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0화 (90/265)

“대표님이 귀신이군요. 바로 감을 잡으시다니...”

“천식 쪽입니까? 아니면 알레르기 비염이나 아토피?”

류수완의 시선은 해송자, 진피, 수평, 유근피, 목련꽃, 야생 다래 등에 물려 있었다.

“대단하시네요. 거의 맞았습니다. 아직 준비 단계지만요.”

“이거 기대 되는 데요? 다른 한의사라면 호기심이려니 하겠지만... ”

“아까 병원 옮기고 싶다고 하셨죠?”

“예...”

“저한테 오시는 건 문제 없습니다. 믿고 오시니 고마울 따름이지요. 다만 아까 대답을 드리지 않은 건 저도 대표님 도움이 필요해서 그랬습니다.”

“약 개발문제로군요.”

“맞습니다. 저를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뭘 어떻게 해드릴까요?”

“아이들 아토피와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다 한의사로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좀 더 편안하게 치료받게 할 수 없을까 시작했는데 의욕만 있지 길을 모릅니다. 어차피 시작한 일, 이제 와서 포기하고 싶지도 않고요.”

“가장 중요한 능력이 있으시지요.”

“그렇게 말해주시니 고맙긴 합니다만...”

“어디까지 나가셨는지 모르지만 신약개발은 쉬운 일이 아니죠. 약성분의 구성을 기막히게 조성했다고 해도 기타 문제가 더 복잡합니다. 우선 제가 드릴 질문은... 앞으로 진료보다 신약에 매진하실 건가요?”

“아닙니다. 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건 한 번씩 도전할 생각입니다.”

“합리적인 생각이군요. 신약개발하려면 장침 치료 거의 포기하셔야 할 테니 그런 계획이시라면 개발전문 파트너를 구하는 게 좋습니다.”

“공감합니다.”

“샘플이 있나요?”

류수완이 묻자 진경태가 몇 가지 샘플약을 건네주었다. 류수완은 하나하나 세심하게 맛을 보았다.

“이거 장침으로 약침 시험도 거친 건가요?”

“그렇습니다.”

“장비를 보아하니 신약개발은 가능할 수준이고... 활성물질은 어느 정도나 확보하셨나요?”

“계속 진행 중입니다.”

“순수생약인가요?”

“맞습니다. 순수생약...”

“좋군요.”

류수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질문은 신약개발의 한 과정이었다. 그 과정은 윤도도 수십 번이나 숙지를 했다. 진경태하고 머리를 맞대는 것도 그런 문제였다.

신약!

21세기의 신약은 식물이나 광물이 대안으로 꼽혔다. 그렇기에 벤처기업도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생약과 식물의 성분에 대해 분자한의학적 방법의 규명이 끝나면 외국 다국적제약회사에 기술이전을 하는 게 다반사였다.

신약은 결국 완성품이 나와야만 엄청난 부가가치를 이루지만 벤처 수준에서 다국적제약회사 같은 세분화 시스템을 갖추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윤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약초에서 성분을 추출한 후에 분획을 하여 물질을 분리하고 활성검색을 거쳐 활성물질의 대량확보, 작용기전규명, 독성 안정성, 약제감수성검사 등의 실험을 지나 임상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그 사례가 소수에 불과하니 당장 제품화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류수완은 이미 신약개발을 해본 사람.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니 조언자로서 제격이라고 판단한 윤도였다. 물론 신뢰가 가장 큰 동기였다.

“채 선생님이 먼저 말해 주시니 의견을 드리기 편해졌네요. 팩트부터 말씀드리자면 이거 저하고 정식 개발계약하고 진행하시는 게 어떨까요?”

“사장님과요?”

“분리된 약용물질과 작용기전, 배합비까지만 안정되게 나온다면 그 전후의 과정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약재의 대량 확보와 약제감수성, 임상, 신약출시, 미국 특허출원까지 말이죠.”

“미국특허출원도요?”

“요즘은 그것부터 가는 개발팀도 많습니다. 특허 안 내고 있다가 뒤통수 맞으면 도로아미타불이거든요.”

“예...”

“대신 대우는 최고로 해드리겠습니다. 로얄티도 저희 회사 최고 로얄티의 2배를 책정해 드리고 기타 2차적인 수입에 대해서도 최고 대우를 계약서에 명기하겠습니다.”

“그렇게나요?”

“선생님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이런 인연도 없을 테니 한 번 믿고 맡겨보십시오.”

“사장님...”

“선생님 처음 볼 때 예감 같은 게 들더라고요. 아, 이 분은 나를 살려줄 거 같다... 그 예감이 지금도 뇌리를 빡세게 치고 갔습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테니 좋은 소스 생으면 계속 협력관계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저씨 생각은 어떠세요?”

윤도가 진경태의 의견을 물었다.

“제가 뭐 압니까? 원장님이 알아서 하시면 되지.”

“무슨 말씀이세요? 이건 아저씨없이는 못할 일이라고요.”

“두 분 사연은 잘 모르지만 저도 원장님 덕분에 새 인생 찾은 사람입니다. 여기서 대우 받는 것만 해도 만족하니까 그냥 까라면 까겠습니다.”

진경태는 기꺼이 동의를 했다.

“이거 오늘이 굉장한 행운의 날이군요. 장침 사정하러 왔다가 행운을 안고 가게 되다니... 회사에 돌아가서 계약서 작성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는 변호사 분 있으면 법률적 검토 하시면 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건 토씨 하나라도 다 고쳐드리죠.”

“알겠습니다.”

“어이쿠, 이거 오늘부터 또 잠 못 자게 생겼군요. 원장님 신약 기다리느라...”

류수완은 장침 네 방을 맞고 돌아갔다. 고무되기는 윤도도 마찬가지였다. 시작은 했지만 갈 길이 먼 신약개발. 빵빵한 제약회사가 파트너가 되어준다면 속도가 붙을 일이었다. 정나현이 퇴근하자 윤도가 약제실로 돌아왔다.

“그 사장님 갔습니까?”

진경태가 물었다.

“예.”

“저런 분은 또 어떻게 아셨대요?”

“연수 받던 병원에서 만났습니다. 폐암을 좀 호전 시켜드렸지요.”

“헐, 대박.”

“인상 어떠세요? 아저씨가 관상 좀 보신다고 했잖아요?”

“사람이 진솔하네요. 원장님 벗겨먹을 사람은 아닌 거 같습니다.”

“언제 한 번 뵙고 상의 좀 드리려고 했는데 마침 찾아와주셨네요.”

“원장님이 인술을 펼치고 다니니까 좋은 인연이 많아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우리 몫은 제대로 해야죠. 그렇죠?”

“당연하죠.”

“일 잘 되면 아저씨 몫도 잘 챙겨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도와주세요.”

“저야 말로 영광입니다. 이 주제에 신약개발을 다 경험하다니...”

“신약 쪽 시간도 모자라는데 내일은 모르핀 2차전이에요.”

“아, 비슷한 중독 환자가 또 있다고 그랬죠?”

“오 이사님이라고 그쪽 회사대표랍니다.”

“그럼 일찍 가서 좀 쉬세요. 엊그제도 밤 새우시더니...”

진경태가 문을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원장실에 딸린 내실에서 두 밤이나 때운 윤도였다. 그 두 밤 다 약제실에서 약재분석에 몰입했다. 이 일도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다.

“내일 일을 모르니 시간 날 때 집중해야죠.”

윤도가 산해경에서 가져온 영약 ‘동거’를 집어들었다. 동거는 새다. 그 깃털과 콩팥, 내장이 약으로 쓰이기에 법제를 부탁했었다.

“역시 아저씨 손은 법제의 왕.”

윤도가 엄지를 세워주었다. 진경태의 법제는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첫 날 처방 보완한 결과는 어땠나요?”

“좋았습니다. 아이들 엄마들도 굉장히 만족해하던데 까페에 올라온 병원 후기 좀 보실래요?”

윤도가 노트북 화면을 열었다. 이제는 윤도의 광신도가 된 맘 까페 메인이 나왔다. 이 까페에서 윤도에게 다녀간 아토피와 천식 환자는 모두 22명이었다. 그 중 열다섯은 두 번만에 탕약으로 치료가 되었다. 나머지 일곱은 굉장한 호전. 그 환자들을 모델로 윤도의 치료제는 나날이 진화 중이었다.

여기서 진경태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는 약재 절편의 최적 두께를 알았다. 절편 좀 대략 썰면 어떻겠냐 할 수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한약은 적게는 몇 가지에서 많게는 30여 가지의 약재로 구성된다. 이때 각각의 약성물질이 최적으로 우러나도록 하는 게 절단의 목적이었다. 혹자는 말한다. 그럼 아예 싹 분말로 만들어서 달이면 순도 높은 성분을 얻을 것 아니냐고.

간단히 생각하면 그 말이 맞다. 그런데 왜 원하는 약효를 얻기가 힘든 걸까? 뭐에 좋은 약초라고 해서 먹어보면 큰 효과가 없다. 그게 바로 최적화 때문이다. 약초가 몸에 들어가 질환을 만났을 때 최상의 효과를 내는 데는 조건이 필요했다.

그러므로 수십 가지의 약재가 최적의 효과를 내려면 각각의 약초의 특성에 따른 절단이 필요했다. 그렇게 함으써 물질분리도 수월했고 유효 물질 또한 적정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다음이 법제였다. 약 기운을 폐로 집중하려면 꿀 법제가 필요했다. 비장은 생강법제, 신장은 소금법제가 따라야한다. 이런 방식을 무시하고 탕제를 만들면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진경태는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해 주었다. 그것 하나로도 윤도의 짐은 훌쩍 가벼워졌다. 거기에 더한 혈자리 약침. 윤도의 장침은 약초의 농도가 어느 포인트에서 최적화가 되는 지의 반응점을 찾아낸 것이다. 그리하여 최적의 약리작용에 차츰 다가서는 윤도였다. 그랬기에 류수완에게 조언을 구한 윤도였다.

윤도가 꿈꾸는 건 비슷한 재료로 버무린 또 하나의 유사제품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치료효과를 가진 치료제에 도전하는 것이다.

일침즉쾌.

윤도의 장침처럼 명쾌한 치료제!

아토피와 알레르기 비염 치료제가 목표였다. 어린 아이들, 아토피와 알레르기 비염의 저주는 겪어본 부모만이 심정을 안다.

차분한 마음으로 기존의 한방치료제와 더불어 아토피와 알레르기 비염에 도움이 될 약재들을 재점검했다.

-가려움증에 효과가 좋은 개구리밥 수평.

-여러 피부질환에 좋은 법제된 송진.

-각종 피부병에 좋은 배나무 껍질.

-알레르기에 좋은 야생 다래.

-코의 염증에 탁월한 유근피.

-피부에 윤기를 더하고 몸을 보하는 해송자.

-기침을 멎게 하고 신장을 튼튼하게 하는 지모.

-피부와 비장에 좋은 진피.

-기의 불균형을 잡아 원기를 회복 시키고 상체에 작용하는 강활 등등...

中中.

中上.

윤도의 자동분석기는 쉴 틈도 없었다. 진경태의 안목은 역시 대단했다. 야구로 치면 기본이 2루타였다. 윤도는 이 2루타를 등에 업고 달렸다. 쉬지 않아도 힘들지 않았다.

치료제 개발. 이제는 개봉박두를 꿈꿀 수 있었다.

은혈(隱穴)을 잡아라-1

은혈(隱穴)을 잡아라 1

토요일 오전.

윤도는 침구실에 있었다. 막내 간호사 승주만 출근 시킨 주말. 특별한 환자 다섯 팀을 살폈다. 맘 까페의 아토피 피부염과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이었다. 말하자면 저격 특진이었다. 이들 중 두 아이는 부모들이 귀농하려고 계획까지 세운 처지였다.

윤도로서는 어차피 출근해야 할 날이었다. 오라개발 오 이사의 진료 때문이었다. 그 진료는 오전 11시 경에 TS전자 의무실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남는 시간 활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새로 활성농도를 조절한 약제의 효과도 궁금한 윤도였다.

첫 아이는 세 살 난 남자였다. 보기도 선명한 아토피에 기침까지 달고 왔다. 콧물도 줄줄 흘렀다. 그래도 아토피가 시작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비염도 그랬다. 풍문혈에 단 한 대의 장침을 놓았다. 약침이었다. 그 혈자리에서 폐수혈을 조절해 기침을 잡았다.

약침의 반응을 예의주시한 다음에 발침을 했다. 아이의 상태에 맞는 처방을 냈다. 이 아이에게는 침보다 탕제치료에 중점을 두었다.

두 번째 환자는 네 살 날 쌍둥이이었다.

마흔 다섯에 시험관 아기로 낳은 이란성이었다. 부모들에게는 목숨보다 귀한 아이들이었다. 두 돌이 지나면서 피부가 나빠졌다. 우유에 체한 후였다. 시간이 지나면 나으려니 하고 넘겼다. 하지만 그건 아이들이 들어선 지옥문의 첫 번째 날에 불과했다.

네 살 아이들...

가려우면 긁었다. 손에 장갑을 끼워놓아도 별 수 없었다. 밤이 지나 아침이 오면 온몸이 진물 범벅이었다. 가려우면 뒹굴기도 했다. 덕분에 침대에서 떨어진 것도 몇 번이었다. 온갖 병원을 오가며 처방을 받았다. 자연식품에 유기농만 먹이고 집안 가구도 전부 원목으로 바꾸었다. 그래도 낫지 않았다. 약과 주사는 그때 뿐이었다. 2-3일 호전되나 싶으면 다시 진물 투성이로 돌아가는 것이다.

“엄마, 가려워.”

아이가 몸을 비틀면 엄마 피가 바짝 말라갔다.

아토피 피부염.

비염, 천식과 떼어서 생각하기 어려운 질환이었다. 이 세 가지 질환은 알레르기 사슬로 연결되어 동시에 발생할 확률이 높았다. 실제로 소아천식환자의 절반 이상이 아토피 피부염을 앓은 병력이 있고 비염환자의 상당수 역시 천식을 앓은 병력이 있다고 나온다.

이런 경우의 질환은 아토피 피부염-천식-알레르기성 비염의 순서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상태에 따라 비장과 신장 치료를 병행하는 게 좋았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비염과 천식 등은 폐질환 같은데 왜 비장이나 신장이 거론되는 걸까? 실제 코가 폐에 속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때의 코질환은 양상이 다르다. 그렇기에 축농증이나 알레르기 비염은 근육의 병으로 보아, 몸의 근육은 비장이 주관한다는 이론에 따라 신장과 비장으로 근원을 잡는 게 좋았다.

쌍둥이라서 질환까지 닮은 꼴일까? 두 아이는 신장과 비장의 부조화까지도 비슷했다. 별 수 없이 원인치료부터 선행했다. 신수혈에 침을 넣고 명문혈에도 넣었다. 둘 다 뜸과 같은 화침이었다. 신장은 차갑다. 그렇기에 뜨거운 화침이 더 효과적이었다.

장침은 차곡차곡 들어갔다. 무릎 위의 혈해혈에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엄지발가락으로 내려가 비장의 경락을 깨웠다. 비장의 원혈로 불리는 태백혈 역시 빼놓지 않았다.

그렇다고 혈자리마다 약침은 아니었다. 신수혈과 혈해혈에서 감을 잡았으니 더는 필요가 없었다. 윤도는 그 농도와 자침 깊이를 따져 약제의 적정활성농도를 찾았고 그것을 탕제 처방의 기본으로 삼았다.

치료가 끝나자 쌍둥이는 더 이상 몸을 꼬지 않았다. 피부 속에 살던 가려움증의 괴물이 사라진 것이다.

“여보, 애들 좀 봐요.”

엄마가 남편을 불렀다.

“영우야, 미우야, 너희들 안 가려워?”

엄마가 쌍둥이를 보며 물었다.

“침 맞았더니 시원해. 안 가려워.”

쌍둥이가 나란히 고개를 저었다.

“이야, 진짜 명의시네. 솔직히 여기도 고액의 탕제나 권하려나 했는데...”

남편도 좋아 어쩔 줄을 몰랐다.

“선생님, 우리 애들 치료 되는 건가요?”

엄마가 윤도를 바라보았다.

“가능합니다. 약 빼먹지 말고 먹이시고요 식품이나 환경 같은 건 계속 신경 써주세요.”

“여보, 우리 어쩌면 시골로 안 가도 되겠어.”

엄마의 시선이 남편에게 돌아갔다.

“애들만 안 아프다면야... 사장님께 전화해야겠네. 며칠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그러세요. 시골 가도 일자리 때문에 걱정이었는데...”

엄마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안녕히 계세요. 원장님!”

꼬마 환자들이 나란히 한 줄로 서서 배꼽 인사를 해왔다. 인사는 보람이 되어 윤도 마음에 쌓였다.

10시 30분.

또 다른 모르핀 중독자 오 이사 진료를 나갈 시간이었다. 윤도가 침통을 챙기려는 순간이었다. 문득 손에서 미끄러지더니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탱!

소리와 함께 침이 쏟아져 엉망이 되었다.

‘뭐야?’

윤도의 신경이 살짝 곤두셨다. 불길한 예감이었다.

**

빵빵빵!

도로가 소란했다. 교통사고였다. 옆으로 나란히 달리던 차량. 괜한 경적으로 시비를 걸더니 앞차가 멈추가 그대로 직격하고 말았다.

한의사 된 마음에 잠시 현장에 멈췄다. 저만치 폭주해오는 119 구급대가 보였다. 구조대원이 운전자를 끌어냈다.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았다.

문득 조수석을 바라보았다. 언산 용액이 보였다. 미량이다. 혹시나 해서 산해경으로 갔지만 꽃은 거의 피지 않았다. 그래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극미량이지만 영약이 있었고 거기에 더해 정 대리를 치료한 노하우도 있는 까닭이었다.

멀리 TS전자 본사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

입구에 선 사람을 보고 놀랐다. 김 전무였다. 그가 오라개발의 엄 부장, 부하직원 둘과 함께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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