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277화 (277/281)

277. 옥탑방 옥상으로

경기도 외딴곳에 있는 펜션에 박서윤이 납치됐다가 구출됐다. 충청도 펜션에는 구하니, 남미연이 납치됐다가 역시 구출됐다.

두 사건의 주범은 곽덕구, 천호균, 사까이다. 그 사건들은 납치된 장소만 달랐지 결국은 같은 사건이다.

두 지역의 관할 경찰이 수사한 정보는 수시로 공유되었다. 경기도 펜션에서 납치됐던 사람이 스래곤 비서실장 박서윤이라는 것도 충청도 경찰에게 알려졌다.

구하니와 남미연은 범인이 아니라 피해자다. 그런데 경기도 펜션에서 일이 워낙 크게 터지는 바람에 충청도에서도 참고인 조사를 좀 길게 받았다.

형사가 남미연에게 물었다.

“혹시 두 분을 구해준 사람이 선우현 씨입니까?”

남미연은 형사가 사다 준 커피를 마시면서 물었다.

“누구요?”

“스래곤 사장 선우현 씨 말입니다.”

충청도 펜션에서 두 사람을 구해준 건 선우현이 아니라 김수선이다.

남미연이 씩 웃으며 물었다.

“어머어. 왜 그렇게 생각해요?”

형사가 설명했다.

“경기도 펜션에서 스래곤 비서실장 박서윤 씨가 납치됐다가 구출됐습니다.”

남미연도 그 이야기는 이미 들었다.

“구출돼서 참 다행이죠. 착한 사람인데요.”

“아는 사이신가 보죠?”

“제가 아는 유명인이 워낙 많아서요.”

“그곳에서 천호균이 잡혔습니다. 천호균은 이쪽에서 체포된 사까이와 같이 수배된 인물입니다.”

“그러니까 형사님은, 스래곤 사장이 그쪽에도 나타나서 박서윤 씨를 구출하고, 여기도 와서 우리를 구출했다? 뭐 그런 이야기인가요?”

“물론 두 곳 다 선우현 사장이 해결했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남미연이 형사의 말을 끊으며 손을 흔들었다.

“에이. 스래곤 사장이 설마 인질 구출까지 하겠어요? 회사 운영하고 기술 연구하느라 바쁠 텐데.”

형사가 노트북으로 사건 기록을 확인하며 말했다.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입니다. 저도 압니다. 하지만 선우현 사장은 그 상황에서 사람을 구출할 능력이 있잖습니까?”

“아. 능력이 있으니까 범인일 것이다?”

남미연이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 영화계에는 어마어마한 실력의 무술감독이 있어요. 저랑 같이 영화를 한 적은 없는데, 소문으로는 총알도 피한대요. 그분이 왔으면 용병 몇 놈쯤은 쓸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겠죠.”

그녀가 형사에게 물었다.

“그럼 그 감독님도 용의자이겠네요?”

“아니, 그 무술감독님이 왜 굳이 이 사건에….”

남미연이 몸을 앞으로 숙였다.

“내 말이 그 말이에요. 스래곤 사장님이 왜 굳이 직접 싸워요? 그냥 경찰에 신고하면 되는데.”

형사는 반박할 말이 없었다.

대성차 같은 대기업이나 외국 회사들이 스래곤의 연료전지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는 기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잘나가는 회사의 사장이 직접 싸우러 가는 모습은 상상하기 쉽지 않았다.

형사가 물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 분이 왜 그러셨을까요?”

“구하러 안 오셨다니까요?”

◈          ◈          ◈

구하니에게도 다른 형사가 붙어서 비슷한 질문을 했다.

구하니가 도로 물었다.

“그러니까 형사님 말씀은, 스래곤 사장 선우현 씨가 경기도 펜션에도 나타나고, 우리가 갇혀 있던 충청도 펜션에도 나타났다는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닙니다. 경기도에서 체포된 청부업자 중에, 곽덕구의 휴대폰에서 여자 목소리를 들었다는 놈이 있습니다.”

“아아. 그거.”

“네. 그거.”

“그거 남미연 씨예요.”

“네?”

“남미연 씨가 연기한 거예요.”

◈          ◈          ◈

남미연이 말했다.

“그거 내가 연기한 거예요. 나와보니까 납치범들은 다 쓸려나갔는데, 사까이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오잖아요. 그래서 두목이 당황하라고 다른 사람인 척 속였어요.”

형사가 물었다.

“하지만 스피커폰 통화를 들은 청부업자의 말로는….”

“어머. 나 남미연이에요. 내가 칸에만 못 가봤지, 어디 가서 연기력을 의심받는 사람은 아닌데요?”

“물론이죠. 연기파이신 거 저도 잘 압니다.”

“그런데 청부업자 따위를 속이는 연기 하나 못 하겠어요?”

“그렇기도 하네요.”

남미연이 물었다.

“그럼 이제 그 이야기도 원점인 거죠? 형사님 이야기대로면 선우현 씨가 경기도 펜션과 충청도 펜션에 동시에 나타나야 하네요?”

“어…. 그렇긴 합니다만….”

그녀가 피식 웃었다.

“어떻게요? 순간이동이라도 하나? 텔레포터? 와. 선우현 사장님. 초능력자셨네.”

“아니, 그게 아니라….”

형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남미연 씨는 아는 게 없다고 보고하겠습니다.”

◈          ◈          ◈

박서윤도 참고인 조사는 받았다.

경기도 펜션에는 그녀 혼자 납치됐던 데다가 사건 규모도 충청도보다 훨씬 더 컸다. 그래서 대충 넘길 수가 없었다.

박서윤을 지원하기 위해 변호사가 두 명 와 있었다.

선우현이 예전에 적을 때려잡았을 때는 길성이나 JHC 테크에서 변호사를 섭외해 사건 해결을 지원했다.

그 두 변호사가 이번에는 박서윤을 위해 경찰서로 왔다. 그들은 선우현이 과거에 인질을 어떻게 구출했는지 안다. 선우현을 위해 둘이서 같이 일한 적도 있었다.

변호사들이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이번에도 역시 전처럼 그런 거겠죠?”

“우리가 이런 일을 처음 보는 건 아니잖습니까? 이번에는 사건 규모가 훨씬 크긴 하지만, 맞겠죠.”

“그럼 이쪽은 그렇다고 치고, 충청도 쪽은 어떻게 된 걸까요?”

“모르죠. 뭘 예상하든 그것보다 더 크게 터트리는 분이라서.”

“그것도 이런 사건만이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에서도요. 그분이 스래곤 사장이 되실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변호사가 주변을 슬쩍 본 후에 자랑했다.

“저는 요즘 자랑을 가끔 합니다. 과학기술의 천재인 스래곤 사장님하고 아는 사이라고.”

“저도 그런데요. 같이 밥도 먹었다고 자랑했습니다.”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가 다시 참고인 조사가 시작됐다.

형사가 새로 받아온 사진을 박서윤에게 보여주었다.

“이건 충청도 사건에서 발견된 엽총입니다. 보시다시피 중간이 깔끔하게 잘려있습니다.”

박서윤이 사진을 보며 말했다.

“그러네요.”

“마치 공장에서 절단기로 자른 것 같지요? 그런데 이거, 현장에서 잘린 겁니다.”

“그렇게 주장한 사람이 있겠군요. 누구죠?”

“사까이가 봤다더군요.”

“그건 범인의 주장일 뿐이죠.”

“예?”

“이걸 왜 보여주신 건가요?”

형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 휴대용 장비를 스래곤이라면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우리 회사는 이런 건 개발하지 않았어요.”

“아. 그렇….”

박서윤은 나중에 해명하기 쉽게 하려고 미리 단서를 달았다.

“물론 나중에라도 이런 기능을 가진 제품이 우리 회사에서 나올 수는 있겠죠. 그런데 그건 우연이에요.”

“우연…인가요?”

“네. 우연이에요.”

◈          ◈          ◈

사건의 규모가 워낙 크고 대중의 관심도 집중됐다. 그래서 경기도와 충청도의 관할구역 경찰서장이 직접 사건 수사를 챙겼다.

충청도 관할구역 경찰서장이 물었다.

“그러니까 의심은 가는데 증거가 없다?”

형사팀장이 대답했다.

“예. 전문가에게 물어봤는데, 엽총을 그렇게 깔끔하게 자르는 장비가 있긴 있답니다.”

“그럼 그걸 썼나 보군.”

“아닙니다.”

“응?”

“그런 장비는 크기가 커서 공장에나 있답니다. 휴대용 장비로 순식간에 이렇게 자르는 건 말이 안 된답니다.”

“사까이는 상대의 손에서 나온 뭔가가 순식간에 총을 잘랐다고 말했다며?”

“예. 확실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사까이가 거짓말하는 건가?”

“그런데 스래곤이라면 그런 특수 장비를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요? 거긴 신기술을 만들어내는 회사잖습니까?”

“그래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

형사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습니다.”

“겨우 그런 이유로 영장이 나올지 모르겠다만, 어쨌든 압수수색을 했다고 치자.”

서장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런데 설사 스래곤이 그런 장비를 개발했다고 쳐도 누가 사용했는지 어떻게 알 건데?”

“장비 불출 대장 같은 게 있으면….”

“그런 게 없으면? 범인을 특정할 증거는 안 나왔는데 기술유출 이슈라도 터지면, 감당할 수 있겠냐?”

형사팀장이 정색했다.

“아뇨.”

“너 나랑 장난하냐?”

“방법이 그것뿐이지만 꼭 하자는 건 아닙니다.”

서장이 얼굴을 더 구겼다.

“이 새끼가 나한테 총대를 넘기네?”

“서장님께서 결정만 해주십시오.”

서장이 잠시 고민했다.

“압수수색은 신청도 하지 마. 이거 해봤자 답도 없고 잘못하면 욕은 우리가 다 먹는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수사는 어떻게….”

“피해자들이 전부 유명인이잖아. 설마 피해자들에게 험한 소리를 한 놈이 있는 거 아니지?”

“설마 그런 멍청한 놈이 있겠습니까? 우리 애들도 똥오줌은 가릴 줄 압니다.”

“예의 갖춰서 잘 조사하고 보내드려. 대신에 체포한 놈들을 철저히 쥐어짜.”

“넷 중에 셋은 중상이라 병원에….”

“사까이라도 쥐어짜.”

◈          ◈          ◈

선우현은 차를 몰고 옥탑방 건물로 가는 중이었다. 중간에 한적한 길가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도 하나씩 먹었다.

김수선이 컵라면을 먹으며 감탄했다.

“국물이, 국물이 끝내줍니다.”

“나도 처음 먹었을 땐 깜짝 놀랐다. 정말 끝내주더라.”

“그런데 선장님.”

“왜?”

“엠투는 어디 있죠?”

“아차!”

◈          ◈          ◈

엠투는 경기도 펜션에서 박서윤과 함께 있다가 경찰이 도착하는 걸 확인하고 산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아무도 엠투를 찾으러 오지 않았다. 엠투가 산꼭대기에서 하늘을 보며 길게 짖었다.

“아우우우!”

◈          ◈          ◈

선우현이 차를 경기도 쪽으로 돌렸다. 그렇다고 펜션으로 직접 간 건 아니다. 펜션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는 산으로 향했다.

선우현이 차에서 내렸다. 산에서 엠투가 뛰어서 달려왔다. 뛰는 속도가 거의 나는 것 같았다.

선우현의 앞에 도착한 엠투가 낮은 소리를 냈다.

“크르르.”

“데리러 왔잖아.”

“멍!”

“조금 늦은 건 수선이가 라면 먹자고 해서야.”

“크와앙!”

김수선이 엠투에게 말했다.

“넌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볼까? 오랜만에 만났는데 반가운 척이라도 해봐.”

“크와아앙!”

“너 지상에 투입되기 전에 나 보고 내려갔잖아. 내가 창고에 있던 너를 깨웠으니까. 너 지상에 있을 때 통신기가 고장 나기 전까지는 같이 일도 많이 했잖아.”

김수선이 플라즈마 커터를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나를 까먹었다고 하면 확 배를….”

엠투가 얼른 꼬리를 흔들었다.

“헥헥.”

“그래. 잘했어.”

◈          ◈          ◈

선우현이 운전하는 차가 옥탑방 건물에 도착했다. 한 번에 주차장에 들어가지 않고 그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주변에 목격자나 감시하는 놈이 있는지 확인을 못 하니까 불편하네.”

“선장님. 이제야 제 소중함을 아시겠습니까?”

“알지. 그런데 이제 네가 지상에 내려왔네? 소중한 관측 카메라는 저 위에 있고?”

“제가 장비 몇 개 가져온 건 아시죠? 선장님의 팔찌형 통신기를 통해 선체의 관측 카메라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장비도 가져왔습니다.”

“수선아. 난 네가 항상 소중했어. 알지?”

“뻥 치지 마시죠.”

“알았어.”

그들은 차에서 내렸다. 트렁크에 넣어둔 장비도 꺼냈다.

엠투가 짧게 짖었다.

“멍.”

“뭔데?”

나사 직원 조세핀이 지나가다가 선우현을 발견했다.

“앗! 선우현 씨!”

“야. 엠투. 빨리 말했어야지.”

“멍?”

조세핀이 다가오며 인사했다.

“어디 갔다 오시나 봐요?”

“아는 동생 데리러 잠깐 나갔다 왔습니다.”

조세핀이 김수선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우주복은 옷에 가려져서 옷깃 주변에 살짝 보이는 것 외에는 노출되지 않았다.

“네? 아. 그런데 누구….”

“김수선이라고….”

조세핀이 손뼉을 쳤다.

“어머! 유명한 분하고 이름이 같으시군요.”

“유명하다니요?”

“얼굴 없는 가수 김수선!”

김수선이 자기 얼굴을 가리켰다.

“나 얼굴 있는데.”

조세핀은 멈칫했다.

“네? 아니, 제가 말한 건…. 어? 설마?”

“아니에요.”

“아니죠. 호호호. 이름이 같아서 이런 농담 많이 들어보셨나 보다.”

조세핀이 인사했다.

“진짜 반가워요! 조세핀이에요.”

“그러네요. 직접 만난 건 처음이니까요.”

“네?”

“아니에요.”

조세핀이 눈이 김수선이 들고 있는 장비들로 향했다. 그 장비들은 나무 넝쿨이 아니라 트렁크에 있던 마트 대형 쇼핑백에 담겨 있었다.

“그건 뭐예요?”

지원위성에서 가져온 탐사대 장비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건….”

선우현이 끼어들었다.

“그냥 이것저것 만들어본 겁니다.”

“그러시구나.”

선우현이 김수선이 또 실수하지 않게 하려고 말했다.

“우리가 좀 바빠서.”

“아. 저도 산책하던 중이에요. 들어가서 일 보세요. 김수선 씨. 다음에 같이 밥이라도 먹어요. 저도 이 동네에 살거든요.”

“밥…. 좋죠!”

조세핀이 지나간 후에 선우현이 말했다.

“쟤 나사 직원이다.”

“압니다. 조세핀은 선장님보다 제가 더 많이 지켜봤습니다.”

“말 많이 섞어서 네 정체를 눈치채면 어쩌려고? 너 지금 점퍼 속에 우주복 입고 있잖아. 옷깃 사이로 살짝 보여.”

“지상의 사람이 설마 이걸 알아볼까요?”

“나사에는 네 우주복을 실제로 본 사람이 있잖아.”

“토마스는 한국에 없으니까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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