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2화 (212/265)

“나무인간 증후군이라고요?”

저녁 무렵, 윤도 이야기를 전해들은 정나현이 소스라쳤다.

“아직 본 적 없어요?”

윤도가 사진을 내밀었다. 손발에 나무가 자란 듯한 환자의 사진이었다.

“어머!”

“처음이군요?”

“네. 피부과 근무할 때 피부질환이 심한 환자는 봤어도...”

“내일 아침에 만나게 될 환자입니다.”

“원장님!”

“게다가 소녀라네요.”

“......”

“부담스러우면 저 혼자 가도 됩니다. 큰 문제는 없어요.”

“말도 안 돼요. 저 원장님 수행하러 미국에 온 거거든요.”

정나현이 펄쩍 뛰었다.

“하지만 워낙 희귀한 케이스니까요.”

“여기 올 때 진 실장님이 뭐라고 한 줄 아세요?”

“진경태 아저씨?”

“원장님이 챙겨주길 바라지 말고 원장님을 먼저 챙겨주라고 하시더군요. 그럴 만 한 가치가 있는 분이라고.”“무슨 말씀이신지...”

“진 실장님 만큼은 못 되지만 우리 간호사들 다 원장님 존경해요. 그러니 제가 방해가 되는 일이 아니라면 무조건 데려가세요.”

“흐음... 지금 너무 비장한 거 아닌가요?”

“그러는 원장님은요? 어쩐지 아까부터 표정이 너무 진지하다 했어요.”

“좋아요. 그럼 일찍 자세요.”

“또 새벽 출발이군요?”

“새벽보다 더 일찍. AM 3시에 출발할 겁니다.”

“상관없어요. 어차피 시차 때문에 언제 자든 비몽사몽이니까. 그나마 원장님 활력수 때문에 버티는 거라고요.”

“새벽에 깨워드릴 게요.”

“그건 제 몫이죠. 정확하게 새벽 3시에 모닝 콜, 아니 여긴 미국 땅이니 웨이크 업 콜을 해드리겠습니다.”

“알았습니다.”

약속을 정하고 정나현을 보냈다.

테이블 위에 약침을 정리했다.

<중산경의 낭>

<서산경의 웅황>

<북산경의 백야>

어떻게 될지 몰라 다 때려 넣었다. 기타 약쑥으로 만든 국산약침 몇 가지도 챙겼다. 마지막은 차 이사가 긴급 배송해온 노화세포제거 약물이었다. ‘RIG001’로 명명된 약품은 퇴행성 질환의 마무리 임상실험에 쓰이고 있다고 했다. 그 또한 FDA의 승인을 거친 약물이라 안정성은 신뢰할 만 했다.

산해경의 영약과 현실의 신물질. 거기에 더한 윤도의 장침과 나노 침. 불치병 나무인간 증후군과 맞짱 뜰 도구의 전부였다.

‘해보자고.’

질병이 있으면 치료법도 있다.

윤도는 그 신념을 접지 않았다.

“잘 다녀오십시오.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시고요.”

“공항에서 한 번 빅 엿 먹은 까닭에 여기 지인 라인 풀 동원해 놓았습니다. 지원사항은 뭐든 콜만 하세요.”

이른 새벽, 류수완과 차 이사가 호텔 로비에 배웅을 나왔다.

“걱정마시고 들어가서 주무세요. 조용히 다녀오려고 했는데...”

윤도가 웃었다.

정말 조용히 나올 계획이었다. 하지만 모닝 콜부터 틀어져버렸다. 정나현이 아니라 차 이사와 여직원이 콜을 한 것이다. 정나현보다 30초 앞이었다. 류수완의 일행 넷은 밤을 새우고 있었던 것이다.

“타세요.”

운전은 제임스가 맡았다. 미국사람으로서 자청을 한 그였다.

새벽의 미국 거리는 조용했다. 밤 거리도 실은 서울과 달랐다. 밤이 깊으면 많은 상점이 문을 닫는다. 술도 거의 살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서울은 밤의 천국이었다.

“수고했어요.”

병원 앞에서 윤도와 정나현이 내렸다. 카터는 병원 로비에 도착해 있었다. 윤도를 보더니 지체 없이 다가왔다.

“모시겠습니다.”

차가 검은 리무진으로 바뀌었다. 카터는 조수석에 앉고 윤도와 정나현이 뒷좌석에 앉았다.

“피곤하시죠?”

카터가 물었다. 윤도는 의례적인 인사로 답했다. 20여 분을 달린 차는 작은 공항에 도착했다. 거기 12인승 경비행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윤도가 오르자 바로 이륙을 했다. 비행기는 30여 분을 날았다. 거기서 또 차를 바꾸어 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웅장한 대별장이었다. 대문에서 별장까지의 거리가 5분은 되는 것 같았다. 중세의 영주가 사는 성에 온 것 같았다.

“굉장하네요.”

우람한 가로수와 정원을 보며 정나현이 중얼거렸다. 가로등 사이로 언 듯 언 듯 드러나는 정원은 한 마디로 판타지였다. 누구일까? 이렇게 어마무시한 별장을 소유한 사람은?

중국 거부 바이징팅 회장이 떠올랐다. 어쩌면 이 별장의 주인 역시 미국 상류사회를 대표하는 사람이 분명했다.

끼익!

차량이 멈췄다. 대기하던 정원사가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40대의 부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둘 다 백인이었다.

“모시고 왔습니다.”

카터가 부부에게 예를 갖추었다.

“어서 오세요.”

부인이 입을 열었다. 안내는 재택 간호사가 맡았다. 거실 역시 고풍스러운 박물관 풍이었다. 우아한 골동품 위의 벽에 펼쳐진 집안 사람들의 초상화... 압도적이었다. 그들 한둘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도 들었다.

“카터에게 설명은 들었죠?”

소파에서 부인이 물었다. 남편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예.”

“부탁합니다.”

부인이 반듯한 예를 갖추었다. 행동거지 하나하나마다 교양이 제대로 배인 사람. 벼락부자나 졸부가 아니라 명문가문인 것이다.

“갈까요?”

윤도가 정나현을 바라보았다. 환자가 지척에 있을 테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스릉!

환자방은 자동문이었다. 재택 간호사가 서자 저절로 열렸다. 환자는 침대에 없었다. 그 아래의 원목 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그걸 본 정나현이 흠칫 흔들렸다. 위태로운 허리를 윤도가 잡았다. 환자를 보고 놀라는 건 의료인의 예의가 아니었다.

그러나 난생 처음 보는 나무인간 증후군 환자. 나무 갑옷을 온몸에 두른 것 같은 외모. 그렇기에 놀라는 정나현을 탓할 수는 없었다.

“우리 리사에요.”

부인이 환자를 소개했다.

“침대에서 자라고 해도 마루 바닥이 편하다고...”

부인이 다가가 소녀를 깨웠다.

“리사, 코리아 닥터께서 오셨어.”

거듭 흔들자 하품과 함께 리사가 일어섰다. 다른 감염자와 달리 리사의 나무피부는 흰 조각이 많았다.

‘다프네...’

윤도 머리에 명화 하나가 스쳐갔다. 소녀를 보니 제대로 겹쳐졌다.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작품 ‘아폴로와 다프네’. 딱 그 장면이었다.

태양의 신 아폴로가 강의 님프 다프네에게 뻑 가버렸다. 그러나 아폴로는 다프네의 취향이 아니었다. 당연히 뺀찌를 먹었다. 아폴로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토커처럼 집요했다. 그 대시에 질린 다프네가 강의 신인 아버지에게 SOS를 쳤다.

“내 미모를 작살내든지 내 몸을 바꾸어주든지.”

그녀가 아버지에게 청한 옵션이었다. 그 정도로 아폴로가 싫은 다프네였다. 강의 신은 딸의 간청을 수용했다. 아폴로의 손이 다프네의 몸에 닿는 순간 월계수로 변한 것이다. 달아나던 다프네의 발은 나무뿌리가 되어 땅에 박히고 아름답던 피부는 거친 나무껍질로 뒤덮였다. 가녀린 손가락에서는 나뭇잎이 무성하게 피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손에서 뻗어가는 나뭇잎이, 현실의 소녀에게 옮겨왔다. 조각 작품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 ‘다프네’였다.

“리사는 신을 위해 봉사하는 여자라는 뜻이에요. 리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게 모나리사죠. 우리 리사도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로 자라길 바랐는데...”

소녀 옆에 선 부인이 소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머리카락과 나무 피부의 경계조차 또렷하지 않았다. 나무 피부가 턱선과 얼굴의 일부까지 침범해 버린 것이다.

“제가 알기로...”

윤도가 느린 영어로 말을 이었다.

“신은 중요하게 쓰일 사람에게 시련을 준다고 들었습니다.”

“크리스찬이세요?”

“치료하는 순간은 모든 종교를 뛰어넘기도 하고 모든 종교에 귀의하기도 합니다.”

“의미 깊은 말이네요. 리사는 어떻게 할까요? 치료실이 있는데 거기로 갈까요?”

치료실?

짐작 가는 일이었다. 중세의 성을 방불케 하는 대별장. 치료실 하나 정하는 게 어려울 일도 아니었다.

치료실로 향했다. 리사는 정나현이 안내했다. 놀라움이 진정되는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수행 간호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리사가 침대에 누웠다. 치료실에는 현미경은 물론 다양한 약품들이 있었다. 윤도 시선은 그 벽에 걸린 초대형 세계지도였다. 거기에도 독도는 없었다.

이 방에서 놀라운 건 환자 침대였다. 그건 전자동으로 리사를 수행하고 있었다. 최첨단 AI가 장착되었으니 침대라기보다 로봇에 가까웠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건 소녀 리사였다.

진맥...

시도할 수 없었다.

‘쉣!’

걸친 옷을 벗은 리사를 보기 무섭게 윤도가 신음을 토했다. 손목은 애당초 기대도 하지 않았다. 나무인간 증후군의 나무피부가 손과 발에서 주로 무성한 까닭이었다. 그러나 진맥은 손등과 손바닥에서도 가능하다. 목의 인영맥과 12경맥의 동맥에서도 잡을 수 있다.

모두 허튼 바람이었다. 손은 물론이고 목과 경맥 부위, 심지어는 백회혈자리까지도 나무 피부가 갑옷처럼 솟은 소녀였다.

‘으음...’

윤도의 입에서 나오는 건 황망 백 배의 신음이었다.

기혈 리뉴얼-1

기혈 리뉴얼-1

맥!

한방에서는 양방의 청진기보다 중요한 진찰이었다. 맥은 신경계나 혈관계와는 또 다른 우주다. 맥의 안 쪽에는 영기가 흐르고 바깥은 위기가 흐른다. 이 흐름은 심장의 박동과도 같아 운명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맥은 12개의 경맥, 15개의 낙맥, 8개의 기경맥 등이 분포한다.

그 맥이 전하는 인체의 정보를 귀신처럼 잡아내는 윤도의 손. 그러나 맥을 짚을 곳이 없는 바에야 주무기 하나를 내려놓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소녀의 몸은 거의 대부분 나무 피부로 변해가고 있었다. 손발에는 나무피부를 이식한 듯 무성하고 몸통 곳곳도 진흙을 튄 듯 촘촘하다. 몇몇 부위에 생살이 보이지만 전반적으로는 나무로 변신하기 직전의 포스였다.

‘포기.’

맥은 잡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일반적인 상처라면 장침을 찌르고 침을 넣어 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런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나무피부는 달랐다. 나무도 아니고 피부도 아니다. 너무 무성하여 온갖 세균이 붙었을 수도 있었다. 소독만으로도 기타 감염 방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대안...

그게 필요했다.

손과 목, 경맥의 동맥 부위에 촘촘하게 핀 나무피부를 잘라내면 어떨까? 그것도 불가능했다. 나무피부는 피부딱지가 아니었다. 그 무성한 갈래는 신경과 닿아있다. 손톱 발톱 깎듯이 쉽게 자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원장님.”

정나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녀라고 모를 리 없었다. 일반적인 한의사라면, 이건 진료 자체가 불가능한 환자였다.

생각을 가다듬는 동안에 수술기록을 보았다. 리사는 일 년에 한 번씩 나무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있었다. 맨 처음 일 년 동안에는 무려 9 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기록에는 수술 직후의 사진도 있었다. 무성한 나무피부를 자르자 손 발의 형태가 그럭저럭 보였다. 그 말쑥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신경에 부작용이 생기면서 제거수술도 마땅치 않았다. 제거를 하고 나면 격렬한 부작용이 수반되는 까닭이었다.

‘하긴...’

혼잣말을 밀어냈다. 환자의 부모는 대부호였다. 어쩌면 명예와 권력도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 그런 환경이니 돈이 문제였을까? 그럼에도 포기 수준으로 돌아온 건 ‘불치’ 판정을 받은 까닭이었다. 그 또한 한두 명의 명의들이 내린 판단이 아니었다.

명의...

한의학의 명의들이 이 자리에 온다면 어떻게 할까? 전설이 된 편작은 어떤 신통방통한 처방을 내고 화타는 어떤 비방을 낼 것인가? 유부라면 소녀의 몸을 다 열어 면역에 관련된 장기를 상지수로 씻어 때를 벗긴 후에 다시 넣을 지도 모른다.

생각을 그리스 신화로 옮겼다. 소녀와 닮은 조각상 다프네를 생각했다. 그녀는 죄도 없이 나무가 되었다. 아폴로의 스토커적인 사랑 때문이었다. 경우는 다르지만 사랑이라는 거, 지나치면 해악이 된다.

그렇다면 나무가 된 다프네는 누가 고칠 수 있을까? 그의 아버지 강의 신이다. 우주의 원리가 사필귀정이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행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사필귀정.

매사는 반드시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소녀의 질환에 대입하면 소녀 역시 건강한 몸으로 돌아간다는 뜻도 되었다. 단어 하나로 희망 하나를 열었다.

어릴 때, 병에 걸리기 전... 그때 소녀는 어땠을까? 나무가 되기 전의 다프네처럼 아름답고 영특한 소녀였다. 벽에 걸린 사진으로 알았다.

소녀는 나무인간 증후군에 걸리기 전 일곱 살에 신동 소리를 들었다. 지역 방송사 프로그램에 초대해 인증도 받았다. 사진 속에서 소녀는, 빛나는 트로피를 안고 방긋 웃고 있다. 저 때 소녀의 면역체계는 정상이었다.

저 처음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으로 가는 길.

그건 비움이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비우지 않고는 무엇도 그 안에 담을 수 없었다. 오염된 면역수를 비워내고, 그 찌꺼기의 한 올까지 다 닦아낸 후에 새 면역을 채워야한다. 그러나 그 시작은 역시 혈자리였다.

‘끄응...’

고뇌하는 사이에 정나현이 리사의 머릿결을 쓸어 올렸다. 금발의 머리가 귀 뒤로 넘어갔다.

“......!”

순간 윤도가 벼락처럼 반응했다.

“잠깐만요.”

정나현에 앞서 리사에게 다가섰다. 금발 아래 고스란히 드러난 하얀 귀... 귀가 윤도 눈으로 쏟아지듯 들어왔다.

‘빙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귀에는 티 하나 없었다. 나무피부의 침입이 없는 것이다. 궁하면 통한다더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리사의 귀는 무사했던 것이다.

윤도가 생각한 건 이침이었다. 이침에게는 귀가 우주다. 이침은 일찍이 사용되었다. 당나라의 손사막이 이침으로 질병을 치료했다는 기록이 전할 정도였다.

‘오케이.’

단숨에 침을 뽑았다. 장침대신 호침이었다. 첫 호침이 출격했다. 거의 귀의 정중앙이었다. 다음 침은 첫 호침을 따라 반원을 그리듯 주변을 따라 넣었다. 가지런히 박힌 침의 위치는 오장육부와 연결되는 혈자리였다.

<오른손목의 촌맥-폐와 대장.>

<관맥에는 비장과 위장.>

<척맥에는 신장...>

<왼쪽손목의 촌맥에 심장과 소장.>

<관맥에는 간장과 담.>

<척맥에는 명문과 삼초...>

귀에도 그걸 대신할 혈자리가 있었다. 하나하나 집중해가며 오장육부의 상황을 탐색해 나갔다.

“......!”

침감을 조율하던 윤도가 호흡을 멈췄다. 오장육부의 기능이 전해오기 시작했다. 나무인간 증후군의 주요 원인은 백혈구의 기능저하가 문제로 꼽힌다. 백혈구가 생성되는 곳은 비장과 골수다. 백혈구에는 림프구, 호산구, 호중구 등이 있는데 특히 림프구가 면역의 핵심이었다.

비장을 체크했다.

“......!”

윤도가 움찔했다. 리사의 비장은 그녀의 손발처럼 황폐했다.

‘신장도 엉망이겠군.’

신장의 정보를 받았다. 짐작대로였다.

신장...

웬만한 질병에는 끼지 않는 곳이 없다. 뼈의 건강 역시 신장이 주관한다. 신장이 상하면 뼈가 마르고 그 안의 골수가 황폐해진다. 신장이 나쁘고서야 골수가 건강할 수 없었다. 비장까지 무너진 바에야 면역력이 우량한 백혈구를 만들 수 없었다. 당연히 백혈구 기능저하, 면역력 약화. 주르륵 연결되는 도미노가 되었다.

신장을 따라 골(骨)의 정보를 가져왔다.

골 안의 골수...

유아기의 혈액생성은 골수가 맡는다. 그러다 소아기가 되면서는 중심 골격계와 대퇴골, 상완골 등으로 옮겨간다. 리사의 장골은 반응이 좋지 않았다. 원래도 슬슬 지방으로 채워지기 시작할 나이. 거친 지방덩어리와 함께 시든 백혈구들이 골수를 메운 것으로 보였다.

침으로 맥을 가늠해 보았다. 귀에서 잡아보는 맥이 쉬울 리 없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일은 아니었다. 힘줄과 골수에 문제가 생기면 경맥이 위태로우면서도 고른 맥박을 보일 수 있었다.

애달픈 맥이 잡혔다. 엉킨 혈맥이었다. 소양에서 보내온 신호였다. 손목에 실을 감고 문 밖에서 잡는 맥처럼 멀고 또 멀었다.

‘길고... 고르면서도... 당겨진 느낌...’

아련한 정보지만 힘줄과 골수의 병은 확실했다. 이들이 말초혈액을 따라 전신으로 퍼지며 나무인간 증후군을 만들어낸 것이다.

“아!”

진단하는 사이에 리사가 몸을 뒤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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