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연료전지
스래곤 연구소는 선우현이 맡긴 부품의 복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선우현이 임원들을 소집했다.
김정수 이사가 임원 회의에서 새로운 연료전지 기술을 브리핑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휘발유와 경우를 사용해 테스트한 결과가 자동차용 연료전지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좋다는 것은 알려주었다.
이사들은 당황했다.
“그러니까 그 연료전지가….”
김정수가 장담했다.
“양산만 하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대체하게 될 겁니다.”
“우리 연료전지가 기존의 배터리를 쓰는 것에 비해 장점이 있습니까?”
“전기차가 비싼 건 배터리가 비싸서입니다. 그런데 우리 연료전지는 리튬 배터리보다 가격이 훨씬 쌉니다.”
“오!”
“그리고 주유소에서 기름만 넣으면 충전이 끝납니다. 우리 연료전지는 기름에서 전기를 직접 뽑으니까요.”
이사 중에는 전기차를 가진 사람이 있다. 그가 놀란 소리를 냈다.
“헉! 그럼 충전 스트레스가 없겠군요.”
다른 이사가 얼른 물었다.
“그러면 혹시 탄소배출 쪽도?”
“예. 기름을 사용하지만 우리가 아는 그런 매연은 전혀 안 나옵니다. 대신에 연료를 다 쓰고 나면 고체화된 잔여물이 나옵니다. 이 부분도 진짜 대단한 기술입니다.”
예산을 담당하는 이사가 물었다.
“연구소에서는 그 연료전지를 도대체 언제 개발한 겁니까? 그런 대규모 연구 예산을 승인한 적도 없고, 연구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는데.”
김정수가 선우현을 가리켰다.
“기술은 우리 연구소가 아니라 사장님이 개발하셨습니다. 연구소는 사장님이 주신 프로토타입을 복제해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중입니다.”
연료전지 개발자가 선우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이사 중 한 명이 박수를 쳤다.
“사장님! 대단하십니다!”
다른 이사들도 얼른 박수를 쳤다.
선우현이 손을 쓱 흔들었다.
“뭘 이런 거 정도로.”
“우리 회사가 이 대단한 기술을 보유했으니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겁니다!”
선우현이 물었다.
“응? 기술을 회사가 보유하다니요?”
“예?”
“아닌데? 이건 내가 만든 내 기술인데?”
박수 소리가 사라졌다. 이사들은 당황했다.
“그게 무슨….”
“회사 소유가 아니라 내가 개인적으로 만든 기술입니다만?”
이사들이 김정수를 보았다. 김정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당연합니다. 우리 연구소는 사장님이 개발하시고 프로토타입까지 제공하신 걸 분석해 복제하는 일만 했습니다. 복제도 사장님이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해주셔서 겨우 가능했습니다.”
“어? 그럼 연구소는….”
“심지어 연구소에서 복제한 건 사장님의 프로토타입보다 크기는 훨씬 더 큰데 성능은 떨어집니다.”
이사가 선우현에게 물었다.
“사장님. 그럼 이 기술을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지….”
선우현이 대답했다.
“물론 우리 회사에서 만들어 팔아야지요.”
이사들의 표정이 다시 확 펴졌다.
이 연료전지 기술은 회사 소유는 아니다. 대신에 대주주인 사장이 소유한 기술이다.
스래곤이 연료전지의 생산과 판매 등을 담당하면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다.
“하하하. 당연히 그러셔야죠. 사장님께서 농담하시는 줄 모르고 놀랐습니다!”
“사장님이 개발하셨는데 당연히 우리 회사에서 만들어서 팔아야죠. 하하하.”
◈ ◈ ◈
JHC 테크 최종훈 사장이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선우현 씨. 뭘 만드셨다고요?”
“휘발유에서 전기를 직접 뽑는 연료전지 기술입니다.”
최종훈은 최신 기술 정보에 밝다.
“그런 기술은 기존에도 있습니다. 그런데 효율이….”
“엔진을 돌리는 것보다 효율이 높습니다.”
“기존 기술은 촉매의 내구성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반응 후 불순물 제거가 쉬워서 장치의 내구가 쉽게 깎이지 않습니다.”
“쉽다면 얼마나….”
“잔여물은 촉매를 손상하지 않고 고체 형태로 남습니다. 그걸 그냥 빼내면 됩니다.”
“네? 그게 가능합니까?”
“이미 확인했습니다.”
“그럼 장치 수명이 길겠군요.”
“제대로만 만들면 연료전지 모듈이 자동차 본체보다 오래 갈 겁니다.”
최종훈이 진심으로 감탄했다.
“와. 정말 천재이신 건 알았지만, 이런 것까지 만드실 줄이야.”
“이 연료전지가 전기차용 배터리 대신으로 팔리겠지요?”
“어디 전기차에만 팔리겠습니까? 출력만 제대로 나오면 수요가 많을 겁니다.”
최종훈이 잠깐 생각하다 물었다.
“얼마나 크게 만들 수 있습니까? 그러니까 화물 컨테이너 크기의 연료전지라던가….”
“아직 거기까진 연구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소형만 만들어본 거라서.”
- 원래는 엠투의 몸에 들어가는 초소형 에너지 전환장치니까요.
“지금 만든 건 전기밥통 정도 크기입니다.”
최종훈은 쉽게 생각했다.
“더 크게 만드는 게 어려우면 작은 걸 여러 개 달면 됩니다. 엔진이 아니라 연료전지니까 그래도 되겠네요. 잘하면 선박용으로도 쓸 수 있겠습니다.”
“선박….”
“출력이 안정적이면 프로펠러 항공기에도 쓸 수 있을 테고요. 연료전지로 날아다니는 항공기라니. 와아….”
“와아….”
“네?”
“아닙니다.”
김수선이 말했다.
- 선장님. 우리는 선박이나 항공기까지는 생각 못 했는데요.
“이제 알았으면 됐잖아.”
- 물론이죠.
선우현이 말했다.
“스래곤도 국제 특허 출원이나 관련 라이센스 판매를 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그런 건 역시 JHC 테크가 전문이지요. 협업을 했으면 합니다.”
“맡겨만 주시면 그 분야는 우리 회사가 확실히 서포트 하겠습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이런 초대형 프로젝트를 일부분이라도 맡으면 JHC 테크에도 생기는 게 많다.
◈ ◈ ◈
스래곤 연구소의 TF팀은 선우현이 맡긴 에너지 전환장치의 손상된 부품 수리에 성공했다.
최 팀장이 말했다.
“사장님. 최선을 다해 수리했습니다만, 원래 성능 그대로 나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기름 종류는 쓸 수 있겠지요.”
“그렇게 예상합니다만, 사장님이 만드신 프로토타입은 저희가 테스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그건 제가 가져가서 확인하겠습니다.”
◈ ◈ ◈
선우현은 수리된 부품을 가지고 옥탑방으로 바로 돌아왔다.
“엠투. 네 에너지 전환장치 고쳐왔다.”
“키잉.”
“이제 소리도 제대로 못 내네. 이게 다 남미연 씨가 매일 찾아와서 그래.”
김수선이 말했다.
- 선장님. 남미연의 방문을 고려해 계산해도 엠투의 에너지 잔량이 너무 조금 남아 있습니다. 어디선가 에너지가 새는 것 같습니다. 서두르셔야 합니다.
“알아. 그래도 서두르다 망치면 안 되잖아.”
선우현이 연구소에서 고쳐온 건 엠투의 에너지 전환장치 중에서 일부분이다. 이제 기존의 전환장치에 그걸 조립해야 한다.
- 분해할 때의 영상을 편집해 뒀습니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입니다.
“설명해.”
조립 작업은 천천히 진행했다. 작은 부품도 있어서 모니터에 확대해보면서 작업했다.
- 선장님! 거기가 아닙니다!
“어? 나사가 하나 모자라다! 이게 어디 갔지?”
“키잉?”
- 선장님!
선우현은 분해 영상을 거꾸로 돌려보면서 천천히 조립했다. 중간에 흘린 나사는 옥상 바닥을 다 뒤져서 겨우 찾아냈다.
선우현은 먼저 수리된 파트를 에너지 전환장치에 결합했다. 그리고 그걸 다시 엠투의 몸통 속에 집어넣고 본체와 연결했다.
“앗. 손이 미끄러졌다!”
“키잉!”
- 선장님! 쇼트가 나면 위험합니다! 엠투의 내부 보호회로가 못 버틸 수 있습니다!
“휴우. 이번엔 버텼잖아.”
- 다음엔 못 버틸 수도 있다고요!
“키잉!”
에너지 전환장치 장착도 실수는 좀 있었지만 무난하게 끝났다.
이제 갈라놓은 외피를 봉합해야 한다.
선우현이 엠투의 몸에 박스 테이프를 둘둘 감았다.
- 선장님? 지금 테이프로 때우는 겁니까?
“이 수술이 성공하면, 엠투의 자가 수리장치가 가죽을 복구할 수 있잖아. 그러니까 지금은 테이프로 감아도 돼.”
선우현이 작업을 마친 후에 작은 기름통을 가져왔다.
“엠투. 이건 경유다. 너를 위해 1리터를 샀다.”
“키잉?”
“먹어봐. 휘발유나 경우가 에너지를 뽑기 좋대.”
엠투가 경유를 조금씩 먹었다.
“흘리지 마라.”
- 지금 흘리는 게 문제입니까?
선우현이 물었다.
“어때? 힘이 좀 나냐?”
“멍!”
“이야아! 짖는 소리가 돌아왔어! 일어나봐!”
엠투가 몸을 일으켰다.
“수선아! 봐! 동력이 살아났어!”
- 연구소에서 수리한 부품이 제대로 작동하나 봅니다!
“이야아. 엠투. 너 이제 살았다!”
“멍!”
“뛸 수도 있…. 아니다. 일단 자가 수리장치로 내부 손상부터 좀 고쳐라. 내가 수리하다가 쇼트 낸 부분도 고쳐놔야지.”
“멍멍!”
“왜 화를 내고 그래? 고맙다고 해야지.”
“멍!”
“그래. 잘했다.”
◈ ◈ ◈
선우현은 이튿날은 출근하지 않았다. 엠투의 수리가 제일 급한 일이었는데 그게 끝났기 때문이다.
대신에 남미연이 쳐들어왔다.
“흰둥아!”
“멍!”
엠투가 남미연에게 달려가 꼬리를 흔들었다.
“어머! 우리 흰둥이가 건강해졌어!”
“멍!”
“그런데 네 몸에 누가 테이프를 붙여놨니? 보호대는 어디 가고?”
선우현이 말했다.
“이제 다 나았는데, 혹시 몰라서 보호대 대신에 테이프를 붙였습니다.”
“미쳤어요? 테이프라니!”
“어제 봤으면 화냈겠네.”
어제는 테이프를 몸통에 둘둘 감아놨는데, 오늘은 그래도 손바닥 크기의 테이프 하나만 붙여놓았다.
남미연이 그 테이프를 살살 떼고 엠투의 몸을 확인했다.
“뭐야. 상처도 없는데 왜 붙인 거야? 선우현 씨. 나 놀리려고 그런 거예요?”
- 엠투의 자가 수리 모듈이 외피의 손상을 완전히 복구했나 봅니다.
선우현이 말했다.
“놀린 거 맞습니다. 재미있었지요?”
“캬악! 아픈 애한테 무슨 짓이에요!”
“엠투는 이제 안 아픕니다. 건강합니다.”
남미연이 엠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흰둥아. 그럼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너 좋아하는 거 사줄게.”
“멍!”
“기름진 게 좋을 텐데.”
“중화요리 전문점에 가면 되겠네.”
“내가 또 중화요리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선우현 씨는 요리는 다 좋아하던데?”
“나는 맛있는 요리만 좋아합니다.”
“그건 나랑 똑같네요.”
◈ ◈ ◈
남미연은 중식당에 가서 룸을 따로 빌렸다. 요리는 단품으로 여러 개를 시켰다.
그런데 엠투가 정말 잘 먹었다.
선우현이 말했다.
“엠투가 너무 잘 먹는데?”
- 저는 우주 식량을 먹는데 엠투는 요리를 먹는군요.
“너는 우주 식량도 맛있다며.”
- 원래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잖습니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 선장님이 자주 하는 말입니다만?
“그래서 합리적으로 들렸구나.”
- 안 되겠습니다. 빨리 우주왕복선을 보내주십시오.
선우현이 말을 돌렸다.
“그런데 엠투가 진짜 잘 먹네. 다치기 전보다 더 잘 먹어.”
- 에너지 전환효율이 예전보다 형편없이 떨어졌습니다. 전에는 음식이나 음식이 아닌 것을 가리지 않고 먹어서 에너지를 뽑아냈는데, 이제는 저 음식 중에 일부 기름 성분만 쓰니까요.
“먹깨비가 늘었어.”
◈ ◈ ◈
길성 기업 회장 박길성은 선우현의 백기사 역할을 할 때 스래곤의 주식을 많이 사들였다. 그중 일부는 선우현에게 도로 팔았지만 남은 것도 꽤 많았다.
박길성이 박서윤에게 물었다.
“스래곤에서 새로운 연료전지를 개발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진짜냐?”
“네. 진짜입니다.”
“성능은?”
스래곤의 중요 주주인 박길성은 최소한의 정보 정도는 들을 자격이 있었다.
“현재 예상으로는 기존 자동차 엔진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습니다.”
“대단하구나. 혹시 그것도….”
“선우현 씨가 개발했습니다. 연구소에서는 선우현 씨가 만든 프로토타입을 바탕으로 양산 연구를 하는 중입니다.”
“프로토타입?”
“선우현 씨가 직접 만든 프로토타입은 가전제품에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작습니다. 반면에 연구소에서 복제한 양산품은 전기밥솥 크기입니다.”
“차이가 크게 나는구나.”
“스래곤 연구소에서는 현재 기술로는 자동차 엔진 크기까지 소형화하는 게 한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박길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현재 기술로 더 작게는 안 된다니? 선우현 씨가 이미 만들었다면서?”
“우현 씨는 예외니까요.”
“하긴. 이전에 만든 활토나 R 크림만 해도…. 선우현 씨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네. 대단합니다.”
“그럼 연료전지 개발 사실은 언제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내일 합니다.”
“선우현 씨가?”
“아니요. 연구소 김정수 이사와 실무 팀장, 그리고 제가 합니다.”
박길성의 표정이 환해졌다.
“네가?”
“네. 진행은 제가 하고, 김정수 이사와 실무 팀장이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할 겁니다.”
박길성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네가 이름을 계속 알리는 거, 좋은 일이지. 내일처럼 중요한 발표를 진행하면 네 모습이 뉴스에도 나겠구나. 그것도 좋은 일이야.”
“TV에 얼굴이 나가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배우가 되는 건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박길성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 ◈ ◈
스래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곳에 모인 기자들이 발표 전에 정보를 주고받았다.
스래곤에서 개발한 연료전지에 관해서는 이미 약간의 소문이 퍼져 있었다. 박길성 회장이 어제 물어본 것도 그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스래곤에서 발표하는 게 새로운 연료전지라며?”
“수소?”
“당연히 수소겠지?”
“후발주자가 이제부터 수소연료전지를 연구해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
“그러게 말이야.오늘 기자회견은 건질 게 없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