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84화 (184/281)

184. 점령

선우현은 시장에 나오는 스래곤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백기사 역할을 맡은 최종훈 사장과 박길성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세 사람이 시장에 나온 스래곤 주식을 다 사면 표가 날 위험이 커진다.

기업체 몇 곳의 사장이 남의 눈을 가리는 일에 협조했다. 그들은 모두 최종훈이 활토로 쌓은 인맥이다.

선우현이 최종훈을 만나 활토를 몇 상자 주었다. 상자 하나당 열 개씩 들어 있었다.

최종훈이 활짝 웃으며 상자를 받았다.

“어휴. 뭘 이런 걸 다.”

“이번에 도와주는 사장님들에게 보내는 선물입니다.”

“아…. 제 거가 아니군요.”

“그분들이 피곤해서 일을 못 하면 곤란하니까요.”

“제가 잘 전달하겠습니다.”

스래곤은 대표이사의 범죄로 인해 상장폐지 압박을 받고 있다.

업계의 평판도 이건 사건으로 인해 최악으로 떨어졌다. 신규 계약은커녕 기존 계약도 위태로웠다.

상황이 점점 나빠져서, 이대로면 반년 안에 부도가 날 수도 있다는 말도 업계에 퍼졌다.

주식 시장에는 스래곤 주식은 지금 안 팔면 상폐된 후에는 팔기 어렵다는 말이 돌았다.

게다가 가끔 주가가 뚝 떨어지곤 했다. 그렇게 떨어진 주가는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개인은 물론이고 기관 투자가들도 스래곤 주식을 팔아치웠다.

그렇게 한동안 매도 행렬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주식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 이상한데? 스래곤 주식이 너무 가격이 높은데?

- 동전주가 됐는데 높다는 말이 나옵니까?

- 휴지가 돼야 할 주식이 동전주 상태를 유지하고 있잖습니까? 동전이 휴지보다는 비싸죠.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누가 주식시장에 나오는 투매 물량을 다 쓸어담고 있는 거 같은데요?

이 게시판에는 저번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런데 그날 주가가 10%나 폭락하면서 그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다시 그 이야기가 나왔다. 누군가 물량을 쓸어담는 건 사실이다. 차트를 분석하면 그 현상이 저번보다 더 뚜렷하게 보였다.

그런데도 믿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 스래곤은 물량을 모을 가치가 없습니다만? 기술력은 경쟁업체에 밀렸고, 부채도 너무 많아요. 거기다 오너가 대놓고 주가조작을 하다 걸렸잖습니까? 이 회사 망합니다. 반드시 망합니다.

- 그래서 다들 던지는 건 아는데요. 그런 회사 주식을 도대체 누가 왜 사주냐는 거죠. 그것도 이 가격에.

- 그러고 보니 좀 궁금해지긴 합니다. 살 이유가 없는데.

◈          ◈          ◈

선우현이 가수 구하니를 만났다. 구하니는 선우현에게 50억을 빌려주었다.

선우현이 말했다.

“스래곤 주식을 샀습니다.”

“얼마나요?”

“하니 씨가 준 50억 전부.”

“와…. 전망이 진짜 좋은 회사인가 봐요. 몰빵을 하실 정도…. 응? 저 그 회사 뉴스 본 적 있어요. 혹시 달기지….”

“그 회사 맞습니다.”

“아….”

구하니가 얼른 스마트폰으로 주가 그래프를 확인했다. 박재곤의 기자회견 이후로 주가가 폭락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한참 동안 흔들렸다. 그러다 한숨을 내쉰 후에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괜찮아요. 그 돈 없어도 저 안 죽어요.”

“안 망했습니다만?”

“손해가 크잖아요.”

“그 사건 터지고 나서 바닥에 사서 딱히 손해는 없습니다.”

그녀가 두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다행이다. 그러면 이제 파시는 건가요? 전 원금만 돌려줘도 돼요.”

“안 팔 겁니다.”

“네?”

“하니 씨도 남는 돈 있으면 지금 사둬요. 좋은 결과가 있을 테니까.”

“현금화할 수 있는 돈은 이미 다 드렸는데….”

“아. 그렇지. 그럼 나만 믿어요.”

그녀가 흔들리는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믿죠. 그럼요. 당연히 믿죠.”

김수선이 말했다.

- ‘그럼요’와 ‘당연히’를 포함하면 네 번이나 강조했습니다. 하나도 안 믿나 봅니다. 망했다는 표정입니다.

◈          ◈          ◈

선우현은 배우 남미연도 만났다. 남미연은 100억을 투자했다.

“스래곤 주식을 샀습니다.”

커피를 마시던 남미연이 놀라서 기침을 뱉었다.

“콜록. 콜록. 켁. 켁. 뭐라고요? 뭘 사요?”

“스래곤 주식.”

“얼마나?”

“미연 씨한테 받은 100억 다.”

“님 돌으신?”

“안 돌았습니다.”

“제정신인 사람이 어떻게 스래곤에 몰빵을 해요! 그거 동전주인데!”

“다 계산해보고 한 겁니다.”

“아아. 다 계산했구나. 나도 계산해보니까…. 어머! 망하는 것도 괜찮겠네요.”

그녀가 씩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이제 나한테 활토와 R 크림을 꼬박꼬박 선물하겠군요. 그것도 평생.”

“이유는?”

“투자 실패해서 내 100억 못 갚으면 그러기로 했잖아요.”

“아직 안 망했습니다만?”

“스래곤은 동전주가 될 때까지 폭락했던데?”

“동전주일 때 사서.”

“어머나아. 바닥에서 샀구나.”

“미연 씨는 어쩐지 실망하는 느낌인데?”

“그럼 이제 팔 거예요?”

“안 팔 겁니다. 그러니까 남는 돈 있으면 스래곤 주식이나 좀 사요.”

“그래야겠다.”

“응? 남는 돈이 있습니까?”

“저번에 선우현 씨한테 다 줘서 하나도 없었는데, 그 후에 건물 담보로 대출 더 받아서 현금 만들었어요. 내가 현금이 좀 있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성격이라서.”

“그 현금이 혹시 억대?”

“어머. 0 하나 더 붙여요.”

“진짜 돈 많네.”

그녀가 손가락으로 입술을 살짝 가리며 웃었다.

“훗. 나 남미연이에요. 나 돈 많아요.”

“그래 보입니다. 그럼 남미연 씨도 몰빵 해봐요. 좋은 결과가 있을 테니까.”

◈          ◈          ◈

선우현과 최종훈이 옥탑방 옥상에서 만났다.

최종훈이 집계된 자료를 보여주었다.

스래곤 주식은 개인도 많이 던졌지만 투자회사가 손절한 물량이 더 많았다. 특히 소정훈 사장의 우호지분들이 손을 많이 털었다.

“선우현 씨가 확보한 지분이 제일 큽니다. 많이도 사셨네요.”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서 몰빵했으니까요.”

“선우현 씨의 지분에, 우리 회사와 길성에서 확보한 우호지분을 더하면.”

최종훈이 화면을 보여주며 씩 웃었다.

“우리가 스래곤의 지분 51%를 확보했습니다.”

“그럼 이제 경영진을 갈아치웁시다.”

“이미 임시 주주총회를 요구한 상태니까, 주총에서 기존 경영진은 모조리 날려버리고 새로 선임할 수 있습니다.”

그 절차를 다 밟으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그때까지 기다릴 거 있습니까?”

최종훈도 동의했다.

“현재 스래곤의 상태는 이대로 가면 빠르면 반년, 늦어도 1년 안에 확실히 망합니다. 그러니까 쳐들어가서 다 쫓아내도 반발이 크지 않을 겁니다.”

“반발해도 상관없습니다. 우리 지분이 51%니까, 버텨봤자 임시 주총 때까지 잠깐 연장되는 것뿐이지요.”

“맞습니다. 그런데….”

최종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살릴 자신이 있으니까 주식을 매집하신 거지요?”

“당연하지요. 스래곤이 필요해서 주식을 샀습니다.”

◈          ◈          ◈

스래곤 사장 소정훈이 소리를 질렀다.

“과반 지분 확보라니! 그러면 그놈들이 다 한 세력이었단 말이냐!”

소정훈은 수사를 받는 상태다. 그래도 아직 구속은 되지 않아서 회사에 나올 수는 있었다.

“그동안 그런 것도 파악하지 않고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죄송합니다. 어느 한 곳에서 사들인 게 아니라 몇 곳에서 분산 매수를 해서, 정확한 정체를 몰랐습니다.”

“우리를 속이려고 백기사를 동원했다는 거냐? 그럼 그 백기사 짓은 어디서 한 거야!”

“그게, JHC 테크와 길성에서….”

“아니, 그것들이 왜!”

“배우 남미연도 갑자기 꽤 사들여서 혹시나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통보한 참석자 중에는 없는 거로 봐서 남미연은 아닙….”

“젠장! 그래서 그 새끼들은 언제 온다는 건데!”

“이미 출발했답니다. 곧 회사에 도착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버, 벌써?”

“그 연락도 조금 전에 받아서….”

“내가 대응할 틈을 안 주려는 거구나! 왜 온다는 건지는 파악했나?”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겠답니다. 우리 회사를 점령하려고 오는 게 확실합니다.”

“아니, 우리 회사를 도대체 왜….”

소정훈은 그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 회사는 어디에 팔 수도 없는데 왜 굳이 주식을 매집해서…. 진짜로 노리는 게 도대체 뭐지?’

◈          ◈          ◈

선우현이 스래곤 본사 로비에 들어갔다.

JHC 테크 최종훈 사장과 비서 김찬혁, 박길성 회장과 비서실장, 박서윤도 같이 왔다. 두 회사의 실무자들이 그들을 수행했다.

스래곤은 최근 사태로 직원들의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다른 회사로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들이 로비에 등장한 선우현 일행을 보며 수군거렸다.

“점령군인가?”

“무슨 소리야?”

“저 사람들이 우리 회사 주식 과반을 확보했대.”

“우리 회사가 점령한다고 해서 먹을 게 있나?”

“찢어서 팔려는 걸 수도 있지. 부채는 별도 회사를 만들어서 몰아넣고 폐업하고, 자산만 팔 수도 있잖아.”

다른 동료가 말했다.

“재무 쪽 동기 이야기로는, 우리 회사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던데? 부동산 같은 건 이미 다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는 데다가, 수사기관이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으니까.”

“그럼 왜 점령하러 온 거야?”

“모르지.”

“혹시 우리 회사를 인수해서 살리려는 거 아닐까?”

“그 명목으로 구조조정부터 하겠구나.”

직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 옮겨야 하나?”

“요즘 상황에 이직이 어디 쉽냐?”

“그건 그렇지.”

로비에는 그들을 마중 나온 사람이 있었다.

“경영진이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방문한 사람이 많아서 엘리베이터 한 대에 다 탈 수는 없었다.

선우현이 한쪽 엘리베이터에 탔다. 박서윤은 박길성이 아니라 선우현을 따라갔다. 오늘은 그녀가 선우현의 수행 비서를 맡았다.

박길성 회장은 비서실장이 수행했다.

그들은 고층에 있는 대형 회의실로 이동했다.

소정훈이 상석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십시오. 스래곤 사장 소정훈입니다. JHC 테크의 최종훈 사장님. 길성의 박길성 회장님. 그리고 선우현 씨.”

소정훈이 선우현의 이름을 말할 때는 방문객들을 둘러보았다.

선우현이 대주주다. 하지만 소정훈은 누가 선우현인지 몰랐다. 정체를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 중에 누가 선우현이지?’

최종훈이 말했다.

“우리가 왜 왔는지는 아실 겁니다. 임시 주총까지 기다려도 바뀔 건 없습니다.”

소정훈이 항의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갑자기 와서 이사진을 교체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당혹스럽습니다. 그런 건 서로 조건을 협상….”

선우현이 말했다.

“아니, 그 전에, 왜 경찰서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여기 있을까?”

선우현은 겉모습은 젊어 보였다. 소정훈은 안 그래도 짜증이 잔뜩 나는 걸 숨기던 참이다. 그가 선우현에게 호통을 쳤다.

“너 뭐야? 윗분들 이야기하는데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최종훈이 말했다.

“선우현 씨입니다. 스래곤의 대주주이시죠.”

“헉!”

선우현이 말했다.

“협상? 우리가 지분 51%를 확보했는데도 협상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그야 회사를 이만큼 키운 공이 있으니까!”

선우현이 소정훈을 보며 말했다.

“당신은 회사를 말아먹고 주가조작의 제물로 삼아 팔아치우려고 했잖아. 곧 교도소 가야 할 사람이 왜 여기서 공 타령이야?”

“가, 감히!”

소정훈의 최측근인 최 상무가 벌떡 일어났다.

“무엄하다! 연장자에게 예의를 지켜라!”

“나보다 연장자면 그럴 텐데, 내가 생각보다 많이 동안이라서.”

김수선이 말했다.

- 지구에 선장님보다 연장자는 없죠. 람세스나 알렉산더도 선장님보다 한참 어리니까요.

최 상무가 나선 걸 보고 권 전무도 일어나 외쳤다.

“나는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 나를 자르면 소송을….”

“권 전무. 광진구 빌라에 자주 가더라? 어제도 갔던데, 회사가 망하냐 마냐 하는 때에 거기 가고 싶냐?”

권 전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그걸 어떻게….”

“최 상무. 당신은 도박장에 가서 뿌리는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나오는 거야? 회사가 월급을 많이 주나? 아니면 뒷돈을 받나?”

“아, 아니다! 나는 그냥 실력…. 아, 아니야! 나는 도박장에 간 적이 없어!”

선우현이 최 상무의 옆을 보았다.

“술만 마시면 사람 잘 패는 윤 이사. 당신도 끼어들려고 엉덩이 들썩인 거야?”

“뒤, 뒷조사를 한 거냐! 비겁하다!”

“그러는 윤 이사는 왜 평소에 그렇게 임직원 뒷조사를 많이 했을까?”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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