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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68화 (168/281)

168. 설계자

전상미가 뒤를 돌아보았다. 조수석에 엠투가 앉아 있었다.

“흰둥아. 네가 나를 찾아내고 구해줬구나.”

선우현이 툴툴댔다.

“찾으라고 한 것도 나고, 구한 것도 난데.”

전상미는 엠투가 신기하고 고마웠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그녀가 앞을 보았다.

“선우현 씨가 큰오빠를 조사하다가 제가 납치된 곳을 알아냈다면요. 우리가 지금 쫓아가는 사람이….”

“전준형이겠지요. 조금 전 질문에 대한 대답. 도망친 놈이 어느 길로 갔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했지요?”

“네. 이미 차가 보이지 않으니까요.”

“부하들이 붙잡혔으니 전준형은 증거를 없애러 갈 겁니다. 그게 대충 어디쯤 있는지는 아니까, 대충 어느 길로 갔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도망친 차를 따라잡으면 알게 되겠지요.”

전상미는 이해는 잘 가지 않았다. 선우현이 출발할 때부터 해준 설명은 말이 되기는 한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선우현 씨는 그 많은 정보를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다 알아내신 거죠?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요?”

“하니까 되더군요.”

전상미는 선우현이 알아낸 정보의 양과 질에 놀랐다. 전호 호텔의 비서실과 보안팀을 움직이고 외부 탐정 업체를 동원해도 이렇게 빨리 이만한 결과를 낼 수는 없다.

심지어 그녀는 전준형에 관한 정보는 충분히 제공하지도 않았다.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믿을 수밖에 없다. 전상미가 납치되자 선우현이 그녀를 구하러 왔다. 그건 확실한 사실이다.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선우현 씨는 전에도 납치된 사람들을 금방 찾아내서 구출했다고 들었어요.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면서요?”

그 정보는 전호 전시관 사건 담당 형사를 통해 얻었다.

“선우현 씨에게는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직관력이 있나 봐요.”

“뭐, 그렇죠.”

지원위성에서 김수선이 말했다.

- 선장님. 여자 앞이라고 약을 참 많이도 파십니다. 직관력은 무슨. 선장님을 제가 지원하니까 가능한 거죠.

“수선아. 내가 너 믿는 거 알지?”

- 시키는 건 많은데 믿지는 않으시잖습니까?

“믿으니까 시키는 거야.”

- 참 위로가 됩니다. 아이고. 좋아라.

“놀리냐?”

- 네.

◈          ◈          ◈

10분 후에 선우현이 앞쪽을 가리켰다.

“저 차 보이지요?”

“네. 검은색 삼각별 승용차요.”

“전준형이 저 차를 타고 있습니다.”

전상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진짜로… 따라잡은 거예요? 10분이나 놓치고 있었는데?”

어쨌든 따라잡은 결과가 눈앞에 있다. 그녀가 숨을 고른 후에 물었다.

“그럼 이제 계속 미행하면 되는 거죠?”

◈          ◈          ◈

전준형이 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도로를 지나갔다. 그곳에서 사이드미러를 보았다. 뒤에서 따라오는 차가 있었다.

“미행이 붙은 건가?”

확실하진 않았다. 그래도 불안했다.

전준형이 일부러 차의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          ◈          ◈

선우현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전준형의 차가 점점 가까워졌다.

전상미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이러다 만나겠어요.”

“얼굴 가려요. 옆에 지나갈 때 보일 수 있으니까.”

전상미는 조수석에서 옆으로 엎드려 몸을 숨겼다. 선우현이 모는 차가 전준형의 차를 추월했다. 그가 옆을 슬쩍 보았다.

“저놈 저거 음주운전이네.”

사이드미러에 전준형의 차가 우회전하는 게 보였다. 선우현은 그대로 직진했다.

“이제 일어나요.”

전상미가 몸을 일으켰다. 얼굴이 조금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가 물었다.

“음주운전이라니요?”

“전준형은 아까 술을 마셨습니다. 운전기사는 상미 씨가 납치됐던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내려줬을 겁니다.”

“그런 것까지 조사하셨어요?”

“뭐, 하다 보니까.”

“그럼 음주운전으로 신고해 버릴까요?”

“그러면 증거가 있는 곳까지 못 가잖습니까? 놔둬요.”

그녀가 뒤를 보았다.

“그런데 우리 지금 너무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거 아니에요?”

“전준형은 미행을 경계하면서 도망치는 중일 테니까, 바로 따라가면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러다 놓치면…”

선우현이 우회전했다.

“안 놓칩니다.”

김수선이 말했다.

- 제가 위성궤도에서 보고 있으니까요.

◈          ◈          ◈

전준형이 단독주택에 도착했다. 그 집에는 작은 차고가 딸려 있었다.

전준형은 차를 차고 안에 집어넣고 차에서 내려 셔터를 내렸다.

선우현의 차가 그 근처에 도착했다. 멀리서 전준형의 차가 차고 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봐요. 안 놓친다니까요.”

전상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 집은….”

“아는 곳입니까?”

그녀가 머뭇거렸다.

“그게, 저번에 드린 USB에는 저 집에 대한 정보가 없는데요.”

“그 파일에 없는 거면 집안일이군요.”

“네. 집안 소유의 집이 몇 채 있어요. 저 집은 그중 하나예요.”

“파일에서 그 부분을 뺀 이유는?”

“그게….”

선우현이 전상미를 보며 말했다.

“상미 씨. 결정해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까? 여기서 그만두겠다면 그래도 됩니다. 어차피 내 일도 아닌데.”

그만둔다는 말에 깜짝 놀란 전상미가 입을 열었다.

“말할게요. 사실 저곳은 예전에는 비서의 집으로 썼어요.”

“굳이 비밀로 한 이유는?”

“돌아가신 아빠의 비서예요. 젊은 여자 비서.”

평범한 비서라면 비밀로 할 리는 없다. 뭔가 문제가 있어야 한다.

“진짜 비서 맞습니까?”

“아니요. 서류상으로만 비서로 등록되어 있을 뿐, 실제로 회사에 출근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저 집에 사는 사람이 가끔 바뀌었겠네요.”

“네. 일이 년에 한 번씩.”

“월급은 전호 그룹에서 나갔을 테고.”

“네. 월급치고는 꽤 많이….”

“전상미 씨 어머니는 그걸 보고만 있었습니까?”

“우리 엄마는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셨어요. 오빠들 엄마는 작년에 돌아가셨고요.”

“어? 그러면….”

“엄마가 달라요.”

“잠깐만. 그럼 둘째 오빠는?”

둘째 전상호는 배에서 떨어져 실종됐다.

“저는 본 적 없는 다른 엄마의 아들이에요. 그 엄마도 돌아가셨어요.”

“와….”

- 정말 저 집안은 다양하게 콩가루군요.

“멍!”

전상미가 말했다.

“저 집에 살던 비서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쫓겨났어요.”

“어쨌든 저 집은 집안 재산이라는 거니까, 그냥 들어가도 불법침입은 아니겠군요. 그럼 들어갑시다.”

“네? 그냥요?”

“법적으로 문제가 생겨도 그 정도 사정이면 전상미 씨가 처리할 수 있을 테니까.”

“그야 그렇죠.”

선우현이 차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갔다. 전상미가 얼른 따라갔다. 엠투도 같이 움직였다.

선우현이 담장 위쪽을 손으로 잡고 가볍게 뛰어넘었다.

전상미가 그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움직임이 체조 선수 같아.”

선우현이 안쪽에서 대문을 열어주었다. 전상미가 마당으로 들어갔다. 엠투가 제일 뒤에서 후방을 확인하며 움직였다.

“현관 비밀번호 압니까?”

“옛날 번호만요. 아마 바꿨을 거예요.”

“그럼 부숴야겠네.”

선우현이 마당에 깔린 돌 하나를 들어 거실 창문을 향해 던졌다.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 유리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박살 났다.

안에서 비명도 들렸다.

“누, 누구냐!”

선우현이 커튼을 옆으로 걷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에는 튼튼한 금고가 있었다. 그 금고를 전준형이 활짝 열고 물건을 꺼내려는 중이었다.

선우현이 말했다.

“거기까지. 손 떼라.”

전준형은 선우현을 보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너, 너는….”

“음? 너 나 아는구나?”

전준형이 그의 뒤쪽을 보았다. 전상미가 서 있었다.

“역시 상미의….”

“어. 맞아. 전상미 사장님을 위해 일하고 있지.”

“얼마냐! 얼마를 받기로 했든 내가 다섯 배를 주겠다!”

“이야아. 다섯 배. 짭짤하겠네.”

전상미는 화들짝 놀랐다.

“나, 나도 다섯 배를….”

“농담입니다. 내가 받기로 한 건 돈 봉투가 아니라는 거 알잖아요.”

대가로 뭘 원할지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전준형이 선우현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감히!”

“알지. 전준형 부회장. 증거를 없애러 왔냐?”

“아니다! 이건 그냥 내 사적인 자료들이다! 당장 내 집에서 나가!”

“이 집은 전상미 사장님한테도 지분이 있다던데. 나는 전 사장님이 시켜서 들어왔으니까 안 나갈 거다.”

전준형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골프채가 있었다. 그가 급히 골프채를 들었다.

“이 새끼!”

“나한테 그걸 휘두르면 내가 반격할 텐데, 감당이 되겠냐?”

전준형이 머뭇거렸다. 선우현이 씩 웃었다.

“역시, 넌 내가 아까 싸우는 걸 봤구나?”

“어어?”

“전상미 사장님이 납치됐을 때 네가 영상을 보면서 지시했구나?”

“아니다!”

“네가 죽이라고 시켰구나?”

전상미가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나를 죽이려고 납치했어! 사람이 어떻게!”

당황한 전준형이 전상미를 보며 말했다.

“상미야. 내가 설마 동생을 죽이겠냐? 오해다.”

“이 비서의 손가락을 자르라고 했잖아! 그래도 대답 안 하면 죽이겠다고 했잖아! 그다음엔 나였겠지!”

“아니야! 손가락은 정말로 자르라고 한 게 아니라고! 그냥 겁만 조금 준 거다!”

선우현이 끼어들었다.

“그래. 믿어. 믿어야지.”

“그, 그래? 정말 믿나?”

“액션캠 같은 걸 이용해 영상을 보면서 지시했겠지. 그러면 영상 파일이 남아 있겠네? 거기에 네가 겁만 주라고 지시한 음성도 들어 있겠지?”

전준형이 다급히 외쳤다.

“아니야! 그런 영상은 없다! 아니라고!”

“영상은 있구나? 주머니에 있냐?”

선우현이 전준형에게 다가갔다. 당황한 전준형이 골프채를 휘둘렀다.

소용없었다. 선우현이 왼손으로 골프채 중간을 잡아빼 빼앗았다.

선우현이 전상미에게 물었다.

“골프 칠 줄 압니까?”

“네? 네! 되게 잘 쳐요!”

선우현이 골프채를 뒤쪽으로 내밀었다.

“그럼 호신용 무기 대신에 골프채를 들고 있어요.”

전상미가 얼른 골프채를 받았다.

“네!”

빈손이 된 전준형이 선우현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선우현이 전준형의 주먹을 손으로 턱 잡았다.

“너 뭐 하냐?”

“놔. 이 새끼….”

선우현이 전준형의 팔을 잡고 꺾었다.

“끄아악!”

“개기면 부러뜨린다.”

그가 전준형의 팔을 꺾은 채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구형 스마트폰이 나왔다. 전준형의 지문으로 잠금을 해제했다.

앱이 하나 보였다.

“역시 액션캠 같은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연결해서 영상을 보는 방식이구나. 그럼 이거랑 짝이 되는 카메라는 아직 그 현장에 있겠네?”

“어, 없다!”

선우현이 스마트폰을 전상미에게 던졌다.

“증거니까 받아요.”

전상미가 황급히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받았다.

“이, 이거 이렇게 막 빼앗아도 돼요?”

“그거 어차피 대포폰입니다. 피해자는 전상미 사장님인데 폰 소유자는 전준형이 아니니까 그냥 챙겨요.”

“네, 네!”

선우현이 전준형을 밀었다. 전준형이 뒤로 나자빠졌다.

“으헉!”

선우현은 전준형이 금고에서 가방으로 옮겨 담던 것들을 보았다.

“USB나 외장 하드네? 야. 여기에 전호 전시관에 들어갔던 그 도둑놈들에 관한 자료도 있지?”

“이 새끼…. 내가 누군지 알고….”

“아. 그러고 보니까 그것도 있겠구나.”

선우현이 전준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손은경 관장을 어떻게 부추겼는지도 여기 있겠네.”

전준형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잠깐 동안은 너무 놀라서 입만 뻐끔거렸다. 그러다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니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전상미가 당황해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선우현이 설명했다.

“손은경 관장에게 유물을 훔치고 불을 지르자고 부추긴 건 박 실장입니다.”

“맞아요. 그건 저도 알아요.”

“그런데 전시관에서 일하는 박 실장이 어떻게 덕구파 조폭 이 부장을 알까요? 덕구파 쪽에서 먼저 박 실장에게 접근해서 유물을 훔치자고 부추겼겠지요.”

“그렇지만 그거랑 이번에 내가 납치당한 일은….”

“전상미 씨를 처음 납치한 놈들은 덕구파 조폭입니다. 그놈들이 다시 전준형의 부하들에게 상미 씨를 넘겼습니다. 그러면, 전준형과 덕구파도 커넥션이 있네요?”

“진짜 그렇겠네요?”

“그럼 덕구파 이 부장은 왜 박 실장을 통해 손 관장을 부추겼을까? 전준형이 덕구파한테 그러라고 시켰겠지요.”

전준형이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나는 이 부장이 누구인지도 몰라!”

“아. 그렇겠네. 오늘 상미 씨를 납치한 건 정 부장의 부하들이니까. 전호 전시관 사건 때는 정 부장이 네 청부를 받았고, 현장에서는 이 부장이 움직였지.”

전준형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

“너, 너 도대체 누구야!”

“넌 아무것도 질문하지 마라.”

선우현이 전상미에게 말했다.

“전준형이 일이 틀어지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온 건, 그 사건들에 관한 증거가 여기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는 상미 씨도 아는 곳이니까, 빨리 증거를 없애야 했지요. 이 증거만 없애면, 돈 많은 재벌답게 수사망에서 쉽게 빠져나갔을 겁니다.”

전상미는 놀라서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선우현이 눈앞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 소리에 전상미가 정신을 차렸다.

“그, 그렇겠네요. 이게 다 그 증거….”

전준형이 벌떡 일어나 금고에 있는 USB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안….”

선우현이 전준형을 발로 밀어 찼다. 전준형이 뒤로 나자빠졌다.

“으악!”

“이 USB에 그 증거가 있겠네.”

전상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손은경은 자기도 모르게 큰오빠의 꼭두각시가 돼서 도둑질하다가, 박 실장이 변심해서 불에 타죽을 뻔했던 거네요.”

“변심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한 겁니다.”

“네? 박 실장이요?”

“박 실장이 아니라, 저기 자빠져 있는 놈이 손은경의 사망을 원했습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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