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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217화 (217/281)

217. 흰둥이 II

박서윤이 운전하고 있는 차는 회사에서 가져온 세단형 승용차다. 그런데 지금 달리는 산길은 SUV 정도는 되어야 겨우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런 길을 승용차로 질주했다. 차 하부가 돌이나 나무에 반복해서 긁혔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SUV 두 대가 바짝 따라오고 있었다.

하부 충격 몇 번 정도는 차가 어떻게든 버텼다. 나뭇가지나 흙이 바닥을 긁어도, 돌이 튀어서 하부를 때려도 바퀴가 굴러는 갔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왔다. 꽤 큰 돌이 바퀴를 붙잡고 있는 부품을 때렸다. 이미 두 번이나 두들겨 맞았던 부품은 세 번째까지 버티지는 못했다.

앞바퀴 하나의 축이 뒤틀렸다. 차가 순식간에 길을 벗어났다.

박서윤이 차를 빠르게 세운 덕분에 나무에 들이박는 건 면했다. 하지만 전륜구동 차량의 앞바퀴 하나가 나갔는데 계속 차를 몰 수는 없었다.

박서윤이 운전석 문을 열며 외쳤다.

“내려요!”

그 차는 운전석이 열리면 다른 문의 잠금장치도 모두 해제된다.

박서윤이 차에서 재빨리 내리며 말했다.

“뛰어서 탈출해야 해요!”

세 사람과 한 마리가 급히 차에서 내렸다. 차가 멈춘 곳은 산길 바로 옆 작은 공터였다.

그들은 차에서 내리고 나서야 신발도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남미연은 굽이 꽤 높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 박서윤도 정장 구두를 신었다. 둘 다 산에서 뛰기 좋은 신은 아니다.

게다가 적의 차는 두 대 다 SUV라서 이런 길에서도 움직일 수 있었다.

차량 한 대가 그들을 지나치자마자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거기서 세 명이 내렸다. 다른 한 대는 퇴로를 막았다. 거기서도 셋이 내렸다.

차에서 내린 덕구파 천 실장이 말했다.

“이봐. 아가씨. 어차피 잡힐 거,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차에 기스가 났잖아.”

박서윤이 사나운 표정으로 외쳤다.

“너 누구야!”

“내가 누구인지는 알 거 없고, 네가 스래곤 비서실장 박서윤이지?”

박서윤은 멈칫했다.

그녀가 예전에 납치됐을 때는 길성에서만 일했다. 그때는 스래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타난 놈들은 스래곤을 언급했다.

‘그때랑은 다른 놈들이구나.’

천 실장이 명령했다.

“끌고 가.”

그의 부하들이 세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남미연은 연예인이라 대형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조직원 중 하나가 남미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

“넌 뭔데 얼굴을 다 가리고 있….”

갑자기 엠투가 뛰어올라 조직원의 팔을 덥석 물었다. 이빨이 팔을 파고들었다.

“으아악!”

팔을 물린 놈이 비명을 지르며 왼손을 휘둘렀다. 엠투가 즉시 팔을 놓으며 뒤로 빠졌다. 적의 왼손은 허공만 휘저었다.

“으아악! 내 팔!”

엠투에게 물린 자리는 상처가 깊게 남았다. 그놈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천 실장이 소리를 질렀다.

“그 개새끼 잡아!”

다른 조직원이 엠투를 향해 쇠파이프를 내리쳤다. 박서윤이 차 안에 숨으면 유리를 부수려고 가지고 내린 쇠파이프였다.

엠투가 옆으로 툭 뛰었다. 쇠파이프가 땅을 때렸다.

엠투가 용수철처럼 위로 점프했다. 순식간에 사람 키만큼 뛰어올라 파이프를 휘두른 조직원의 얼굴을 밟고 옆으로 뛰었다.

얼굴을 밟힌 놈은 뒤로 나자빠졌다.

“악!”

다른 조직원은 원래 목표인 박서윤을 노리고 움직이고 있었다.

엠투가 착지한 위치가 바로 그놈의 다리가 있는 곳이었다. 엠투가 적의 다리를 콱 물었다.

“끄아악!”

그 옆에 있던 놈은 회칼을 가지고 있었다. 그놈이 엠투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이 개새끼가!”

엠투가 물었던 다리를 놓고 옆으로 점프했다. 칼은 다시 허공을 갈랐다.

남미연이 소리를 질렀다.

“잘한다! 역시 우리 흰둥이야!”

천 실장도 소리를 질렀다.

“똥개 한 마리한테 이게 무슨 꼴이야! 똥개부터 잡으란 말이다!”

팔과 다리를 물린 놈을 포함해 조직원 다섯이 엠투를 향해 파이프와 칼을 휘둘렀다.

엠투는 전후좌우로 점프하며 그 공격을 피했다.

조직원 하나가 엠투 대신에 남미연을 돌아보았다. 엠투가 즉시 그놈을 향해 점프해 어깨를 콱 물고 지나갔다.

“으아악!”

다른 놈들이 황급히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아무리 파이프를 휘두르고 칼을 찔러도 엠투에게는 닿지 않았다.

남미연이 소리를 질렀다.

“봤어? 이게 우리 흰둥이야! 너희들 이제 다 뒈졌어! 흰둥아! 물어!”

“크와아앙!”

천 실장은 당황했다.

“무슨 개의 움직임이…. 훈련을 받은 군견도 저렇게는 못 뛸 텐데, 똥개처럼 생긴 게 어떻게….”

덕구파 조직원 다섯 명이 엠투 하나를 잡지 못했다. 오히려 부상자만 점점 늘어났다.

“씨발. 여기에 오래 있으면 안 되는데.”

휴대폰 전파방해장치를 쓰면 박서윤이 도망치면서 경찰에 신고하는 걸 막을 수는 있다.

그런데 그런 이상 전파는 정부 관련 기관이나 군부대에 쉽게 잡힌다. 정부에서 전파를 감지하면 이곳을 조사하러 올 수도 있다.

가능하면 감지되기 전에, 만약 감지된다면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천 실장이 옷 안쪽에서 권총을 꺼냈다. 소음기까지 장착된 권총이었다.

“혹시나 해서 가져왔던 건데, 이걸 쓰면 안 되는데.”

한국에서 총을 쏘면 뒷감당이 쉽지 않다.

“빨리 잡으려면 어쩔 수 없지.”

그가 그 권총을 엠투를 향해 겨누었다.

“죽어라. 개새끼야.”

천 실장이 권총 방아쇠를 당겼다. 약실에서 화약이 폭발하면서 탄두가 발사됐다. 총탄이 소음기를 통과할 때 총성이 꽤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총소리가 약간은 났다.

엠투는 천 실장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에 옆으로 툭 뛰었다. 총알이 땅바닥에 꽂혔다.

천 실장의 눈이 커졌다.

“개가 총까지 피해?”

남미연이 비명을 질렀다.

“꺄악! 총이다! 간첩이다!”

천 실장이 엠투를 노리고 방아쇠를 다시 당겼다. 엠투는 이번에도 발사 순간에 옆으로 뛰었다. 총탄이 다시 빗나갔다.

“씨발…. 개 맞냐?”

천 실장이 두 손으로 권총을 잡고 엠투를 조준했다. 그는 유료 스포츠 사격장에서 권총 사격을 여러 번 경험했다.

그런데도 엠투를 제대로 조준할 수가 없었다. 엠투는 이제는 조준되는 순간 옆으로 뛰었다.

‘일단 갈기고 보자! 한 발은 맞겠지!’

천 실장이 엠투를 향해 방아쇠를 연달아 당겼다. 총소리도 연달아 나고 탄피가 계속 튀었다.

엠투가 그때마다 좌우로 가볍게 뛰었다. 총탄이 계속 빗나갔다.

천 실장이 방아쇠를 당기며 소리를 질렀다.

“제발 좀 맞으라고! 이 개새끼야!”

권총은 반동이 심하다. 천 실장은 사격 선수 출신도 아니다. 게다가 흥분해서 방아쇠를 연속으로 당기기까지 했다.

총구가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틀어졌다. 그런데도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총구가 틀어진 방향에 남미연이 서 있었다.

남미연의 눈이 커졌다. 천 실장이 정확히 그녀의 가슴을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총탄이 남미연을 향해 날아갔다.

거의 동시에 그녀의 앞으로 엠투가 점프했다. 이번에는 총탄을 피한 게 아니라 총구를 향해 뛰었다.

남미연의 심장을 향해 날아오던 총탄이 엠투의 몸통에 꽂혔다.

엠투가 남미연의 앞을 지나 바닥에 떨어졌다. 이번에는 착지하지 못하고 몸통부터 털썩 떨어졌다.

엠투의 입에서 기계음이 났다.

“키잉.”

천 실장이 지르는 환성에 그 기계음이 묻혔다.

“으아아! 잡았어! 저 미친 개새끼를 잡았다고!”

“역시 실장님이십니다!”

“씨발. 그런데 왜 저 새끼는 갑자기 이쪽으로 뛰었지? 저 여자를 지키기라도 하려던 건가?”

“설마 개가 그렇게까지 하겠습니까?”

“그렇지? 아니겠지?”

천 실장이 흰둥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확인사살을 할 생각이었다.

총탄이 나가지 않았다. 방금 남미연에게 날아가던 총탄이 마지막 한 발이었다.

천 실장은 권총의 슬라이드가 후퇴 고정되어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건 탄약이 바닥났을 때 생기는 현상이다.

‘내가 탄창이 비었다는 걸 모를 정도로 긴장했던 건가? 겨우 개새끼 한 마리한테?’

손이 가늘게 떨렸다. 하지만 부하들에게 그런 내색을 할 수는 없다.

그가 권총을 집어넣고 엠투를 보며 말했다.

“뭐, 저건 이제 죽었으니까.”

남미연은 너무 놀라서 돌처럼 굳어 있다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흰둥아! 안돼!”

천 실장이 소리를 질렀다.

“뭐해? 빨리 저것들 다 차에 태워!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

“예!”

조직원들이 남미연을 붙잡았다. 남미연은 발버둥 쳤다.

“흰둥아! 안돼!”

“무슨 여자가 이렇게 힘이 세?”

“빨리 끌고 가!”

박서윤은 탈출 가능성을 계산했다.

천 실장이 그걸 눈치채고 경고했다.

“우리가 필요한 건 박서윤 비서실장이야. 혼자 도망치면, 우리는 필요 없는 저 아가씨들을 칼로 찌르고 나서 쫓아갈 거야. 그리고 도망쳐도 그 구두로는 어차피 잡혀.”

박서윤이 탈출을 포기했다. 남미연과 신나리를 살리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          ◈          ◈

김수선이 보고했다.

- 선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셋 중에 누가 다쳤냐?”

- 엠투가 총에 맞았습니다.

선우현은 깜짝 놀랐다.

“뭐?”

- 활동이 정지됐습니다.

“젠장! 어쩌다가!”

- 총에 맞았습니다. 권총입니다.

“엠투의 회피 기능은 고쳐진 거 아니었어?”

- 권총 사격은 쉽게 피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남미연을 향해 날아가는 총탄을 엠투가 몸으로 막았습니다.

선우현이 주먹으로 차의 스티어링휠을 내리쳤다.

“엠투는 왜 남미연 씨한테는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

- 지상 활동 기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일 겁니다.

선우현은 안성준 형사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었다. 그런 후에는 112에 신고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제 그럴 수가 없어졌다.

“엠투가 당했으면, 이번 건은 내가 먼저 해결해야겠다.”

- 맞습니다. 엠투의 정체를 노출할 순 없으니까요.

“그럼 다른 사람들은?”

- 납치됐습니다.

“상태는? 다친 사람은?”

- 상처 없이 끌고 가더군요. 당장 죽일 거라면 산 채로 납치했겠습니까? 일단은 괜찮습니다.

“수선아. 거기서 네가 추적하는 중이지?”

- 물론입니다. 제가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          ◈          ◈

선우현이 세 사람이 납치된 산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가 차에서 뛰어내렸다.

“엠투를 찾았다.”

엠투는 총에 맞고 바닥에 떨어진 그 상태 그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선우현이 엠투에게 다가가 상태부터 확인했다.

김수선이 물었다.

- 선장님. 엠투가 죽는 겁니까?

“머리 맞은 거 아니면 안 죽어. 알잖아.”

사람의 뇌에 해당하는 엠투의 전자두뇌는 머리에 있다.

엠투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멍.”

“너 일부러 죽은 체하고 있던 거냐? 잘했다. 아까 살아있는 거 알려봤자 확인사살이나 당했겠지.”

선우현이 엠투가 총에 맞은 부분을 확인했다. 총알이 엠투의 외피를 관통했다.

“여기를 맞았어. 총알이 안으로 뚫고 들어갔다. 엠투. 여기에 뭐가 있냐?”

“멍?”

“모르는구나. 수선아. 여기 뭐가 있지?”

- 엠투에 관한 자료를 다 조사하는 중입니다.

“알아내는 대로 보고해.”

선우현이 엠투를 차의 뒷좌석에 실었다. 그런 후에 왔던 길을 돌아가며 말했다.

“수선아. 놈들의 현재 위치는?”

- 선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놈들의 차 두 대가 갈림길에서 서로 다른 길로 가고 있습니다.

“왜?”

-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관측 카메라로 번갈아 보면서 추적하는 중입니다.

“계속 보고 있어. 한 놈도 놓치지 마라.”

- 선장님은 어느 쪽을 먼저 따라가실 겁니까?

“나는….”

엠투가 뒷좌석에 누운 채로 짖었다.

“멍!”

“너는 이 상황에서도 남미연 씨냐? 나는 서윤 씨가 먼저다.”

“멍멍!”

“아직 갈림길 만나려면 멀었다. 가면서 결정하자.”

- 선장님. 엠투가 맞은 부분이 어떤 곳인지 확인했습니다.

“맞아도 되는 곳이야?”

- 아니요. 중요한 기관이 있습니다.

“어떤 기관인데?”

- 에너지 전환장치입니다.

선우현은 당황했다.

엠투는 입으로 들어온 다양한 물질에서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뽑아내 활동한다. 그 기능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장치다.

“왜 하필 거기야!”

- 현재 엠투는 추가 에너지 공급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현재는 남은 에너지로 버티고 있을 텐데, 오래는 못 버틸 겁니다.

“에너지 전환장치를 엠투의 자가 수리 기능으로 고칠 수 있냐?”

- 아니요. 불가능합니다.

“젠장!”

- 선체에 엠투의 예비 부품이 있나 찾아보겠습니다.

“예비 부품 같은 건 없잖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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