겁니다.”

“......”

“건배할까요? 우리 장학재단을 위하여!”

류수완은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거기에 취한 윤도, 잔을 든 손이 얼떨결에 올라갔다.

류수완.

참 반듯한 사업가였다. 장침만큼이나 좋은 인연이었다. 위스키를 털어 넣었다. 취하지도 않았다.

장학재단...

윤도 안으로 별 하나가 더 들어왔다.

하루 30분.

진료가 끝나면 안미란과 혈자리 공부를 했다. 혈자리는 지문이었다. 혈자리는 성문이었다. 그리고 홍채였다. 다 같은 듯 하지만 다 다른 혈자리. 그렇기에 환자와 질환, 특성에 맞춰 노하우를 쌓아야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혈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질병에 따라 조금 더하고 덜 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나 그 중심은 역시 기본.

“시작할까요?”

윤도가 안미란을 바라보았다.

“네.”

“그럼 갑니다.”

신호와 함께 윤도가 선창을 시작했다.

“상한(傷寒)의 처음은 풍부혈에 자침하고 음양의 경락을 나누어 시침에 돌입하네. 머리와 이목구비의 질환은 곡지혈과 합곡혈...”

윤도가 돌아보자 안미란이 곡을 이었다.

“편두통은 아픈 쪽 반대를 잡되 열결혈과 태연혈은 보를 금하라. 붉은 눈은 영향혈에 피를 내면 즉방이니 임읍과 태충혈, 합곡혈에 자침하라.”

“혀가 꼬이면 수삼리혈이 명혈이라 어깨에서 배꼽에 이르는 병을 다 아우르네. 곽란은 중완을 깊이 찌르고 협통에는 양릉천, 복통에는 공손혈과 내관혈을 다스리리라.”

“이질에 걸리면 합곡혈과 음릉천이 천하명의라 설사와 복부질환을 보면 반드시 족삼리와 내정혈을 찾을 일이다.”

“요통은 환도혈과 위중혈이오, 사산에는 삼음교, 토혈에는 척택혈, 간질에는 노궁혈, 치매에는 신문혈...”

선창에 윤도와 안미란의 구분이 없어졌다. 둘이 부르는 혈자리가(歌)는 중국 명대의 의학입문에 나오는 잡병혈법가였다. 윤도가 직접 번역해 음을 붙였으니 이따금 안미란과 호흡을 맞추며 공부로 삼았다.

“더 할까요?”

안미란이 윤도를 향해 물었다.

“심화학습요?”

“네.”

“좋습니다. 신주혈이 어떻게 장을 고칠 수 있을까요?”

“신주는 폐와 이어지고 대장은 폐에 속하니까요. 그렇기에 신주에서 장의 질병을 잡을 수 있습니다.”

“신주 뿐인가요?”

“노수혈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주는 또 다른 매력은 뭐죠?”

“어린이들에게 좋은 혈자리입니다. 화침을 넣으면 몸의 피로가 사라지는 혈자리이기도...”

“소음인으로 대변되는 허약체질에 살을 찌우려면?”

“비장의 혈자리를 잡아야합니다. 비장이 나쁘면 살찌기 어렵습니다.”

“위경련 시에 딱 하나의 혈자리만 쓰라면 어떤 게 좋을까요?”

“양구에 화침을 넣으면 됩니다. 바로 멎게 되죠. 원장님이라면 어깨의 견우혈에서 탈명, 곡지에 이르는 일침삼혈을 넣을 수도 있겠네요.”

안미란은 척척이었다. 그녀의 열정은 스폰지와 같았다. 윤도가 알려주면 무조건 흡수하는 것이다.

“그래도 명혈찾기는 너무 어려워요. 어떻게 하면 원장님처럼 일침즉쾌를 할 수 있는 건지...”

“답 알려줬잖아요.”

“천리마상유백락난심(千里馬常有伯樂難尋)요?”

“네.”

윤도가 빙그레 웃었다.

천리마상유백락난심은 중국 춘추시대 손양을 뜻하는 말이다. 그는 천리마를 가려내는 안목이 뛰어나 백락으로 불렸다. 윤도가 뜻하는 말은 천리마(혈자리)는 언제나 많지만 그걸 알아내는 능력자(백락)가 없을 뿐이라는 것. 즉 명혈은 인체 곳곳에 있으되 한의사의 능력부족으로 질병과 연결하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아, 언제 중국가면 백락 무덤이라도 찾아봐야겠어요. 무슨 계시라도 나올지...”

“나중에 명의순례 한 번 다녀오세요. 경비는 한의원에서 대드릴게요.”

“와아.”

안미란이 좋아했다.

그녀와 공부하는 사이에 세월이 흘러갔다.

그 사이에 엘리자베스가 다녀갔다. 그녀는 윤도의 일침 한의원을 배경으로 치매신약 CF를 찍었다. CF는 미국시장부터 소개가 되었다. 그렇잖아도 인기몰이를 하던 신약은 엘리자베스의 영화 크랭크인 소식과 함께 주가가 치솟았다.

엘리자베스에게는 20억 대우를 해주었다. 그녀 자신에게도 뜻 깊은 CF였다. 물론 현금을 준 건 아니었다. 그녀는 윤도에게 1000만불 부채가 있는 까닭이었다.

그렇다고 공짜로 시켜먹은 건 아니었다. 그녀에게 준 선물이 있었다. 산해경에서 꺼내온 영약 순초였다. 피부를 아름답게 하는 약초였으니 엘리자베스는 아기 피부로 CF를 찍었다.

<강외제약 그노몬을 먹으면 치매도 낫고 피부도 고와진다.>

덕분에 헛소문까지 나돌았다. 그 또한 CF 화면에 나온 그녀의 생얼 때문이었다. 최고의 포샵보다 빛나는 피부였으니 엘리자베스는 20억을 받은 것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통장에 꽂히는 돈은 셀 수도 없었다. 한의원의 탕약만으로도 거액을 벌어들이던 윤도. 두 신약의 특허권과 지분은 상상불허의 액수로 늘어나고 있었다.

진경태에게 새 아파트를 한 채 사주었다. 그가 사양했지만 윤도가 강행했다. 다들 고맙지만 진경태는 남달랐다. 그가 있기에 마음 놓고 신약에, 약침액 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다.

하남의 학교부지도 늘였다. 부지 인근의 땅을 모두 사들였지만 재산은 별로 줄지 않았다. 윤도는 통장은 화수분과도 같았다.

<정광패>

<백차웅>

토요일 오후, 두 야당 거물을 뒤져보았다. 류수완이 다리를 놓고 있지만 거기만 기댈 수는 없었다. 정치거물들답게 수많은 뉴스가 있었다. 하지만 건강에 관한 뉴스는 없었다.

암이라든지, 혹은 녹내장 같은 질환이 있다면 일은 쉬워질 수도 있는 것. 아쉬움을 삼킬 때 곁가지 정보가 눈에 띄었다.

‘사회지도층 승마소유 실태.’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 덕분에 조사된 자료였다. 많은 사회지도층들이 수억에서 수십억 하는 말을 소유하고 있었다. 일부는 2세의 편법 대학입학용이거나 기업의 후원으로 의심되는 말들이 있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미담은 있었다.

미담의 주인공은 중학생 선수였다. 한 쪽 눈에 장애를 입은 말과 호흡을 맞춰 국제대회 우승을 했다는 기사였다. 혈통은 좋지만 한 눈의 장애 때문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말. 그걸 거둬 애정으로 돌본 선수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거기서 윤도 눈이 정지했다. 그 여중생 선수의 조부가 바로 전임 야당총재이자 막후 실력자로 꼽히는 정광패였다.

한 눈에 장애를 입은 말...

‘가만...’

윤도가 산해경을 뒤졌다. 소나 말에 대한 영약을 본 것만 같았다. 꿩 대신 닭이라고 뭐든 대비하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책을 넘길 때였다. 돌연 장식장이 흔들렸다. 어지러운가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지진이었다.

산해경을 밀어두고 뉴스를 틀었다. 남부지방이었다. 지난번 지진이 일어난 지역에 또 다시 지진이 온 것이다.

“원장님.”

안미란에게 전화가 들어왔다.

“혹시 지진현장으로 가실 거 아닌가요?”

그녀의 질문이 답이 되었다. 윤도는 지진 현장으로 달려갔다. 안미란도 동참했다. 낌새를 챈 직원들도 전격 동참을 선언했다. 학교 운동장에 천막을 쳤다. 거기가 임시 진료실이 되었다. 황금 케미의 직원들의 호흡은 이재민 현장에서도 빛을 발했다. 한 명 한 명 시름을 덜고 나갈 때마다 삶의 보람이 피어올랐다.

이재민을 돌보고 오는 길에 전화를 받았다. TS의 김전무였다.

“채 실장. 아직 지진 현장이신가?”

김전무가 물었다.

“어, 아닙니다. 대략 마치고 올라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어떻게 알다니? 방송에서 천의(天醫)가 왔다고 난리였는데...”

“아...”

윤도가 바로 감을 잡았다. 현장에 왔던 성수혁이 범인인 모양이었다.

“회장님도 보셨는지 바로 지시가 왔더군. 채 실장님이 고생하는데 우리도 성금 넉넉히 준비하라고...”

“하핫, 반가운 소리네요.”

“다음 주에 의무실에 나오실 차례지?”

“예...”

“괜찮으시면 내일 좀 오실 수 있을까?”

“내일요? 응급환자가 있습니까?”

“그런 건 아니고... 채 실장이 좀 봐줘야할 직원들이 있어서...”

“알겠습니다. 오전 진료 마치고 오후에 가겠습니다.”

“그럼 조심해서 올라오시게.”

통화가 끝났다. 그런데 김 전무의 목소리가 다소 무거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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