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210화 (210/281)

210. 구출 II

김수선이 위성 궤도에서 보고했다.

- 선장님. 조난자의 뒤를 확실히 잡았습니다. 살짝 맛이 가긴 했지만 살아는 있습니다.

선우현이 휴대폰을 얼굴에서 떼고 작게 말했다.

“수선아. 우주왕복선과 중간에서 만날 만한 곳으로 정확히 던져.”

- 제 던지기가 조금 빗나가도, 우주왕복선이 실수만 안 하면 이 사람을 충분히 살릴 수 있습니다.

선우현이 휴대폰을 다시 얼굴에 대고 조세핀에게 말했다.

“이건 계산해서 아는 게 아닙니다. 나는 그냥, 토마스를 살릴 수 있다고 믿는 겁니다.”

나사 직원 조세핀이 훌쩍였다.

- 고마워요. 저, 그 말이 듣고 싶었나 봐요.

김수선이 한마디 했다.

- 이 사람이 죽을 것도 아닌데, 저 여자는 도대체 왜 저런답니까?

“모르잖아. 몰라서 그런 거야.”

◈          ◈          ◈

우주왕복선은 엔진 수리를 마치자마자 토마스가 멀어진 방향으로 날아갔다.

선장 마이클이 명령했다.

“출력 더 높여!”

“국제우주정거장은 방문하지 않아도 됩니까?”

“안 가! 거기 전해줄 보급품도 다 버렸어! 거기 갈 연료를 다 쏟아부어서라도 토마스가 있는 곳으로 달려!”

“토마스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는 알잖아! 일단 달려!”

마이클이 지상 관제소에도 무전을 날렸다.

“토마스가 어디 있는지 왜 아직도 알려주지 않는 거야!”

- 위치를 놓쳤다! 찾는 중이다!

“이 새끼들아! 그걸 왜 놓쳐!”

- 너희들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느라 놓쳤다. 그리고 토마스는 너무 작아서 찾기 어려워!

“빨리 찾아!”

마이클이 옆을 돌아보며 말했다.

“더 가속해야 하는데!”

부선장이 말렸다.

“토마스를 찾는다고 다가 아닙니다. 우리가 탈출할 때 연료를 너무 많이 썼는데, 토마스를 구출할 때도 추가 연료가 필요합니다. 지금 낭비했다가 연료가 떨어지면 설사 토마스를 구출한다 해도 다 죽습니다!”

“알아!”

◈          ◈          ◈

김수선이 외부 수리용 장비를 사용해 토마스의 등을 잡았다. 그 장비에는 팔이나 손의 힘을 감지해 출력을 강화해주는 기능이 있다.

김수선의 등 뒤 날개가 활짝 펼쳐진 채로 하얀빛을 뿌렸다. 비행 속도는 맛이 살짝 간 토마스가 제대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가속했다.

토마스의 몸도 이제는 빙글빙글 돌지 않고 앞을 향하고 있었다.

김수선이 토마스를 우주왕복선이 있는 쪽으로 밀면서 투덜댔다.

“허리띠 졸라매서 아낀 에너지를 이렇게 낭비하다니.”

선우현이 옥탑방 옥상에서 물었다.

- 수선아. 우리 선체는?

“제 아래쪽에서 지상의 눈을 잘 가리면서 따라오고 있습니다.”

탐사대 지원위성의 커다란 선체가 그들의 아래쪽에서 카모플라쥬 시스템을 가동한 상태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면 지상에서 관측해도 선체에 가려진 토마스가 보이지 않는다. 지상에서는 그냥 우주 공간만 보인다.

그게 지상 관제소에서 토마스의 위치를 찾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이제 충분한 속도에 도달했습니다. 가속을 마치고 이탈하겠습니다.”

김수선이 토마스의 등을 밀던 장비를 뗐다. 그러면서 방향을 전환해 감속했다.

토마스 혼자 앞으로 쭉 날아갔다.

“조난자는 이제 혼자 잘 날아가네요. 우주왕복선이 중간에 방향을 틀지만 않으면 만나게 될 겁니다.”

- 선체로 복귀해. 그 날개, 언제 또 고장 날지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          ◈          ◈

우주왕복선에서 우주 공간을 확인하던 부선장이 외쳤다.

“어? 우리 쪽으로 날아오는 물체가 있습니다!”

선장 마이클이 황급히 물었다.

“파편이 아직도 날아오는 건가?”

“아닙니다. 훨씬 느립니다. 저건…. 우주복입니다!”

이 위성 궤도에 우주복이 있을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토마스!”

“토마스가 우리 쪽으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선장 마이클이 환성을 질렀다.

“토마스 이 유능한 놈! 우리가 구출하기 편하게 이쪽으로 비행하고 있어!”

“그런가 봅니다!”

“이러면 구출 시간을 줄일 수 있잖아!”

“토마스가 산소를 다 쓰기 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방향은? 궤도 수정은?”

“정확히 우리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이대로 날아가기만 해도 만납니다!”

“선체 역추진 준비해! 나가서 데려올 시간 없어! 화물칸으로 받아!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

◈          ◈          ◈

김수선이 보고했다.

- 선장님. 우주왕복선이 감속하면서 화물칸을 활짝 열었습니다. 조난자를 화물칸으로 받으려나 봅니다.

선우현이 옥탑방 옥상에서 말했다.

“여기도 속보 떴다. 구출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어.”

나사에서는 토마스를 구출할 확률이 거의 없을 때는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상황이 변했다.

이제 구출 확률이 상당히 높아졌다. 나사의 언론 대응 방식도 순식간에 바뀌었다.

“TV 뉴스 채널 여러 곳에서 나사에서 보내주는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들도 관련 글이 쏟아졌다.

- 저런 구출이 얼마나 어려운 거냐 하면, 바늘구멍에 바늘을 던져 꽂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 그 정도는 아니죠. 반대쪽 바늘구멍이 잘 맞는 위치로 이동할 수 있으니까요.

-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뜻입니다.

- 더 문제는, 구출 기회가 딱 한 번이라는 거죠. 첫 번째 시도에서 놓치면 두 번째는 없습니다.

- 왜요? 놓쳐도 우주선이 다시 쫓아가면 되잖아요.

- 조난된 대원의 우주복에 산소가 얼마 안 남았을 겁니다.

- 아….

◈          ◈          ◈

우주왕복선은 연료를 아끼지 않고 방향을 틀어 감속했다. 비행 궤도도 토마스와 정확히 마주칠 수 있게 조정했다.

토마스가 날아오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왕복선은 완전히 감속한 후에 다시 천천히 가속해 속도를 비슷하게 맞추었다. 토마스가 날아오는 속도가 좀 더 빠르지만, 충돌해도 다치지 않을 정도로 속도 차이를 조정했다.

선장 마이클은 왕복선을 조종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토마스가 왕복선의 화물칸 안쪽에 정확히 충돌했다.

왕복선은 이미 토마스의 속도에 맞춰 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은 크지 않았다. 그래도 방심하면 토마스가 화물칸 밖으로 튕겨 나갈 수 있다.

우주복을 입고 미리 나와 있던 대원들이 토마스가 튕겨 나가지 않게 그물을 던져 붙잡았다. 그 그물은 이미 버린 화물을 묶는 데 쓰던 것이다.

그 모습을 인터넷 중계 영상으로 본 사람들이 환성을 질렀다.

- 잡았어!

- 구할 줄 알았다!

- 믿고 있었다고!

- 나 막 눈물이 나려고 하네.

- 난 이미 티슈 뽑았음.

◈          ◈          ◈

토마스는 즉시 우주왕복선 선실로 옮겨졌다. 동료들이 헬멧부터 벗겼다.

토마스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우주복에 남은 산소가 모자라 마지막 순간에는 질식하기 직전이었다.

“하악. 하악. 여기는 천국인가?”

대원들이 옆에서 외쳤다.

“살았어! 토마스. 넌 살았다고.”

“나 천사를 봤어.”

“우리가 천사라고?”

“너 말고. 천사가 하얀빛을 뿜는 날개를 펼치고 날아와 나를 구해줬단 말이야.”

동료가 우주복에 남아 있는 산소를 점검했다.

“잔량이 아슬아슬해. 숨쉬기 힘들었을 거야. 이정도면 산소부족으로 환각을 봤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맞아. 실컷 숨 쉬어. 여기는 산소가 많아.”

토마스가 말했다.

“아니, 나는 진짜로 천사를 봤….”

“그래. 그렇겠지. 이해하니까 안심해.”

토마스의 목소리가 커졌다.

“내 말을 좀 믿어!”

“믿는다니까?”

“하나도 안 믿잖아!”

선장 마이클도 그 선실로 들어왔다. 그가 토마스의 우주복을 보며 말했다.

“우주복 제어장치가 완전히 뜯겨나갔다. 파편이 조금만 빗나갔으면 죽었겠지. 다행이다.”

“어? 내 우주복이 파편에 맞긴 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래. 네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겠지.”

“내 말을 좀 믿어달라고!”

◈          ◈          ◈

우주왕복선은 화물칸에 있던 짐들을 우주 공간에 버리고 토마스를 구하러 갔다.

김수선은 탐사대 지원위성으로 돌아온 후에 선체를 그 화물들이 버려진 곳을 향해 움직였다. 왕복선은 토마스를 구하러 갔기 때문에 그쪽 우주 공간에는 아무도 없었다.

김수선이 말했다.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는 자원이어야 하는데.”

선우현이 옥탑방 옥상에서 맞장구쳤다.

- 선체 수리에도 쓸 수 있으면 더 좋지.

“당연하죠.”

- 우주복에서 제어장치 뜯어온 건? 쓸 만한 게 있어?

“통신 장치는 물론이고 저장장치도 다 부서졌습니다. 굳이 뜯어올 필요도 없었네요. 이건 자원이나 뽑아서 써야지, 부품은 못 씁니다.”

- 우주왕복선이 화물이라도 좋은 걸 버려줬어야 하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도 남는 게 있어야죠.”

잠시 후에 탐사대 지원위성이 버려진 화물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선장님. 우주왕복선에서 버린 화물 중 대부분은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어서 가지러 가기 어렵습니다. 더 내려가면 위험합니다.”

- 설마 아무것도 못 챙기는 건 아니지?

“지금 우리 선체와 비슷한 궤도에 떠 있는 화물이 하나 있습니다. 저게 제 목표입니다.”

- 뭐가 들어 있을까?

“쓸모없는 것만 버렸으면 화낼 겁니다.”

- 지상에서 눈치 못 채게 화물을 회수할 수 있겠어?

“지상의 눈은 구출 현장에 집중되어 있을 겁니다. 물론 여기까지 넓게 보는 눈도 있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이걸 놓치면 현재 궤도를 얼마나 오래 돌아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 그건 그렇지.

“진행할까요?”

- 수선이가 나한테 허락을 받다니!

“중요한 사건은 승인을 받은 후에 처리했습니다만?”

- 사후 승인도 많았잖아.

“냉큼 승인이나 하시죠.”

- 진행해.

탐사대 지원위성이 화물의 아래쪽으로 이동했다. 화물은 직사각형 상자 형태였다.

김수선이 지원위성의 모습을 숨겨주는 카모플라쥬 시스템을 조정해 배경에서 화물의 모습을 지웠다.

만약 누군가 아래쪽에서 그 화물을 계속 보고 있었다면, 화물이 우주 공간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이제 회수합니다.”

김수선이 지원위성의 위쪽 화물칸을 열었다.

평소에는 고속으로 날아가는 우주 쓰레기도 곧잘 잡아서 자원과 에너지를 뽑았다. 이렇게 조용히 이동하는 물체를 화물칸에 집어넣는 건 일도 아니었다.

“잡았습니다.”

- 잘했다. 이제 그곳을 조용히 이탈해.

“이미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김수선이 조종실에서 화물칸으로 이동했다.

원래 이 화물칸에 있던 보급품은 이미 옛날에 다 소모했다. 이곳은 이제 텅텅 비어 있었다.

그곳에 새로운 화물이 들어왔다.

김수선이 보고했다.

“화물 컨테이너의 크기는 가로 약 1m, 세로 1m, 길이 2m쯤 됩니다.”

- 초미니 컨테이너네. 1톤 탑차 화물칸보다도 작구나. 이제 거기에 뭐가 들어 있느냐가 문제인데.

“화물 개봉합니다.”

김수선이 휴대용 레이저 용접기를 절단 모드로 설정하고 화물 컨테이너의 잠금장치를 잘라냈다. 그런 후에 덮개를 활짝 열었다.

김수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선장님?”

- 왜? 진짜 돌덩어리가 들어 있는 건 아니지?

“이건 우주정거장으로 보낼 보급품입니다.”

- 잘됐네! 보급품 뭐가 들어 있는데?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식량이….”

- 응?

“다른 건 다 됐고, 식량이 들어 있습니다.”

- 밥이 있다고?

김수선이 화물 컨테이너 안에 있는 작은 상자 하나를 뜯었다.

“일단 튜브 타입 우주식을 찾았습니다. 보급품 중에 이런 식량 상자가 여러 개 있습니다.

- 잠깐. 그걸 버렸으면, 이제 국제우주정거장에 있는 사람들은 굶어야 하나?

“알게 뭡니까? 제가 더 급한데.”

김수선이 치약처럼 생긴 식량 튜브를 하나 꺼냈다. 그런 후에 뚜껑을 열었다.

“음식 냄새가 납니다. 식량이 확실합니다.”

- 맛은?

김수선이 우주식을 조금 먹어보았다.

“아아앗!”

- 왜? 뭔데? 무슨 일인데?

“이거 진짜 맛있습니다! 칼로리바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

- 다행이다.

“이렇게 맛있는 걸 그동안 선장님만 드셨습니까?”

- 응?

“선장님. 우주왕복선은 언제 손에 넣을 겁니까? 저기도 지금 한 대 날아가고 있는데 왜 우리만 우주왕복선이 없습니까?”

- 수선아. 나도 너한테 맛있는 음식을 보내주려고 했어. 알지?

“이 식량은 제가 알아서 확보했습니다만?”

선우현이 말을 돌렸다.

“에너지는? 원래 궤도로 돌아갈 수 있겠어?”

김수선이 미니 화물 컨테이너를 두드려보았다.

“외부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내부의 물건들도 플라스틱 상자나 비닐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에너지를 뽑으면 원래 궤도로 충분히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러고도 에너지가 좀 남을 겁니다.”

- 대박이구나!

“이번 일은 정말 남는 게 많은 구출 및 자원 확보 작전이었습니다.”

- 내가 하자고 했다.

“저도 하려고 했습니다. 절차상 확인사항 몇 개만 물어봤던 것뿐입니다.”

- 우리 수선이가 뻔뻔해졌어.

“선장님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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