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5화 (185/265)

“뭐든지 말씀만 하시면...”

“간호사 한 명이면 됩니다.”

“달랑 간호사 한 명요?”

“제가 보조를 하죠.”

듣고 있던 왕민얼이 자원을 했다. 그 역시 베이징의 어려움을 알고 남쪽에서 달려온 참이었다. 베이징에서 자라고 대학까지 마친 인연이었다. 이미 윤도의 침술을 엿보았던 왕민얼. 그러나 이제는 마롱의 인정까지 받고 있으니 의구심은 갖지 않았다.

“장지커 박사님은 잘 있죠?”

윤도가 마스크를 고쳐 쓰며 물었다.

“여기 오시고 싶어 했는데 남쪽도 심상치 않아서요.”

“왕 선생은 언제 왔습니까?”

“나흘 됐습니다만 별 도움이 못 되고 있습니다.”

“저도 그럴지 모릅니다.”

“천만에요. 포스부터 다른 데요?”

왕민얼이 웃었다.

“포스?”

“마롱 선생님... 굉장한 분이죠. 어쩌면 장지커 선생님보다 한 수 위세요. 아무나 인정하지도 않으시죠. 그런 분이 여기 원장님 앞에서 대놓고 채 선생을 지지했어요. 대체 마롱 선생은 어떻게 아는 거고 그 동안 또 얼마나 발전한 겁니까?”

왕민얼은 경외감을 감추지 못했다.

“혈자리 잘못 짚었다고 태클걸 때는 언제고요?”

윤도가 슬쩍 핵심을 비껴갔다. “상관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나 고쳐주세요. 그때 그 일이 기분 나빴다면 유튜브에 공개사과 영상이라도 올리겠습니다.”

“그거 찍을 시간에 치료나 하시죠. 갈까요?”

윤도가 첫 병실을 가리켰다. 원장이 붙여준 중국 간호사 리빙빙이 문을 열었다.

딸깍!

문이 열리는 동시에 출사표가 던져졌다.

윤도는 거침없이 들어섰다. 6층 격리병동의 환자는 모두 14명이었다. 일단 열 넷 모두를 돌며 진맥부터 짚었다. 위독한 환자든 중증이든 한결 같이 폐가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격통으로 보였다. 진통 해열제가 투여되지만 바이러스의 깽판을 잠재우지 못하는 것이다.

“살 속까지 아파요.”

“뼈를 물어뜯는 벌레가 들어온 거 같아요.”

아이들의 호소는 이구동성이었다.

진맥결과를 정리하고 치료 방향을 잡기 위해 잠시 상담실로 나왔다. 손부터 씼었다.

“어때요?”

왕민얼이 물었다.

“왕 선생도 진맥을 해봤겠죠?”

윤도가 되물었다.

“예. 저는 솔직히 열 낮추고 통증 덜어주는 시침 수준에서 더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 정도면 굉장한 거 아닌가요?”“제가 이 지역에서 자랐기 때문에 마음이 각별합니다. 환자들 중에는 지인의 아이들도 있고요. 중의된 마당에 그들 볼 면목이 없더군요. 나름 실력을 인정 받는 터였는데 독감 앞에서 이토록 무력하다니...”

“폐렴 시침도 했었죠?”

“했지만 큰 진전이 없었습니다.”

“약침은요?”

“몇 가지 특효약으로 시도해 보았는데 일부 환자에게는 도움이 되었지만 중증 환자들에게는 조금 낫는 듯 하다가...”

“진맥 해보니 굉장하네요. 끝 쪽 방의 어린 환자들 몇은 오늘 넘기기 힘들겠어요.”“제 생각도... 여기 대책본부 판단으로도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아이가 적어도 다섯은 된다고 합니다.”

왕민얼이 고개를 떨구었다.

윤도가 환자들의 데이터를 받아들었다. 입원일과 진단, 검사 데이터, 기타 병세의 추이가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거기에는 베이징 의료진들의 최선과 분투가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하지만, 변종 독감의 위력이 너무 강했다.

<독감: Influenza.>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유행은 1173년의 유럽이었다. 이후 1300년대에 이르러 다시 유럽을 강타한다. 이때 비로소 Influenza라는 이름을 득템한다. 세계적 유행으로 데뷔한 공식기록은 1889-1890년에 발생한 러시아 독감이었다. 바이러스 패턴은 H2N2로 추정한다. 뒤를 이어 바로 지상 최악의 독감이 출현한다. 1918-1919년에 발생한 저 유명한 스페인 독감이었다. 이때의 패턴은 H1N1이었다.

이 해, 지구 반대편의 조선 땅에 유명한 역사가 있었으니 바로 3.1절이었다. 조선 땅이라고 독감이 봐줄리 없었다. 당시 조선의 독감환자도 수백 만명에 달했다는 말이 나온다.

“만세, 만세.”

“대한독립만세!”

콜록콜록.

그들은 독감에 걸린 몸으로, 온몸을 쑤셔대는 격통을 참으며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고열보다 뜨거운 애국의 마음, 오한보다 증오스러운 일제의 만행... 그렇기에 독감조차 아랑곳없이 몰려나와 만세, 만세... 그냥 생각해도 가슴 아프던 일에 독감을 겹쳐놓으니 차마 마음이 시렸다.

스페인 독감 이후 독감계는 H1N1이 평정을 했다. 그러다 1957년에 H3N2, H2N2에게 잠시 패권을 뺏기더니 2009년 신종플루에서 H1N1이 화려환 귀환을 이룬다.

여기서 말하는 H와 N은 Hemagglutinin과 Neuraminidase의 약자로 독감 병리기전의 핵심이다. H는 숙주세포에게 달라붙는 역할을 하고 N은 숙주세포 안에서 제 멋대로 깽판을 치고는 떠나려는 준비를 마친 놈이다.

Influenza가 문제인 건 다양한 변이라는 사실. 이제는 온국민이 다 알고 있다. 그럼 변이는 대체 어떻게 일어날까? 인플루엔자는 원래 변태일까?

이 설명에는 돼지가 필요하다.

꿀꿀!

한국인에게 삼겹살로 유명한 그 돼지다.

여기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있다. 이 놈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인체독감’ 바이러스 역시 조류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런데 돼지는 다르다. 돼지는 양자에 공히 감염원이 될 수 있다. 만약 한 돼지가 위에 적은 두 종의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되었다면 양 바이러스 간의 국경을 초월한 ‘썸’이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가 탄생하면 인간에게 재앙이 된다.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계가 서지 않아 감염되면 치명타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제는 사람도 돼지처럼, 두 바이러스의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조류 독감에 감염된 사람으로부터 타인 전파가 가능해진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극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독감 바이러스가 무서운 건 그 전파력에 있다. 독감은 주로 비말전파로 분류되지만 공기전파 못지않게 초강력슈퍼울트라 파워를 가진다. 바이러스가 붙은 침 입자 대여섯 방울 만으로도 전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가족 중에 독감환자가 있다면...’

‘학교나 직장 동료 중에 독감환자가 있다면...’

그 구성원들에 대한 전염력은 어떨까?

독감에 걸리면 대개 열이 나고 목이 아프며 기침에 온몸이 쑤신다.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시기를 놓치면 폐렴으로 간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이미, 이런 증상이 나오기 이틀 전쯤부터 인체에서 외부로 출격하기 시작한다. 그러니 주변 사람 누군가가 독감 판정을 받았다면, 특별한 조치 없이 함께 있던 공동생활인들은 이미 게임오버다.

<감염!>

다만 그로 인한 현증의 발현은 각자의 건강 레벨에 달려있다.

기침하는 독감환자 옆에서 감염되지 않으려고 숨을 참아도 소용이 없다. 독감 환자의 기침으로 발사된 바이러스의 에어로졸 입자들은 발사추진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운동성으로 얼마든지 이동이 가능하다. 나아가 신체 어딘가에 묻은 비말에 손이 닿게 되고, 그 손을 씻지 않으면...

<감염!>

마스크는 물론이고 손까지 깨끗하게 씻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신은 가장 좋은 대책으로 꼽힌다. 이 백신으로 얻을 수 있는 면역력은 주로 H 쪽이다. N에 대한 면역력은 H보다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신 접종 후의 면역력 획득 순서를 보면, 추정 이틀째 항체생성 세포가 등장하시고, 일주일 차에 H를 겨냥한 T-cell이 출연하신다. 다음으로 2주-3주 사이에 바이러스를 전반적으로 헌팅하는 림포사이트가 나와 2-4개월 사이에 항체가가 최고치에 도달한다.

베이징의 병원 환자 중 상당수는 백신을 맞았다. 그러나 헛발이었다. WHO에서 올해 유행할 독감의 패턴 예측에 똥볼을 찬 까닭이다. 게다가 예방백신 중에는 독감에 대한 전방위 면역이 아니라 일부 면역에 대한 약도 많았다. 결과만을 놓고 보면 인간이 아니라 독감 바이러스의 승리였다. 인간의 예측을 피함으로써 승전보를 구가하고 있는 셈이었다.

A, B, C.

시침할 환자는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A는 중증 폐렴에 이어 뇌염까지 치닫는 환자들이었다. B는 그보다는 조금 나아 폐렴이 극심한 어린이들. 마지막으로 C는 그나마 폐렴의 정도가 중급인 경우였다.

‘본격 진화.’

윤도의 결단이 떨어졌다. 대다수 어린이들에게서 엿보이는 중증 폐렴. 그렇다면 당연히 비장의 원기를 북돋아야했다. 심장을 북돋아야했다. 간장을 북돋아야했다.

하지만 이건 기본의 문제가 아니었다. 폐에 불이 난 것이다. 불부터 끄지 않으면 다른 장부의 기를 살린 들 소용이 없었다.

폐!

‘노도 같은 불길을 잡고 역순으로 승부를 본다.’

윤도의 결정이 떨어졌다. 그때 간호사 리빙빙이 끼어들었다.

“선생님.”

“예?”

“치료계획이 섰나요?”

“그렇습니다만.”

“계획이 나오면 원장님께 보고부터 해야 합니다.”

“보고라고요?”

“네, 여기 대책본부에서 총괄을 해야 하기에...”

총괄.

‘참견’처럼 들렸다. 내키지는 않지만 일단 따르기로 했다. 윤도가 계획서를 넘겼다.

약침을 준비하며 잠시 기다렸다. 오래지 않아 간호사가 돌아왔다. 그녀는 윤도의 짐작대로 수정안을 내놓았다.

“여기 12 병실 환자보다 3 병실부터 하고 그 다음에 8번, 나머지는 선생님 계획대로 해도 된다고 합니다.”

“수정안은 무슨 기준입니까?”

윤도가 물었다. 단단하게 날이 선 목청이었다.

윤도의 치료 계획은 환자의 상태가 기준이었다. 최악의 환자부터 줄을 세웠다. 하지만 수정안대로라면 뒤죽박죽이었다.

3번 병실 환자는 중증이지만 오늘 밤의 위독 환자는 아니었고 8번 환자는 중증환자들 중에서는 경증이었다. 그러나 12 병실은 어린이는 당장 조치를 하지 않으면 자정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게...”

간호사는 대답하지 못했다.

“왕 선생.”

윤도의 시선이 왕민얼에게 향했다.

“이 병원에도 빽이 있습니까? 혹시 질환의 정도가 아니라 당 간부의 인친척이라든가 고위직의 자제들을 우선적으로 진료하나요?”

“그, 그건...”

“말씀해 주세요. 제대로 알려주시지 않으면 저는 돌아갑니다. 지난번 일본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지만 거기는 정치적으로 얽힌 치료였어요. 하지만 여기는 정치적 결정과 상관없는 유행병 아닙니까?”

“자세히는 모르지만 거기 8 병실 환자가 당 간부의 3대 독자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죠?”

왕민얼이 간호사에게 확인을 구했다. 간호사는 차마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럼 여기 3 병실은요? 제일 먼저 치료하라는 걸 보니 국가 상무위원이나 중국 주석의 손자라도 됩니까?”

“3병실은 연고가 없는 아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번에도 간호사를 바라보는 왕민얼.

“맙소사, 당신들 이제 보니?”

감을 잡은 윤도가 폭주했다. 이건 일본의 치졸한 짓에 못지않은 수작이었다. 그러니까 연고가 없는 3 병실 환자의 시침으로 간을 보겠다는 의도였다. 3 병실 환자를 회복시키면 윤도의 실력이 입증된다, 그럼 당 간부의 아들을 안심하고 맡겨서 한 건 올리겠다는...

“이런 저급한, 가난한 아이를 실험용으로 쓰겠다는 거야?”

분노한 윤도가 테이블의 서류더미와 찻잔 따위를 확 쓸어버렸다.

와장창!

찻잔과 집기 등이 떨어지면 요란한 소리를 냈다.

“채 선생...”

“바이징팅 회장 어디 계십니까? 당장 불러주세요.”

윤도 눈에서 레이저가 터져나왔다.

신의神醫 강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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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

안으로 들어선 바이징팅, 윤도의 말을 듣고 경악을 했다. 그도 모르는 사실인 모양이었다.

“중국 의료진에게 실망했습니다. 저는 돌아가겠습니다.”

윤도가 가운을 벗었다.

“채 선생, 왜 이러십니까?”

놀란 바이징팅이 윤도를 잡았다.

“의술은 거래가 아닙니다. 누구든 가장 시급한 사람에게 진료가 우선되어야합니다. 그런데 신분이나 지위로 줄을 세우다뇨? 연고가 없는 아이라고 해서 실험용으로 내세우는 게 말이 됩니까?”

“진정해요.”

“아니군요. 이 가난한 아이... 사경을 헤매면서도 실험용으로나 내둘리는 이 아이만은 치료하고 가겠습니다. 그냥 두면 고관대작들 아이들 돌보느라 제대로 돌봐주지도 않을 테니까요.”

“채 선생, 내가 알아볼 게요. 내 얼굴보고 온 거지 여기 대책본부 직원들 보고 온 거는 아니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이런 기분으로는 진료 못합니다.”

“갑시다. 채 선생 말대로라면 수치도 이런 수치가 없습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내가 모든 연줄을 다 동원해서라도 최고 처벌을 받게 하겠습니다. 솔직히 평생 감옥에 썩게 할 능력 정도는 있습니다.”

“......”

“따라오세요. 어서요.”

바이징팅이 앞장을 섰다.

“갑시다. 나도 궁금하네요,. 대체 어떤 인간이 이 따위로 의술을 욕보이는지.”

왕민얼이 윤도 등을 밀었다.

**

쫘악!

원장의 손이 바람이 갈랐다.

“이런 미친!”

퍽퍽!

쪼인트도 몇 방이나 들어갔다. 원흉은 대책본부 부본부장으로 내정된 내과부장이었다. 그 혼자의 작품은 아니었다. 베이징 당국에서 협력 차 나온 고위직 공무원의 청탁을 받고 있었다.

“당신에 대한 처벌은 시장에게 직접 요청하겠소. 만약 시장이 묵살하면 내가 주석을 찾아가 직접 요청하겠소.”

바이징팅의 목소리는 추상과 같았다. 두 사람은 당장 그 지위에서 직위해제를 당했다.

“용서하십시오.”

원장이 고개를 조아렸다.

“진료는 선생님이 세운 계획대로 하십시오. 제가 보기에도 그게 맞습니다. 8 병실의 환자가 문제라면 그 환자는 제외하셔도 욉니다.”원장이 부연을 했다. 일이 이리 되니 진료를 거절하기 어려웠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8 병실은 그냥 두셔도 됩니다. 그 아이가 한 일도 아니고 권력을 휘두르는 게 죄지 질병에 걸린 게 무슨 죄가 되겠습니까?”

윤도가 돌아섰다. 방으로 돌아와 벗어둔 가운을 입었다. 공연히 시간만 지체했다.

‘후우!’

마음을 가다듬고 침을 챙겼다. 약물도 꺼냈다. 약침용 약물은 두 종류였다.

<산해경의 주별.>

<팔각회향에서 추출한 Shikimic acid와 믹스한 한약재 진액.>

어느 것이 더 잘 먹힐까?

‘부디...’

바이징팅의 HIV를 치료할 때보다도 더 간절한 마음으로 일어섰다.

전장(戰場).

독감 바이러스로 꺼져가는 어린 생명들을 구하기 위한 출격이었다.

윤도 걸음이 복도 끝의 12 병실 앞에서 멈췄다.

612호 병실.

12살 난 양이닝의 병실이었다. 베이징 아래의 칭다오에서 온 환자. 그러나 국가어린이병원 의료진들이 포기한 환자였다. 간호사가 볼 때 양이닝의 목숨은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신이 아닌 한 헛수고다.

의료인도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죽어가는 환자에 매달릴 시간에 다른 환자를 구하는 게 옳았다. 윤도가 모를 리 없었다. 더구나 여기는 베이징. 모든 진료를 윤도가 주도하는 게 아니다보니 쉬운 길로 가는 게 옳았다.

하지만 윤도는 영약을 가지고 있었다. 이걸 가지고도 쉬운 환자부터 시작한다는 건 보신주의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건 양심의 문제였다.

“열어주시겠어요.”

윤도의 목소리는 미치도록 담담했다. 쓸 데 없이 비장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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