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220화 (220/281)

220. 구출

덕구파 조직원 여섯 명이 무기를 들고 선우현과 대치했다.

그중에는 어제 청부업자를 고용해 선우현을 습격했던 조직원도 있다.

‘어제 청부업자 넷이 덤볐다가 당했어. 우리 여섯으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그의 눈에 박서윤 일행이 보였다.

‘저거다!’

그 조직원이 갑자기 박서윤이 있는 창고 구석으로 돌진했다.

‘인질을 잡으면 일이 쉬워지지!’

선우현이 옆으로 성큼 걸었다. 그는 조직원의 돌진을 중간에서 요격하려 했다.

먼저 출발한 조직원이 선우현보다 살짝 빨랐다. 선우현은 조직원의 앞을 막는 게 아니라 뒤로 들어갔다.

상관없었다. 그는 박서윤을 향해 달려가는 놈의 뒷덜미를 덥석 잡고 끌어당겼다. 조직원은 몸이 어딘가에 턱 걸렸다가 확 끌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목이 콱 졸렸다.

“컥!”

선우현이 조직원을 수평으로 원을 그리며 반 바퀴 크게 돌렸다가 다른 놈들을 향해 집어 던졌다.

“어딜 감히!”

“으아악!”

창고를 가로지르며 날아간 놈이 다른 놈들을 스치고 지나가 창고 벽에 처박혔다.

선우현이 말했다.

“아. 빗나갔네. 일타이피를 노렸는데.”

선우현이 바닥에 떨어진 칼을 박서윤 쪽으로 툭 밀어주었다.

박서윤이 미끄러져 오는 칼을 구두로 받아 세웠다. 그런 후에 칼을 주워 남미연과 신나리의 손을 묶고 있는 끈을 끊었다.

“내 손도 풀어줘!”

신나리가 얼른 칼을 받아 박서윤을 묶고 있는 끈도 잘랐다.

박서윤이 다시 칼을 돌려받더니 덕구파 조직원들을 향해 칼을 겨누었다.

남미연이 급히 물었다.

“서윤 씨는 칼도 쓸 줄 알아?”

“아뇨. 요리할 때는 많이 썼지만 사람한테 쓴 적은 없어요.”

“칼 잡는 자세가 되게 익숙한데?”

“영화에서 봤어요.”

“아. 칼잡이를 연기하는 거구나. 그런데 왜….”

“이렇게 해야 우리를 노리고 덤비려는 놈이 또 있어도 일단 망설이겠죠. 우리도 칼이 있고, 세 명이나 되니까.”

“어머! 좋은 생각이야. 칼 더 없어?”

박서윤이 왼손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에 권총이 떨어져 있어요.”

“저, 저기는 좀 멀어서….”

이제 덕구파 조직원은 다섯 놈이 남았다. 선우현이 남은 놈들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가만히 있어도 어차피 처맞겠지만, 우리 숙녀님들을 노리는 놈은 뒈진다.”

거리가 가까워졌다.

덕구파 조직원 두 놈이 선우현을 향해 돌진했다. 한 놈은 기다란 야구 배트를, 다른 놈은 짧은 칼을 휘둘렀다.

길이가 긴 배트가 먼저 선우현을 위축시키기 위해 날아왔다.

선우현이 옆으로 슬쩍 움직여 배트를 피하면서 적의 목을 후려쳤다.

“켁!”

그 틈에 다른 놈이 선우현의 옆구리를 노리고 돌진했다. 칼날이 옆구리를 향해 날아갔다. 이건 미리 연습해둔 연계 공격이었다.

하지만 칼날이 닿지 않았다.

선우현은 뒤로 조금 물러서는 것만으로 적의 공격을 피했다. 칼날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가자마자 선우현이 발을 들어 적의 턱을 툭 올려 찼다.

“컥!”

칼을 찌르던 조직원은 고개가 젖혀지며 뒤로 나자빠졌다.

신나리는 선우현이 납치범들을 일방적으로 때려잡는 모습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옥상 오빠…. 쩐다.”

남미연이 옆에서 말했다.

“이제 알았어?”

“와…. 옥상 오빠는 맨날 놀길래 뭐 해서 먹고 사나 했는데, 킬러였어. 그래서 화분에 새빨간 토마토를 키웠구나.”

“응? 그런 거 아니야.”

“그럼 히트맨?”

“아니라고.”

이제 조직원은 셋이 남았다.

선우현이 작게 말했다.

“수선아. 어제 청부업자를 고용한 놈. 그놈이 그때 누군가와 다시 통화했잖아.”

-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때 통화한 상대가 내가 걷어차서 창고 문 근처에 떨어진 저놈일 거다. 저놈이 여기 대가리니까.”

창고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그래서 문 근처에 떨어져 있는 천 실장의 얼굴을 김수선도 확인할 수 있었다.

-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저놈들이 서너 단계를 더 거쳐서 두목과 연락하지는 않았을 거야. 왜냐하면, 덕구파는 지금 갈려 나가서 쪼그라들었으니까.”

- 저놈이 덕구파 두목의 지시를 직접 받았겠군요.

“그렇지. 지금 시점에서 이런 사이즈의 일은 두목이 지시하지 않으면 못 하지.”

선우현이 천 실장을 보며 장담했다.

“그러니까 저놈은 곽덕구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을 거다.”

김수선이 보고했다.

- 저놈은 기절하지 않았습니다. 몸을 일으키려고 합니다.

“저놈이 그놈 같아서 일부러 살살 걷어찼어. 이제 저놈만 있으면 되니까 다른 것들은 필요 없네?”

선우현이 갑자기 바닥을 박차고 위로 점프했다. 그쪽에는 배트를 들고 있는 놈이 있었다.

그놈이 소리를 지르며 공중을 향해 배트를 휘둘렀다.

“으아아!”

닿지 않았다.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선우현이 공중에서 적의 턱을 툭 걷어찬 후에 착지했다. 적이 뒤로 나가떨어지면서 배트를 놓쳤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배트가 바닥에 떨어져 땅땅 소리를 냈다.

다른 두 놈이 겁을 집어먹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사, 사람 실력이 아니야….”

선우현이 바닥에 떨어진 배트를 발끝으로 툭 찼다. 배트가 위로 떠올랐다.

선우현이 그 배트를 잡은 후에 놈들을 향해 성큼 걸었다. 보폭이 너무 넓어서 마치 땅 위를 날아가는 것 같았다.

당황한 두 놈이 황급히 칼을 휘둘렀다. 선우현이 알루미늄 배트로 적의 손을 딱딱 때렸다.

“으악!”

잭나이프와 회칼이 두 놈의 손에서 빠져나가 구석으로 날아갔다.

선우현이 움츠린 두 놈을 배트로 두들겨 팼다.

“으아악!”

“이놈들은 패는 맛이 있네.”

선우현은 일부러 두 놈이 기절하지 않게 힘을 조절하면서 팼다.

그러면서 작게 말했다.

“수선아. 내가 이러고 있으면 저 대가리가 그 틈에 도망치겠지? 도망쳐서 곽덕구한테 가면 네가 그걸 추적해서….”

천 실장이 기회를 보다가 눈을 번뜩이며 움직였다. 그런데 그는 창고 밖이 아니라 안쪽으로 돌진했다. 조금 전에 흘린 권총이 목표였다.

선우현이 멈칫했다.

“어? 이게 아닌데.”

선우현도 두 놈은 내버려두고 천 실장을 향해 뛰었다.

먼저 뛴 천 실장이 아주 조금 빨랐다. 그는 권총을 왼손으로 잡았다. 그런데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달려오는 선우현 쪽이 아니었다. 박서윤 쪽이었다.

천 실장이 권총을 박서윤 쪽으로 움직였다.

그 순간 선우현도 도착했다. 그는 곧바로 천 실장의 왼손을 왼발로 찍어 밟았다.

“으아악!”

그러면서 오른발로 턱을 걷어찼다.

왼손을 발로 밟을 때 총탄이 발사됐다. 총구가 아직 박서윤 쪽으로 향하기 전이라 총탄은 창고 벽에 날아가 꽂혔다.

남미연이 총소리를 듣고 비명을 질렀다.

“꺄악!”

신나리는 뒤늦게 무슨 상황인지 깨닫고 같이 비명을 질렀다.

“꺅!”

박서윤이 재빨리 말했다.

“괜찮아요! 다른 방향으로 빗나갔어요!”

남미연이 흥분해서 외쳤다.

“서윤 씨! 어떻게 그렇게 차분할 수 있어? 저 새끼가 총을 쐈는데!”

“이런 경험 처음이 아니라서요.”

“으응?”

“전에는 총알이 날아온 건 아니지만요.”

선우현이 천 실장을 내려다보았다. 급하게 걷어차느라 턱을 깨버렸다. 천 실장은 완전히 기절했다.

선우현이 불평했다.

“와…. 이 새끼는 일단 풀어주고 어디로 가는지 보려고 했는데….”

김수선이 물었다.

- 기절했습니까?

“어. 쉽게는 못 깨어나겠다.”

- 장하십니다. 역시 선장님이십니다.

신나리가 외쳤다.

“앗! 저기 두 놈 도망쳐요!”

선우현에게 두들겨 맞던 조직원 중 하나가 창고 밖으로 도망쳤다.

선우현이 들고 있던 배트를 던졌다. 배트가 창처럼 날아가 도망치려던 놈의 다리를 때렸다. 맞은 놈은 다리가 꺾이며 엎어졌다.

“으악!”

선우현이 도망치려던 조직원 두 놈에게 말했다.

“지금 내 발밑에 총 있다. 내가 너희를 놓치면, 이 총을 쏴서라도 잡고 싶지 않겠냐?”

두 놈은 겁을 덜컥 집어먹었다.

이미 한 놈은 다리를 다쳐 도망치기도 어려웠다. 다른 놈도 많이 맞아서 뛰는 건 무리였다.

“아, 안 튀겠습니다!”

“항복하겠습니다!”

“구석에 가서 벽 보고 있어.”

“예!”

선우현이 박서윤을 향해 걸어갔다.

“괜찮아요?”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네. 오실 줄 알았으니까요.”

“칼은 이제 필요 없는데.”

박서윤은 아직도 바닥에서 주운 칼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 지문은 닦고 버려야겠죠?”

“뭘 그렇게까지. 그냥 자신을 스스로 지키려고 그랬다고 해요. 누굴 찌른 것도 아닌데 뭐.”

남미연이 옆에서 감탄했다.

“선우현 씨. 진짜 싸움 잘한다.”

“더 잘합니다. 오늘 본 건 빙산의 일각이니까.”

“농담도.”

“진담인데.”

“그런데 우리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서윤 씨가 전화하자마자 나타나던데.”

“아까 저놈한테 설명한 거 들었잖습니까?”

“그거 연기잖아요. 연기가 좀 어색하던데, 진짜는 뭐예요?”

박서윤과 신나리도 궁금한 얼굴로 선우현을 쳐다보았다.

“쭈꾸미 먹으러 가다가.”

“네?”

쭈꾸미를 먹으러 가는데 김수선이 지원위성에서 납치 현장을 보고 비상 상황임을 알려주었다.

“총소리가 나서 가봤습니다.”

“저놈은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썼는데….”

“소음기를 달아도 소리는 납니다. 그리고 내가 또 총소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구분합니다.”

남미연이 진짜 궁금했던 건 그게 아니다.

“그럼 우리 흰둥이는…. 진짜 괜찮은 거 맞죠?”

“빨리도 물어보네.”

“물어보기 무서워서 그랬어요!”

“다시 말하지만, 엠투는 현장에서 피를 한 방울도 안 흘렸고, 하얀 털이 붉은색으로 물들지도 않았습니다. 총에 맞은 게 아니라 놀라서 기절한 겁니다.”

“우리 흰둥이는 그렇게 약한 애가 아니에요!”

“혹시 총에 맞았다는 결과를 원하는 건지?”

“아뇨. 약한 애인 게 낫겠어요. 그럼 흰둥이는 지금 어디 있어요? 내가 동물병원에 데려갈게요. 우리나라 최고의 동물병원에요.”

“전담 병원이 있다니까 그러네. 거기 가야 합니다. 엠투는 체질이 특별해서 아무 병원이나 가면 안 됩니다.”

김수선도 동의했다.

-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엑스레이라도 찍어보면 기겁할 겁니다.

남미연이 다른 걸 요구했다.

“그럼 흰둥이를 보여줘요. 괜찮은지 확인해야겠어요.”

“엠투는 지금 놀래서 일어날 기운이 없는데….”

“그래도 확인할 거야!”

엠투는 현재 에너지 절약을 위해 대기 모드로 들어가 있다. 그 상태에서는 죽은 것처럼 보인다.

“뭐, 그럽시다. 보는 것 정도야 뭐.”

박서윤이 제안했다.

“빼앗긴 휴대폰을 찾아서 경찰에 신고해야 해요. 아니면.”

그녀가 기절한 조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증거를 없애고 사라져도 되고요. 여기에 불을 지르면 될 것 같은데요.”

벽을 향해 서 있던 조직원 두 놈이 그 말을 듣자마자 겁을 먹고 덜덜 떨었다.

선우현이 말했다.

“아. 신고. 그거 이미 했는데.”

“네?”

“이미 오고 있을 겁니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후딱 가서 엠투를 만나고 옵시다.”

선우현은 벽에 세워둔 두 놈은 팔과 다리를 묶어놓았다. 그런 후에 세 사람을 데리고 차를 세워둔 곳으로 갔다.

엠투는 뒷좌석에 엎드려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움직임이 없어 죽은 것처럼 보였다.

선우현이 먼저 뒷문을 열고 엠투에게 손을 댔다. 그러면서 작게 말했다.

“엠투. 대기 모드 해제하고 멀쩡한 모습을 보여줘라. 남미연 씨 데려왔다.”

남미연이 뒤따라 왔다가 뒷좌석의 엠투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흰둥아!”

엠투가 고개를 들었다.

“끼잉.”

“이제 괜찮아! 내가 다 낫게 해줄게!”

선우현이 엠투를 끌어안으려는 남미연의 어깨를 잡고 뒤로 당겼다.

남미연이 항의했다.

“왜요!”

“지금은 충격을 받아서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껴안거나 그러면 안 됩니다.”

- 내부 손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괜찮아 보이는데….”

“일단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멀쩡한 거 확인했으면 돌아갑시다. 형사가 거의 다 왔는데, 도착하기 전에 우리는 현장에 있어야지.”

“흰둥이만 두고 어떻게 돌아가요!”

“멀쩡한 거 봤잖습니까? 지금은 흰둥이를 쉬게 해야 합니다.”

남미연이 엠투의 몸을 보았다. 하얀 털에는 핏방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개가 총에 맞았으면 지금처럼 멀쩡할 수가 없다.

“형사가 왔을 때 우리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니까.”

남미연도 이 사건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건 안다. 엠투가 멀쩡한 것도 확인했다.

“알았어요.일단 가요.우리 흰둥이를 데려가려면 사건을 빨리 정리해야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