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201화 (201/281)

201. R 골드

디자이너 채연서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 R 골드가 왜 여기서 나오냐니까요? 이걸 도대체 어디서 구했어요?”

“구한 게 아니라 만든 겁니다.”

- 엠투가 만들었지요.

“앗! 진짜요?”

채연서가 R 골드 구슬을 들고 불빛에 비춰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대박! 선우현 씨가 만든 거라서 이렇게 독특하고 분위기 있는 무늬가 나오는 거였어!”

“만든 건 엠투….”

채연서가 말을 끊으며 다급히 물었다.

“앗! 직접 만든 거면, 혹시 이거 더 있어요?”

“있지요.”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그러면요. 나도 하나만 주면 안 돼요? 오늘 밥은 내가 그냥 살 테니까, 하나만 줘요. 네?”

“그럼 그걸로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 디자인해주는 값을 퉁 치면 되겠네.”

“그러면 더 좋죠!”

“음…. 그러면 아예 몇 개 더 만듭시다. 제작비는 따로 줄 테니까.”

“네? R 골드가 더 있어요?”

“우리 엠투가 흘리고 다닙니다.”

“어머! R 골드를 개한테 장난감으로 준다는 거예요? 그러다 먹으면 큰일 나요!”

“어…. 그 녀석이 이걸 먹진 않던데.”

- 내부 수리에 쓸 수 없어서 배출한 거니까요. 다시 먹어봤자 쓸모가 없으니 안 먹는 겁니다.

선우현이 말했다.

“하여간 재료는 더 만들 수 있으니까, 액세서리도 몇 개 더 만듭시다.”

“디자인은 다 똑같이?”

“일일이 새로 디자인하려면 그것도 일이니까.”

“그럼 콜이죠!”

◈          ◈          ◈

며칠 후에 선우현이 옥상에서 박서윤에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오다가 주웠습니다.”

박서윤이 상자를 열어보았다.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가 들어 있었다.

“어머. 이건 남미연 씨의 그….”

그녀가 목걸이를 들어보았다. 디자인은 남미연의 것과 확실히 달랐다.

그런데 남미연의 목걸이에서 보이는 그 독특한 무늬와 광택이 여기에도 있었다.

“같은 재료로 만든 거네요?”

선우현이 설명했다.

“채연서 씨한테 의뢰해서 수제 액세서리를 만들어봤는데, 디자인이 괜찮게 나왔더라고요.”

“진짜 예쁘다.”

“예쁘면 서윤 씨 해요. 스래곤 비서실장 일까지 하게 해서 미안한 마음에 주는 겁니다.”

박서윤이 목걸이를 손에 쥔 채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이걸 저한테만….”

“몇 개 더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채연서 씨한테 제작비로 줬고, 이건 뭐, 남는 거라서.”

“아. 남는 거구나.”

박서윤이 방긋 웃었다.

“고마워요.”

◈          ◈          ◈

박서윤은 거울 앞에서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귀걸이도 귀에 걸어보았다.

마음에 쏙 들었다.

“좋다.”

그녀는 이튿날 목걸이와 귀걸이를 하고 길성 비서실에 출근했다.

여자 과장이 지나가다가 박서윤을 보고 후다닥 다가왔다.

“잠깐! 박 대리! 그 목걸이하고 귀걸이…. 남미연의 그 목걸이랑 비슷한 거 아냐?”

“다른 거예요.”

“그거랑 비슷한 재료로 만든 거 맞네. 역시 박 대리가 하니까 짝퉁도 진퉁처럼 보인다.”

“이거 짝퉁 아니에요.”

“에이. 남미연만 가지고 있는 그 목걸이는 독특한 광택이 있어서 복제가 불가능하다고…. 어?”

여자 과장이 바짝 다가왔다.

“와. 빛이 진짜 오묘하다. 무늬는 살짝 다른데 표면에 흐르는 빛이 TV에서 본 거랑 같아. 이거 혹시 진품이야?”

“네.”

“아니, 진품을 어떻게 구했어? 남미연은 수제품이라고 했는데?”

“목걸이 디자인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제 거는 귀걸이도 있고요. 이건 채연서 씨가 디자인한 거예요.”

“아. 명품 디자이너 채연서. 그래서 이렇게 있어 보이는구나. 난 또 박 대리가 차서 진짜처럼 보이나 했지.”

“제가 찬다고 그럴 리가 있나요.”

“있지. 암. 있고말고.”

여자 과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디자인은 그렇다 치고, 이거 재료를 구할 수가 없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한 거야?”

“아는 분이 이 소재를 개발했어요. 시험 삼아 몇 개 만들었는데 하나 얻었어요.”

“그래? 그럼 나도 하나…. 어? 잠깐? 아는 분? 이거 재료 이름이 R 골드인데, 설마 R 크림하고 관계가 있어?”

“그분이 만든 거 맞아요.”

“와…. 그럼 이거 비싸겠다.”

“선물 받은 거라서 가격은 몰라요.”

여자 과장이 부러워했다.

“좋겠다.”

“좋아요.”

◈          ◈          ◈

채연서도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를 하나 가졌다. 그녀가 그 세트를 차고 선우현을 만났다.

“어때요? 예쁘죠?”

“목걸이와 귀걸이가 예쁘군요.”

“하여간 사람이 빈틈이 없다니까.”

- 선장님이요? 널린 게 빈틈인데?

채연서가 제안했다.

“이 목걸이, 정식으로 팔아요.”

“이걸?”

“디자인은 내가 몇 가지 더 할게요. 그러면 팔 수 있잖아요.”

“생산량이 아주 적을 텐데.”

“그래도 돼요. 어차피 대량생산할 거 아니면, 지금처럼 액세서리 장인에게 맡겨서 수작업으로 만들면 되잖아요.”

“음….”

“이 좋은 걸 나만 가지고 싶긴 한데, 이미 몇 개 풀렸으니까 그건 글렀죠. 그럼 그냥 선물용으로 몇 개만 만들고 끝내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네?”

김수선도 응원했다.

- 선장님.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합니다. 오늘은 선체에 진동이 발생했습니다. 어디 부러진 부품이 있나 봅니다.

◈          ◈          ◈

선우현이 옥탑방으로 돌아가 엠투에게 물었다.

“야. 엠투. 금 좀 더 먹을래?”

“멍?”

“황금 개똥이 좀 더 필요해졌어. 일단 이거 먹어봐라.”

선우현이 골드바를 던졌다. 엠투가 높이 점프해 골드바를 덥석 물더니 꿀꺽 삼켰다. 그러고 나서는 다시 옥상에 엎드려 굴러다녔다.

“뭐야? 왜 먹기만 하고 나오는 게 없어? 야. 찌꺼기 배출 안 해?”

“멍?”

“먹튀냐? 빨리 내놔.”

엠투가 구박을 받다가 조그마한 구슬을 배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크기가 손톱만큼 작았다.

“먹튀 맞네.”

- 너무 자주 먹으면 처리가 제대로 안 되나 봅니다.

“이 녀석이 이제 먹는 걸 가리기까지 하네.”

◈          ◈          ◈

선우현이 JHC 테크 사장 최종훈과 김찬혁을 만났다. 그가 비서 김찬혁에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이거 선물입니다.”

“네? 사장님이 아니라 저한테요?”

“열어봐요.”

김찬혁이 상자를 열었다. 귀걸이가 들어 있었다.

“저한테 귀걸이를 왜…. 저는 이런 액세서리는 안 하는데….”

갑자기 옆에서 최종훈이 관심을 보였다.

“어? 이거 남미연 씨의 목걸이랑 같은 재질로 만든 거 아닙니까? R 골드요.”

“최 사장님이 이걸 아실 줄은 몰랐는데요.”

“민영이가 이거 좀 구해달라고 졸랐었거든요. 이런 것도 하나 못 구하면 JHC 테크 사장은 왜 하느냐고 얼마나 구박하는지. 맡겨놓은 것도 아니면서.”

김찬혁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아! 이게 그겁니까? 그럼 제 여친한테 선물로 줘도 될까요?”

“그러라고 주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기는요. 시킬 게 있는데.”

“네?”

선우현이 설명했다.

“이게 원래 재료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재료를 아주 소량만 생산할 예정이라 액세서리를 많이는 못 만듭니다. 그러니까 소량 수제 생산만 가능합니다.”

“마치 활토나 R 크림처럼 소량만 생산되는군요.”

“이번에는 생산량이 훨씬 더 적습니다. 지금은 모아놓은 게 좀 있는데, 그거 다 쓰면 일주일에 한두 개나 만들까 싶군요. 그래서 큰 건 못 만들고, 목걸이나 귀걸이로 만들어 팔아볼까 하고요.”

김찬혁이 물었다.

“아. 그럼 저한테 시키신다는 게…. 액세서리 판매를 위해 밟아야 할 관련 절차입니까? 맡겨만 주십시오! 제가 그런 거 잘합니다. 하하하.”

최종훈이 얼른 말했다.

“선우현 씨! 동생에게 자랑스러운 오빠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자랑스러울 텐데요.”

“김 비서가 그 일을 하기 편하게 제가 팍팍 서포트 하겠습니다.”

“음…. 목걸이가 하나 남는데 이거라도?”

“고맙습니다!”

◈          ◈          ◈

선우현은 구하니를 만났다. 그녀가 반가워했다.

“어머. 선우현 씨. 요즘 바쁘실 텐데.”

“안 바쁩니다.”

“네? 스래곤의 사장님이 되셨는데 안 바쁘세요?”

- 그러게요. 선장님은 왜 안 바쁠까요?

“주변에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 따위는 없어도 됩니다.”

“어머. 겸손하시다.”

- 엠투도 안 믿을 핑계를 대십니까?

선우현이 탁자 위에 작은 상자를 올려놓았다.

“이건 선물입니다.”

“네? 저한테요?”

“스래곤을 인수할 때 빌려준 돈이 도움이 많이 됐으니까요. 답례죠.”

“아. 그거요. 사실 떼이는 줄 알았…. 앗! 아니에요.”

구하니가 상자를 열었다.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가 들어 있었다.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머. 이건…. R 골드로 만든 거예요?”

“알아보네요?”

“남미연 씨가 자랑을 하도 많이 하고 다녀서, 연예계에는 아는 사람이 꽤 있어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몇 개 만들었는데, 구하니 씨한테도 하나 주는 게 맞아서요.”

“네? 몇 개나 만들어요? 혹시 이거 선우현 씨가 직접 만든 거예요?”

“나는 R 골드만. 디자인은 채연서 씨가 했습니다. 제작은 액세서리 전문 장인이 수작업으로 했고요.”

“역시 대단하시다. 고마워요. 잘 쓸게요.”

◈          ◈          ◈

액세서리는 인기 연예인이 하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홍보가 된다.

실제로 배우 남미연이 이 목걸이를 차고 다니면서 R 골드를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

구하니는 R 골드 목걸이와 귀걸이를 하고 TV 음악방송에 나갔다.

같은 방송에 나간 가수 양미나가 그걸 보고 샘을 냈다.

“너 그 목걸이랑 귀걸이 어디서 샀어?”

“왜? 어울려?”

“판매처 정보를 내놓아라.”

“재주껏 알아내 보던가.”

“야!”

구하니가 자랑했다.

“선물 받은 거야.”

양미나가 살짝 걱정했다.

“아니, 저번엔 아니라더니, 진짜로 이상한 재벌 2세랑 사귀는 거 아니지?”

“웅….”

“뭐지? 그 묘한 반응은?”

“재벌 2세는 확실히 아니야.”

◈          ◈          ◈

구하니가 출연한 음악방송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갔다. 댓글로 목걸이와 귀걸이 이야기가 나왔다.

- 저거 남미연만 하던 목걸이 아닌가요?

- 구하니도 하네. 연예인만 하는 목걸이인가 보다.

- 협찬인가?

- 협찬은 아닐 겁니다. 파는 곳이 전혀 없으니까요. 남미연도 수제품이라고 했고요.

◈          ◈          ◈

남미연이 엠투를 행사장에 데려가기 위해서 선우현을 찾아왔다. 그녀가 따졌다.

“어째서 구하니는 귀걸이까지 있는데! 난 목걸이밖에 없는데!”

“채연서 씨가 그렇게 디자인했으니까?”

“나도 그럴걸! 목걸이에 쓴 거 조금 남겨서 귀걸이도 만들걸!”

“엠투나 데려가요.”

남미연이 배시시 웃었다.

“선우현 씨. 혹시 남는 R 골드….”

“없다고 하고 싶지만, 최초 아이디어 제공자니까.”

엠투가 금과 다른 물질을 섞어 배출하는 양은 일정하지 않았다. 당연히 R 골드의 크기도 매번 달랐다.

채연서에게 처음에 제공한 건 서로 비슷한 크기만 모아서 준 거라서 같은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었다.

채연서는 다양한 크기의 재료를 고려해서 여러 가지 디자인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면 여러 크기의 R 골드를 쓸 수 있다.

선우현이 제일 작은 R 골드 구슬을 꺼냈다. 크기가 새끼손톱 정도였다.

“이거라도 쓰실?”

“땡큐!”

◈          ◈          ◈

남미연은 이틀 뒤부터 목걸이에 귀걸이를 세트로 차고 행사에 참석했다.

그런데 그걸 보고 태양 백화점 유소율이 찾아왔다.

“선우현 씨!”

“요즘 이 옥상에 손님이 너무 자주 오네.”

“혹시 R 골드 액세세리, 선우현 씨랑 관계있는 거예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채연서 느낌의 디자인에, 연예인 중에서는 남미연과 구하니만 가진 데다가, R 골드의 이름에 들어가는 R!”

“눈이 좋네요. 채연서 씨는 액세서리 디자인은 잘 안 하는데.”

“R 크림 패키지 디자인과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찾아오신 이유가?”

유소율이 배시시 웃었다.

“그거 파실 거죠?”

“수제품으로 아주 소량만?”

“우리 태양 백화점에 맡겨주시면 잘 팔게요. 액세서리는 R 크림과 달라서 명품 판매를 하려면 매장이 필요하잖아요.”

“판매용은 일주일에 한 개 정도만 만들 건데 그걸로 매장을 내겠다고요?”

엠투의 R 골드 생산량은 일주일에 한두 개 정도가 예상된다. 판매용으로 하나를 써도 반개쯤 남는다.

“일주일에 하나 팔아서 매장이 유지가 되나?”

“전용 매장은 아니고, 수제 액세서리 전문 매장을 하나 만들려고요. R 크림을 공급해주지 않으면 나가겠다는 매장이 하나 있어요. 이번에 그냥 나가라고 하고 계약 끝냈거든요. 거기 만들려고요.”

“그 매장에서 다른 것과 같이 팔겠다?”

“대표상품이 필요하거든요. 딱 좋죠. R 골드로 만든 액세서리.”

선우현이 설명했다.

“다시 말하지만, 개똥, 아니, R 골드는 생산량이 무척 적습니다. 판매용 액세서리는 일주일에 한 세트만 만들 겁니다.”

“괜찮아요! 그럼 더 유명해지겠네!”

“뭐, 그럼….”

김수선이 말했다.

- 선장님. 손님이 또 왔습니다.

이번에 찾아온 사람은 전호 호텔 사장 전상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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