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 호크 II
박 팀장이 버드형 드론을 팀원들에게 가져갔다.
팀원 중 한 명이 물었다.
“그건 폐품으로 만든 장식품인가요?”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거다.”
“장식품으로 보일 정도로 아름답게 만드셨군요.”
“너나 나나.”
“예?”
“앞에서 아부 못 한 건 똑같다고.”
박 팀장이 버드형 드론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테스트하고, 수정할 부분 있으면 고치고,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만들지 생각해봐.”
팀원들은 당황했다.
“비행 제어요? 이거 설마 날아요?”
“나도 몰라. 일단 양력이 얼마나 나오는지부터 확인하자.”
“날개 모양이 이상한데 뜰 수 있을까요? 엔진도 드론용 프로펠러 조그만 걸 뒤로 달았나? 구조가 뭐 이래? 이거 못 날려요.”
“안 날면 날 때까지 날개든 프로펠러 모터든 뭐든 다 수정하고 추가해야지.”
“예? 그걸 누가….”
“우리 팀이. 이거 사장님이 지시하시고 그게 다시 김 이사님 타고 우리한테 내려온 거야.”
“사장님이 지시하셨으면, 냉장고를 날리라고 해도 날려야죠. 그러니까 우린 망했네요.”
◈ ◈ ◈
항공우주기업 스래곤에는 바람을 발생시켜 날개의 양력이나 동체의 공기저항을 측정하는 장비가 있다. 장비 하나만 덜렁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장비가 모여 있는 측정실이 따로 있다.
그들은 측정실 장비에 버드형 드론을 설치했다.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드론의 다리 쪽은 고정했다. 양력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측정하는 장비도 붙였다.
“측정 준비 끝났습니다. 그런데 이거 딱 봐도 양력이 부족하게 나올 것 같은데요.”
박 팀장이 지시했다.
“수치가 어떻게 나오든 정리해서 보고서 만들어.”
“예? 누가….”
“네가. 빨리 시작해. 사장님이 오늘 퇴근하시면 언제 또 오실지 모르는데, 그 전에 간단한 보고서라도 제출하게.”
“예. 풍동 실험 1단계부터 시작합니다.”
장비에서 나온 바람이 드론을 훑고 지나갔다.
“데이터 들어옵니…. 어?”
팀원이 모니터와 버드형 드론을 번갈아 보았다.
“왜? 양력이 안 나와?”
“나옵니다. 너무 잘 나와서, 공중으로 뜨겠는데요?”
“어? 저 정도 바람으로?”
“네. 양력이 충분히 나옵니다.”
“왜?”
“그, 글쎄요?”
“저 무게를 저 날개로 띄운다고? 금속 부품을 꽤 사용한 장비인데? 초경량 모델도 아닌데?”
“양력이 저 정도면, 프로펠러가 안 돌아가도 활강 비행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겠는데요?”
“그럼 이륙은?”
“엔진 켜고 바람도 좀 더 강해지면 될지도 모르죠.”
“데이터 기록하고 있지? 풍속 단계 하나씩 높여봐.”
◈ ◈ ◈
스래곤 연구소 김정수 이사가 눈을 껌뻑였다.
“그게 날았다고?”
“예. 뜨던데요.”
“양력이 잘 나왔어?”
박 팀장이 설명했다.
“양력만 잘 나온 게 아닙니다. 저희가 고정장치를 해제하고 다리를 케이블로 헐렁하게 연결해서 실제 비행 상황과 유사한 상태로 시험했는데요.”
“그런데?”
“꽤 잘 떠 있더라고요. 동체의 비행 디자인 설계가 보통 잘 빠진 게 아니던데요.”
김정수 이사가 박 팀장에게 물었다.
“그 드론…. 날개 모양이 조금 이상하다고 하지 않았어?”
아까 박 팀장이 그렇게 말했었다.
“아니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특이한 날개 디자인인 건 맞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보면, 그건 이상한 게 아니라 특별한 거라고 해야죠.”
“대단하네.”
“그러게요.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비행 성능은 어때? 기존 날개와 비교할 정도야?”
“아니요.”
김정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아니지? 하긴. 모양이 그렇게 특이하면 특수 목적이라면 모를까 양산형 날개보다는 성능이….”
“되게 좋던데요.”
“응?”
“시간이 없어서 세트는 몇 가지밖에 못 해봤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예상만 하는 단계입니다만….”
박 팀장이 살짝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그 로봇 새의 전체적인 비행 특성은 정말 진짜 대단히 우수합니다.”
“그, 그래?”
“데이터를 정리했으니까 그걸 보시고 이사님이 보고를….”
“사장님이 퇴근하시기 전이니까, 사장실에 같이 들어가자.”
박 팀장은 당황했다.
“예? 저도요?”
“이번 테스트는 나는 설명할 만큼 아는 게 없잖아. 직접 실험한 박 팀장이 같이 들어가서 설명해.”
◈ ◈ ◈
연구소 이사와 팀장이 들어와 오늘 테스트한 결과를 보고했다.
정식 자료로 만들어 출력할 시간이 없어서, 데이터와 그래프 파일을 그냥 가져와 화면에 띄운 채로 설명했다.
선우현이 그 설명을 다 들은 후에 물었다.
“그러니까…. 난다?”
실험을 직접 진행한 박 팀장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양력이 예상보다 훨씬 높게 발생하고, 전체적인 비행 안정성도 상상 이상으로 뛰어납니다. 테스트해보고 저희 팀은 정말 경악했습니다.”
김 이사가 슬쩍 아부했다.
“사장님께서 정말 대단한 걸 만드셨습니다.”
“뭘 그 정도로요. 그냥 만들어본 것뿐인데.”
선우현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수선아. 봐라. 내가 이렇게 잘 만든다.”
- 선장님은 탐사대의 현장 제작형 지원장비인 버드형 드론의 설계도를 보고 그대로 만든 것뿐입니다만?
“난 도면을 본 게 아니라 네 설명을 말로만 듣고 만들었잖아.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알지?”
- 그러니까 제가 잘 설명한 거군요.
“게다가 원래 부품이 아니라 지상의 대체 부품을 찾아내서 만들었다. 그것도 폐기 장비에서 뜯어내서 만들었지. 나 진짜 대단하네.”
- 현장 제작형 장비는 원래 남는 부품을 대충 모아서 만들라고 있는 건데요.
선우현이 김정수 이사와 박 팀장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그 드론을 어디에 쓸지 알겠군요. 맞춰보시죠.”
- 선장님도 모르시는군요.
김정수 이사가 먼저 대답했다.
“소형 항공기 제작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 특이한 날개와 동체 쪽 기술은 수요가 충분할 겁니다.”
“바로 그겁니다. 그러려면 필요한 건 뭐지요?”
“사장님께서 그 드론에 적용된 기술들의 원리를 자세히 알려주시면, 연구소에서 바로 양산 연구에 돌입하겠습니다.”
“어….”
- 선장님은 무슨 무슨 이론이 사용됐는지 모르시죠. 물론 저도 모르고요. 자세히 설명할 방법이 없군요.
선우현이 김정수 이사에게 말했다.
“그건 연구소에서 알아내야지요. 그래야 연구소 실력이 늘 거 아닙니까?”
“예?”
“연구소 뭐 하루 이틀 운영하고 접을 것도 아닌데, 샘플을 줬으면 실력으로 해결해봐요.”
김수선이 말했다.
- 선장님. 탐사대 지원용 버드형 드론 제작 설명서에 기본 개념은 적혀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선우현이 얼른 말을 추가했다.
“내가 기본 개념 정도는 따로 문서로 정리해서 주겠습니다.”
김정수가 눈을 빛냈다.
“알겠습니다. 우리 연구원들의 능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박 팀장님도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요.”
박 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장님께서 보내주신 작품을 분해해…. 아. 죄송합니다. 미리 보고도 하지 않고 분해를….”
“다시 조립만 할 수 있으면 괜찮습니다.”
“당연히 조립할 수 있습니다. 분해 과정을 모두 영상으로 기록해 뒀습니다. 구조가 만들기 정말 편하게 되어 있더군요.”
“그럼 됐습니다. 그런데 분해해서 뭘 알아냈습니까?”
“구동계를 확인했는데, 그 놀라운 구조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잘하면 진짜 새처럼 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김수선이 말했다.
- 탐사대 지원용 공중 정찰 장비니까 당연히 새인 척하면서 날 수 있어야지요. 제대로 다 만들었다면 말이죠.
“처음부터 새처럼 날게 하려고 만든 겁니다. 내가 보신 것까지만 만들어서 아직 완성된 건 아니지만.”
“역시!”
박 팀장이 흥분해서 말했다.
“드론이 진짜 새와 비슷한 모습으로 난다니! 사장님께서는 새로운 타입의 드론을 만들어내신 겁니다.”
“그걸 누가 살 것 같습니까?”
박 팀장은 드론을 좋아한다.
“제가 활동하는 동호회 사람들은 헬리콥터의 변형처럼 생긴 드론보다, 새처럼 생긴 이런 드론을 더 원합니다. 레저용 드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습니다.”
“매사냥처럼?”
“드론으로 사냥은 안 하겠지만, 전자 매를 비슷한 기분으로 날릴 수 있습니다.”
“좋군요.”
김정수 이사가 물었다.
“사장님. 특허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연구소에서 분석해서 낼 수 있는 건 다 내야지요.”
“예. 사장님 이름으로 전부 다 내겠습니다.”
그 드론은 선우현이 원형을 만들었다. 분석해서 특허를 내더라도 선우현의 이름으로 나가야지 연구소 이름으로 낼 필요는 없다.
선우현이 작게 말했다.
“수선아. 제어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기구 결함이 있으면 고치라고 시킨 건데, 이 사람들이 거기서 기술을 막 찾아낸다.”
- 버드형 드론은 탐사대가 현장에서 쉽게 제작할 수 있게 단순한 형태로 설계됐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단순한 형태라도, 거기에 지구연합의 기술이 어느 정도는 녹아 있을 겁니다.
“그 기술을 좀 찾아냈나 보다. 수선아. 연구소 사람들이 실력이 좋다. 역시 이 회사는 사장이 문제였어.”
- 그런데 연구소 사람들은 선장님이 다 개발하신 거로 알고 있군요.
“지구연합이 개발했다고 할 수는 없잖아.”
- 로켓이나 우주왕복선과는 상관없는 분야이지만요.
“돈이 더 생기면 로켓 쏘는 회사라도 하나 인수할 수 있겠지.”
- 지금은 스래곤을 안 망하게 하는 게 급선무 같은데요.
“연구소가 열심히 한다니까?”
- 선장님도 열심히 일하시라고요.
“맞아. 회사를 살리려면 누군가는 일해야지.”
선우현이 길성의 대리이면서 동시에 스래곤의 비서실장인 박서윤을 불렀다.
김수선이 물었다.
- 열심히 일하는 그 누군가가 박서윤인가요?
“어.”
박서운이 사장실에 들어왔다.
선우현은 김정수 이사와 박 팀장에게 테스트 결과를 다시 간단히 설명하게 했다.
박서윤이 말했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습니다.”
김정수가 물었다.
“비서실장님은 놀라지 않으시는군요. 이 기술은 정말 대단한 건데 말이죠.”
박서윤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사장님이 만드신 거니까요. 당연히 대단해야죠.”
선우현이 물었다.
“서윤 씨 의견은?”
그녀가 제안했다.
“즉시 시제품을 만들고 기자들을 모아 비행 시연을 하시죠. 그러면서 이 로봇 새에 적용된 다양한 기술을 특허로 출원한다고 발표하고, 그 기술을 항공 및 기타 장비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그녀가 장담했다.
“기존 계약이 깨질 위험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신규 계약도 수월하게 체결할 수 있을 테고요.”
“좋네요.”
김정수 이사가 당황한 얼굴로 반대했다.
“아직 1차 테스트만 한 상태입니다. 시연이 가능할 정도로 날게 하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부족한 부분을 연구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박서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사장님께서 만드신 겁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예?”
“아직 사장님을 잘 모르셔서 믿음이 부족한 겁니다. 이미 비행이 가능할 정도로 완벽한 상태일 겁니다.”
김정수는 퍼뜩 깨달았다.
‘아! 아부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나는 아직 멀었구나!’
김수선이 말했다.
-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어서 선장님을 믿다니.
“나는 못 믿어도 지구연합의 기술은 믿어도 되잖아?”
- 그건 그렇습니다. 소프트웨어만 만들면 잘 날겠네요.
선우현이 결론을 내렸다.
“그거 소프트웨어가 빠진 거니까, 그것만 빨리 만들어서 공개 비행을 합시다.”
박서윤이 맞장구쳤다.
“회사 사정에 여유가 없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일주일이면 되려나?”
“네. 그 정도면 괜찮습니다.”
이번에는 팀장이 당황했다.
“예? 일주일 만에 비행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만들라고….”
선우현이 말했다.
“나는 하드웨어 만들 때 이틀 걸렸는데. 아. 나중에 사무실로 도로 가져가서 수리한 것까지 치면 사흘이구나.”
“아니, 아무리 사흘 밤새워 일해도 그게 어떻게 가능….”
“오후에만 출근했는데.”
“예?”
“열심히 하니까 되더라고요.”
“그렇지만 소프트웨어는….”
“복잡한 비행을 하라는 게 아니고, 딱 정해진 코스만 비행하는 걸 만들어봐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습니까?”
취임하기도 전에 이사의 절반을 날려버린 사장이 명령했다. 게다가 그 사장이 하드웨어를 만들었다.
박 팀장이 창백해진 얼굴로 대답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버드형 드론을 테스트하려면 하늘에 띄워야 한다. 그런데 드론이 공중에서 추락하면 높은 확률로 망가진다.
제어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걸로 비행 실험을 하려면 드론이 한 대만 있어서는 안 된다. 그 한 대가 추락하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 ◈ ◈
개발 1일째.
김 이사가 물었다.
“테스트용 복제품을 만드는 건 어때? 가능하겠어?”
박 팀장이 대답했다.
“가능이요? 가능한지 아닌지는 문제가 아닌데요.”
“왜? 어려워?”
“쉽습니다. 와. 어떻게 제작 편의성을 그렇게까지 신경 써서 설계하지? 사장님은 진짜 천재인가?”
“그 정도야?”
“그게 다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