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232화 (232/281)

232. 개조

선우현이 물었다.

“JXK 그거 얼마나 하냐고.”

기획사 JXK의 직원인 주종환은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가수 매니저가 그런 소리를 왜 하는지 짐작하는 건 어려웠다.

“뭐라는 거야?”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물건이 불량품이네.”

“무슨 헛소리냐고!”

갑자기 사람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주종환이 옆을 보았다.

걸그룹 은하소녀의 오민하가 구두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뛰어왔다. 그녀는 선우현의 앞에 도착해 숨을 헐떡이며 인사했다.

“헥헥. 오빠! 안녕하세요!”

선우현이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어. 오랜만.”

“여기는. 헥헥. 어쩐 일이세요? 후아. 숨차 죽을 뻔했어요.”

“내가 하니 씨 매니저 하기로 해서.”

그녀는 깜짝 놀랐다.

“앗! 우리 매니저는요? 우리도 해주세요!”

“너희는 요즘 좀 컸던데. 나 없어도 되잖아.”

“하니 선배님은 훨씬 더 유명하시잖아요.”

“비교할 걸 해라.”

“그건 그러네요.”

오민하보다 조금 늦게 은하소녀 멤버들이 쫓아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래. 다들 오랜만이다.”

오민하가 멤버들에게 말했다.

“오빠가 하니 선배님 매니저 하신데!”

“앗! 우리 매니저도 해주세요!”

선우현이 말했다.

“너희들이 하니 씨랑 맞먹을 급은 아니지?”

“앗! 그건 그렇죠.”

“그럼 알아서 포기해.”

“힝.”

은하소녀의 소속사 폴리시의 사장 박대석이 제일 늦게 도착해 인사했다.

“헉헉. 아이고. 오신 줄 알았으면 제가 식사라도 대접했을 텐데요.”

“그냥 일 때문에 방송국에 들렀다가 가는 겁니다.”

박대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이라면 어떤….”

“하니 씨 매니저를 시작해서요.”

박대석은 선우현이 스래곤 사장이라는 건 모른다. 그런데 그걸 빼고 생각해도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안다.

“와…. 구하니 씨는 좋겠네요.”

구하니가 방긋 웃었다.

“네. 좋아요.”

JXK 매니저 주종환은 이 상황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은하소녀도 아는 사이인가? 그래서 이 새끼가 이렇게 뻣뻣한가?’

기획사 폴리시는 원래 은하소녀 하나만 바라보던 조그마한 회사다.

그런데 요즘은 은하소녀가 인기를 제법 얻었다. 아직 구하니에 비하면 햇병아리지만 그래도 이제 무명은 벗어났다. 요즘은 방송 출연도 종종 하고 행사도 자주 들어왔다.

기획사 폴리시는 얼굴 없는 가수 김수선의 곡도 발표했다. 김수선은 국내에서도 잘 나가는 편이지만 외국에는 더 많이 알려졌다. 특히 유럽 쪽 반응이 좋았다.

덕분에 폴리시는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기획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장 박대석은 회사가 자리를 잡고 은하소녀가 인기를 얻는 데 선우현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선우현은 조카인 오민하가 납치됐을 때 구해주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는 선우현을 대하는 모습이 깍듯했다.

주종환이 그 모습을 보며 고민했다.

‘그런데 박대석 사장이 왜 개인 매니저한테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아무리 구하니의 매니저라고 해도 이제 막 붙은 놈인데…. 저 새끼 진짜 뭐지?’

그는 선우현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새끼인지 알아야 막 대하든 말든 하지. 회사에 돌아가서 좀 알아보자.’

그가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물러나려고 했다.

갑자기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사람이 또 있었다.

“형니임!”

아이돌 에이투원의 멤버 홍은성이 달려와 선우현에게 꾸벅 인사했다.

선우현이 물었다.

“너도 여기 있었냐?”

홍은성은 요즘 예능에 활발히 출연해 에이투원의 인기를 견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덕분에 에이투원의 인기도 조금씩 올라갔다.

“오민하랑 같은 예능에 나가게 돼서요. 형님은요?”

“나는 하니 씨 매니저 시작했다.”

“앗! 구하니 선배님은 좋겠다!”

구하니가 끄덕였다.

“응. 좋아.”

주종환은 선우현이 평범한 신입 매니저는 아니라는 건 알았다.

‘빽이 있는 놈인가 보다.’

그는 방금 붙었던 시비가 좀 부담스러워졌다. 먼저 멱살을 잡으려던 건 주종환이다. 게다가 잡기는커녕 거꾸로 팔이 꺾이기까지 했다.

‘쪽은 있는 대로 팔리고 이게 뭐야.’

주종환이 인상을 팍팍 쓰다가 그가 방송국에 데려온 걸그룹에게 말했다.

“가자.”

그 걸그룹 멤버들은 처음부터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소속사 팀장과 톱스타 구하니의 매니저가 시비가 붙었다. 함부로 어느 한쪽 편을 들 수가 없었다.

그녀들은 가자는 말을 듣자마자 얼른 구하니에게 꾸벅 인사를 한 후에 차에 탔다.

선우현이 그 모습을 보며 작게 말했다.

“수선아. 하니 씨의 옛날 소속사인 JXK도 용의자에 올려야겠다. 주종환이라는 놈도 체크해. 나중에 사진 보여줄게.”

- 벌써 용의자가 둘이 나왔군요. 구하니는 적이 많나 봅니다.

“착하게 사니까 계속 이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걸 못하게 되니까 싫어하는 거겠지. 이용하지 못하는 것도 손해라고 생각하는 거야.”

- 그건 너무 구하니한테만 좋게 판단하는 거 아닐까요?

“하니 씨가 착한 사람인 건 맞잖아.”

- 그건 그렇습니다. 방금 나간 놈도 가끔 체크하겠습니다.

“가끔?”

- 선체를 수리하고 남는 시간에 스래곤의 임원들도 체크해야 해서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우주왕복선 대피 사건 때 챙긴 자원으로 자동 수리 로봇을 돌리고 있다며. 그러면 여유가 좀 생겼잖아.”

- 체크할 대상이 엄청 늘었잖습니까? 그거 다 선장님이 시킨 건데요.

“어…. 틈날 때만 체크 해.”

- 당연히 그럴 겁니다.

박대석이 제안했다.

“이렇게 만난 김에 같이 식사라도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제가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선우현은 맛있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일부터 처리해야 한다.

“오늘은 곤란한데요.”

“그럼 내일도 좋습니다!”

선우현이 구하니를 보았다.

“같이 갈 겁니까?”

구하니가 걸그룹 은하소녀를 쓱 본 후에 말했다.

“당연하죠.”

구하니는 예전 소속사에서는 목에 무리가 갈 정도로 스케줄을 소화하며 살았다.

그녀는 선우현 덕분에 목소리를 회복한 후로는 공식 활동을 크게 줄였다. 그래서 시간이 많았다.

설사 시간이 없다 해도 선우현을 여자애들 사이에 혼자 던져놓고 싶지는 않았다.

남자 아이돌 홍은성이 얼른 물었다.

“형님. 저도 같이 갈까요?”

“넌 스케줄 없냐?”

“제가 막 매일 스케줄이 있는 그런 수준은 아니라서요.”

선우현이 박대석을 보았다. 박대석은 선우현만 따로 접대하고 싶었지만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걸 알았다.

박대석이 홍은성에게 말했다.

“굳이 그럴 거면 아예 에이투원을 다 데려오든가.”

“앗! 진짜요? 감사합니다! 내일 아무도 스케줄이 없거든요!”

“어….”

오지 말라는 말을 돌려 한 거였는데, 너무 많이 돌려 말하는 바람에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들은 내일 약속을 잡고 헤어졌다. 은하소녀와 홍은성이 먼저 주차장을 떠났다.

선우현이 말했다.

“내가 이쪽 업계에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구나. 방송국에 잠깐 들렀는데 계속 마주치네.”

- 그러게 말입니다.

구하니가 말했다.

“우리도 가야죠.”

“그 전에 할 일이 있습니다.”

선우현이 차에서 가방을 꺼내 열었다. 가방 안에는 여러 가지 물건이 들어 있었다.

그는 삼단 접이식 막대에 거울이 붙어 있는 장비를 꺼내 막대를 길게 뽑았다. 거울 옆에는 작은 LED등도 있었다.

선우현이 LED등을 켜고 거울로 차량 하부를 비춰보았다.

구하니가 물었다.

“그거 혹시….”

“차량 하부를 밖에서 들여다보는 장비입니다. 하나 샀습니다. 방금 그놈이 범인일지도 모르니까 확인은 해야죠.”

“하지만 주종환 팀장은 이 차를 우리가 샀다는 걸 몰랐잖아요.”

“몰랐던 척 연기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선우현이 차량 하부를 조사했다. 휠 안쪽도 확인하고 바퀴 너트도 손으로 만져보았다.

“일단은 괜찮아 보이는군요.”

옆에서 기다리던 구하니가 말했다.

“다행이네요.”

“문제가 발견됐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네?”

“그러면 방금 그놈이 범인이라는 소리니까.”

“아! 그러네요. 그럼 용의자를 더 찾을 필요도 없었네요.”

선우현이 차에 탔다.

“갑시다.”

구하니가 조수석에 탄 후에 물었다.

“어디로 가죠? 제 작업실? 아니면 옥탑방 옥상? 그것도 아니면 음식점으로?”

“이 차를 개조하러 갈 겁니다. 보안장치도 달아야 하고, 소음과 진동도 없애야죠.”

“아. 고치러 가시는구나.”

“그런데 불법일 수도 있는 개조니까….”

“네? 불법이요?”

“하니 씨는 집에 가는 게 낫겠네요.”

구하니가 얼른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거기가 어디인지는 몰라도 같이 갈게요.”

◈          ◈          ◈

선우현이 스래곤 연구소에 도착했다.

최 팀장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선우현이 말했다.

“최 팀장님은 바쁘실 텐데?”

“사장님이 조용히 처리할 일이 있다고 하셨으니 제가 나와야죠. 제가 또 입이 무겁잖습니까?”

“그건 그렇죠.”

“그런데 무슨 일을….”

선우현이 차를 가리켰다.

“이 차를 개조했으면 합니다.”

“네? 개조요?”

“보안장치를 붙이는 것부터 시작하죠. 블랙박스 수준이 아니라, 누가 차량 하부, 그러니까 바퀴 연결 부분 같은 곳을 손대면 알 수 있는 수준으로.”

“아! 그거라면 맡겨 주십시오. 주차된 차의 하체를 툭 건드리기만 해도 자동으로 녹화에 영상 전송까지 되게 하겠습니다.”

스래곤은 지금은 연료전지로 더 유명해졌지만, 원래는 비행기나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장비를 만드는 곳이다. 소형 보안장치 몇 개쯤은 자동차에 간단히 설치할 수 있다.

“표 안 나게 잘 숨겨서 삼중 사중으로 달아놓겠습니다.”

“구동계도 싹 다 갈아엎으세요. 지금은 너무 낡아서 위험하니까.”

“부품이 대리점에 있으면 있는 걸 사다 쓰고, 단종돼서 없는 부품은 쇠를 깎아서라도 교체하겠습니다.”

“테스트용 연료전지 개조 키트는 여유가 있지요?”

스래곤에는 기존 차량의 엔진을 들어내고 연료전지와 모터를 설치할 수 있는 개조 키트가 있다.

“예비 개조 키트는 충분히 있습니다.”

“이 차의 엔진을 들어내고 그 자리에 연료전지와 모터를 넣어주시죠.”

최 팀장이 연예인용 밴을 보았다. 대성차에서 제조한 차량을 개조한 밴이었다.

“대성차 연구소와 함께 테스트용 소프트웨어까지 세팅된 개조 키트를 여러 개 만들어뒀습니다. 그러니까 저 차도 엔진을 연료전지와 모터로 교체할 수는 있습니다만….”

“문제가 있습니까?”

“도로로 끌고 나가시면 불법입니다.”

“안 들키면 되겠군요.”

최 팀장이 얼른 맞장구쳤다.

“물론입니다. 우리 M 연료전지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 에너지를 보충하니까 겉으로는 표가 안 납니다. 보닛만 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겁니다.”

문제는 엔진룸 내부를 확인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다.

“그런데 혹시 사고라도 나면 문제가….”

“그럼 아예 테스트 차량으로 등록하시죠. 실제 주행 테스트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스래곤의 연료전지 프로젝트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그래서 테스트 차량으로 등록하면 연료전지 장착 차량의 도로 주행도 가능하다.

최 팀장이 장담했다.

“그럼 제가 직접 등록하겠습니다. M 전지를 개발하신 사장님이 직접 테스트하시는 거니까 아무도 뭐라고 못할 겁니다.”

선우현은 차를 최 팀장에게 맡겼다. 돌아갈 때는 다른 차로 가야 한다.

차에서 기다리던 구하니가 내렸다. 구하니는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최 팀장은 구하니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지? 연예인인가?’

선우현이 말했다.

“구하니 씨입니다.”

구하니가 선글라스를 슬쩍 내렸다.

“안녕하세요.”

최 팀장은 깜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헉! 패, 팬입니다!”

“네. 고맙습니다. 제 차 잘 부탁드려요.”

“물론이죠! 그런데 저기, 사인 좀….”

선우현이 말했다.

“이 차가 누구 것인지는 최 팀장님만 알고 계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와이프한테도 말 안 하겠습니다.”

“말은 안 하겠지만 사인은 받으시겠다?”

“네? 아, 아닙니다!”

“지금 하니 씨와 진행하는 일이 하나 있는데, 그게 해결되면 그때 받아요. R 크림이랑 같이 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          ◈          ◈

선우현은 그날은 차를 연구소에 맡겨두고 택시를 타고 떠났다.

그가 구하니의 집 근처에서 택시를 내린 후에 작게 말했다.

“수선아. 하니 씨 집 근처에 수상한 놈이 있냐?”

- 선장님. 제가 구하니까지 돌봐야 하나 자괴감이 듭니다.

“없구나.”

- 네.

선우현이 구하니에게 말했다.

“내일 저녁 약속 전에 올 테니까 그때 보죠.”

구하니가 미안해했다.

“그런데요. 바쁘신 분이 저 때문에 계속 이러셔도 되나 모르겠어요. 스래곤에서 할 일이 많으실 텐데.”

“회사는 오전에 출근할 겁니다. 여기는 오후에 올 거고요.”

김수선이 말했다.

- 선장님.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우주 쓰레기라도 새로 주웠냐?”

- 내일은 선장님이 하루에 두 번 출근합니다.

“아….이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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