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8화 (218/265)

“차 박사. 아무리 미세재건 세계에 빠졌다고 채윤도 선생을 몰라? 우리 SS병원에서도 진료 각과에서 천금의 도움을 받는 분이라네. 뭔지는 모르지만 천운을 만난 셈이니 채 선생이 원하는 게 있으면 무조건 들어주라고. 책임질 일 일어나면 내가 면허증 던질 테니까!”

“선배님.”

전화가 끊겼다. 차용만은 핸드폰을 든 채 윤도를 바라보았다. 보기에는 그저 아들 뻘의 청년. 그런데 천하의 강기문이 꿈뻑 죽고 있었다.

“허, 이거야 원... 우리 강 선배님이 한의사를 이렇게 칭송하시다니...”

차용만이 윤도의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다짜고짜 부탁을 드리면 아무래도 불편해 하실 거 같아서...”

“됐습니다. 강 선배님은 물론이고 SS병원까지 인정하는 분이시라니... 아, 그러고 보니 혹시 선생님께서 그 베이징 독감 잡았다는?”

“예, 그렇습니다.”

“허어, 그렇군요. 한의사가 장침으로 일 냈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만...”

“예...”

“우리 강 선배가 훅 갈 이유가 있었군요. 그래, 저한테 알고 싶은 게 뭡니까?”

“505호 환자 말입니다.”

“아, 그랬죠. 그 환자의 예후와 상세상황이 궁금한 겁니까?”

“그렇기도 합니다만 그보다는 그 환자에게 침을 놓을 수 있도록 양해해주셨으면 해서요.”

“침?”

“이식 받은 오른손 말입니다. 방금 보고 왔는데 아직 상태가 좋지 않더군요. 해서 좀 침을 놓으면 회복이 빨라질 수도...”

“침으로 말입니까?”

“예.”

“그건 어려울 텐데요. 그 팔은 관련 의료진 24명이 참여한 가운데 장장 16시간에 걸쳐 이룬 이식의 개가입니다. 손 발 이식이라는 게 장기이식하고도 또 달라요.”“쉽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팔의 신경과 골수, 인대, 혈관 등 전반적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두면 어쩌면 반반...”

“......!”

윤도의 말에 차용만이 휘청거렸다. 사나흘 전부터 체크되던 부작용이었다. 자칫하면 이식 팔을 잘라낼 수도 있었다. 그것 때문에 신경이 쓰이던 차. 그러나 지정의인 그 자신만이 고민하던 사항을 윤도가 짚어낸 것이다.

“대체 그걸 어떻게?”

의사로서 궁금해졌다.

“죄송하지만 면회하면서 진맥을 좀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혈자리의 반응이...”

“진, 진맥만으로요?”

콰앙!

불벼락 하나가 차용만의 뒷통수를 치고 갔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침 몇 방이면 되니 박사님 치료에 해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

차용만은 침묵했다. 강기문이 인정하는 한의사. 베이징에서 독감 퇴치의 기적을 일으킨 한의사. 그러나 여기는 미세재건이었다. 질병이 아니라 생체이식이다. 게다가 부작용이 엿보여 고심하고 있던 상황.

그러나!

윤도의 표정은 차용만과 달랐다. 행운이나 요행을 바라는 태도가 아니다. 그 카리스마에 반한 차용만, 결국 수락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환자는 처치실로 옮겨졌다. 차용만을 비롯하여 개건수술 전문의 두 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혹시 모를 상황대비와 함께 윤도 침술을 보려는 조치였다.

이식된 오른팔.

윤도는 손부터 씻었다. 소독약제로 철저하게 씻었다. 수많은 질병을 겪어온 윤도의 장침, 그러나 지금은 이식된 팔이었다. 새 역사를 위해 윤도의 장침이 혈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죽은 혈과 산 혈의 기묘한 동거-2

죽은 혈과 산 혈의 기묘한 동거-2

이식!

이제는 낯선 단어가 아니었다. 이식은 모발이식을 시작으로 흔히 아는 장기이식까지 다양하다. 이 중에서 장기이식은 KONOS라고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총괄하고 있다. 의학의 발달과 함께 장기이식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국내 장기이식에 대한 인식과 시행률은 낮은 편에 속한다.

2017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5년 동안 장기이식 대기자 중 사망자는 6천여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평균 3명 정도가 장기 기증을 기다리다 사망한 것이다.

장기기증은 대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1) 생체기증-살아있는 동안에 간, 신장, 골수 일부 등을 기증.

2) 뇌사장기기증.

3) 사후기증-심장사 이후에 안구와 인체조직 등을 기증. 각막과 조직, 시신기증으로 구분.

그렇다면 장기기증에도 제한이 있을까?

연령대는 제한이 없다. 나이보다는 장기의 상태가 중요했다. 예를 들어 애연가인 30대 중반의 폐보다 비흡연가인 50대 중반의 폐가 더 좋을 수 있다. 실제로 90대의 노령자가 각막을 기증한 사례도 있다. 다만 뇌사판정자 등의 경우 대상자가 미성년이라면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한 명의 뇌사판정자가 몇 명에게 장기를 기증할 수 있을까? 이 경우 최대 아홉 명까지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타, 장기 뿐만 아니라 각막, 피부조직, 뼈 등도 기증이 가능하다. 505호 환자의 팔 이식도 그런 경우에 속했다.

뇌사판정자의 장기기증에는 절차가 있다. 환자가 위독한 상황에서 장기기증 동의가 떨어지면 검사가 이루어진다. 이후 뇌사판정이 나오면 수혜자를 결정하고 필요한 장기적출에 들어간다. 장기는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관리하며 뇌사자의 가족이 이식 대기자로 등록되어 있는 경우라면 가족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 팔 이식이 어려울까? 장기이식이 어려울까? 얼핏 보면 장기이식이 어려울 것 같지만 팔 이식이 더 어렵다. 장기이식보다 거부반응이 강할 수 있고 정착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 까닭에 성공률도 낮은 편이었다.

그건 505호 환자의 수술과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우선 뇌사자의 팔을 분리하는 데만 해도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냥 절단하는 게 아니라 혈관과 근육, 신경 등을 이식 가능 상태로 분리해야 하는 까닭이었다. 다음 문제는 더욱 진지하다. 팔과 뼈를 잇고 근육을 부착하면 초정밀 수술에 돌입한다. 힘줄이나 혈관, 신경 등이 모두 현미경적 미세봉합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었다.

이것으로 끝도 아니었다. 혈액순환을 살펴야하고 거부반응 또한 꼼꼼히 체크해야한다.

이러한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이식술은 ‘닥치고 전진’ 중이 있었다. 팔 다리 이식 후에는 안면이식이고, 중국에서는 사람의 머리를 통째로 이식하는 수술도 준비 중인 시대였다.

진료일지를 본 윤도가 호흡을 골랐다.

미세재건술.

단어가 주는 뉘앙스만큼이나 정밀하고 난해해 보였다. 그러나 부담은 갖지 않았다. 달리 생각하면 윤도 또한 미세침술을 놓고 있었다. 오장에 직접 들어가는 나노 침이 그것이었다. 오장의 급소, 세포와 신경선 등을 피해 정밀하게 들어가는 나노 침. 그 또한 미세재건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도 남았다.

윤도, 한의사로서 팔을 생각했다.

손발은 양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위가 약해지면 혈액순환이 원활치 않아 팔 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팔의 힘줄이나 인대는 간장이 주관한다. 결론적으로 팔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근육과 인대를 활력을 주려면 비위와 간장의 강화가 필요했다.

윤도의 시선이 비위와 간장의 위치로 향했다. 하지만 다시 손으로 돌아왔다. 일반적으로는 그랬다. 다만 이 환자는 달랐다. 이식 받은 팔이었다. 환자의 오장이 최상급은 아니지만 그건 팔이 잘려나간 데미지 때문에 일시적으로 온 현상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장침은 원리가 아니라 국소에 작용하는 게 옳았다. 비위와 간이 아니라, 팔이었다. 이식 받은 팔.

팔에 필요한 건 활력이었다. 그러나 그 활력, 이식된 부위에서 경계선을 이루었다. 환자의 인체에서 내려온 기혈운행이 거기서 딱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혈관이 그랬고, 신경이 그랬고, 근육이 그랬다. 차용만의 우려처럼 그냥 두면 심각한 부작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았다. 자칫 거부반응이나 괴사라도 일어나면 걷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경근...’

윤도는 가장 심각한 것부터 주목했다. 내일이라도 당장 탈이 날 수 있는 건 힘줄과 혈관이었다. 힘줄은 종근이 가장 중요하다. 이외에도 12경근이 있는데 수태양의 근부터 수소음의 근까지 여럿이었다. 이들은 모두 경맥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마침내 장침이 출격했다. 오른팔의 팔꿈치와 그걸 타고 올라간 겨드랑이 부위였다. 이 부위는 12경근 중에서도 팔과 관련된 혈자리였다. 거기 기준점을 세우고 환부로 내려갔다. 수술한 팔에 딸린 손에서 합곡혈과 양지혈, 완골혈을 찾았다. 손의 양경으로 불리는 세 혈이었다.

“.....”

윤도가 잠시 주춤거렸다. 미리 파악한 대로 기묘하게 ‘겹치는’ 혈자리 때문이었다. 둘 다 미치도록 가물거렸다. 환자의 경맥을 기준으로 형성되는 혈자리는 그 힘이 미약해 가물거렸고, 이식된 팔에 있던 혈자리는 자신의 경맥 줄기를 잃었기에 가물거렸다. 두 혈자리는 마치 안개 속의 쌍둥이 같아 윤도로서도 분간이 쉽지 않았다. 윤도의 뇌리에 다시 오성이 스쳐갔다.

“이 팔은 제 것입니까? 대감의 것입니까?”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희미한 두 개의 혈자리. 과연 어느 것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 것일까? 먼저 보이는 양지혈에 장침을 넣었다. 그 옆의 혈자리에도 침이 마저 들어갔다. 침이라면, 침감으로 진위를 가리는 게 최고였다.

사락!

두 개의 침을 감으며 보사를 시험한 윤도, 다시 팔꿈치와 겨드랑이에 꽂힌 침감을 비교해 반응의 조화를 가려냈다. 혈자리 침감도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을 이용하는 순발력이었다. 마침내 기묘한 두 혈자리를 구분하게 되었다.

이식 받은 팔의 혈자리부터 장침이 들어갔다. 이식부위부터 손가락까지 모든 혈자리를 빼놓지 않았다. 이것은 멸혈이었다. 이식된 팔의 혈자리 전체를 말살하는 것이다. 새 집으로 왔으니 헌 집의 기운을 청소하는 작업이었다.

삭제명령이 혈자리를 타고 나갔다.

‘후우!’

심호흡과 함께 장침들을 뽑아냈다. 이식 받은 팔의 혈자리는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사전 정지작업을 끝낸 윤도가 본격 시침에 돌입했다. 첫 침은 양지혈에 넣고 다음은 합곡에서 완골까지 일침이혈로 꿰었다.

이때부터 시침에 속도가 붙었다.

수태양의 근에 장침이 들어갔다. 새끼손가락 위에서 시작해 손목과 손등, 팔뚝 안을 따라 겨드랑이 아래로 맺히는 코스였다.

수소양의 근에도 들어갔다. 이 시작은 넷째손가락 끝에서 시작해 척골에 맺히고 어깨를 거쳐 목으로 간다.

다음 차례는 수양명이었다. 둘째손가락 끝에서 시작해 팔꿈치와 어깨, 머리로 가는 혈이었다.

수태음의 근인 엄지손가락, 수궐음의 근인 중지손가락, 수소음의 근인 새끼손가락까지 빠짐없이 장침을 넣었다.

손가락의 말단에서 기혈통일의 시도가 시작되었다. 새 혈자리의 뿌리에 물길을 내주는 것이다. 그 물길은 경맥에서 밀고 끌었다.

마지막 조절은 비수혈과 간수혈에서 매조지를 했다. 어차피 손팔의 기혈은 간장이 갑이오, 비위가 다음이었으니 작은 하천의 백년대계는 큰 물줄기로 기준을 삼는 게 옳았다.

간의 기혈을 한껏 밀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환자의 다섯 손가락에 꽂혔던 장침 다섯 개가 동시에 밀려나온 것이다.

“......!”

신기한 작용에 차용만과 닥터들이 소스라쳤다.

“괜찮습니다.”

윤도가 그들을 안심시켰다. 나쁜 반응이 아니라 희소식이었다. 환자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는 증거였다.

“나병수 씨.”

윤도가 환자 이름을 불렀다.

“네.”

환자가 얌전히 대답했다.

“이제 침을 다 뽑을 겁니다. 침 치료는 끝났습니다.”

“......”

“아팠나요?”

“아뇨.”

“이식된 팔의 느낌은 어떤가요?”

윤도의 말에 환자가 이식된 팔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였다.

“조금 가렵다는 느낌... 그리고 무겁다는 느낌도...”

“무겁다고요?”

“예, 제가 원래 가끔...”

“혹시 아까 식사시간에 과식하셨나요?”

“......”

환자는 대답대신 닥터들의 눈치를 살폈다.

“괜찮습니다.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 솔직히 말씀드리세요.”

레지던트가 환자를 안심시켰다. 그러자 환자가 비로소 자수를 했다.

“실은 아까 아버지께서 후라이드 치킨을 사 오셔서... 제가 그걸 무지 좋아하거든요. 원래는 다리나 하나 뜯고 말 생각이었는데 다 먹다보니 과식을...”

“어느 팔입니까?”

“그게... 양 쪽 다...”

양 쪽 다...

희소식이었다. 과식을 하면 손발이 무거워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감각이 수술 받은 손까지 갔다는 건 두 손의 감각이 같아졌다는 반증이었다.

“손가락 다시 움직여보세요.”

윤도가 말했다. 환자의 두 팔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걸 본 레지던트가 목소리를 높였다.

“과장님, 손가락 운동 범위가 굉장히 커졌습니다.”

“......!”

차용만도 흠칫 흔들렸다. 겨우 반응만 하던 오른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인 것이다.

“오른팔 들어보세요. 무리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세요.”

윤도가 환자에게 지시를 했다. 환자는 살짝 긴장한 채 이식된 오른팔에 힘을 주었다. 팔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손끝이 침대 바닥에서 10cm도 넘게 들렸다.

“와우, 팔이 제대로 들리고 있습니다.”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데요?”

레지던트는 거푸 중계방송을 했다. 하지만 그의 흥분은 거기서 그치고 말았다. 이유는 환자의 팔 때문이었다. 10cm 높이에서 멈춘 줄 알았던 환자의 팔이 가슴까지 올라가 버린 것이다. 레지던트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손가락 다시 움직여보세요. 천천히.”

윤도의 시선은 여전히 환자의 손에 있었다. 환자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하나 세세요. 하나.”

윤도가 말하자 환자가 엄지를 접었다.

“둘.”

검지를 접었다.

“셋.”

중지도 접혔다.

“넷.”

약지도 접혔다.

“다섯.”

마침내 소지까지 다 접혀버렸다.

“병수야!”

뒷줄에 있던 아버지가 소리쳤다.

“아버지...”

“아이고, 병수야.”

아버지는 손뼉을 치며 주저앉았다. 윤도의 아버지가 그를 부축해 세웠다.

“제 할 일은 끝난 거 같습니다. 마무리와 재활치료는 박사님에게 부탁드립니다.”

진료를 마친 윤도가 차용만을 향해 목인사를 전했다. 한없이 겸손한 윤도, 그러나 그 모습은 한없는 위엄과 카리스마의 화신과 다르지 않았다.

“......!”

차용만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팔을 움직여보는 나병수에게 꽂힌 채 쓰나미를 맞이하고 있었다. 각종 응급검사가 초고속으로 실시되었다.

운동기능 정상근접.

감각기능 정상근접.

수련의들이 가져온 결과는 한결 같았다. 어제까지의 검사결과를 뒤집는 대반전. 아침까지만 해도 심각한 부작용을 걱정해야 했던 환자였다. 선배 강기문의 말처럼 천운을 만난 셈이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충격의 쓰나미는 차용만의 의식을 강타하고 또 강타했다. 윤도 가족이 병원을 떠날 때까지 오래오래...

대물은 큰 그림을 그린다-1

대물은 큰 그림을 그린다-1

“소개합니다. 오늘부터 우리와 한 팀이 될 새 멤버 안미란 선생님입니다.”

윤도가 안미란을 가리켰다.

“와아아!”

간호사들은 박수로 안미란을 맞았다. 광희한방대학병원의 안미란. 그녀가 일침한의원의 멤버가 되는 날이었다.

“제가 말만 한의사지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여러분이 전부 제 스승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안미란이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흐음, 나는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가장 무섭더라고.”

“그러게 말이에요.”

진경태가 말하자 정나현이 추임새를 넣었다. 언제나 케미가 좋은 두 사람이었다.

안미란에게는 윤도 옆방이 진료실로 주어졌다. 그녀는 당분간 환자상담과 경증 환자의 진료를 맡기로 했다.

“와아.”

진료실에 들어선 안미란은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깔끔하고 수려하게 단장된 공간 디자인이 마음을 쏙 뺏어간 것이다.

“제 방으로 쓰기엔 너무 멋져요.”

“선생님이 오신다기에 투자 좀 했지요.”

윤도가 슬쩍 생색을 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