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273화 (273/281)

273. 매복

특수부대 출신 청부업자 조정식이 군용 전투 나이프를 뽑았다. 익숙한 무기가 손에 착 감기자 자신감이 생겼다.

선우현은 재장전을 위해 산탄총 중간을 꺾은 상태였다.

조정식은 지금이 기회라고 판단했다.

‘저 새끼는 약실이 비었는데 나는 칼이 있다. 내가 유리해!’

조정식이 선우현을 향해 돌진했다. 움직임이 독사가 튀어나가는 것처럼 빨랐다. 단검이 선우현의 목을 노렸다.

‘총이든 칼이든 저 새끼 목만 따면 금괴 오십 개를 먹을 수 있어!’

선우현의 산탄총 약실이 비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산탄총의 총신은 단단한 쇠파이프로 만들어져 있다.

선우현이 산탄총을 옆으로 젖혀 총신으로 조정식의 단검을 걷어냈다. 단검을 쥔 손이 옆으로 확 젖혀졌다.

조정식이 짧은 신음을 흘렸다.

“큭!”

접혀있던 산탄총은 단검을 걷어낼 때의 반동으로 쭉 펴졌다. 약실은 아직 비어 있는 상태였다.

조정식은 오른팔이 바깥으로 젖혀질 때 허리를 옆으로 돌려 충격을 흘려보냈다. 그러면서 왼손으로 작은 단검을 뽑았다.

그는 오른팔은 뒤로 젖히며 왼팔을 옆에서 앞으로 크게 휘둘렀다. 두 팔이 좌우로 활짝 펴진 채로 허리가 회전했다. 작은 단검이 그의 손을 따라 큰 원을 그리며 선우현의 목을 다시 노렸다.

‘작은 칼은 미끼다.’

그 공격이 성공해도 좋지만, 처음부터 실패할 걸 예상하고 공격했다.

‘이걸 무리해서 막으면 그 틈에 오른쪽에서 다시 단검으로….’

선우현이 뒤로 몸을 젖히며 산탄총을 빙글 돌렸다. 작은 칼날은 닿지 않았다. 오히려 개머리판이 조정식의 턱을 향해 올라왔다.

“헉!”

조정식이 헛손질한 왼팔을 급히 접어 개머리판을 막았다.

왼팔 팔꿈치가 개머리판에 맞아 튕겨 나갔다. 턱을 맞는 것은 겨우 면했지만 왼팔이 꺾였다.

“끅!”

조정식이 짧은 신음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선우현이 조정식을 따라가며 산탄총을 거꾸로 들었다. 조정식이 오른손 단검을 앞으로 들었다.

선우현이 산탄총을 거꾸로 잡고 야구 배트처럼 휘둘렀다. 개머리판이 조정식의 상체를 노렸다.

조정식은 단검으로는 못 막는다는 걸 깨달았다. 급히 피하려고 몸을 뒤로 젖혔다.

소용없었다. 막으려다 포기하고 피하느라 회피 동작이 늘어났다. 그만큼 피하는 속도가 늦어졌다.

빠르게 날아간 개머리판이 조정식의 목과 얼굴을 후려쳤다.

“켁!”

조정식은 옆으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선우현이 산탄총을 다시 빙글 돌린 후에 중간을 툭 꺾었다. 그는 비어 있는 약실에 탄약 두 발을 넣으며 말했다.

“이놈은 군 출신인가 보네.”

- 좀 싸우나요?

“다른 놈들보다는 칼을 다루는 실력이 나은데, 어차피 거기서 거기더라.”

조정식은 조금 전에 산탄에 맞으면서 권총을 떨어뜨렸다. 선우현이 풀숲에 떨어진 권총을 찾아 왼손으로 집었다.

그런 후에 땅을 향해 권총 두 발을 발사했다.

총소리가 연달아 두 번 났다. 산탄총과는 소리가 좀 달랐다.

선우현이 소리를 질렀다.

“타깃을 내가 죽였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청부업자가 욕을 하며 허겁지겁 뛰어왔다.

“씨발. 내가 죽였어야 했는데! 비켜봐. 나도 한 발만 쏘…. 어?”

선우현이 청부업자를 보며 말했다.

“그냥 질러봤는데 속는 놈이 있네?”

“하, 함정….”

선우현이 뛰어온 청부업자를 향해 권총 두 발을 발사했다.

“케엑!”

청부업자가 고꾸라졌다.

선우현이 오른손에는 산탄총을, 왼손에는 권총을 들고 이동했다. 그가 가는 방향에 다른 청부업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곽덕구는 당황했다.

총소리가 계속 들리고 비명도 들렸다. 그건 전투가 끝나지 않았고 누군가 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선우현이 당했으면 전투가 계속될 리가 없다.

“젠장. 저 새끼는 왜 안 죽어?”

후회가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무전기도 살걸.”

그는 방탄조끼는 사들였어도 무전기는 준비하지 않았다.

곽덕구는 조폭 두목이지 총기를 사용한 전투의 전문가가 아니다. 이런 방식의 전투에서 통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게다가 그는 혼자만 명령을 내리길 원했다. 일이 시작된 후에 청부업자들끼리 무전기로 상황을 조율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청부업자들이 의견을 나누기 편해지면 누군가 무전으로 선동하기도 쉬워진다. 곽덕구는 무전기를 주면 청부업자들이 그의 금괴를 노리고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무전기는 장비에서 제외했다.

함정을 먼저 파고 선우현을 유인했다면, 무전기가 없어서 미리 지정된 위치에서 공격하게 할 수 있다. 그게 곽덕구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선우현이 먼저 쳐들어왔다. 함정을 파기도 전이었다.

뒤늦게라도 반격하려면 지휘 통신 체계가 필요한데 아무것도 없었다. 무전기가 없으니 서로 연락하려고 고함을 쳐댔다.

당연히 그 소리는 선우현에게도 들렸다. 적이 어디 있고 어디로 움직이는지 다 듣고 대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청부업자들은 하나씩 각개격파 당하는 중이다.

곽덕구는 슬슬 현실을 깨달았다.

“힘들게 모아놓은 청부업자의 반은 박살 난 것 같은데…. 아니, 더 당했나?”

덕구파는 망했지만 평소에 경호원으로 데리고 다니던 조직원 두 명은 남았다. 곽덕구는 그들에게 나중에 금괴를 주기로 약속했다.

부하들이 다가와 말했다.

“사장님. 우리가 밀리는 듯합니다.”

곽덕구는 덕구파 내부 호칭을 일반 회사처럼 만들었다. 곽덕구가 사장이고, 간부들은 부장이나 과장, 실장이라고 불렀다.

곽덕구가 이를 갈았다.

“괴물 새끼. 어떻게 혼자서 저 병력을 상대로 이길 수가 있지?”

“이제 어떻게 할까요?”

곽덕구가 산을 노려본 후에 결정했다.

“조용히 빠지자.”

“예?”

“일단 뒤로 빠졌다가, 청부업자들이 이기면 다시 돌아와야겠다.”

“만약 전멸하면….”

“인질만 데리고 여기를 빠져나갔다가, 다시 함정을 파야지.”

곽덕구는 박서윤이 아직도 천호균에게 붙잡혀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전투가 한창인 숲을 보며 말했다.

“어차피 손해는 착수금뿐이다. 청부업자는 금괴를 뿌리면 새로 모을 수 있으니까.”

부하들도 이미 기존 계획은 망했다고 생각하던 중이다. 그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곽덕구가 말했다.

“청부업자들이 모르게 조용히 빠져야 한다.”

그들은 뒤로 후퇴했다. 나무나 바위 같은 은폐물도 적극적으로 이용해 청부업자의 눈을 피했다.

부하가 후퇴하며 물었다.

“사장님. 그럼 저 청부업자들은….”

“살 놈은 살고 죽을 놈은 죽겠지.”

“살아남은 놈이 안 좋은 소문을 퍼트릴 수도 있습니다.”

“자기가 스래곤 사장을 죽이려고 했다는 소문? 그런 소문을 내면 그놈도 죽어.”

그렇다고 모두 입을 다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곽덕구가 말했다.

“한두 놈쯤은 술이나 약에 취하면 떠들 수도 있겠지. 그런데 어떻게 증명할 거지? 다들 얼굴을 가리고 모아놨으니까 저놈들은 서로 누군지 몰라. 맞장구쳐줄 놈이 없어.”

“사장님은 그런 것까지 예상하셨습니까?”

최악의 경우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계획이 완전히 망했을 때나 발생한다. 그는 망할 리가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망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한 것뿐이다.”

곽덕구가 펜션 쪽으로 이동하며 말했다.

“박서윤을 데리고 이곳을 탈출해서 다시 함정을 파야겠다. 다음에는 실패하지 않아. 배신자를 더 확실히 솎아낼 테니까.”

그는 이곳과 충청도 펜션의 위치를 노출한 배신자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정보 유출 경로는 아무리 궁리해도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음에는 선우현 저 새끼를 확실히 죽이고 한국을 떠….”

곽덕구가 총을 앞으로 겨누었다. 부하 두 놈도 얼른 권총을 들었다.

“뭔가 있다.”

“청부업자일 수도 있습니다.”

풀숲에서 하얀 개가 나왔다. 엠투였다.

“씨발. 놀랐네. 개새끼잖…. 어?”

곽덕구는 남미연을 납치하기 위해 사람을 시켜 그녀의 평소 동선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그렇게 확인한 정보 중에는 그녀가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진이 많았다.

“설마 남미연의 개? 그 개가 어떻게 여기….”

혼란스러웠지만 오래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씨발. 저 개새끼 죽여.”

그의 왼쪽에 있던 부하가 권총으로 엠투를 조준했다.

“제가 쏘겠습니다.”

곧바로 총소리가 들렸다. 부하가 쏜 게 아니었다.

총탄이 날아와 부하의 상체를 때렸다.

“컥!”

총에 맞은 놈이 비틀거렸다.

박서윤이 숲 사이에서 모습을 슬쩍 드러냈다. 그녀는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박서윤은 선우현을 지원하기 위해 뒤에서 접근했다. 그러다 탈출하는 셋을 발견했다.

그중에 곽덕구는 복면을 쓰고 있어도 알아볼 수 있었다. 튼튼한 방탄헬멧을 쓰고 두꺼운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엠투를 쏘려던 놈부터 쏘았다. 조준은 정확했다. 총탄은 부하의 몸통에 명중했다.

하지만 부상을 입히지는 못했다. 곽덕구의 부하들은 청부업자들보다 좋은 방탄조끼를 점퍼 속에 겹쳐 입고 있었다.

권총탄이 그 방탄조끼를 뚫지 못했다.

덕구파 조직원이 박서윤을 향해 권총을 조준하려고 했다.

“이년이….”

박서윤은 보고만 있지 않았다. 그녀가 침착한 자세로 세 놈을 향해 방아쇠를 연달아 당겼다.

아무리 방탄조끼를 입고 있어도 팔다리에 맞으면 총알이 박힌다. 머리에 맞으면 죽는다.

총탄이 쏟아지자 곽덕구와 조직원들은 급히 바위 같은 엄폐물을 찾아 뛰었다.

근처에 바위가 몇 개 있었다. 그들이 허겁지겁 바위 뒤에 숨었다.

곽덕구가 바위 뒤에서 옆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쏴! 쏘라고!”

다른 바위 뒤에 숨어있던 부하가 머리 위로 권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렇게 쏘면 권총의 반동을 제대로 제어할 수 없다. 총탄이 하늘로 날아갔다.

곽덕구가 부하를 향해 권총을 겨누며 외쳤다.

“이 새끼야! 제대로 쏘라고!”

덕구파 두목 곽덕구는 예전에는 부하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칼로 푹 찌르곤 했다. 칼에 맞은 놈은 알아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런 모습을 여러 번 본 조직원은 곽덕구가 총을 겨누자마자 겁을 집어먹었다.

“쏘, 쏘겠습니다!”

때마침 박서윤의 사격이 멈췄다. 조직원이 벌떡 일어나 박서윤 쪽으로 권총을 겨누었다.

“죽….”

갑자기 엠투가 휙 나타나 조직원의 팔을 물어뜯고 튀어나갔다.

“으아악!”

권총도 손에서 사라졌다.

조직원이 숨어있던 곳이 산비탈이었다. 팔을 다친 조직원이 중심을 잃고 비탈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곽덕구는 당황했다.

“뭐, 뭐야!”

그가 다른 조직원에게 총을 겨눴다.

“저년이든 저 개새끼든 빨리 쏘란 말이다!”

다른 놈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박서윤이 즉시 방아쇠를 당겼다. 총탄 한 발은 빗나갔지만, 두 번째 총탄이 적의 어깨에 박혔다. 방탄조끼가 보호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으아악!”

총에 맞은 놈이 비명과 함께 나자빠졌다. 그놈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곽덕구가 바위 뒤에서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씨발. 겨우 저년 하나랑 개새끼한테….”

박서윤과 엠투에게 부하 둘이 당했다.

“매복에 당하지만 않았어도….”

그는 박서윤을 지키는 일을 천호균에게 맡겼다. 그런데 박서윤이 그들의 탈출 경로에 매복해 있었다. 천호균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천 사장 그 아마추어 새끼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곽덕구의 뒤쪽에서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다. 곽덕구가 뒤를 휙 돌아보았다.

얼굴에 복면을 쓴 사람이 다가왔다. 복면 위 이마에는 번호가 붙어 있었다.

“7번?”

그는 7번이 누군지 생각했다.

곽덕구는 브로커를 통해 사람을 모집했기 때문에 청부업자들의 얼굴을 직접 본 건 아니다. 그래도 그중 몇 명의 특이사항은 알고 있었다.

‘7번.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놈!’

어차피 청부업자의 경력은 있는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정체가 드러나면 체포될 수 있어서 신분이나 경력을 지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경력에 맞는 실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건 브로커가 해야 할 일이다. 브로커는 새로운 청부업자가 금고털이 경력자라고 주장하면 금고를 실제로 딸 수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검증했다.

브로커는 7번의 실력을 확인하고 곽덕구에게 알선했다.

‘총을 쓰는 전투의 전문가니까 여자 하나쯤은 잡을 수 있겠지!’

뒤쪽 숲에서는 아직 총성이 들렸다. 곽덕구는 7번이 현장을 벗어나 탈출한다고 판단했다.

‘도망치는 놈에게 일을 시키려면? 역시 돈이지.’

그가 7번에게 지시했다.

“저년을 잡아! 산 채로 잡으면 금괴 열 개를 주겠다! 죽여도 세 개는 줄 테니까 잡아!”

7번이 말했다.

“금괴는 무슨. 됐다.”

“뭐?”

“내가 돈이 좀 많아.”

곽덕구는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당황했다가 퍼뜩 깨달았다.

“너, 너 이 새끼. 7번이 아니구나.”

“복면이야 벗겨서 쓰면 되잖아. 이러면 너희끼리도 서로를 못 알아볼 텐데, 피아식별 대책이라곤 없더라?”

“그럼 저 총소리는….”

“자기들끼리 서로가 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쏴대고 있지.”

곽덕구는 눈앞에 있는 사람의 정체를 깨달았다.

“선우현!”

“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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