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253화 (253/281)

253. 왔다

선우현이 물었다.

“그 차가 움직일 때는 이 스마트폰으로 영상이 안 들어옵니까”

스래곤 연구소에서 최 팀장이 대답했다.

- 주차된 차에 누가 수작을 부릴 때만 보안장치가 영상을 찍어 전송하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차가 움직일 때는 원래 온갖 충격이 있는 데다가, 달리는 차에 누가 손댈 수는 없으니까요.

“그 카메라를 원격으로 켤 수는 없습니까?”

- 그건…. 아! 차량 하부에 설치한 카메라 중 하나에 그 기능이 남아 있습니다. 차량을 개조할 때 테스트용으로 설치했다가, 제거할 시간이 없어서 그냥 놔둔 겁니다.

“그걸 켤 방법은요?”

- 사장님의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만 하면 간단히….

“내가 다시 회사로 들어갈 시간은 없습니다. 최 팀장님이 거기서 켤 수 있습니까?”

- 물론입니다. 테스트할 때 쓴 프로그램이 남아 있습니다. 제가 지금 처리하겠습니다.

선우현이 전화를 끊었다.

김수선이 말했다.

- 최 팀장이 옆 건물로 뛰어가고 있습니다.

선우현은 오토바이를 세워놓은 곳으로 이동했다.

5분 후에 선우현의 추적용 스마트폰으로 영상이 들어왔다.

선우현이 영상을 확인했다.

달리는 차량의 아래쪽 모습이 보였다. 도로와 바퀴가 화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밑에서 찍혔네.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알아야겠는데.”

- 방금 뭔가 지나갔습니다.

“나도 봤어.”

선우현이 영상을 조금 앞으로 되돌린 후에 정지시켰다. 그런 후에 그 화면을 확대했다. 차량이 속도를 줄였을 때 찍힌 영상이었다. 바퀴 사이로 바깥쪽 공간이 조금 보였다.

그것만으로는 주변 모습을 알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 틈으로 도로변에 세워둔 가게 입간판 아래쪽이 슬쩍 보였다.

선우현이 그 상호의 가게를 검색했다. 일치하는 곳이 여러 개 나왔다.

“하나만 더 찾자.”

선우현이 영상을 계속 보며 기다렸다.

차가 신호등에 걸려 정차했다. 바퀴 사이로 도로변 가게에서 세워둔 입간판이 다시 보였다.

선우현이 그 간판에 적힌 상호도 검색했다. 이번에도 여러 개가 나왔다.

“두 번의 검색 결과가 겹치는 도로가….”

경기도에 하나 있었다.

“서울을 이미 벗어났구나.”

두 번째로 검색한 곳은 교차로 근처였다. 선우현이 지도 위의 교차로를 짚었다.

“수선아. 여기 확인해봐.”

- 관측 카메라로 확인했습니다. 거긴 지금 차가 없습니다.

선우현이 최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영상 실시간입니까?”

- 거의 실시간입니다. 그런데 영상을 파일로 만들어서 전송하는 방식이라서, 파일 길이만큼 지연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지연됩니까?”

- 최대 1분까지….

선우현이 전화를 끊었다.

“수선아. 그 도로에서 1분 거리까지 확인해.”

김수선도 통화 내용을 듣자마자 확인했다.

- 찾았습니다.

“확실하지?”

- 차량의 번호판도 확인했습니다.

선우현이 오토바이를 타고 병원을 떠났다.

“그 차에 탄 사람은?”

- 운전은 구하니가 하고 있습니다.

“그건 다행이다. 조수석은?”

- 비어 있습니다.

“뒤쪽은?”

- 차량의 뒷문은 창유리에 틴팅이 되어 있고 커튼도 쳐져 있어서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하니 씨 표정은?”

- 좋지 않습니다. 룸미러를 자꾸 봅니다.

“계속 추적해. 내가 지금 간다.”

◈          ◈          ◈

구하니가 운전하는 밴이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에 진입했다.

구하니가 룸미러로 뒤를 보았다.

가수 천호성은 뒷좌석에 두 손이 묶인 채로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거울을 통해 눈이 마주치자 천호성이 더듬거렸다.

“사, 살려줘. 하니야.”

“넌 진짜 항상 민폐야.”

“나 그래도 오늘은 좋은 일 하러 왔다가 잡혔잖아.”

“왜 하필 오늘 거길 와? 평소에는 그 병원에 안 왔잖아.”

“네가 하던 곳에서 나도 해보고 싶어서….”

차가 교차로를 통과하는 순간 신호등이 노란색으로 변했다. 이미 교차로에 진입한 상태라 차를 세울 수는 없었다.

천호성의 옆자리에는 마스크를 쓴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 남자가 단검을 구하니 쪽으로 흔들며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운전할 때 과속이나 신호위반 같은 수작 부리면 이 새끼 얼굴부터 그어버린다.”

천호성이 비명을 질렀다.

“히익!”

구하니가 운전하면서 생각했다.

‘저걸 살리긴 해야겠는데.’

그녀는 천호성과는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칼에 맞게 할 정도로 나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구하니의 상황도 위험했다.

‘신호위반으로 일부러 카메라에 찍힐 수도, 과속으로 순찰차가 쫓아오게 할 수도 없어. 그러면 진짜 호성이 얼굴에 선이 생길 거야.’

그녀가 침을 꼴깍 삼켰다.

‘내가 믿을 건 선우현 씨뿐이야.’

뒷좌석에서 남자가 말했다.

“그런데 이 차는 왜 이렇게 조용해?”

이 차에는 엔진 대신에 M 연료전지 테스트 키트를 설치했다. 그래서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구하니가 둘러댔다.

“고급 자동차라서 그렇다.”

“한국에서 만든 승합차인데?”

“연예인이 타는 차잖아. 껍데기만 대성차이고 엔진이나 미션은 모두 최고급으로 튜닝했어. 방음처리도 확실히 해서 더 조용해.”

“역시 돈이 좋군.”

구하니가 차의 상태를 더 묻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떠보았다.

“돈 때문에 이러는 거야?”

뒤쪽에는 남자가 한 명 더 있었다. 그 남자가 경고했다.

“알려고 하지 마라. 너는 운전이나 똑바로 해. 그리고 절대로 과속하지 마라.”

◈          ◈          ◈

김수선이 보고했다.

- 목표 차량은 제한속도와 교통 신호를 확실히 지키고 있습니다.

선우현은 오토바이를 몰면서 둘 다 무시하고 있다. 이미 과속 카메라에 찍혔다.

“그럼 거리를 좁힐 수 있겠네.”

- 이미 상당히 좁혔습니다.

“신호등은 그렇다 쳐도 제한속도는 좀 이상하지? 운전하다 보면 실수로 살짝 넘을 때는 있잖아.”

- 경찰의 관심을 끌지 않기 위해서 조심하는 거겠죠.

“하니 씨가 경찰을 피할 이유는 없어. 뒷좌석에 누가 있는 거야.”

- 차량과의 거리가 가까워졌습니다. 곧 보일 겁니다.

선우현이 앞쪽을 보았다. 개조 밴이 작게 보였다.

선우현이 가속 손잡이를 당겼다. 오토바이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 선장님?

“저 차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 확인해야겠어.”

◈          ◈          ◈

구하니의 차를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추월했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구하니는 그 오토바이를 알아보았다. 운전자가 쓴 헬멧은 그녀가 선물로 사준 것이다.

‘우현 씨가 날 찾아냈어!’

그녀가 소리 없이 입술을 움직였다.

선우현이 차를 추월하며 뒤를 슬쩍 보았다. 운전석 앞유리를 통해 내부 상황이 조금 보였다.

구하니의 입 모양도 보였다.

선우현이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속도를 더 높였다. 구하니의 차가 뒤로 점점 멀어졌다.

“사람 형태가 보였다. 뒷좌석에 셋.”

- 적이 세 명이군요.

“아니야. 하니 씨가 입술으로 말하더라. 입술이 동그랗게 모인 걸 보면, 두 명이라고 한 거겠지.”

- 세 명이라면서요?

“한 명은 인질이겠지.”

◈          ◈          ◈

뒷좌석에 있던 놈이 멀어지는 오토바이를 보며 말했다.

“저 오토바이 새끼 과속하는 거 봐라. 저러다 경찰에 걸리면…. 설마 이 차에까지 불똥이 튀는 건 아니겠지?”

천호성은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원래 말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입으로 튀어나오곤 한다. 그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왔다.

“그럴 지도….”

“그러면 네 얼굴부터 그어버릴 테다.”

“불똥 안 튈 겁니다! 경찰은 지나가는 차에는 관심이 없어요!”

“이 차 운전을 연예인이 하고 있잖아. 경찰이 저 오토바이를 막으려다가 연예인을 알아보면 귀찮아져.”

천호성이 얼른 제안했다.

“하니한테 마스크를 쓰라고 할까요?”

“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

“감사합니다!”

구하니가 작게 말했다.

“등신아.”

“어? 뭐? 하니야. 뭐라고 했어?”

“네 칭찬 했다.”

다른 놈이 천호성에게 말했다.

“야. 네가 구하니한테 마스크 씌워.”

천호성은 두 손이 묶여 있지만 그 상태로도 앞뒤로 움직일 수는 있다.

천호성이 1회용 마스크를 들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가 운전하는 구하니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웠다. 자연스럽게 둘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구하니가 작게 말했다.

“방금 그 오토바이 모는 사람, 우현 씨야.”

천호성의 눈이 커졌다. 표정도 조금 밝아졌다.

‘이대로 끌려가서 죽나 싶었는데, 그 녀석이 우리를 찾아냈으니까 경찰에 신고하겠구나!’

천호성은 여유가 조금 생겼다. 아직 안전한 건 아니지만,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이대로 끌려가 산에 파묻히진 않겠어!’

뒤에서 마스크를 쓴 놈이 말했다.

“너. 그 여자랑 왜 그렇게 붙어 있어?”

천호성이 얼른 둘러댔다.

“내가 구하니하고 사귀는 사이….”

구하니가 말했다.

“역겨운 소리 하지 말고 꺼져.”

“그래. 그러려고 했어.”

천호성이 뒷좌석에 다시 앉으며 말했다.

“사실 내가 하니에게 일방적으로 관심이 있다. 그래서 이 상황이 미안해서 사과하려고 했다. 나 때문에 하니까지 붙잡힌 거니까.”

납치범이 피식 웃었다.

“웃기는 놈이군. 네가 연예인이라도 된 것 같나?”

천호성은 당황했다.

“어? 내가 누군지 진짜 몰라? 아니, 어떻게 구하니는 알면서 나를 모를 수가 있지? 장님인가?”

“그런데 이 새끼가 건방지게….”

“모를 수도 있죠. 이해합니다.”

◈          ◈          ◈

선우현은 그 차를 추월해 앞서가다가 갈림길을 만났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수선아. 어느 쪽일까?”

- 지도를 확인했습니다. 왼쪽 도로를 따라가면 외진 곳에 창고가 있습니다. 그쪽일 겁니다.

“먼저 가서 매복해야겠다.”

선우현이 오토바이를 왼쪽 길로 향했다. 그는 그 도로를 달리면서 뒤쪽을 보았다.

구하니가 운전하는 차가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수선아?”

- 그 산이 아닌가 봅니다.

선우현이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오토바이의 타이어가 도로 위를 미끄러지며 검은색 선 두 개를 그렸다.

선우현이 오토바이의 세우고 뒤쪽 갈림길을 보며 말했다.

“결정해야겠네. 계속 미행할지, 하니 씨부터 구출할지.”

- 선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왜?”

- 조수석에 천호성의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있습니다.

“뭐야. 천호성이 하니 씨를 데려가는 거였어? 하니 씨는 천호성를 싫어하지 않나?”

- 싫어하는 정도는 아닌 것 같던데요. 타락한 친구 정도 아닐까요?

“천호성이 하니 씨를 납치하는 건 아니겠지?”

- 아닐 겁니다. 천호성의 두 손이 묶여 있습니다.

“인질이구나.”

- 천호성이 뒤로 갔다가 다시 앞으로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이번에는 목에 칼이 겨누어져 있습니다.

“그건 빨리 말했어야지.”

- 방금 일어난 상황입니다.

선우현이 결정했다.

“구출부터 해야겠다.”

- 천호성을 구출하는 겁니까?

“아니. 하니 씨를 구해야지. 놈들이 천호성을 찌르다가 칼날이 빗나가면 하니 씨가 다칠 수 있잖아.

◈          ◈          ◈

마스크를 쓴 놈이 천호성의 머리를 조수석 등받이와 머리 받침 사이로 밀어붙이고 칼날을 들이댔다.

“이 새끼. 너 건방져!”

“히익! 살려주세요!”

“어디 덤으로 딸려온 새끼가 끼어들어!”

“저 덤 아닙니다! 저도 유명합니다!”

“어디서 개수작이야! 너 매니저나 비서 아냐?”

“아닙니다! 저 천호성입니다! 천호성!”

구하니가 운전석에서 말했다.

“너 미쳤구나.”

천호성이 조수석에 머리만 내밀고 말했다.

“나도 살아야지! 너만 살려고 하면 어떻게 하냐!”

“살고 싶으면 숨겼어야지.”

“뭐, 뭘….”

뒤에 있던 남자가 스마트폰으로 천호성의 이름을 검색했다.

“어? 그 새끼 가수 맞는데?”

“유명해?”

“꽤 유명한가 봐.”

“젠장. 그러면 어떻게 하지? 이 새끼는 계획에 없었잖아.”

“그 새끼는 묻어버릴까?”

“히익!”

“둘 중 하나만 묻어버릴 순 없잖아.”

칼을 든 놈이 구하니를 슬쩍 보았다.

“이놈 때문에 일을 망치면 우리 돈은?”

“기다려봐. 생각 좀 해보자.”

구하니도 긴장했다.

‘호성이 때문에 나까지 위험해졌어.’

그녀가 선우현을 찾기 위해 앞을 보았다. 오토바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 오토바이가 우현 씨인 줄 알았는데, 설마 잘못 본 건가?’

오토바이 운전자는 그녀가 사준 헬멧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그 헬멧은 매장에서 돈만 주면 살 수 있다. 같은 모델의 오토바이와 헬멧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큰일….’

갑자기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사이드미러를 보았다. 뒤에서 오토바이가 고속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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