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274화 (274/281)

274. 밥 약속

선우현이 말했다.

“덕구야. 놀랐냐?”

망해버린 덕구파 두목 곽덕구가 악에 받쳐 소리를 질렀다.

“이 새끼. 그럼 네가… 7번이랑 내통했단 말이냐!”

“응?”

곽덕구가 준비한 충청도 거점은 이미 날아갔다. 경기도 거점은 함정을 파기도 전에 선우현이 쳐들어왔다.

곽덕구는 내부에 정보를 팔아먹은 배신자가 있어서 그의 계획이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7번 그 새끼가 배신자였어!”

거점을 알아낸 건 7번이 아니라 지원위성에서 지상을 관측한 김수선이다. 청부업자 7번은 모르는 사이다.

“어. 그래. 7번이 우리 편이다. 몰랐지?”

“이 새끼….”

“어린 놈의 새끼가 왜 나를 새끼라고 부를까?”

곽덕구가 눈알을 굴렸다.

‘저 산탄총. 지금쯤이면 총알이 떨어졌을 텐데?’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믿는 게 더 있었다.

‘내 방탄 장비는 풀옵션이야!’

곽덕구가 갑자기 옆으로 뛰었다. 그러면서 권총을 위로 들어 선우현을 쏘려고 했다.

선우현은 제자리에서 산탄총 총구만 움직였다. 총구가 곽덕구를 쫓아갔다. 선우현이 방아쇠를 당겼다. 사격 반동은 팔의 힘으로 눌렀다.

장약이 폭발했다. 탄피에 들어 있던 작은 탄환 몇 개가 총신을 통과해 정면으로 쏟아졌다. 거리가 가까워 탄환들은 거의 퍼지지 않았다.

모든 탄환이 곽덕구의 상체를 때렸다.

“컥!”

곽덕구가 짦은 신음을 뱉었다. 상체도 충격으로 휘청였다.

하지만 관통된 건 없었다. 고레벨 방탄조끼가 산탄을 막았다.

곽덕구는 총에 맞으면서도 권총을 들어 올려 방아쇠를 당겼다. 총탄이 정면으로 날아갔다.

권총탄이 날아가 나무에 박혔다. 선우현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곽덕구가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며 기대했다.

‘방금 그게 저 산탄총의 마지막 한 발이었을 수도 있….’

선우현이 옆으로 이동하며 방아쇠를 다시 당겼다. 작은 탄환들이 다시 총구를 벗어났다. 이번에는 각도가 좀 높았다.

작은 금속 탄환들이 곽덕구의 방탄헬멧 앞부분을 때렸다.

곽덕구의 방탄헬멧 앞에는 아주 두꺼운 투명 방탄 바이저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투명 바이저에 산탄 절반이 박혔다. 나머지는 방탄헬멧 위쪽을 때렸다.

이번에도 작은 탄환들은 바이저나 방탄헬멧을 뚫지는 못했다.

대신에 곽덕구의 머리가 피격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덜컥 젖혀졌다.

“컥!”

곽덕구의 몸도 뒤로 나자빠졌다.

선우현이 곽덕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헬멧 좋은 거 쓰네.”

곽덕구는 머리에 충격을 너무 크게 받아서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투명 방탄 바이저에 작은 금속 탄환들이 박혀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방어구가 워낙 성능이 좋고 목 보호대까지 있어서 기절은 하지 않았다. 그는 뒤로 나자빠진 상태에서 선우현이 있던 방향으로 권총을 들고 방아쇠를 연달아 당겼다.

“으아아아!”

곽덕구는 반자동권총을 사용했다. 탄창 가득 들어 있던 총탄이 흩뿌려지듯이 날아갔다.

그 총탄이 날아간 방향은 펜션 반대편, 지금 청부업자들끼리 서로 총을 쏴대는 산이었다.

청부업자들이 산에서 싸우며 욕을 했다.

“내 쪽으로 총알이 날아왔다!”

“나도 맞을 뻔했어! 한 새끼가 아닌 거 같다!”

“씨발! 이야기가 다르잖아!”

“갈겨!”

청부업자들이 서로를 쏘는 총소리가 더 격렬해졌다.

곽덕구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선우현이 눈먼 총탄에 맞기만 바라며 권총을 난사했다.

갑자기 권총의 장전 슬라이드가 뒤로 젖혀진 채로 고정됐다. 방아쇠를 당겨봐도 나가는 게 없었다.

탄창이 텅 비었다.

곽덕구는 권총을 난사하는 동안 충격에서 조금 벗어났다. 그는 앞이 전혀 안 보이게 된 방탄헬멧을 벗고 몸을 일으켰다.

그의 앞쪽에는 서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해치웠….”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꿈이 크구나.”

곽덕구가 반사적으로 오른팔을 옆으로 휘둘렀다. 그는 원래 칼잡이다. 탄창이 비어버린 권총을 단검 대신 사용했다.

선우현이 곽덕구의 팔을 툭 쳤다. 그 충격으로 손이 풀렸다. 권총이 손에서 빠져 날아갔다.

곽덕구가 왼손으로 단검을 뽑았다. 그는 허리를 회전하며 단검을 선우현을 향해 내지르려 했다.

선우현이 그 왼손을 덥석 잡아 상대를 향해 꺾었다.

곽덕구가 팔에 힘을 주고 버티려고 했다.

“이익!”

소용없었다. 힘의 차이가 너무 컸다.

단검이 곽덕구의 어깨에 푹 꽂혔다. 그 부분에는 방탄조끼가 없었다.

곽덕구가 비명을 질렀다.

“끄아악!”

선우현이 꺾어버린 팔에서 손을 떼면서 말했다.

“실력은 7번이 낫네.”

“이 새끼….”

선우현이 곽덕구를 걷어찼다. 곽덕구가 뒤로 날아가 방금까지 숨어있던 바위에 처박혔다.

“컥!”

“이 새끼가 자꾸 욕이네?”

선우현이 산탄총을 꺾었다. 탄피가 튀어나왔다.

곽덕구은 선우현에게 탄약이 남아 있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선우현이 처음 청부업자를 잡고 챙긴 탄약은 이미 다 썼다.

그런데 그가 잡은 다른 청부업자 중에 호환되는 산탄총 탄약을 가진 놈이 있었다. 그걸 좀 챙겼다.

그 탄약도 다 써서 이제 딱 한 발이 남아 있었다.

그가 마지막 실탄을 약실에 꽂은 후에 산탄총을 도로 폈다.

“너는 선을 너무 많이 넘었다.”

곽덕구가 바위에 처박힌 채로 말했다.

“씨발. 선우현. 설마 스래곤 사장이 나를 죽이지는 않겠지? 너의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지키려면….”

“너는 오늘 여기서 몇 놈이나 죽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곽덕구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청부업자들은 지금도 자기들끼리 총을 쏴대고 있다. 그놈들이 그렇게 된 건, 선우현이 먼저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며 청부업자들을 쐈기 때문이다.

곽덕구의 턱이 떨렸다.

“그, 그래도 설마 스래곤 사장이….”

선우현이 말했다.

“곽덕구. 넌 어차피 사형이야. 네가 직접 죽인 사람, 네가 죽이라고 시킨 사람. 많잖아. 그냥 여기서 죽어라.”

박서윤이 다가왔다. 그녀가 제안했다.

“목격자를 없애려면 오늘 이곳에 있는 놈들을 모두 죽여서 묻어야 해요. 서두르면 한 놈도 놓치지 않고 다 잡을 수 있어요.”

박서윤의 표정은 차가웠고 목소리는 냉정했다.

곽덕구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손을 덜덜 떨었다. 이대로 가면 확실히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덕구파 두목이 되고 가진 게 많아질수록 목숨에 대한 미련도 많아졌다. 더 많은 것을 빼앗기 위해 권력에 줄을 댔고, 살인을 저질러서라도 그 자리를 유지했다. 배신이 두려워서 청부업자들에게 무전기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곽덕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 살려줘.”

박서윤이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네가 살면 사장님이 다쳐. 넌 그냥 죽어.”

“나, 나한테 금괴가 많아!”

“돈은 사장님이 훨씬 더 많아.”

곽덕구가 눈알을 굴렸다. 돈으로는 협상이 불가능했다. 다른 가치 있는 게 필요했다.

곽덕구가 다급히 말했다.

“장부! 장부가 있다!”

박서윤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사장님은 경찰이 아니지만…. 그 장부가 있으면 사업에 도움이 많이 되겠지?”

곽덕구은 박서윤의 표정을 보고 그녀가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맞아! 사업을 하려면 그 장부가 도움이 많이 될 거야! 내가 그걸 넘겨줄 테니까….”

박서윤이 곽덕구의 말을 끊었다.

“장부는 어디에 있는데?”

“그건 나를 살려줘야, 내가 넘겨줄….”

박서윤이 곽덕구의 이마에 반자동권총을 겨누었다.

“장부가 있다는 증거 정도는 있어야 너를 살려주지. 증거를 내놔.”

“그….”

“내놓을 수 없으면 죽어라.”

박서윤이 방아쇠를 천천히 당겼다.

곽덕구는 그녀의 얼굴에서 사람 하나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이는 킬러의 모습을 보았다.

곽덕구가 황급히 외쳤다.

“내 아지트에 있다! 그 위치는 나만 안단 말이다! 내가 살아야 장부를 줄 수 있다!”

“네 아지트라면…. 아래로 굴러떨어진 저놈들도 알겠지?”

“뭐?”

박서윤이 방아쇠를 끝까지 당겼다. 공이가 약실을 때렸다.

곽덕구가 겁을 집어먹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하지만 총탄이 나가지는 않았다.

박서윤이 말했다.

“어머. 나 총알 다 썼지.”

이미 조금 전 전투에서 탄약을 모두 소모했다.

“뭐?”

그녀는 탄창이 비었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다. 반자동권총은 탄약을 다 소비하면 슬라이드가 뒤로 고정된다.

그녀는 조금 전에 권총 슬라이드를 앞으로 밀어 탄약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런 후에 그 권총으로 박덕구를 협박해 대답을 끌어냈다.

곽덕구가 욕을 했다.

“이년이 감히 나를 속….”

선우현이 곽덕구의 머리를 걷어찼다. 곽덕구가 옆으로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선우현이 말했다.

“서윤 씨. 장난 아니네요. 진짜로 죽이려는 줄 알았네.”

“경쟁 조직 두목에게서 정보를 캐내는 킬러의 모습을 연기한 거예요.”

선우현이 감탄했다.

“연기력은 진짜 타고났네요.”

“배우는 안 할 거예요.”

“나도 방송 출연은 안 할 거니까, 그건 우리 의견이 일치하는군요.”

박서윤이 활짝 웃었다.

“그러네요.”

엠투가 곽덕구의 부하 둘의 상태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박서윤이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적당한 휴대폰을 하나 찾아줄 테니까, 신고해요. 경찰 불러야지.”

“그러면 우현 씨는….”

“나는 공식적으로는 여기 왔던 적이 없습니다. 아까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고, 지금은 복면을 쓰고 있어서 내 얼굴을 본 놈은 없으니까.”

“곽덕구가 아까 우현 씨의 이름을 여러 번 외쳤어요.”

“그거야 곽덕구의 일방적인 주장인 거고.”

“사망자가 이렇게 많으면, 경찰도 덮어주기 어려울 거예요. 역시 다 묻어야….”

“죽은 놈은 없을 겁니다. 아마.”

“네?”

선우현이 산탄총을 흔들며 말했다.

“다들 싸구려라도 방탄조끼를 입고 있길래, 안 죽게 살살 쐈습니다.”

“총을 살살 쏘면 안 죽어요?”

“산탄이 팔다리나 어깨에 구멍은 좀 냈습니다. 그래도 몸통은 안 뚫렸으니까 병원에 보내면 목숨은 건질 겁니다.”

엠투가 작게 짖었다.

“멍?”

“아. 방탄조끼가 뚫린 놈도 있겠네. 그래도 뭐, 몸통이 관통되진 않았겠지.”

박서윤이 조금 밝아진 얼굴로 말했다.

“죽은 놈이 없으면요. 우현 씨가 개입한 증거가 나온다 해도 저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일로 처리할 수 있어요. 물론 증거가 없으면 그 단계까지 가지도 않을 테고요.”

선우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난 오늘 여기 온 적 없다니까요.”

박서윤이 물었다.

“그런데 하니 씨랑 미연 이모는요? 괜찮아요?”

“그쪽에는 수선이가 구하러 갔는데.”

박서윤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어머! 김수선 씨가 드디어….”

“공식적으로는 수선이도 그곳에 안 간 겁니다. 거기서 그렇게 입을 맞췄을 겁니다.”

◈          ◈          ◈

김수선이 구하니와 남미연에게 말했다.

“난 공식적으로는 여기 온 적 없어요. 물론 선우현 님도 저쪽에 간 적이 없고요.”

두 사람은 그런 상황을 이미 겪어봤다.

남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연기하면 돼요. 내 연기력이면 딱 잡아뗄 수 있어요. 하니 씨는….”

구하니는 배우가 아니라 가수다. 구하니가 말했다.

“선우현 씨 곁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저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연기하는 거, 많이 연습했어요. 잡아떼면 돼요.”

남미연이 구하니에게 제안했다.

“그럼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우리는 방안에 갇혀 있어서 아무것도 못 본 거로 하자.”

“그럼 방에서 나온 후에는요?”

“누가 문을 부숴주길래 나중에 나와봤더니, 그때는 우리를 구해준 사람이 이미 떠나고 없었다고 하면 되겠다.”

김수선이 손가락으로 남미연을 가리켰다.

“바로 그거예요. 말이 통하니까 좋네요. 역시 남미연. 내가 남미연 씨가 출연한 영화랑 드라마 참 좋아해요.”

“어머. 내 팬이에요? 사인 해줄까요?”

“난 여기 온 적 없다니까요.”

“아. 그렇죠.”

김수선이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럼 여기 왔던 적도 없는 나는 갑니다. 두 사람은 휴대폰으로 경찰에 신고해요.”

구하니가 급히 물었다.

“저기,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예요?”

“당연하죠. 일단 여기 왔으니까, 당분간은 머물 거예요.”

어차피 우주선을 구하지 못하면 지원위성으로 돌아갈 수 없다. 김수선이 말했다.

“내 신곡은 구하니 씨 녹음실에서 같이 녹음해요.”

구하니의 얼굴이 밝아졌다.

“네. 꼭 그렇게 해요. 제가 밥도 살게요. 우리 같이 밥 먹어요.”

김수선이 방긋 웃었다.

“밥….그건 정말….이곳에 온 보람이 느껴지는 제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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