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 M 연료전지차
미국에서 인공위성 다섯 대가 탑재된 로켓이 발사됐다. 지상 기지에서는 궤도에 사출한 인공위성들의 위치를 추적했다.
지구를 공전하다가 지상 기지와 통신이 연결된 인공위성들은 찾기 쉬웠다. 통신에 실패한 인공위성도 지구를 한 바퀴 더 돌고 돌아오면 다시 연결할 기회가 있었다.
나사 직원 조세핀은 지금 한국에 있다. 그녀가 나사에 전화를 걸어서 물었다.
“스래곤의 인공위성은 어때?”
나사에 있는 동료가 대답했다.
- 안 보여.”
“그게 무슨 소리야?”
- 놓친 것 같다.
조세핀은 당황했다.
“그 인공위성을 놓치면 어떻게 해? 스래곤에서 궤도 추적 실험을 하려면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지!”
- 스래곤 쪽에서 자체적으로 통신을 시도한 건 어떻게 됐어?
“그건 기대 안 하는 게 좋아. 통신기가 저스펙으로 들어갔잖아. 그러니까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하는데…. 왜 놓친 거야?”
- 처음부터 예상 궤도와 조금 다르게 날아갔어. 인공위성에 붙인 추진기에 트러블이 있었나?
“그럼 그 인공위성은….”
- 우주 어딘가로 날아가겠지. 스래곤의 실험은 실패야.
조세핀이 항의했다.
“그럼 난 스래곤에 가서 어떻게 말하라고!”
- 발사된 인공위성을 놓치는 일은 가끔 있잖아. 어쩔 수 없지.
“네 일이 아니라고 쉽게 말하지 말지?”
나사 직원도 할 말은 있다.
- 그 인공위성은 통상적인 위성 공전 궤도로 날린 게 아니잖아. 지구가 아니라 우주로 날려버린 거라고.
“그래도 우주로 날아가기 전에 지구를 몇 바퀴 돌기는 하잖아!”
- 어쨌든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날아가는 인공위성이라서 오류가 있을 수 있었어. 아니지. 이렇게 날아가면 인공위성이라고 부르는 게 맞나?
“인공위성 맞아. 추적은 계속 시도하고 있어?”
- 통상적인 수준으로 하고는 있지. 하지만 기대는 하지 마. 흔적도 못 찾았으니까.
조세핀이 한숨을 쉬었다.
“큰일 났네. 스래곤에 인공위성을 잃어버렸다고 어떻게 말하지?”
◈ ◈ ◈
김수선이 화물칸에서 더미 위성을 해체하고 성분을 분석했다.
“몸통에 필요한 소재가 많이 들어 있네. 마음에 들어.”
몸통을 만드는 데 사용한 합금은 제작비만 비싸고 특성은 형편없었다. 대신에 지원위성에서 필요한 성분을 추출하기 쉬웠다. 그 합금은 자원으로 쓰려고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
“이건 선체 수리장치의 자원으로 쓰면 되겠다. 이제 자동 수리모듈 한 대 더 돌릴 수 있겠어.”
나사에서 달아준 추진기는 제일 먼저 분리해서 따로 챙겨두었다.
“추진기에 연료가 많이 남아 있어서 참 좋다.”
그 연료에서 더미 위성을 회수할 때 소모한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뽑을 수 있다.
“이제 내 선물 차례인데.”
스래곤 연구소에서는 위성의 내부에 몇 개의 장비를 만들어 채워 넣었다.
그중에는 분석 장치로 위장한 개인용 컴퓨터도 있었다.
그 장치는 노트북 부품과 다른 부품들을 조립해 만들었다. 그러면서 노트북의 원래 기능을 그대로 남겨놓았다. 심지어 윈도우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김수선이 더미 위성의 동체 외벽을 분해한 후에 그 장치부터 꺼냈다.
그런 후에 전원을 넣고 손을 비볐다.
“발사 충격으로 고장 났으면 안 돼. 이런 걸 언제 또 받겠어. 기술이 달라서 내가 수리할 수도 없어. 그러니까 일단 켜져야….”
김수선이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켜진다!”
일단 첫 단계는 무사히 넘어갔다. 김수선이 얼른 저장되어있는 파일을 확인했다.
저장장치에는 OTT 서비스로 내려받은 영화나 드라마, 전자책 등이 잔뜩 들어 있었다. 발사 과정에서 데이터가 깨질 경우를 대비해 백업 저장장치도 달아놨다.
“이제 선장님한테 옥탑방 옥상 TV 켜달라고 안 해도 돼. 다음 위성이 올라올 때까지 실컷 즐겨야지.”
김수선이 신나서 무전을 켜고 말했다.
“선장님. 보급품 확인했습니다.
- 거기에 내 마음을 담았어.
“거짓말 마시고요.”
- 다음에 보급 위성 보낼 때 또 넉넉히 담아줄 테니까, 이번에 받은 건 아낌없이 팍팍 써.
“선장님. 충성충성.”
- 거짓말 마라.
“네.”
◈ ◈ ◈
선우현이 태양 백화점을 찾아갔다.
유소율 이사가 활짝 웃었다.
“선우현 씨이!”
“왜 이렇게 반가워하실까?”
그녀가 방실방실 웃으며 말했다.
“요즘 바쁘셔서 통 못 봤으니까요. 전에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으시더니, 요즘은 바쁘게 사시네요.”
“뭐, 좀 바쁘긴 했는데, 이제 대충 정리됐습니다.”
유소율은 선우현이 스래곤 사장이라는 걸 안다.
“아! M 연료전지 말인가요?”
“그거 말고요.”
“네? 그럼 무슨….”
선우현은 구하니를 노리고 청부하던 놈을 잡으려고 매니저로도 활동했다. 그러면서 청부업자도 좀 잡았다. 천호균과 사까이는 잠적해서 아직 못 잡았지만, 그들의 짓이라는 건 알아냈다.
나사를 통해 보급용 더미 위성도 발사했다. 김수선이 그 위성을 확보해 지금은 자동 수리 로봇을 두 대나 돌리고 있다.
“있습니다. 그런 게.”
유소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근데요. 소문에 R 크림 생산량이 늘어났다고….”
김수선은 넉넉해진 에너지와 자원으로 레드 포션 생산량을 늘렸다.
옥탑방 건물 4층에 설치한 스마트 농장을 확장하려면 3층을 개조해야 한다. 그래서 아직 활력 토마토는 증산하지 않았다.
그런데 R 크림은 옥탑방 건물이 아니라 외부 공장에서 만든다. 그래서 레드 포션만 있으면 생산량을 쉽게 늘릴 수 있다.
선우현이 물었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
“그 공장은 R 크림을 만들 때는 다른 일정 다 취소하고 보안도 강화하잖아요.”
선우현이 R 크림 생산을 맡기는 공장은 한 곳뿐이다.
“이번에 그 주기가 빨라졌으니까 눈치챘죠.”
“어쩐지 날 보고 반가워한다 했습니다.”
“어머. 반가운 건 진짜예요.”
“태양 백화점에 R 크림 공급량을 좀 늘려드리죠.”
“고마워요!”
“두 팔 내 쪽으로 뻗지 말고.”
“쳇. 네.”
“오늘 온 건 그것 때문이 아니고요.”
“네. 말씀하세요.”
“내가 연예기획사를 하나 만들까 하는데.”
유소율은 당황했다.
“네?”
“구하니 씨와 남미연 씨가 가수와 배우 파트를 각자 맡아서 기획사를 만들 겁니다. 나는 뭐 이름만 걸어놓는 겁니다. 바지사장이죠.”
“바지 아니실 거 같은데요.”
“태양 백화점은 전단지를 자주 만들던데, 거기에 우리 연습생들을 좀 써줘요. 연습생도 돈 벌어서 밥은 먹고 다녀야지. 겸사겸사 얼굴도 알리고.”
유소율이 얼른 휴대폰을 잡았다.
“당장 광고예산 편성할게요.”
“자연스럽게 해요. 예산 따로 편성하지 말고요.”
“네! 맡겨만 주세요!”
“뮤비 같은 거 찍을 때 장소협찬도 필요한데….”
“밤에 오시면 언제든지 제공할게요! 낮 촬영이 필요하시면 휴점일에 쓰시면 돼요!”
“왜 흥분하고 그럴까?”
“어머? 제가요? 좋아서 그러나?”
선우현은 전호 호텔도 찾아갔다.
전상미 사장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선우현 씨!”
“팔 내려요.”
“아, 네. 팔이 왜 올라갔지?”
전호 호텔도 R 크림 추가 생산 상황을 알고 있었다. 선우현이 말했다.
“공급은 좀 늘려줄게요.”
“고마워요! 우리 호텔 손님 중에 피부관리 서비스 신청자가 하도 많아서 R 크림이 부족했거든요. 그래서 신청을 다 받아주지 못….”
선우현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내가 이번에 기획사를 하나 만드는데.”
“네?”
선우현이 어떤 기획사를 만드는지를 먼저 설명했다. 그런 후에 말했다.
“기획사 런칭 행사를 전호 호텔에서 할까 합니다.”
“날짜만 정하세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비워놓을 테니까. 기자들에게도 내가 연락 쫙 돌릴게요.”
전상미는 전호 그룹 경영권을 놓고 싸웠다. 이제 그녀의 승리가 유력하지만 아직도 싸우고는 있다.
그녀는 그 싸움을 하면서 언론 동원력을 크게 키웠다.
선우현이 말했다.
“구하니 씨와 남미연 씨가 전면에서 활동할 겁니다. 내 이름은 공식 석상에서는 빠질 거고.”
“그러니까 그 두 사람이 얼굴마담인 거군요. 뒤에서 조직을 움직이는 흑막은 선우현 씨고요.”
“내가 바지사장이라니까. 흑막이 아니라.”
“앗! 그렇죠. 흑막이 아니라 꼭두각시의 주인….”
“상미 씨 요즘 뭐 봅니까? 장르가 왜 그래요?”
◈ ◈ ◈
선우현이 구하니와 남미연을 만났다.
“운영 예산은 회사 계좌에 넣어놨고, 태양 백화점과 전호 그룹의 협조도 받기로 했습니다.”
구하니가 말했다.
“연습생 애들을 만나봤는데요. 전부 다 우리가 새로 만드는 회사로 옮겨오고 싶대요.”
“전부 다 그러는 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얘들이 JXK가 어떤 곳인지 알게 됐잖아요. 그런 곳에 더 있고 싶지 않겠죠.”
“태양 백화점에서 전단지 많이 만들어야겠네.”
남미연이 한마디 했다.
“구하니 씨가 가수 총괄 이사로 있다니까 더 안심했겠지.”
“제가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리고 가수 중에도 우리와 계약하고 싶다는 분들이 있어요.”
“하니 씨가 선별해서 진행해요.”
“그런데 피치소녀는….”
걸그룹 피치소녀는 JXK 매니저 주종환이 관리했다. 주종환은 JXK의 앞잡이였다.
“착한 애들인데 어떻게 할까요?”
선우현이 피치소녀를 처음 만난 건 방송국 주차장에서 주종환과 시비가 붙었을 때였다.
그때 피치소녀는 그곳을 떠날 때 구하니한테 인사는 하고 갔다.
“걔들은 챙겨야겠네.”
“그쵸? 주종환이 나쁜 놈이지 걔들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그렇게 진행할게요.”
남미연이 옆에서 자랑했다.
“우현 씨. 내가 아는 배우 다섯 명이 우리 회사로 옮길 거예요. 그 배우들의 매니저와 스태프들도 같이. 물론 매니저나 스태프는 희망자만.”
선우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가수들은 JXK 소속이던 사람들이 넘어오는 거니까 그럴 수도 있는데.”
JXK는 가수 전문 기획사다.
“배우들은 JXK 소속도 아닌데 다섯 명이나?”
“소속사 없이 하니 씨처럼 단독으로 활동했거나, 있어도 계약 기간이 끝날 때가 다 된 배우들이에요. 그리고 내가 말을 잘하기도 했고.”
“수상한데?”
남미연이 배시시 웃었다.
“활동 기간에는 R 크림을 떨어지지 않게 구해주겠다고 했어요. 물론 남용하지 않고 꼭 필요한 만큼만 바르는 기준으로요.”
“아아. 이제 알겠네.”
“그쵸?”
“남미연 씨 몫을 그 배우들에게 주겠다는 거군요?”
“어머. 걔들 다 도로 쫓아내야겠다.”
“농담입니다. R 크림 생산량이 늘어서 다섯 명 정도는 문제가 안 되니까.”
남미연의 표정이 환해졌다.
“앗! 양이 늘었어요? 그럼 몇 명 더 꼬셔볼까요? R 크림에 여유가 없을까 봐 엄선해서 다섯 명만 골랐는데.”
“그냥 다섯 명으로 갑시다. 무슨 회사가 처음부터 공룡으로 가려고 하나.”
◈ ◈ ◈
양중근 회장은 M 연료전지가 대성차 그룹을 도약시킬 킬러 아이템이라고 판단했다.
대성차 연구소에서 연구소장이 핵심 연구원들과 함께 양중근을 맞았다.
양중근 회장이 현장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테스트 결과가 좋다며?”
연구소장이 즉시 대답했다.
“예. 그동안 회사에서 출시한 다양한 차량에 M 연료전지와 모터를 장착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담당자 누구야? 직접 설명해.”
소장이 손짓했다.
뒤에서 따라오던 연구팀장이 즉시 다가와 보고했다.
“버스 같은 대형 차량은 아직 본격적으로 테스트하지 않았습니다만, 승용차와 승합차, 소형 트럭은 모두 테스트했습니다.”
처음부터 전기차로 설계된 차량은 배터리를 통째로 제거하면 운동 성능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내연기관차를 단순히 개조한 경우는 부품의 낭비가 심했다. 구조적으로도 비효율적이었다.
“그중에 베스트는?”
“내연기관차로 시작해 전기차까지 출시한 모델들은, 최소한의 개조로 다시 M 연료전지차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성능도 안정적이고?”
“예. 내연기관 모델과 전기차 모델의 부품을 조합하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양중근 회장은 이미 다양한 보고를 받고 연구소에 방문했다. 그는 눈으로 실물을 보면서 담당자에게 직접 질문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양중근이 물었다.
“우리가 같은 차에 내연기관과 전기차 버전을 따로 출시한 게 몇 대 있잖아.”
“예. 모두 안정적이고 빠르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만 골라서 집중하면 더 빨리 M 연료전지차를 내놓을 수 있겠지.”
“그렇습니다.”
양중근이 성큼성큼 걸으며 말했다.
“그럼 차를 고르러 가자.이제 결정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