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94화 (194/281)

194. 선물

선우현이 스래곤에 출근했다.

“내가 요즘 출근을 너무 자주 한다.”

- 보통 직장인은 평일에는 매일 출근합니다.

“난 보통이 아니잖아.”

- 날라리시죠.

선우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장실로 올라갔다. 오늘은 커다란 박스 두 개를 들고 있었다.

비서실 대리가 선우현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사장님! 이리 주십시오! 제가 들겠습니다!”

비서실장 박서윤은 아침 일찍 출근했다. 그녀가 대리에게 말했다.

“일하세요. 야근하기 싫으면.”

“네, 넵!”

박서윤이 두 손을 내밀었다.

“하나는 제가 들게요.”

“상자는 여기 내려놓을 거니까 괜찮아요. 커피나 같이 마시죠.”

선우현이 들고 있는 상자 위에는 카페에서 파는 테이크아웃 커피 컵 두 개가 올려져 있었다.

“네. 그럼.”

박서윤은 손을 위로 뻗어 커피를 들었다.

선우현이 상자 두 개를 비서실의 빈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비서실 직원의 반이 다른 부서로 이동해서 빈 책상이 많았다.

“갑시다.”

“네. 가요.”

두 사람이 사장실로 사라지자마자 비서실 과장이 대리에게 한소리 했다.

“매번 지적당할 걸 알면서 그러고 싶냐?”

대리도 할 말은 있었다.

“예전 사장님은 알아서 깍듯이 모시지 않으면 분위기 장난 아니었잖아요. 이럴 때 짐 안 받아주면 바로 정강이 까였을걸요?”

“회사 분위기가 바뀌었잖아. 그걸 왜 아직도 혼자 몰라?”

“몸에 습관이 들어서 그래요. 안 좋은 습관이.”

◈          ◈          ◈

박서윤이 커피를 마시며 비서실에서 미리 파악한 업무보고 내용을 요약해서 말했다.

자세한 보고는 비서실이나 담당 이사가 따로 할 예정이다. 박서윤은 선우현이 그 보고를 받기 전에 요약된 정보를 알려주었다.

김수선이 말했다.

- 엑기스만 요약했네요.

박서윤의 짧은 보고만 들어도 회사의 상황을 대충 알 수 있었다.

-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날라리 선장님께서 사장 구실을 하려면 박서윤이 비서실을 장악해야 합니다.

“당연하지.”

- 날라리 부분까지 그렇게 쉽게 동의하지 마시고요.

박서윤이 간단히 보고한 후에 물었다.

“그런데 가져오신 상자들은 뭔가요?”

“연구소에서 매순이를 만드느라 고생 많이 했잖아요. 선물 좀 가져왔어요.”

“어머. 뭔데요?”

“별건 아니고, 옥상에서 키우던 토마토요.”

“네? 활토요?”

“피로 회복과 활력 증진엔 그만한 게 없으니까.”

“맞아요. 그리고 맛도 좋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활토 스파게티 어때요?”

“활토를 넣은 샐러드도 추가할게요. 그리고 요리는 제가 할게요. 활토가 아까우니까.”

“맛있겠네.”

“제때 퇴근할 수 있다면 말이죠.”

“저런. 서윤 씨는 야근이구나.”

“우현 씨도 야근인데요.”

“내가?”

“오늘 하실 일이 무척 많아요. 일하셔야죠.”

“와. 나보고 일하래. 점점 닮아가는 거 같아.”

지원위성에서 김수선이 물었다.

- 설마 제 이야기는 아니겠죠?

“네 이야기 맞아.”

- 원인이 선장님이란 생각은 안 드시는지? 저도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답니다.

“그러게. 내가 지상에 내려온 후에 우리 수선이가 많이 변했어.”

- 그러니까 그 원인이 선장님이라니까요.

박서윤이 물었다.

“그런데 상자가 두 개던데, 둘 다 활토인가요?”

“다른 하나는 R 크림이지요.”

“어머!”

“비서실에서 활토와 R 크림을 매순이 TF에 참여했던 연구원들한테 하나씩 보내줘요.”

“네? 활토는 피로 회복을 위해서인데, R 크림은 왜….”

“연구원들이 일주일 내내 야근이라도 했는지 피부가 좀 상했더라고요. 내가 그렇게 만든 거 같아서.”

- 선장님이 그렇게 만든 거 맞습니다.

“매순이를 천천히 만들라고 할 걸 그랬나?”

- 아니요. 채찍까지 휘두르셨어야 했습니다. 떨어진 체력과 상한 피부는 활토와 R 크림으로 낫게 할 수 있습니다.

“역시 시련과 박해의 김수선.”

- 제가 그 정도는 아닙니다만?

“사실 그 정도보다 더하지.”

◈          ◈          ◈

박서윤이 비서실로 돌아왔다.

“상자에 있는 과일과 화장품을 매순이를 개발한 연구원들에게 한 세트씩 보내주세요. 성의가 느껴지는 포장이 필요한데, 자재가 있나요?”

비서실 대리가 대답했다.

“사장, 그러니까 전임 사장님의 직원 하사품 포장재가 남은 게 있습니다.”

“좀 보죠.”

비서실 직원이 이전 상자 사진을 보여주었다. 하얀 종이로 만든 상자와 문구점에서 파는 흔한 포장지였다.

“하사품이라면서 겨우 이런 거로?”

“단가가 그게 싸서….”

“누가 좀 해먹었나 보죠?”

대리가 얼른 손을 흔들었다.

“저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전임 실장님이….”

예전 비서실장은 이미 잘렸다.

“고급 포장이 없을 리는 없죠?”

“VIP에게 선물을 보낼 때 쓰는 포장이 있는데…. 여기 이겁니다.”

대리가 다른 사진을 보여주었다.

딱 봐도 상자 재질부터 고급스러웠다. 상자를 열면 그 안에 물건을 감사는 천이 들어있었다.

천의 재질은 좋아 보였다. 포장지와 끈도 무늬와 색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이거로 하죠.”

“그런데 이게, 단가가 꽤 비쌉니다.”

“사장님의 선물인데 이 정도는 해야죠.”

박서윤은 선우현을 수행해 회의실로 이동했다. 임원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두 사람이 임원 회의에 간 동안 직원들은 선물을 포장할 준비를 했다.

대리가 말했다.

“우리 비서실은 사람이 모자라는데, 이런 거 대신해주는 알바라도 뽑았으면 좋겠다.”

“네 돈으로 뽑든가. 우리 회사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망하기 직전이었다.”

전임 사장은 회사 밖으로 선물을 곧잘 보냈다. 그래서 고급 포장재는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

비서실 직원들이 선우현이 가져온 상자를 하나 열었다.

“어? 이거 토마토인데?”

“아니, 엄청 귀한 걸 주는 것처럼 말씀하시더니, 겨우 토마토야?”

“고급 상자를 보고 기대한 연구원들이 토마토가 나오는 거 보고 실망하겠는데?”

비서실 과장이 다가오며 말했다.

“친환경 유기농이겠지.”

“아무리 유기농이라도 그렇죠.”

“혹시 알아? 나름 명품 토마토…. 어? 잠깐.”

과장이 상자 속에 쌓여 있는 토마토를 보면서 당황했다.

“설마 활력 토마토?”

“네? 이게요? 에이. 설마요.”

“이 깊은 색감과 균형 잡힌 형태는 활력 토마토의 특징인데….”

비서실 직원들도 활토가 뭔지는 안다.

전임 사장과 전무, 상무가 비서실에 활토를 구해오라고 여러 번 지시했다.

당연히 활토를 구하는 건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담당 직원이 구박을 받았다. 가끔 활토를 입수할 때도 있었는데, 그 비용은 비서실 예산에서 나갔다.

다른 이사들도 남는 게 있으면 달라고 했다. 당연히 남는 건 없었다.

활토는 실제 가치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팔린다. 당연히 사려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공급은 굉장히 소량이고 그 가격은 고정되어 있다. 웃돈을 주고도 살 수가 없다.

그래서 그걸 구하려면 돈이 아니라 인맥이 필요했다. 아니면 태양 백화점의 VIP가 되어 이벤트 때 가끔 구해야 한다.

그래서 활토는 스래곤 비서실도 구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활토는 전용 상자에 담겨 포장된 상태로 비서실에 들어왔다가 사장이나 전무에게 넘어갔다.

그래서 일반 직원들은 활토의 실물을 볼 일이 거의 없었다.

대리가 웃었다.

“에이. 무슨 활토가 박스로 있어요. 그게 얼마나 구하기 어려운 건데. 말도 안 되죠.”

과장은 활토를 직접 확인하고 다시 포장한 적이 있다. 그가 스마트폰을 꺼내 예전에 찍어둔 사진을 확인했다.

그가 스마트폰을 상자 위에 올렸다. 화면 속 활토 사진과 상자 속을 가득 채운 활토는 모양과 색이 똑같았다.

“맞잖아. 활토.”

대리는 당황했다.

“아니, 이게 말이 돼요? 우리는 하나 구하기도 어려웠던 활토가 왜…. 박스로 있어요?”

“사장님의 인맥이 쩌나 보다.”

다른 직원이 손뼉을 쳤다.

“아! 활토는 JHC 테크에서 구할 수 있잖아요. 사장님이 데려오신 투자자 중에 JHC 테크도 있고요. 거기 가서 구해오셨나 본데요?”

대리가 말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한 상자는 너무 많은 거 아닌가?”

과장도 그렇게 생각했다.

“나도 이해가 안 가기는 해.”

“와…. 이래서 실장님이 고급 포장을 하라고 하셨구나. 상품이 활토면 그럴 수 있지.”

“그럼 저 옆에 상자도 활토인가?”

“하나는 화장품이라고 하셨는데요.”

과장이 직접 그 상자를 열었다.

“어? 이건….”

근처에 있던 여자 직원이 상자를 보며 물었다.

“왜 그러세…. 꺄악! R 크림이다!”

비서실 여자 직원들이 전부 활토 상자에서 R 크림 상자로 이동했다.

상자 속에는 R 크림이 들어있었다.

활력 토마토는 선우현이 옥상에서 따서 상자에 담아왔다. 그래서 따로 포장되지 않았다.

그런데 R 크림은 생산되자마자 개별 상자에 담겨 선우현에게 전달됐다. 그래서 이 상자에는 R 크림이 전용 패키지로 포장된 상태로 가득 들어있었다.

“어머. 어떻게 R 크림이 한 상자나 있어요?”

R 크림도 사장이나 이사들이 비서실에 구해달라는 지시를 많이 했다.

R 크림은 활력 토마토보다는 구하는 게 덜 어려웠다. 태양 백화점에서 팔기 때문이다.

다만, 태양 백화점도 매장에서 판매하지는 않았다. VIP 회원에게 순번제로 파는 물량이 좀 있고, 나머지는 일반 고객에게 홈페이지 추첨으로 팔았다.

스래곤 비서실에서는 추첨 때만 되면 가족까지 동원해서 태양 백화점 홈페이지에 응모하곤 했다.

여자 대리가 말했다.

“R 크림은 전에 써봤더니 진짜 효과 어마어마했는데….”

“어떻게 써봤어?”

“전호 호텔에 투숙하면 R 피부관리 서비스라는 걸 받을 수 있거든요. 당연히 유료 서비스인데, 그 서비스에 R 크림을 발라주는 게 있어요.”

“효과가 그렇게 좋아?”

“당연하죠. 이튿날까지 얼굴이 진짜 몇 년은 젊어진 느낌이었어요.”

남자 대리가 물었다.

“그런데 호텔은 누구랑….”

“내 동생이랑 갔다! 우리 자매도 명품 피부관리 좀 받아보고 싶어서!”

남자 대리가 얼른 시선을 활토와 R 크림 상자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걸 연구소에 다 주라는 건가요?”

과장이 대답했다.

“매순이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에게 한 세트씩 주라고 하셨잖아. 활토 하나랑 R 크림 하나를 묶어서 한 세트로.”

대리가 침을 꼴깍 삼켰다.

“이렇게 많은데 딱 하나씩만 빼면….”

“단칼에 회사에서 잘리겠지. 경찰 수사를 받을 수도 있고. 곽 비서는 주가조작 하수인 노릇 하다가 구속됐잖아.”

“빼돌리면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하려던 겁니다. 진짜입니다.”

과장이 활토와 R 크림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런데 사장님 능력 진짜 쩌네. 하나 구하기도 힘든 걸 어떻게 둘 다 박스로 구하셨대.”

“그러게요. 활토는 JHC 테크에서 무리해서 구해줬다고 쳐도, R 크림은 도대체 어떻게 구하셨지?”

◈          ◈          ◈

비서실에서 활토와 R 크림을 연구소로 옮겼다. 귀한 물건이라 남에게 맡기지 않고 비서실 직원들이 직접 가져갔다.

“사장님께서 매순이 TF에 참여한 연구원들에게 선물로 보내셨습니다.”

그곳에는 김정수 이사와 팀장 두 명, 연구원 몇 명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기자 시연회 후에 휴가를 떠났거나, 연구소의 다른 장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눈을 반짝이며 기대했다.

“좋은 거 보내셨겠지?”

비서실 직원들이 상자에서 새로 포장한 활토와 R 크림을 꺼냈다.

그걸 본 연구소 사람들은 실망했다.

박 팀장이 대놓고 투덜댔다.

“아니, 봉투라도 챙겨주시지, 토마토가 뭐야.”

차 팀장도 마찬가지였다.

“크림을 주실 거면 개발 시작할 때 선크림을 주셨어야지. 그래야 얼굴이라도 덜 탔을 텐데.”

김정수 이사도 상자 속을 확인하며 물었다.

“다른 건 뭐 챙겨주신 거 없어요? 그러니까 금일봉 같은 거.”

비서실 대리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어? 반응이 왜…. 이건 활토인데요?”

“활토?”

“활력 토마토요. 몸에 굉장히 좋은 건데….”

“토마토는 원래 몸에 좋아요.”

“그리고 이건 R 크림인데요?”

“R 마크가 그래서 있군요.”

“이거 R 크림이라니까요? 태양 백화점에서만 파는 그 R 크림이요.”

김정수 이사가 혹시나 하는 얼굴로 물었다.

“어…. 그러면, 외국 명품 브랜드?”

“당연히 국산이죠.”

“아. 국산이구나. 처음 들어본 이름이지만 좋은 거겠죠.”

김정수 이사가 R 크림을 몇 개 꺼내서 들어 보이며 물었다.

“이거 가져갈 사람?”

박 팀장이 툴툴댔다.

“아니, 뭐, 국산 듣보잡 크림을 굳이….”

비서실 대리가 슬그머니 말했다.

“저기, 그럼, 필요 없으시면 제가 가져도….”

비서실 과장이 옆에서 말했다.

“그러다 잘린다.”

“농담입니다. 하, 하하.”

비서실 과장이 설명했다.

“활토는 활력을 높여주고 건강에도 좋은 토마토입니다.”

김정수 이사가 토마토가 담긴 상자를 보며 말했다.

“맛이라도 좋으면 좋겠군요. 이런 건 얼마나 하나…. 만오천 원?”

“백만 원입니다.”

김정수 이사는 깜짝 놀랐다.

“무슨 토마토가 한 상자에 백만 원이나 합니까?”

“아니요. 한 개에 백만 원입니다.”

“헉!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실제로는 그 돈이 있어도 못 삽니다. 시장에 나오는 게 없어서요.”

“이거 혹시 토마토처럼 생긴…산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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