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96화 (196/281)

196. 개똥

선우현은 예전에 강도나 청부업자들을 때려잡고 골드를 좀 챙겼다. 그 범인들은 돈 대신에 추적되지 않는 금을 보관하거나 사용했다.

그 금이 들어있는 곳을 향해 엠투가 앞발을 뻗으며 짖었다.

“멍!”

“뭐?”

“멍?”

“아. 골드바 달라고?”

“멍!”

“넌 진짜 비싼 거 먹는다. 입이 아주 고급이야.”

김수선이 말했다.

- 금은 엠투의 신체 내부에 있는 자가 수리장치에 사용되는 겁니다.

“골드바를 벌써 여러 번 먹었잖아. 이놈 이거. 금을 어디로 빼돌리는 거 아닐까?”

“멍?”

- 엠투가 금을 빼돌려서 뭐하겠습니까? 내부 상태가 그만큼 엉망이라는 뜻입니다.

“엠투의 지상 활동 기간이 길긴 했지.”

선우현이 골드바 하나를 꺼내 엠투에게 던졌다. 엠투가 위로 점프해 골드바를 덥석 물더니 꿀꺽 삼켰다.

“저렇게 뛰는 거 보면 수리 다 한 거 같은데.”

- 구동계부터 먼저 수리해서 그렇습니다. 게다가 아직도 원래 스펙에는 못 미칩니다.

엠투는 골드바를 먹더니 엉덩이에서 동그란 구슬을 배출했다. 금색 구슬이 옥상 바닥에 떨어졌다.

“엠투 저건 진짜 개가 다 됐다니까. 먹고 싸고. 탐사대용 장거리 정찰모듈이 똥을 왜 싸냐?”

“멍?”

- 똥은 아닙니다. 자가 수리장치가 내부 수리를 하고 남은 부분을 배출한 겁니다. 새 골드바를 먹었으니, 이전에 먹고 남은 걸 배출했겠지요.

엠투의 내부에는 소형 자가 수리장치가 들어있다. 그 장치는 엠투가 먹은 물질을 재료로 써서 내부 구동계 손상 등을 천천히 수리한다.

수리에 쓰기 좋은 물질은 금이다. 특성이 제일 우수한 것 아니고 제 성능이 나오지도 않았지만, 범용성이 좋았다.

그렇다고 순금만 써서 수리하는 건 아니다. 보통은 다른 물질과 필요한 만큼 섞어 합금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다만 합금을 만들 때 효율이 높지는 않았다. 금의 일부는 수리에 사용되는데, 그 과정에서 상당량의 금이 다른 것과 뒤섞여 쓸 수 없는 상태로 변했다.

엠투가 방금 배출한 구슬은 그렇게 합금을 만들 때 생긴 부산물이다. 배출된 개똥 구슬의 재료 중 반쯤은 황금이고 나머지는 다른 물질이 섞여 있었다.

게다가 그 구슬은 다른 소재나 불순물들과 섞여 어정쩡하게 녹았다가 굳은 상태였다. 그래서 똥구슬을 보면 금과 다양한 재료들이 뒤섞인 게 그대로 보였다.

“여기서 이걸 도로 녹여서 금만 추출하기는 어려워. 그러면 황금색 똥이나 마찬가지잖아. 냄새는 안 난다만.”

선우현이 황금이 섞인 구슬을 발로 툭 차서 옥상 한쪽으로 굴렸다.

“금이 들어갔으니까 버리기는 아깝고, 쓸모는 없어. 자리만 차지하니 개똥보다 못하구나.”

◈          ◈          ◈

스래곤은 회사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 회사는 전임 사장의 주가조작과 기자 납치 사건이 알려지면서 기존 계약까지 깨질 위기를 맞았었다.

그런데 경영진이 바뀌고 신기술들을 발표하면서 신뢰를 얻은 덕분에 기존 계약은 유지됐다.

게다가 신기술 발표로 기술력을 알린 덕분에 기존 기술을 사용하는 계약을 여러 건 추가할 수 있었다.

상황이 변하자 은행의 태도도 호의적으로 변했다. 덕분에 자금에 여유가 좀 생겼다.

스래곤이 새로 발표한 신기술들은 선우현에게서 나왔다. 그 기술을 스래곤이 양산 단계로 발전시키려면 연구를 더 해야 한다.

그런데 선우현이 스래곤에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는 이미 직원이 제법 이직한 상태였다. 계약도 늘고 신기술도 연구해야 해서 일은 점점 많아지는데 일할 사람이 부족했다.

직원을 정식으로 더 채용하려면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나 뽑을 수도 없다.

특히 경력 사원이 문제였다. 선우현이 김수선을 시켜 간단한 체크라도 하려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그래서 스래곤은 몇 가지 단기 대안을 찾았다. 그중 하나가 대학생 인턴 알바를 임시로 채용해 단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었다.

옥탑방 건물 관리인 알바 신나리는 대학교 1학년이다. 그녀는 작전주로 다 날린 돈을 도로 채우려고 스래곤의 인턴 알바에 지원했다.

그녀가 지원한 건 일 년씩 정식으로 출근해서 근무하는 인턴은 아니다. 방학 때 한두 달 일하거나, 평소에 학교에 가지 않는 날 하루 이틀씩 교대로 근무하는 방식의 알바였다.

신나리는 방에 누워서 뒹굴다가 스마트폰에 문자가 들어온 걸 보았다.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아싸아. 알바 붙었다!”

그녀가 스래곤 인턴 알바 합격 문자를 읽으며 말했다.

“옥상 오빠나 서윤 언니가 스래곤 주식 사라고 할 때는 안 사서 망했는데, 이렇게라도 되네.”

그녀는 그게 억울해서 구직 사이트에서 스래곤 알바 공고를 보자마자 지원했다.

신나리는 원래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 주식을 살 때만 관련 기사를 가끔 찾아본다. 스래곤은 최근에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것만 안다.

그래서 그녀는 박서윤이 길성의 비서실 대리라는 건 알아도, 스래곤의 비서실장이라는 건 몰랐다. 박서윤이 굳이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선우현이 스래곤의 사장이라는 것도 몰랐다. 신나리는 알바 하는 회사의 사장이 누구인지는 관심도 없었다.

그녀가 콧노래를 부르며 말했다.

“일당은 그날 바로 주면 좋겠다.”

◈          ◈          ◈

신나리가 스래곤에 출근했다.

그녀가 배치된 곳에는 다른 학교에서 온 대학생 알바 네 명이 더 있었다. 그렇게 다섯 명이 한 조로 편성됐다.

알바 합격자는 그들 외에도 있었다. 스래곤은 그들을 몇 개의 조로 나눠 배치했다.

신나리가 배치된 조에는 젊은 사원이 담당자로 나왔다.

그가 다섯 사람에게 말했다.

“여러분이 할 일은 업무 보조입니다.”

남학생이 손을 들었다.

“복사 같은 걸 하면 되나요?”

“복사는 복사기가 하는데 그런 일에 왜 비싼 돈 주고 사람을 뽑아서 쓰겠습니까?”

“아. 그렇죠.”

“여러분은 짐을 옮기거나, 우편물을 처리하거나, 물건을 포장하거나, 연구소에서 제품을 테스트할 때 실험맨을 하거나….”

“네? 실험맨이요? 제가 문과라서 실험은 좀….”

“괜찮습니다. 실험맨은 표지판을 들고 시험장에 서 있거나, 연구원 옆에서 장비를 들고 따라다니는 일을 하니까.”

다른 남학생이 손을 들었다.

“저기, 그럼 업무는 안 배우나요?”

“무슨 과 몇 학년?”

“사학과 2학년 성준호입니다.”

“문과 2학년이 항공우주기업에서 무슨 업무를 할 수 있죠?”

“잘 가르쳐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가르쳐서 쓸 거라면 직원을 뽑았지.”

“아….”

“여러분은 각 부서에서 그때그때 손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일을 할 겁니다. 각자 할 일은 그날그날 할당하겠습니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대기하나요?”

“짐 나르러 가야 합니다.”

“네?”

“연구소에서 주문한 물건이 많은데, 트럭으로 왔어요. 다 옮기려면 서둘러야 하니까 얼른 갑시다.”

◈          ◈          ◈

그날 밤에 신나리가 옥상에서 팔을 주무르며 말했다.

“큰 회사에서 알바를 하면 막 책상에 앉아서 ‘네. 대리님. 여기 말씀하신 서류 가져왔어요.’ 같은 일 하는 줄 알았거든요?”

선우현이 치킨 포장을 뜯으며 물었다.

“그런데 온종일 짐만 날랐다고?”

“오전에는 짐을 나르고요. 점심 먹고 나서 오후에는 연구원 따라서 장비 들어있는 가방을 메고 돌아다녔어요. 그러다 다시 짐 날랐고요. 아. 점심 배식할 때도 사람이 부족하다고 해서 그거 했어요.”

“도대체 무슨 회사가 일을 그렇게 주먹구구로 시키냐? 사장한테 문제가 있네. 회사가 어디야?”

“그게….”

신나리는 선우현과 박서윤이 스래곤 주식을 사라고 했는데도 작전주를 샀다. 그때 작전주로 돈을 다 날려서 스래곤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그게 부끄러워서 스래곤에서 일한다고 말하지는 못했다.

“치킨 먹어요. 치킨. 내가 사는 건 아니지만.”

“내가 사는 거야. 그런데 넌 내가 치킨 먹는 건 어떻게 알았냐?”

“가난한 고학생에 알바생이 기름진 고기 냄새를 맡은 거죠. 그런가 보다 하세요.”

“치킨무는 내 거다. 젓가락 치워라.”

“반띵?”

“거절한다. 넌 김치 먹어.”

◈          ◈          ◈

이튿날도 신나리가 하는 일은 비슷했다. 오전 내내 짐을 날랐다.

그래도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와. 오늘 점심은 떡갈비다. 이건 분명히.”

신나리는 밥과 반찬을 듬뿍 퍼서 자리에 앉았다.

“많이 먹고 죽어라 일하라는 거겠지.”

같은 조원인 사학과 2학년 성준호가 그녀의 앞에 앉았다. 그녀는 먹는 데 바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성준호가 말했다.

“난 오늘 오후부터는 사무실에서 일할 거야.”

신나리가 숟가락을 든 채로 물었다.

“응? 어떻게요?”

“우리 삼촌이 스래곤 과장님이거든. 어제는 일을 성실하게 하나 시험해본 거고, 오늘부터 알바생 중 일부는 사무실에 배치된대.”

“우왕! 드디어 창고를 벗어나나 보다!”

성준호가 자랑했다

“아무나 사무실로 가는 건 아니야. 근데 난 우리 삼촌이 꽂아준댔어.”

“와…. 과장이면 되게 높은 사람인가 보다. 실내에서 일하고. 부럽다.”

성준호가 신나리를 지그시 보며 물었다.

“나리야. 네 이야기도 해줄까? 다음에 자리 나면 너한테….”

“잠깐. 뭔가 대가를 원하는 눈빛인데? 설마 알바비를 반띵하자는 건 아니죠?”

“아니야. 그냥, 퇴근하고 밥이나 같이 먹을까?”

“누구랑요? 준호 선배랑요? 됐어요. 나 힘쓰는 거 잘해요.”

성준호가 인상을 썼다.

“싫으면 마라. 나 혼자 사무실에서 꿀 빨 테니까.”

“꿀 실컷 빨아요. 난 더 맛있는 토마토 주스나 먹어야지.”

“토마토라니?”

“우리 옥상 오빠가 오늘도 일이 힘들면 먹으라고 준 거 있어요. 진짜 생과일주스죠.”

성준호는 당황했다.

“어? 오빠? 남자친구?”

“그럴 리가? 그 오빠에 비하면 내가 많이 아깝죠. 나이 차이도 좀 나고. 그래도 뭐, 준호 선배보다는 낫네.”

성준호가 슬쩍 협박했다.

“너 자꾸 그렇게 나오면 삼촌한테 말해서 창고 근무만 하게 하는 수가 있다?”

“와. 대단한 빽 가지셨네. 그럼 알바 확 그만두면 되지.”

“어? 야. 너는 왜 그렇게 딱딱….”

갑자기 신나리의 옆에 박서윤이 앉았다.

“나리야? 너 알바 하는 데가 여기였어?”

신나리는 살짝 놀랐다.

“앗! 언니는 왜 여기 있어요? 아. 출장 왔구나.”

“나 여기서도 일해. 매일은 아니고 가끔 하루씩.”

신나리의 눈이 동그래졌다.

“헐. 두 탕 뛰어요? 대박. 그럼 월급도 두 배 받아요?”

“아직 월급날이 안 됐는데, 원래보다는 더 받지 않을까?”

“좋겠다! 월급 받으면 옥상에서 치맥 콜?”

“좋지.”

박서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같이 일하는 분들하고 식사해야 해서. 갈게.”

“넹. 이따가 밤에 봐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비서실 직원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신나리가 숟가락으로 밥을 뜨며 말했다.

“언니는 역시 열심히 산다니까. 두 탕이라니. 옥상 오빠하고는 완전히 반대야.”

그녀가 숟가락을 입에 넣고 앞을 보았다. 성준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웅? 얼굴이 허옇게 떴네? 어디 아픈가?”

“너, 너, 너….”

“나?”

“비서실장님하고 잘 아는 사이였어?”

“스래곤 비서실장님이요? 아뇨. 몰라요. 내가 그런 높은 분을 어떻게 알아요?”

“거짓말! 방금 내 앞에서 그렇게 친하게 이야기해놓고!”

“방금?”

신나리가 뒤를 돌아보았다. 박서윤은 밥을 받으러 가고 있었다.

“혹시 서윤 언니요?”

“그래! 박서윤 비서실장님!”

신나리가 웃으며 숟가락을 흔들었다.

“에이. 서윤 언니는 길성 비서실에서 일….”

방금 박서윤이 여기서도 일한다고 했다.

“와…. 두 탕이 그 이야기였구나. 길성에서는 대리인데, 스래곤에서는 비서실장.”

그녀가 엄지를 세웠다.

“역시 능력 짱짱한 언니는 달라. 진짜 옥상 오빠하고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불쌍한 옥상 오빠. 안 그래도 오르지 못할 나무가 더 높아져 버렸어.”

신나리가 성준호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준호 선배가 서윤 언니를 어떻게 알아요?”

“내가 감히 어떻게 알아? 스래곤 주총 기사에서 사진을 봤으니까 알지.”

“사진만 봤는데 실제로 보자마자 알아봤어요?”

성준호가 박서윤 쪽을 훔쳐보며 말했다.

“저렇게 아름다운 분을 못 알아볼 리가 없잖아.”

“하긴. 저 언니가 심하게 예쁘긴 하지.”

성준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는 저분을 어떻게 알아?”

“같은 건물에 살아요.”

“아. 그냥 같은 건물….”

“바로 옆집.”

“어?”

“가끔 옥상에서 같이 밥도 해먹고 그래요. 아니다. 요리는 저 언니가 다 하고 나는 잔심부름이랑 설거지 담당, 옥상 오빠는 재료 공급 담당이구나. 그래도 나랑 그 오빠가 그냥 얻어먹는 건 아니라고요.”

성준호가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비서실장님하고 친해?”

신나리가 씩 웃었다.

“엄청 친한데,창고는 준호 선배가 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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