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226화 (226/281)

226. 연료전지 II

스래곤이 새로운 연료전지를 개발했다는 소문은 어제부터 조금 돌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성능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에 기자들이 의견을 나누었다.

“신기술이라는 말이 있더라. 수소가 아니라 다른 연료전지일 수도 있어.”

“혹시 알코올을 연료로 쓰는 거 아닐까?”

“아. 그러면 노트북 같은 데 쓰는 초소형인가? 옛날에 그런 제품이 나온 적 있잖아.”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런 방식은 문제가 많아서 이제는 안 쓰지 않나?”

“문제도 많은 데다가, 리튬 배터리에는 상대가 안 됐으니까 사라졌지.”

잠시 후에 박서윤이 단상에 올라갔다.

카메라를 가져온 기자들이 그녀를 향해 셔터를 눌렀다.

“스래곤 비서실장 박서윤이다.”

“오늘 기자회견에 온 보람이 있네.”

“박서윤 사진만 잘 찍어도 기사 조회수가 높게 나온다더라.”

박서윤은 먼저 스래곤의 현황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기사들이 말했다.

“스래곤이 나사하고도 협업하고 있어?”

“그렇다더라고.”

박서윤이 소개는 간단히 마치고 본론을 꺼냈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신개념 연료전지인 M 전지를 소개합니다.”

그녀의 뒤에 있는 스크린에 M 전지의 하드웨어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건 실물 사진이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홍보용 이미지였다.

기자들이 CG 이미지를 보며 말했다.

“크기가 제법 되겠는데?”

“저 정도면 노트북에 쓰는 건 절대로 아니군. 알코올은 아니겠어.”

“역시 차량용 수소연료전지인가?”

“크기를 보면 자동차에 엔진 대신에 넣을 수는 있는데…. 왜 수소 탱크가 아니라 연료통처럼 생긴 게 연결되어 있지?”

“컴퓨터 그래픽이라서 그렇게 그린 건가?”

박서윤이 기본적인 소개를 한 후에 김정수 이사가 단상에 올라왔다.

김정수가 연료전지의 성능을 설명했다.

“기존의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리튬 배터리 대신에 사용하면, 현재 차량용 엔진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그의 뒤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전기차용 모터를 연료전지에 연결해 계측장치로 출력을 확인하는 영상이 나왔다.

영상이 나오는 동안 질문 시간이 주어졌다. 기자가 손을 들었다.

“좋은 걸 만드신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연료통이 있네요? 연료가 수소는 아닌가 본데, 뭘 쓰는 겁니까? 알코올입니까?”

“알코올도 가능합니다만.”

“아. 역시 알코올이군요.”

김정수가 말했다.

“지금 말씀드린 출력은 휘발유 기준입니다.”

“네?”

“휘발유에서 전기를 뽑아냈을 때의 기준입니다.”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도대체 뭘 만들었다는 거야?”

“질문한 기자가 물었다.

“그럼 엔진의 힘으로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겁니까?”

“엔진은 쓰지 않습니다. M 전지는 휘발유에서 전기를 직접 뽑는 연료전지입니다.”

기자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그게 말이 되나?”

“난 그런 방식은 처음 듣는데?”

김정수의 뒤쪽 스크린의 영상이 바뀌었다.

“새 연료전지는 다양한 기름에서 전기를 직접 뽑을 수 있습니다. 휘발유, 경유, 등유는 물론이고, 참기름에서도 뽑을 수 있습니다.”

김정수가 씩 웃으며 말했다.

“아. 물론 참기름은 지금도 비싸니까 연료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출력은 연료전지 하드웨어를 자동차 엔진 크기로 만들었을 때, 차량을 운행하는데 충분할 만큼 나옵니다.”

다른 기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잠깐만요. 그러면 기존에 휘발유나 경유 엔진을 쓰는 차량과는 뭐가 다릅니까?”

“당연히 연비가 훨씬 더 좋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이 연료전지를 사용하면 차에서 매연이 안 나옵니다.”

“네?”

“전기를 뽑아내고 남는 잔여 물질은 고체 형태로 추출됩니다. 매연을 공기 중에 뿌리는 게 아니라 영상에서 보시는 것처럼 벽돌 형태로 굳힌 것을 꺼내서 버리면 됩니다.”

기자들이 흥분했다. 그들은 스래곤이 만든 연료전지의 가치를 깨달았다. 노트북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속보! 속보를 내야 해!”

스래곤 김정수 이사가 그 모습을 보며 다른 장점을 큰 소리로 설명했다.

“앞으로 나오는 차량에 이 연료전지 시스템이 탑재되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것만으로 충전을 완료할 수 있고!”

김정수가 두 팔을 위로 들며 말했다.

“푸른 하늘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매연이 없으니까요.”

◈          ◈          ◈

기사가 쏟아졌다. 속보가 1보, 2보로 계속 나왔다.

[스래곤. 신형 연료전지 개발.]

[휘발유와 경유에서 전기를 바로 뽑을 수 있는 신개념 연료전지.]

[한국 과학기술의 쾌거!]

기자회견이 진행되면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기사도 나왔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그 기사가 올라왔다.

댓글도 붙었다.

- 기름에서 바로 전기를 뽑다니. 저게 말이 되나?

- 말이 되긴 합니다. 그런 기술은 이미 있으니까요.

- 그런데 왜 지금까지 그걸로 차를 안 만든 건데요?

- 상용화를 막는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있거든요. 이번에 발표된 기술이 대단한 건, 그 문제들을 전부 다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 다른 곳은 다 실패했는데 스래곤에서 어떻게요?

- 그건 저도 모르죠.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 주가를 올리려고 부풀려 발표한 거 아닐까요? 스래곤은 전에도 주가조작을 하려다가 걸렸잖습니까?

- 그래서 회사가 넘어갔죠. 새 경영진은 그런 짓은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어? 스래곤에서 새 연료전지를 직접 시연한답니다! 너튜브에 실시간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          ◈          ◈

스래곤 연구소는 바퀴 네 개짜리 수레를 준비했다. 수레의 바퀴는 실제 자동차 타이어와 휠을 사용했다. 각각의 바퀴에는 모터를 하나씩 붙였다.

수레 위에는 연료전지 시스템을 얹었다. 실제 자동차와 비슷한 무게를 만들기 위해 남는 공간에는 벽돌을 쌓았다.

벽돌을 쌓는 건 기자들에게 맡겼다. 기자들이 직접 벽돌을 쌓으며 조작이 없는지 확인했다.

“이거 진짜 벽돌인데?”

“전선이 연결된 것도 없어.”

연료전지의 연료통에는 경유를 딱 1리터만 넣었다. 연료통은 투명한 재질로 만들어 용량을 속일 수는 없었다.

그 연료전지 수레는 연구소 야외 시험장을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았다. 테스트용 전기 수레는 시속 40km 정도의 속도로 움직였다.

그 모습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너튜브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영상에 댓글이 붙었다.

- 와. 진짜 간다.

- 정말로 기름에서 전기를 뽑나 본데?

그 테스트용 수레가 1리터의 경유를 모두 소모하고 움직임을 멈춘 건 한 시간 후였다. 총 주행거리는 약 40km가 나왔다.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다.

- 연비 장난 아니네.

- 쩐다.

- 진짜 차가 아니라 대충 만든 장비로 테스트했는데도 연비가 리터당 40km가 나왔네요.

반박도 있었다.

- 느리게 갔잖아요. 전기차도 저렇게 느리게 움직이면 공기 저항을 덜 받아서 연비가 잘 나옵니다.

- 느리게 가도 연비가 잘 나오면 시내 주행용으로 쩔겠네. 출퇴근용으로 딱인데?

- 충전 스트레스도 없잖아요. 그냥 주유소 가서 기름 넣으면 되니까.

- 휘발유든 경유든 싼 거 넣으면 되겠네요.

장점은 더 있었다.

- 저건 엔진이 아니라서 매연이 안 나온다잖아요. 당연히 소음이나 진동도 전기차 수준으로 없을 테고요.

- 난 조용한 차가 좋더라.

다른 중요한 이슈도 있었다.

- 배터리값이 빠지니까 전기차보다 훨씬 싸게 나올 걸요?

- 그러네요. 전기차 가격이 아니라 엔진 쓰는 차 가격에 나오겠네.

- 그래서 그 차는 언제 나온답니까? 당장 사겠습니다!

- 이제 막 연료전지를 개발했으니까 차가 나오려면 한참 멀었죠.

- 차는 스래곤에서 만드나요?

- 설마요. 연료전지를 팔겠죠. 아니면 기술 라이센스를 공급하던지요.

◈          ◈          ◈

남미연이 옥탑방 옥상으로 찾아왔다.

“흰둥아!”

“멍!”

선우현이 말했다.

“흰둥이가 아플 때는 그 핑계로 오더니 다 나은 후에도 계속 찾아오네.”

“오늘은 선우현 씨 보러 왔어요.”

“나를? 왜요?”

남미연이 활짝 웃었다.

“내 스래곤 주식이 폭등하는 중이니까! 아주 그냥 예뻐 죽겠어!”

“주식이?”

“그, 그렇죠?”

남미연이 얼른 말을 돌렸다.

“연료전지차는 언제 만들어요? 내가 1호차 사야지!”

“꿈도 크지.”

“왜요? 연예인한테 1호차 주는 거 흔하잖아요! 나 스래곤 주주예요. 어차피 연예인이 받을 거면 내가 받아야지!”

“그 이야기가 아닙니다. 설마 스래곤에서 차를 만들겠습니까?”

“안 만들어요?”

“차는 뭐 맨땅에 헤딩하면 튀어나오나? 스래곤은 연료전지를 팔 겁니다.”

“누구한테요?”

“전 세계 자동차 회사에?”

“대박. 그럼 스래곤은 돈을 긁어모으겠네!”

박서윤이 옥탑방 옥상에 올라오며 말했다.

“그 기술은 우현 씨가 개발했어요. 돈은 스래곤이 아니라 우현 씨가 긁어모으겠죠.”

“어? 그럼 스래곤은?”

“우현 씨가 사장으로 있는 동안은 스래곤이 생산과 판매를 담당할 테니까 회사도 남는 게 많겠죠.”

“그럼 괜찮잖아.”

“우현 씨가 사장을 그만두면 회사에 위기가 찾아오겠지만.”

“우현 씨가 계속 사장을 해야겠네.”

선우현이 말했다.

“내가 대주주인데 사장을 안 하더라도 생산을 설마 다른 데 맡길까?”

“내가 가진 주식도 계속 오르겠네요. 흐흐흐.”

“갑자기 음흉하게 웃는데?”

“내가요? 아닌데? 그냥 웃은 건데?”

남미연이 박서윤에게 물었다.

“서윤 씨. 그 연료전지를 사겠다는 자동차 회사가 있어?”

“많아요.”

“많아? 얼마나?”

“전 세계 자동차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스펙 자료를 보내달라는 곳부터, 임원이 직접 찾아올 테니까 만나달라는 곳까지 많아요.”

“국내 자동차 회사는?”

“거리가 가까우니까 당연히 연락이 왔죠. 대성차에서는 이미 임원과 기술진이 회사로 찾아왔어요.”

대성차는 국내 최대 자동차기업이다. 세계 자동차기업 순위로 따져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진짜 잘나가나 보다.”

남미연이 선우현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선우현 씨는 왜 여기 있어요?”

“내가 뭘?”

“이런 중요한 순간에 여기서 왜 놀죠? 아무리 토요일이라도 이런 중요한 때는 사장이 출근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거야….”

김수선이 그 이유를 말했다.

- 다른 회사에서 기술적인 걸 물어보면 대답할 수 없으니까요. 우리가 어디 아는 게 있어야죠. 여기 피해 계시는 게 정답입니다.

선우현이 대답했다.

“본사와 연구소에서 알아서 잘 대응할 겁니다.”

“와…. 사장이 이러는데 회사가 잘나가는 거 보면 참….”

“그 잘나가는 기술을 다 내가 만들었는데.”

남미연이 엄지를 세웠다.

“대단하다고요.”

그녀가 선우현의 앞쪽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그런데 그 연료전지 기술은 언제 어떻게 개발한 거예요? 선우현 씨는 내가 볼 때마다 놀던데.”

“엠투 덕분입니다.”

“역시 우리 흰둥이…. 네? 강아지가 어떻게 연료전지를 개발해요?”

엠투는 남미연을 지키다가 총에 맞아 에너지 전환장치가 파손됐다. 그걸 수리하다가 연료전지까지 개발했다.

남미연은 알아서 알아들었다.

“아하! 우리 흰둥이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소리구나. 그러니까 뉴튼이 사과나무 떨어지는 걸 보면서 중력을 깨달은 것처럼.”

김수선이 말했다.

- 뉴튼은 사과가 아니라 기존에 알려진 이론과 수식을 연구하다 그 법칙을 발견한 겁니다만.

선우현이 대충 대답했다.

“그겁니다. 흰둥이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죠.”

◈          ◈          ◈

길성 기업의 박길성 회장이 박서윤을 불렀다. 그런데 회장실이 아니라 집으로 호출했다.

박서윤만 부른 게 아니다. 비서실장이 같이 움직였다.

박서윤이 물었다.

“실장님. 회장님이 왜 자택으로 부르신 걸까요?”

박길성이 건강 문제로 집에서 일할 때는 비서실 직원들이 집으로 찾아가 같이 일하곤 했다. 비서실장의 경우는 수시로 집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다른 비서실 직원들은 놔두고 박서윤을 따로 부른 건 처음이다.

“내가 오히려 묻고 싶다. 표정이 심각하시던데 박 대리는 혹시 짐작 가는 게 있나?”

“아니요.”

그들은 박길성의 저택 앞에서 차에서 내리는 JHC 테크 사장 최종훈을 발견했다.

비서실장이 말했다.

“최 사장님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시지?”

박길성은 비서실장과 최종훈은 거실에 있게 하고 박서윤만 서재로 데려갔다.

“후우.”

박길성이 한숨을 크게 내쉰 후에 오랫동안 망설이느라 못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말이다. 아주 옛날에 작은 섬에 혼자 쉬러 갔던 적이 있다. 무인도인데, 거기가 낚시하기 좋아서 가끔 머리를 식히러 가곤 했지. 그런데 그날은 그 섬에 나 말고도 손님이 있더구나.”

“네.”

“하필 그때 기상이 나빠지고 파도가 심해져서 육지로 돌아가는 배가 오지 못했지. 그래서 일주일을 그 섬에 갇혀 있었다.”

박길성이 그때를 떠올렸다.

“그런데 그 섬에는 나 외에도 손님이 있더구나.영화계에서 고생하다가 잠시 쉬러 온 배우였어.참 예쁜 사람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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