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204화 (204/281)

204. 우주왕복선

선우현이 오후 회의에서 질문했다.

“전에는 비자금으로 빼돌렸다는 구내식당 지원금. 그거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담당 이사가 자랑했다.

“아무도 빼먹지 못하게 확실히 삭감했습니다.”

“삭감을 왜 합니까? 구내식당에 줘야지.”

“예? 하지만 구내식당은 지금도 잘 돌아가는데….”

“내가 오늘 먹어보니까 안 돌아가던데.”

“밥도 잘 나오고….”

“개밥이 더 잘 나오겠던데.”

담당 이사는 선우현이 무슨 의도로 말하는지 깨닫고 조용히 입을 닫았다.

선우현이 지시했다.

“그 지원금은 다시 구내식당 예산으로 쓰고 음식의 질을 확실히 높입시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원금은 어느 정도나….”

“생각해보니 지원금이 예전 그대로면 부족하겠네. 더 넣어야겠네.”

“네? 예전에는 처음부터 빼먹으려고 할당한 금액이라 상당히 큰 액수였습니다. 그것도 많았는데 더 많이 쓰면….”

“먹는 데는 돈을 팍팍 씁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난 이제 구내식당에서 종종 먹을 건데, 난 맛있는 걸 먹어야겠습니다. 밥은 소중하니까.”

다른 이사들이 담당 이사에게 눈치를 주었다. 담당 이사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께서 식사하실 때 불편하지 않으시게 조치를….”

“이사님들도 드셔야지? 이사님들이 구내식당 놔두고 외식만 하면 밥이 맛있어질 리 있나.”

“앞으로 매일 먹겠습니다.”

“그겁니다. 다 같이 맛있는 거 먹으려면 예산 팍팍 쓰시죠.”

◈          ◈          ◈

이틀 뒤에 신나리가 스래곤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출근했다. 오전에는 홍보실에서 일을 도와주다가 점심때 구내식당으로 갔다.

그녀는 그곳에서 제공되는 음식을 보고 당황했다.

“아니, 이 구내식당에서 왜 음식이 출장 뷔페처럼 잘 나와? 원래 안 이랬잖아.”

성준호가 대답했다.

“실제로 출장 뷔페를 불렀으니까.”

“어? 갑자기? 왜?”

“이틀 전에 사장님이 와서 식사하시더니, 식재료 단가를 아끼니까 이런 개도 안 먹을 밥이 나오는 거라고 버럭 하셨대. 이런 거 먹고 어떻게 일하냐면서 구내식당에 예산 팍팍 쓰라고 하셨다더라.”

“그래서 뷔페를 부르신 거야?”

“어. 주방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칠 때까지 일단 출장 뷔페 업체와 계약해서 운영할 거래.”

신나리는 신났다.

“우왕! 그럼 업체가 와 있는 동안 열심히 먹어야지.”

“그럴 필요 없을걸?”

“응? 왜?”

“우리 삼촌이 그러는데, 사장님이 아예 소규모 출장 뷔페 업체를 하나 인수해서 우리 회사 구내식당을 통째로 맡기라고 하셨대. 지금 주방에 계신 분들이랑 같이 스래곤 구내식당을 전담하는 회사를 새로 만드는 거지.”

“와…. 사장님은 밥에 진심인 분이구나. 여기서 알바 오래 하고 싶다.”

“난 졸업하면 여기 오고 싶다. 그때는 다른 일 시켜주겠지.”

성준호는 지금은 문서수발실 창고에서 일한다.

성준호의 옆에서 젊은 남자가 밥을 먹으며 말했다.

“나는 알바도 여기서 하고 취직도 여기로 하고 싶다.”

신나리가 물었다.

“누구?”

남자가 인사했다.

“윤하늘입니다. 다른 조에서 일하는데, 알바 몇 명이 그만둬서 조가 개편됐어요. 이 조에 친구가 있어서 이쪽으로 지원했습니다.”

“그 친구가 혹시 준호 선배예요?”

“그렇죠.”

신나리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사람을 알려면 친구를 보라던데, 하필 친구가 준호 선배….”

성준호가 설명했다.

“같은 학교인데 우리 과는 아니야. 교양 수업을 들으러 우리 과에 자주 오지만.”

윤하늘이 말했다.

“내가 세계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유물에 관심이 많은 거겠지.”

◈          ◈          ◈

신나리는 그날 밤에 옥상에 올라갔다가 당황했다.

“이게 왜 여기 있어요? 이거 한강 편의점에 있는 거 아니에요?”

선우현은 즉석 라면 조리기를 사다 놓고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한 번에 한 개만 끓일 수 있는 소형 조리기지만, 작동 방식은 공원 편의점에 있는 것과 비슷했다.

“야식용이야. 밤에 먹는 라면은 두 배로 맛있잖아. 한강에서 이걸로 먹어봤더니 더 맛있더라.”

“여기는 한강이 아닌데요?”

“탁 트인 건 비슷하잖아.”

김수선이 한마디 했다.

- 선장님. 야식을 그렇게까지 편하게 먹고 싶었습니까?

“이렇게 먹으면 맛이 다르다니까?”

신나리가 감탄했다.

“와…. 밥에 진심인 사람이 여기도 있었네. 스케일은 진짜 차이가 나지만.”

“누구랑?”

“있어요. 설마 이게 저녁은 아니죠?”

“야식이라니까.”

“아싸아! 그럼 나도 한 젓가락….”

“이제 기계도 있으니까 직접 끓여 먹어.”

“계란은요?”

“저기.”

신나리가 옆을 보았다. 그곳에는 달걀은 물론이고 핫바까지 걸려 있었다.

“옥상 오빠는 진짜 야식에 진심이구나.”

◈          ◈          ◈

NASA에서 발사한 우주왕복선 한 척이 지구의 위성 궤도에 떠 있었다.

그 왕복선의 이번 임무는 대형 인공위성 수리였다.

평범한 인공위성이 고장 났으면 그냥 포기하고 버릴 수도 있다. 어차피 통신이 끊겨 잃어버리거나, 수명이 다해 대기권에 추락하는 위성은 종종 있다.

그런데 이 대형 인공위성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초고가 장비다.

위성은 꽤 커서 내부에는 사람 한 명이 잠깐 머물 수 있는 작은 거주구역까지 있었다.

거주구역의 크기는 전투기의 조종석만큼 작아서 사람이 그곳에서 생활할 수는 없다. 대신에 헬멧을 벗고 잠깐 쉴 수는 있었다.

NASA에는 이 대형 인공위성을 일종의 초소형 우주정거장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꽤 있다.

그런 비싼 대형 인공위성을 일부가 파손됐다고 해서 버릴 수는 없다. 새로 만들어 띄우는 것보다 파손된 부분을 수리하는 게 훨씬 싸게 먹혔다.

그래서 NASA에서는 우주왕복선에 교체용 수리모듈을 여러 개 싣고 가서 위성을 직접 수리하기로 했다.

수리 작업은 간단하지 않았다. 인공위성이 우주 쓰레기에 맞아 파손된 상태라 고칠 곳이 많았다. 고장 부위 확인부터 점검, 수리까지 일주일의 일정이 잡혀 있었다.

이 우주왕복선은 위성 수리 작업이 끝나면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날아가서 물자를 보급하고 지상으로 내려가는 것까지가 임무였다.

위성 수리를 맡은 엔지니어 토마스가 거주구역으로 들어갔다. 사람 한 명이 있으면 가득 차는 좁은 공간이지만, 산소가 있어서 우주복 헬멧을 벗고 잠깐 쉴 수는 있었다.

같이 작업하는 동료는 밖에서 위성의 외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거주 공간이 워낙 좁아 이 공간에서 쉬는 건 교대로 해야 한다.

토마스가 치약처럼 생긴 튜브에 들어 있는 우주인용 식량을 쥐어짜서 먹으며 불평했다.

“우주에서 스테이크나 햄버거를 원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맛은 좀 있게 만들 수 있잖아. 우리 와이프 음식도 이것보단 낫다고.”

우주왕복선에서 선장 마이클이 무전으로 말했다.

- 임무 끝나고 내려가면 내가 진짜 맛있는 텍사스식 스테이크를 사지.

“맥주도?”

- 당연히 맥주도.

“크으. 생각만 해도 좋네요.”

- 수리는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아직 손상된 부분을 파악 중입니다. 일부는 찾았는데, 지상에서 예상한 것보다 손상이 심합니다. 우리가 가져온 교체 부품으로 해결되면 좋겠는데….”

- 어떻게든 해결해야 해.

“교체로 해결하기 어려운 손상이 있으면 수리 방법은 휴스톤에서 알아내야지요.”

토마스가 빈 우주식 튜브를 밀폐식 쓰레기통에 넣은 후에 말했다.

“그럼 다시 일하러 가야겠네요. 휴스톤에서 쉬는 시간에도 예산은 소모된다고 불평하기 전에.”

◈          ◈          ◈

김수선이 선우현에게 보고했다.

- 선장님. 제가 추적하던 우주 쓰레기 중 하나가 말입니다.

선우현이 옥상 평상에 누운 채로 물었다.

“포획할 수 있겠어?”

- 타원 나선 궤도로 지구를 도는데, 선체에서 점점 멀어지는 방향으로 갑니다.

“그럼 그건 꽝이잖아.”

- 그런데 그 우주 쓰레기가 이대로 날아가면, 오래된 작은 인공위성과 충돌하게 됩니다.

“언제?”

- 73시간 후입니다.

“혹시 충돌한 후에 그 인공위성이 우리 선체 쪽으로 날아오나?”

- 아니요. 그렇게 맞으면 박살이 나서 잔해만 뿌려질 겁니다.

선우현이 툴툴댔다.

“그럼 뭐하러 이야기하냐? 다 꽝인데.”

- 우리 선체가 아니라, 그 파편이 우주왕복선 쪽으로 날아갑니다.

“응?”

- 우주왕복선 한 척이 위성 궤도에서 작업 중이라고 했잖습니까? 제가 볼 땐 파편과 충돌할 확률이 70%가 넘습니다.

선우현이 몸을 일으켰다.

“그 정도야?”

- 저는 5천 년 동안 우리 선체의 추적시스템으로 위성 궤도를 도는 물체를 확인했습니다. 이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인 제가 볼 때 최소 70%입니다.

“그럼 피해는?”

- 정통으로 직격당하면 우주왕복선은 벌집이 되겠지요.

“그거 유인 우주선이잖아. 그러면 곤란한데.”

- 어떻게 하실 겁니까?

“오늘은 출근 안 하려고 했는데, 회사에 가야겠다.”

- 회사로 가면 방법이 있으신지?

“저번에 NASA에 줄을 좀 대보라고 했잖아. 어떻게 됐나 확인 좀 하자.”

◈          ◈          ◈

박서윤은 길성 비서실에서 일하다가 선우현의 전화를 받았다.

- 나 오늘 스래곤에 잠깐 갔다 올 겁니다.

“저도 지금 갈게요.”

- 에이. 간단한 일이니까 서윤 씨는 그냥 길성에서 일해요. 거기도 할 일 많은 것 같던데. 괜히 스래곤에 온다고 할까 봐 전화한 겁니다.

“음…. 그럼 제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 별일 아니라니까요.

◈          ◈          ◈

스래곤 사장실은 비어 있는 날이 많다. 며칠에 한 번 사장이 나오는 날은 비서실장이 아침 일찍 출근한다.

그래서 비서실장이 없으면 사장도 출근하지 않는다는 게 비서실의 상식이 됐다. 그런 날은 비서실 분위기가 좀 풀어졌다.

비서실은 인원이 부족하고 일은 많다. 그래서 잠깐 쉴 때는 이리저리 늘어져 있었다.

비서실 대리가 아예 책상에 다리를 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말했다.

“요즘 구내식당 밥 너무 맛있지 않아?”

비서실 동료가 맞장구쳤다.

“맛있지. 오늘 랍스터 나온 거 보고 깜짝 놀랐어. 우리 회사 구내식당에서 그런 게 나올 줄은 몰랐다. 예전에는 칵테일 새우조차도 가끔 나왔잖아.”

“랍스터는 반쪽만 나왔는데?”

“반쪽이 어디…. 앗. 사장님.”

“에이. 나 놀리려고 그런….”

대리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가 화들짝 놀라 일어서려고 했다. 그런데 책상 위에 올라간 다리가 제때 내려오지 못하는 바람에 의자가 뒤로 넘어갔다.

“으아아!”

그가 급히 책상을 잡았다. 그런다고 넘어지는 걸 막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천천히 넘어져 다치지는 않았다.

대신에 마시던 커피를 옷에 쏟았다.

대리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평소에 책상에 발을 올리지는 않습니다!”

“발이야 올릴 수도 있지요. 책상이야 닦으면 되는데 뭘 그거 가지고.”

“네?”

“일만 잘하면 이불 깔고 누워서 해도 됩니다.”

- 선장님도 옥상 평상에서 자주 그러시죠.

선우현은 진심으로 한 말인데 대리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아, 아닙니다!”

선우현이 비서실 과장에게 말했다.

“NASA 쪽과 관계가 있는 임원은 다 소집해요.”

“알겠습니다!”

선우현이 사장실로 들어간 후에 과장이 대리에게 말했다.

“너는 또 사고 치냐?”

“아니, 그게 아니라요. 실장님이 안 계시는데 사장님이 오실 줄 몰라서요.”

“됐고, 사장님 출근하셨다고 연락이나 돌려.”

“예.”

◈          ◈          ◈

선우현이 회의실에서 물었다.

“저번에 NASA에 납품할 방법 찾으란 거, 어떻게 됐습니까?”

영업 담당 이사가 말했다.

“NASA 쪽 관계자와 이야기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납품이 가능할지는 나사의 상황이나 우리 회사에서 어떤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 등등 변수가 많아서, 아직 알아보는 중입니다.”

연구소 김정수 이사도 대답했다.

“새로운 요구사항이 오면 최선을 다해 스펙을 충족하는 제품을 개발하겠습니다.”

선우현이 물었다.

“그럼 그건 계속 진행하시고 뭐 하나 물어봅시다. 위성 궤도에 돌아다니는 우주 쓰레기를 NASA에서 추적하고 있습니까?”

김정수 이사가 대답했다.

“일정 크기 이상의 우주 쓰레기는 추적 중인 것으로 압니다.”

“그 데이터, 내가 좀 볼 수 있습니까?”

“예? 그걸 왜….”

선우현이 적당히 둘러댔다.

“그냥 쓰레기가 얼마나 돌아다니나 궁금해서 그럽니다. 우리가 명색이 항공우주회사인데, 나중을 생각하면 우주의 환경도 알아야지요.”

“제가 나사에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데이터를 요청해 보겠습니다.”

“당장 받아보면 좋겠는데. 내가 기다리는 걸 싫어해서.”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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