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248화 (248/281)

248. 압력

박서윤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우현 씨의 신원조회에 락을 걸어준 것도 반갑고요.”

안성준 형사는 웃는 그녀를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어우. 눈이 부시다.’

그러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래도 우리 팀이 선우현 씨와 접촉이 많아서서 스래곤 사장님이라는 것만 겨우 들었습니다. 남들은 어림도 없습니다. 이 주소도 예전에 조회할 때 알았던 곳이지, 지금 조회하면 안 나옵니다.”

“그것도 좋네요.”

안성준이 옥상을 둘러보았다.

식탁으로도 쓰는 탁자 위에 짜장면과 짬뽕이 있었다. 둘 다 곱빼기 그릇이었는데 거의 다 먹어서 남은 건 별로 없었다.

“부자들은 더 좋은 거 먹을 줄 알았는데….”

선우현이 말했다.

“이거 삼선입니다. 삼선. 그리고 탕수육도 먹었습니다. 저 녀석이 주로 먹었지만.”

김수선이 끼어들었다.

- 엠투의 에너지 전환장치는 기름진 음식을 먹어야 에너지를 원활하게 보충할 수 있게 수리됐습니다.

“알아. 그래서 탕수육 시켜줬잖아.”

- 선장님과 박서윤이 꽤 빼앗아 먹었는데요.

“대신에 군만두는 전부 엠투 줬어.”

안성준이 옆을 보았다. 탕수육 접시와 군만두 접시가 바닥에 놓여있었다. 그 옆에 엠투가 서 있었다.

“옥상에서 개를 키우시는구나. 어? 잠깐만요.”

안성준은 가수 중에서는 구하니의 팬이고 배우 중에서는 남미연의 팬이다.

그래서 그는 남미연이 데리고 다니는 흰둥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안다. 남미연이 예능이나 행사에 자주 데려갔기 때문이다.

그는 선우현이 남미연을 도와준 적이 있다는 것도 안다.

“저 개, 흰둥이랑 정말 많이 닮았…. 아니, 똑같은데….”

안성준이 길에서 엠투가 지나가는 모습을 봤으면 그런 의심을 했을 리 없다. 엠투는 흔하고 평범하게 생겼다.

하지만 그 개가 선우현의 옆에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설마 아니죠?”

“흰둥이는 별명이고 진짜 이름은 엠투입니다.”

“그럼 진짜….”

안성준이 엠투의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실물 흰둥이다. 나 흰둥이 인형도 있는데.”

“멍?”

“큰 건 아니고 쪼그마한…. 어? 혹시 내 말을 알아들은 건가?”

흰둥이가 얼른 고개를 돌리며 잡아뗐다.

안성준은 그 행동을 나름대로 이해했다.

“보더콜리처럼 똑똑한 개는 알아듣는 단어가 수백 개는 된다던데, 흰둥이는 명견 중의 명견이니까 사람 말을 대충 알아듣나 보다.”

안성준이 일어나 옥상을 둘러보았다. 활토는 병풍형 가림막으로 가려놔서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옥상에 있는 선우현의 옥탑방이 보였다.

“저긴 뭡니까?”

“내 집입니다만?”

“네?”

“먹고 자는 집.”

“창고가 아니라요?”

“이 사람이 남의 집을 창고라니! 청소도 자주 하는데!”

“스래곤 사장님이 옥탑방에 산다고요?”

“신원조회 해보셨다더니?”

이번에 조회할 때는 주소가 나오지 않았지만, 예전에 조회했을 때는 이 주소가 나왔다.

“예전에는 여기 사시는 줄 알았죠. 그런데 정체를 알고 나서는 이 주소는 위장으로 등록해놓은 것인 줄 알았습니다. 누가 찾아오면 귀찮으니까, 알아서 아무도 오지 말라고 옥탑방으로 주소를 등록해놓은 줄 알았는데….”

선우현이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그래서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구나. 회사에서 보안 처리를 잘해서 아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더니.”

“네?”

박서윤이 옆에서 말했다.

“스래곤에서는 우현 씨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게 잘 관리하고 있어요. 이제 여기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더 적어지겠어요.”

그녀가 또 방긋 웃었다.

“앞으로 이 주소를 알아낼 극소수의 사람도 우현 씨가 여기 산다는 건 믿지 않을 거예요. 안 형사님처럼 위장용 주소라고 생각하겠죠.”

안성준이 그녀의 미소를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그럼 여기가 위장 주소가 아니라 진짜로….”

선우현이 대답했다.

“여기 삽니다.”

“왜요?”

“전망이 좋아서요. 난 이렇게 탁 트인 곳이 좋습니다.”

“아….”

안성준이 옥상 바깥을 보았다.

“전망이 좋긴 하네요.”

선우현이 물었다.

“그래서 찾아오신 이유가?”

“아! 사실 진짜 스래곤 사장님인지 확인하고 싶은 이유도 있었고요.”

“진짜 이유는요?”

안성준이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JXK의 송정구 이사를 체포한 게 어젯밤인데, 벌써 수사를 방해하는 압력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 팀장님이 전화를 몇 통 받았습니다.”

“JXK가 움직인 겁니까?”

“확인된 건 아닙니다만, 거기 말고 이 사건 수사를 방해할 곳이 있겠습니까?”

“쪽팔리시겠습니다.”

“네? 아. 그렇죠. 그 새끼들이 기획사를 하면서 정치권이나 권력기관에 인맥을 만들어놨나 봅니다. 돈도 많을 테고요. 그 인맥을 움직여서 수사를 방해하는데….”

안성준이 인상을 썼다.

“솔직히 쪽팔립니다.”

“빽을 쓰면 사건이 덮일 수도 있다는 부분이?”

“그렇죠.”

안성준이 눈을 반짝이며 선우현을 보았다.

“선우현 씨가 스래곤 사장님이라면서요. 그리고 누가 이 사건 수사를 방해하면 해결하신다면서요.”

선우현이 사건을 넘기면서 그렇게 말했다.

“음. 역시 그렇게 처리하는 게 간단하겠지요?”

안성준의 얼굴이 대놓고 밝아졌다.

“많이도 말고, 압력 들어오는 것만 막아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저희가 송정구든 청부업자 박석진이든, 아니, 필요하면 JXK까지 확실히 수사하겠습니다.”

“그러시죠.”

“그럼….”

“압력 전화가 많이 왔다니까, 나도 전화 좀 돌려야겠네요.”

안성준이 얼른 제안했다.

“그러면 제가 팀장님한테, 어떤 곳에서 압력이 들어왔는지 하나씩 확인하겠습니다. 그래야 선우현 씨도 누구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

“아. 그건 됐습니다.”

“네?”

“저격수가 산에 숨어 있는데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압니까?”

“정찰대를 투입하나요?”

“산을 폭격해야죠. 압도적인 화력으로.”

“네?”

◈          ◈          ◈

안성준이 돌아간 후에 선우현이 말했다.

“음…. 누가 좋을까?”

김수선이 제안했다.

- 최종훈 사장에게 맡기면 활토 구매자들을 움직여서 해결할 겁니다.

“그 정도면 타격대를 투입해 대응하는 수준이지. 난 폭격을 원해. 그래야 앞으로도 수사를 방해하는 놈들이 안 생기지.”

- 우리 선체에는 궤도폭격 기능은 없습니다만?

“진짜 폭격 말고.”

◈          ◈          ◈

전호 호텔 사장 전상미는 회의실에서 사장단들과 회의 중이었다.

이미 각 계열사의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한 대주주 상당수가 전상미를 지지하고 있다. 전호 호텔의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그녀의 능력이 제일 뛰어나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전호 그룹은 계열사들이 분리된 상태다. 그런데 아직도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언제든 다시 뭉칠 수 있었다.

지금은 전상미가 차기 회장으로 유력해졌다. 그녀의 두 오빠 중 하나는 사고를 크게 쳤고, 다른 하나는 실적에서 전상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계열사 사장단 상당수가 대세를 따라 이곳에 모였다. 그들은 전상미에게 줄을 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상미도 사장단이 필요했다. 그들을 손에 넣어야 전상미의 위치가 더 단단해진다.

회의 도중에 전상미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무음 모드라서 전화가 오면 화면만 켜지는 상태였다.

그녀가 스마트폰 화면을 힐끗 보다가 발신자를 확인하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전화입니다. 잠시 쉬었다 하시죠.”

전상미가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계열사 사장 중에 가까운 사이인 두 명이 조용히 말했다.

“이 전쟁은 전상미 사장이 이기겠지?”

“여기 모인 사람들을 봐. 대세는 이미 결정됐어. 전호 그룹은 다시 하나가 될 거야. 그리고 전상미 사장이 회장이 되겠지.”

“그런데 이 중요한 회의 도중에 받아야 하는 전화면 어디서 온 거지?”

“정부 쪽인가?”

“백기사일 수도 있지.”

“이미 전상미 사장이 대세인데 백기사가 그렇게 중요한가?”

“설마 연애 전화는 아니겠지?”

“어허. 이 사람. 그런 소리 하다가 찍히면 어쩌려고.”

“노, 농담이야. 농담.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          ◈          ◈

전상미가 아무도 없는 방에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

“어머어. 선우현 씨. 먼저 전화 주신 건 진짜 오랜만이다.”

- 요즘 좀 바빠서요.

“스래곤에서 M 연료전지를 개발하느라 바쁘신 거예요?”

- M 연료전지 양산은 이미 연구소에 맡겨도 될 만큼 개발했습니다.

“앗! 그럼 혹시 신기술 개발?”

- 요즘은 매니저를 하고 있습니다.

“뭘 매니징 하시는데요?”

- 구하니 씨 매니저를 합니다.

전상미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네? 잘못 들었어요. 구하니 씨 매니저를 하신다는 줄 알았네요.”

- 맞습니다. 구하니 씨 매니저.

전상미는 당황했다.

“아니, 왜요? 뭐죠? 혹시 구하니 씨한테….”

- 구하니 씨를 노린 청부업자가 있는데, 그걸 청부한 놈을 잡으려고요.

전상미도 위기에 빠졌을 때 선우현이 구해준 적이 있다.

“아! 나쁜 놈 잡으려고 잠깐 하시는 거구나! 휴우. 난 또.”

- 왜 한숨을 쉽니까?

“아, 아니에요! 그래서 잡았어요?”

- 청부업자는 잡았고, 그놈에게 청부한 놈도 잡았습니다.

“역시 선우현 씨! 그럼 이제 스래곤 사장으로 복귀하시겠네요?”

- 그러려고 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놈들을 수사하는 경찰을 인맥을 동원해서 방해하는 놈이 있더군요.

전상미는 무슨 소리인지 대번에 알아들었다. 그런 일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다.

“그놈 뒤에 또 누가 있군요.”

- 가수 기획사 JXK가 힘을 썼을 겁니다. 그래서 묻는데, 전호 호텔에 맞불을 놓을 힘이 있습니까?

전상미는 깜짝 놀랐다.

‘선우현 씨가 나한테 부탁을 해?’

그녀는 항상 신세만 지고 도움만 받았다. 전호 호텔의 실적은 선우현이 R 크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준 덕분에 국내 최고가 됐다. 그녀가 납치됐을 때는 선우현이 순식간에 찾아내서 구해주기도 했다.

이제 그녀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생겼다.

그녀가 신나서 큰소리쳤다.

“어머! 나 전상미예요. 선우현 씨 일이라면 전호 호텔이 아니라 전호 그룹이 직접 나설 거예요.”

- 그런데 전호 그룹은 아직 분리된 상태일 텐데?

“마침 지금 사장단 회의가 있어요. 내 쪽에 줄을 선 분들이에요. 나만 믿고 맡겨둬요.”

- 잘됐네요. 그럼 맞불만 놔요. 나머지는 경찰이 알아서 할 테니까.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잘 처리되면 다음에 밥이나 먹어요. 아. 그러니까 날짜 미리 확실히 정해놓고요.”

- 옥상으로 와요. 토마토 요리라도 먹읍시다.

“앗! 좋죠!”

전상미는 생글생글 웃으며 통화를 마치고 회의실로 돌아왔다. 회의실에 들어설 때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웠다.

그녀가 사장단에게 말했다.

“원래 안건으로 돌아가기 전에, 우리 그룹이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할 일이 생겼어요. 그 이야기부터 잠깐 하죠.”

◈          ◈          ◈

대성차 홍보팀 과장 양수진이 선우현을 찾아왔다. 그녀는 회장 양중근의 손녀다.

선우현은 양수진에게도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 그런데 양수진이 굳이 직접 듣고 싶다고 해서 옥탑방 옥상으로 불렀다.

양수진이 옥상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어머. 여기가 M 연료전지 연구의 산실…. 아니구나.”

옥탑방 하나 있는 옥상에서 M 연료전지를 만들었다고 믿기는 어려웠다.

“옥상은 쉬시는 곳이고, 연구실은 이 건물 어딘가에 있는 거죠? 4층은 창문이 다 가려져 있던데 거기인가요? 저 옥탑방은 창고?”

“그거 물어보러 온 겁니까?”

그녀가 얼른 두 손을 흔들었다.

“아, 아뇨! 그냥 팬심이에요. 팬심. 배우를 보면 어디서 어떻게 연기를 연습했는지 궁금하고 그렇잖아요. 이것도 그런 거예요.”

선우현이 현재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양수진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니까 구하니 씨의 매니저는 임시로 하시는 거죠?”

“놈들을 잡아야 하니까요.”

“빨리 잡아야겠네요.”

“경찰 수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수사를 방해하는 건 JXK이고요? 가수 기획사가 간도 크네요. 스래곤 사장님을 상대로 싸우다니요.”

“그놈들은 그걸 모르니까.”

“아. 당연히 비밀로 하셔야죠.”

양수진이 큰소리쳤다.

“아주 그냥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게 손을 쓸까요?”

“오버하지 마시고.”

“아, 네!”

“방해하지만 못하게 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경찰이 알아서 할 테니까.”

“맡겨 주세요! 대성차의 총력을 기울여서!”

대성차 그룹의 체급과 영향력은 전호 그룹이 뭉쳐있을 때도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크다.

“오버하지 말라니까요.”

“그럼 총력은 아니고 힘의 10%만 써서….”

“그 정도면 적당하겠군요.”

◈          ◈          ◈

양수진은 대성차 그룹 회장 양중근을 만났다.

양중근은 이야기를 듣다가 깜짝 놀랐다.

“잠깐만. 수진아. 너는 선우현 사장과 만날 수 있다는 거냐?”

“네.”

“나도 못 만나는데 네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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